9월 5일 목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56분, 바깥 기온은 23도 입니다. 오늘도 기분좋은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조금 전까지 비가 왔었어요. 그리고 잠깐 비가 그치고 햇볕이 환하게 비치다가 다시 흐린 구름이 지나가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어두워졌거든요.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서, 에어컨 실외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너무 시끄러웠어요. 어제보다 더 소리가 커서 아우, 귀따가워, 소리가 나올 정도였는데, 왜 창문을 닫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은 꼭 조금 늦게 나서 아이, 내가 왜 그랬지, 같은 기분이 됩니다. 

 

 오늘은 오후에 텔레비전에서 뉴스특보로 태풍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어제는 이번 태풍 링링이 전에 찾아왔던 태풍 곤파스랑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조금 더 무서움이 강화될만한 화면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람이 무척 세게 불고 피해가 클 것 같은 화면을 보면서, 아직 오지 않은 '링링'에 대한 걱정이 커졌습니다. 오래전의 일이긴 하지만, '곤파스'는 정말 무서웠는데 말이지, 하면서요.

 

 밖에 비가 오지 않았다면, 그 화면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와서 그런지, 그게 꼭 바깥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여름의 비와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제는 조금 춥기까지 해서 창문을 닫고 잤고, 아침에는 조금 도톰할 것 같은 긴팔 티셔츠를 반소매 위에 입었어요. 갑자기 춥게 느껴져서요. 그리고 조금 전에 밖에 나가서는 페이퍼에 쓸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투명한 비닐 우산을 쓰고 비오는 모습을 찍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잘 나오지는 않았어요. 그 때 비가 조금 많이 왔거든요. 그래도 나갔는데, 그냥 올 수는 없지, 하면서 한 장은 찍어왔습니다.;;

 

조금 전에 밖에 나가서 찍어온 사진이예요. 화단 옆에는 살짝 물이 고이고, 빗방울이 동심원을 그리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앗, 그 때 비가 꽤 왔는데도 이 사진만 보면 비가 그렇게 많이 왔다는 건 모르겠어요. 언젠가 주차장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에서는 눈으로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남지 않았어요. 원래 그런 거구나, 같은 느낌이지만, 오늘은 조금 움직이는 모습이 남긴 했습니다. 아쉽지만, 조금은 남았습니다.^^

 

 

 1. 매일매일,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니

 

 매일 비슷한 것 같은데, 똑같은 건 아니구나,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 있어요. 어느 날에는 자신감이 하나도 없어, 하는 날이 있고, 또 어느 날에는 그러다가 그냥 잊어버리는 날도 있어요. 햇볕이 환한 날에는 조금 더 기분이 밝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고, 그래서 여름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요즘 여름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아우 기운없어,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들기는 합니다.

 

 어느 날 밤에 잠이 안와서 뒤척거릴 때, 특별한 걱정이 없어도 생각이 많은 날의 오후, 그런 날들도 있는데, 생각해보니까 큰 걱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데도 그런 날이 있구나, 오늘은 그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은 사소한 것에도 기분이 좋을 수 있어, 하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아무일도 없지만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날도 있는 거야, 같은 것들을 요즘은 가끔씩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별일 없어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는 날에는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매일 매일,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재미있거나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 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주 좋아하는 것만으로 매일을 채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냥 그렇게 좋은 것 아니어도 즐겁고 기분 좋을 수 있는 것들이 매일 매순간에 꼭 필요할 것 같은, 그런 날도 있어요. 그러니까 어느 날에는 그런 것들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지만, 어느 날에는 그런 것이 없어서 조금은 지루해, 하는 날도 있고, 그리고 또 어느 날에는 그런 것들이 어제처럼 있어도 마음을 채우지 못하는 날들도 있긴 합니다.

 

 그러니까, 매일 매일 원하는 것은 다르고, 어제와 같은 일들을 해도 오늘은 어제처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그렇게 이상하다거나 하는 건 아니야, 같은 생각을 했을 때, 어느 날에는 아, 그럴 수 있어,하지만 어느 날에는 그런 것들이 금방금방 잘 생각나지 않아요.

