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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ㅣ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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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적 '통닭'이었던 것이 '치킨'으로 불리고 기름기 좔좔 흐르던 포장지는 피자 박스처럼 변했지만(물론 어디선가는 '옛날 통닭'이런 것을 지금도 튀겨주기는 한다), 닭에 관한 우리의 논의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1인 1닭'을 외치는 이들도 있는 만큼 조류 독감과 같은 재앙이 닥쳐올지언정 이런 닭에 관한 탐구 역시 존재하질 않나ㅡ 실제로 나는 군 시절 조류 독감이 한국을 휩쓸었을 때 점심 식단으로 '1인 1닭'을 몸소 실천한 바 있다(광우병 파동 때도 마찬가지). 담배 한 개비 피우고자 아파트 동(棟) 밖으로 나와 치킨 배달 오토바이와 마주쳤을 때의 부러움과 돌아나오는 그의 등짝 뒤로 엘리베이터에 그득한 기름 냄새의 황망함. 나도 치킨 한 마리 시켜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 찰나, 집에 모셔둔 쿠폰이 몇 장 남았는지를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헤아리고 있는 쓸쓸함(치킨게임 ㅡ chicken에는 '겁쟁이'란 뜻이 있다 ㅡ 으로 닭을 모독하는 자, 그대에게 화 있을진저!). 책은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치킨의 역사와 종류, 현주소를 탐방하기도 하며 치킨 산업의 뒤통수를 보여주기도 한다ㅡ '아버지가 월급날 사오셨던 통닭'이란 개념이 환상일지도 모른다면서(그러나 그것은 소위 '양념통닭'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 당시 양념통닭이란 것을 먹으면서 이런 소스는 대체 누가 만들어낸 걸까, 하며 발을 동동 굴렀던 적이 있다. 위에는 땅콩 가루도 담뿍 흩뿌려진 따끈따끈한 악마의 메뉴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 역시도 양념을 손에 묻히기가 싫어져 후라이드치킨(언제고 '프라이드'라 부르는 우를 범할 수는 없겠다)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이제는 양념소스를 따로 갖춘 메뉴들이 자리를 잡았다. 파를 올리는가하면 기존의 달착지근한 양념이 아니라 새로 개발된 요상한 소스도 있고, '강정'이나 '순살'로 변신하기도 했다. 저자에 의하면 요즘 후라이드라 부르는 어지간한 치킨은 '크리스피 치킨'이란다ㅡ 바삭함을 뜻한다고. 그러면서 90년대 초반 KFC에서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BBQ, BHC, 치킨시장의 새로운 강자 네네치킨(튀김옷이 과하지 않은 것이 포인트)으로 이어지는 애통의 역사 ㅡ '치맥' 개념의 등장까지 ㅡ 를 설파한다. 이른바 '통큰치킨'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나는 거기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물론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기다란 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뻣뻣하게 기다려 손에 넣었을 때 이것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며 자위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값싼 것이라도 우리가 거실의 다 헤진 가죽 소파에 앉아 전화번호 두드려가며 시켜 먹던 그 맛도 아닌데다가 ㅡ 통큰치킨은 그 자체가 일종의 '보급형'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ㅡ 그간 익숙해져 있던 '배달 치킨'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소상공인과 소비자, 소위 상도덕, 극에 달한 치킨업계의 경쟁에 있어 이례적인 대동단결의 결과 통큰치킨은 곧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당시 인터넷상에서는 '통큰치킨 장례식'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인 김수영의 양계(養鷄) 경험까지 들쑤신 이 책은 어쨌거나 치킨의 역사를ㅡ 양계농민, 프랜차이즈 치킨점, 예비 창업자에 이르기까지를, 현재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벌어질 애환을 섞어 다채롭고도 씁쓸하게 다룬다. 치킨은 지금, 야구장에서 맥주 캔으로 탑을 쌓아가며 소비된다. 혹은 각 가정에서ㅡ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기분이 나쁘니까 전화통을 붙들고 치킨을 주문한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치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치킨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치킨을 먹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누가 만들고 누가 키우는가 하는 문제, 우리가 야식이라는 이름 아래 곧잘 접하게 되는 치킨이 누군가에게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바로 그 문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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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광기 - 왜 예루살렘이 문제인가?
제임스 캐럴 지음, 박경선 옮김 / 동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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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루살렘에,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 열병(熱病)의 땅에 히친스(『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읽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광기 충만한 언덕 위의 도시― 아랍인의 함락,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의 대학살, 여러 차례에 걸친 십자군 원정, 밸푸어 선언에 이은 첨예한 마찰,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양분과 재점령, 2차 대전 이후 다시 세워진 이스라엘과 갈 곳 잃은 유대인들,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분쟁,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의 슬픔이 집약된 통곡의 벽……. 예루살렘의 대표적 유적지 중 하나는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성묘 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라고 한다. 예수가 안장되었던 묘지에 세워진 것으로 ‘십자가의 길’의 제10지점부터 제14지점까지가 이 교회 안에 위치한다고(1~9지점은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걸었던 곳). 다시 말해 성묘 교회는 골고다 언덕 위에 있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맞이한 뒤 안장된 묘지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은 너나없이 묘지에 입을 맞추고 언덕에 오른다. 그런데 심지어 이 교회를 여러 종파가 나누어 관리하고 있단다. 옛 골고다 언덕과 중앙 예배당은 로마 가톨릭교에서,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또 다른 기념 묘지는 콥트 교파에서, 또 다른 주요 장소들은 그리스 정교회에서― 교회의 열쇠는 이슬람 측이 가지고 있다. 교회 하나마저도 이렇듯 나뉘어 있으니 솔로몬이라고 어찌 판결을 내릴 것이며 나머지 것들은 어떻게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것이 공중으로 붕 떠버린 도시에 닿기 위해 사람들은 이 땅뙈기(라 지칭해 미안하지만)를 서로 제 것이라 하고 있다.




