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금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3시 20분, 바깥 기온은 19도입니다. 바깥이 많이 흐려요. 편안한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는 어쩌다 벌써 금요일인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주에는 게으름 지수가 올라가서 더 그런 것인가, 같은 기분. 마음은 아직 일요일 저녁에서 별로 변한 것이 없는데, 지난 일요일보다는 이번 일요일이 더 가까운 시간이 되고보니, 오늘은 기분이 조금 이상합니다. 게으른 사람은 정말 되고 싶지 않았어, 그런 말을 하지만 어쩐지 작년과 비교하면 비할 수 없는 게으름을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올해의 봄입니다. 아아, 진짜 큰일이네요. 점점 부지런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쩐지 마음과는 달리 게으름 게으름 한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봄이 되어서 꽃도 피고 좋은 날인데, 아침에 잠깐 빼고는 하루 종일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는데, 긴급재난문자가 왔습니다. 이번주에 재난문자가 벌써 두 번째입니다. 동시에 같은 공간에 있었던 여러 개의 전화에서 평소에는 들리지 않는 강한 진동소리가 들렸습니다.  **구 ** 동에서 화학공장 화재가 발생했으니, 인근 주민은 안전에 주의 바랍니다, 라는 내용인데, 우리 집은 **구도 **동도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태평한 상태였지만, 그러한 편안한(?) 상태가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저기 멀리 하늘에 시꺼먼 구름이 보이는 순간부터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었거든요.^^;

 텔레비전 뉴스에서 화재가 제가 사는 **구 까지 연기가 날아온다는 화면을 볼 때에는 이미, 하늘이 진회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쪽 하늘만 진한 회색으로 변해있었는데, 검은 색은 아니지만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렸습니다.
 '화학공장 화재인데, 괜찮은걸까요.'
 실시간 검색어에 유독가스 누출,이라는 것이 올라와 있습니다. 

 ...

 그런데, 여기는 아니었어요.
 영주에 위치한 공장에서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구 **동과 **구 **동 사이는 멀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먼 곳이 아니었나봅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도 따뜻하고 좋았는데, 목련꽃 피는 날 검은 연기 구름 그늘 아래 금요일이 었습니다. 


 쓰다보니 생각나는 것. 얼마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메일로 온 광고를 확인하다가, 키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레트로 키보드입니다. 키보드가 동글동글한 구형타자기 자판처럼 되어 있습니다.

 

 오, 예쁘다. 그렇지만 집에 키보드 있습니다.

 그리고도 아우, 예쁘다, 그렇지만 저런 모양 키보드는 안 써봤는데.

 그리고도 음.. 예쁘다. 그렇지만 저런 모양 키보드는 키스킨이 없고, 소리도 크다고 하는데.

 그리고도 좀... 예쁘다. 무거워서 휴대용으로 잘 맞지는 않습니다. (많이 무거워보임)

 저것도 예쁘다... 하다가.


 갑자기 그런 것들이, 그런 망설임이, 지겨워졌습니다.

 어차피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래도 '오 예쁘다'를 하려고??


 물건을 살 때, 필요한 것 매일 쓰는 것은 잘 고릅니다.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연히, 오 예쁘다 같은 것도 안 합니다.) 그런데 가끔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가끔 사진이 예쁘거나, 지나가다 우연히 새로운 디자인을 보게 되면 마음이 그쪽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 때는 많이 고민하는데(예를 들면 민트 할 것인가, 화이트 할 것인가, 이런 것들) 한참 고민하다가 둘 사이, 또는 셋 사이에서 고르는 것을 잘 못해서, 다음 기회에, 하고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곧 잊어버립니다. 만약 사서 들고오면, 가끔은 집에 와서도 계속됩니다. 민트 했는데 화이트가 나았을 것인가, 아니면 화이트 샀는데 민트가 더 나았을 것인가. 그리고 다음에 신상품으로 거기는 없던 옐로우와 핑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한 번 이상 더 반복.


 하지만 요즘은 이런 것들이 조금씩 슬슬 피곤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귀찮은 날에는 많이 비싸지 않다면 두 개 다 사옵니다. 그리고 방 한 구석에 잘 정리해둡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어디선가 다른 것을 보고 또 반복, 오 예쁘다.... 마음은 그런 것입니다.


 언젠가 책장 가득한 책을 정리해서 버리고, 빈 공간이 너무 좋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신상 책으로 더 빠른 속도로 채워가던 것이 생각납니다. 어느 날 공간은 책으로도, 기억으로도, 하고 싶은 것과 "예쁜" 것들로도 채웠고, 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미니멀한 생활을 위해서 마구 버리고 다시 빈 공간을 만들기도 합니다. 요즘의 공간은 중간쯤 됩니다. 지난 가을부터 많이 버리고, 계속 버리고, 그리고 새로 채워넣고 있습니다. 버리고 나면 공간이 조금 더 넓어지고, 빈 자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가끔은 아무것도 갖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만 그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날보다는 "음... 예쁜데^^." 가 더 낫습니다. 

 매일 매일 갖고 싶은 것이 있는 날이 더 나았습니다. 


 늘 필요한 것, 꼭 필요한 것, 필수적인 것들은 있어야 좋지만, 매일을 늘 필요하고 필수적인 것들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지만 기분 좋은 것들도 있어야 하고, 달달한 사탕과 과자, 시원한 커피, 아이스크림, 그런 것들이 주는 잠깐의 시간도 있어야 합니다. 건강에 유익하지 않아도 가끔은 정말 먹고 싶은 날이 있으면 영원히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조금 더 오래 참는 것에 불과합니다. 


 요즘 게으름 지수가 계속 올라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고 페이퍼를 쓰고, 그런 날이 왜 아닌 걸까. 그런 기분도 들고, 게으름 지수 상승에 불안한 마음도 느낍니다. 가끔은 매일 매일 레트로 타자기 키보드를 보았던 그 때처럼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을 찾고 싶습니다.  화이트나 민트, 핑크, 옐로우를 할 것인가, 같은 것이 가끔 재미있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 지금 꼭 하면 좋을 것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의미있게 채우는 것을 찾고 싶습니다. 


 이번주도 많이 바쁘셨지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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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오 2018-04-13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게으름지수가 올라가고 있는 중입니다.ㅋ

서니데이 2018-04-13 20:46   좋아요 1 | URL
메오님도 그러신가요. 게으름지수를 낮춰야하는데 쉽지 않네요.
즐거운 금요일 편안한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