 

 가끔은 사소한 것에 예민해지지 않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어제는 모르지만, 오늘은 또 해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지금은 하지만, 어쩌면 오늘 저녁에 잊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2. 비오는 날에는

 

 어제는 비가 와서 아침에 눅눅했어요.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이어서 눅눅합니다.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지면 무척 더워지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온도가 내려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습도가 높아서 추워요. 어제 창문을 닫고 자다가 생각이 나서 온도계를 보았는데, 실내 온도가 26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춥다고? 그게 조금 이상했는데, 생각해보니 얼마전까지 28도였어요. 2도 차이는 그만큼 크구나, 하다가, 오늘 낮 기온을 찾아보니까, 이제는 30도 가까이 되는 날도 그럭저럭 지나갔던 여름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 서운하게 느꼈습니다.

 

 날씨가 차갑고, 눅눅하면 창문을 닫으면 될 일인데, 그래도 창문을 열고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니면 여름의 습관 같기도 합니다. 창문을 닫는 건 에어컨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시기니까요. 여름의 시원했던 바람은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그런 바람이 없어도 추운데 실내로 바람이 많이 들어옵니다. 멀리서 태풍이 오고 있다고 여기도 바람이 세지는 걸까요.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비와 바람이 어제부터 많아져서, 며칠 더 비가 오면 진짜 여름의 남은 것들은 거의 다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앞부분의 페이퍼를 시작할 때부터 밖에서 누군가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어요.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는데, 한참 듣다보니, 근데 무슨 일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서 무슨 일이예요? 하고 물어보지는 못할 것 같은데, 그렇게 소리 지르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 조금, 그리고 괴로운 마음을 담은 것 같은 소리를 한참 들었더니, 이제 조금만 조용히해주세요, 같은 말을 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들기도 했어요. 조금 전에는 크게 들렸는데, 우리집에서 청소리를 돌리고 있으니까, 잘 들리던 바깥의 소리도 조금은 청소리 소리에 묻히는 것 같고, 그러는 사이에 밖에서 들리던 소리도 지나갔네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만했을지도요.^^;

 

 

 3. 그게 차선이 아니라 최선이었을지도

 

 여름을 지나면서 손글씨는 더 엉망이 되었습니다. 대신 키보드로 타이핑 하는 속도는 조금 더 빨라졌어요. 손글씨는 이제 너무 심각해서, 어디 가서 간단하게 손글씨를 쓸 일이 생기면 아아, 자신감이 사라져... 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간단하게 라도 썼던 다이어리는 언젠가부터 쓰지 않았고, 오늘 생각하니까, 다이어리 또 잊어버린 것 같아요.;;

 

 예쁜 다이어리 같은 것보다 가끔은 스프링 노트에 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내가 이렇게 글씨를 못 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늘 더 잘할 것 같은 성장기를 지나고 이제는 성장하지 않는 시기를 지나, 이전보다 더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시기인걸까, 같은 마음에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타이핑 속도가 조금 빨라지는 걸 보면, 꼭 나빠지는 것만 있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글씨는 조금 더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일기를 써야지, 하면 며칠 조금 쓰고, 잊어버리고, 쓰기 싫었던 이유는 손글씨를 잘 쓰지 못해서였어요. 최근 수년간 손글씨는 저의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작년에는 올해보다는 나았는데, 올해는 진짜 심하구나, 그런 마음 때문에 쓰는 걸 싫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손글씨를 아예 쓰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긴 합니다. 한글도 영어도, 한자 같은 것들을 읽을 수는 있는데 쓰지는 못하는 사람이 될 것만 같은 공포심이 생겨요. 정말 그럴지도 모릅니다. 쓰지 않으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자주 쓰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이전보다 잘 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느낌은 그렇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전보다 이건 진짜 잘 해,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도 몇 년 전에는 손글씨로 책의 한 구절을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만큼 쓰려면 종이를 많이 버리고 새로 쓰는 일이 생길 거 같아요. 그래도 연습을 하면 좋아져, 하는 것을 아는데도 잘 되지 않는 요즘입니다. 대신 타이핑 속도는 빨라졌잖아, 하면서 좋은 것도 아니고요.

 

 전보다 조금 더 잘 하는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금 더 좋은 것들을 잘 하게 되면 좋겠어요. 글씨를 잘 쓰는 건 너무 당연한 거야, 하고 생각했을 10년 전에는 지금 같은 고민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건 고민이 아니라 소원일지도 모르겠어요.^^

 

 

 

 비가 오고, 태풍이 가까이 오고 있어요.

 오후엔 저기 멀리서 오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마도 그 때보다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을거예요. 비는 그치고 날씨는 흐립니다. 9월이 시작되면서 매일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는 것 같아요. 아직은 조금 더 낮에는 더운 날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마음과 달리 여름의 흔적이 조금씩 비에 지워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남은 시간 즐겁고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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