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 나오는 짧은 글입니다.

  한 페이지를 살짝 넘는 길지 않은 글이라서 전문을 옮겨왔습니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해마다 열리는데, 올해는 10월에 있다고 합니다.

  본 적은 없지만,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합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려요.

  어제부터 다시 감기가 시작, 그래서 감기 속에서도 환하다는 강을 흘러가는 등이 궁금해졌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유등놀이

 

 내가 자란 곳 진주에서는 가을이면 예술제가 열린다. 도시 곳곳에서 수석이나 국화나 서예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사생대회에 백일장에 가장행렬에, 도시는 분주하다. 남강변에는 장이 서고, 그 곳에 가면 아주 맛난 것도 먹을 수 있으며 소사움이나 줄타기 같은 놀이도 구경하 수 있다. 그리고 진주 사람들은 등을 만들어 저녁이 찾아오면 강에다가 띄웠다. 아주 소박한 것부터 큰 연꽃 모양의 화려한 것까지, 등은 아주 다양했다. 등이 남강 위를 떠내려갈 때 진주 사람들은 강기슭에서 서 등을 바라본다. 강변 저 너머에는 대숲이 있고, 강 저 너머에는 바다가 있고, 등은 물을 따라 환하게 흘러갔다. 그 등들, 그 환한 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감기에 걸려 혼자 누워있는 저녁, 나는 흥얼흥얼 아주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른다. 그 등들이 내 마음의 강 속에서 다시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환하다. 감기 속에서도 환하다.
- 허수경,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난다, 2018, 페이지, 196-197

 

 

 

 

 

 

 

유등놀이

내가 자란 곳 진주에서는 가을이면 예술제가 열린다. 도시 곳곳에서 수석이나 국화나 서예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사생대회에 백일장에 가장행렬에, 도시는 분주하다. 남강변에는 장이 서고, 그 곳에 가면 아주 맛난 것도 먹을 수 있으며 소사움이나 줄타기 같은 놀이도 구경하 수 있다. 그리고 진주 사람들은 등을 만들어 저녁이 찾아오면 강에다가 띄웠다. 아주 소박한 것부터 큰 연꽃 모양의 화려한 것까지, 등은 아주 다양했다. 등이 남강 위를 떠내려갈 때 진주 사람들은 강기슭에서 서 등을 바라본다. 강변 저 너머에는 대숲이 있고, 강 저 너머에는 바다가 있고, 등은 물을 따라 환하게 흘러갔다. 그 등들, 그 환한 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감기에 걸려 혼자 누워있는 저녁, 나는 흥얼흥얼 아주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른다. 그 등들이 내 마음의 강 속에서 다시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환하다. 감기 속에서도 환하다.
- 허수경,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난다, 2018, 페이지, 196-1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