이스라엘인-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무슬림이라는 두 경우 모두 각기 상대의 파멸을 종말의 전제로 삼음으로써, 깊이 가라앉아 있던 묵시종말론적 기류가 표면으로 떠올랐다 (...) 영토 때문에 시작된 전쟁은 우주를 놓고 벌이는, 영원히 해소될 수 없는 자기최면적 전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 그러므로 우리의 주제는 종교 이상이기도 하고 이하이기도 하다.


ㅡp.498~499




어디 종교적 상징성의 측면이 이것뿐일까. 이스라엘의 종교에 있어 어머니의 도시이자, 유대교의 ‘통곡의 벽’ 이후 약속의 땅으로, 또 그리스교에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땅이다. 고대부터 중세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기를 머금은 자들이 숱하게도 혀를 날름거렸던 바로 그곳이다. 『예루살렘 광기』는 이 ‘종교적 폭력의 본거지’를 철저하게 궤를 같이한 (종교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고(이 많은 것들을 어찌 다 말할까) 또 이러한 색채를 띤 이야기를 거치지 않으면 예루살렘에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한다. 자,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다윗이 정복해 수도로 삼았지만 이후 나라 자체가 두 개로 갈라졌다. 그러나 훗날 그리스인들이 예루살렘 일대를 재정복하고 유대교에 그리스 문화를 접목시켰지만 유대인들에 저항에 의해 재차 그들의 도시가 되었고, 거듭 로마의 헤롯이 왕의 자리에 오른다. 성전에 발을 들인 예수는 예루살렘을 두고 ‘선지자들을 돌로 죽인 도시’라 한탄하고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다. 그리고 예수 사후 반란을 진압한 로마의 성전 파괴, 3세기 후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이 세운 교회(여기에 ‘십자가의 길’이 속해 있다)까지― 지상에 존재하는 예루살렘과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천상의 예루살렘 중 어떤 것이 그 실체일까? 저 옛날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세계의 중심으로 그려 넣었던 지도는 존중의 의미일까 아니면 정복의 야심일까? 나아가 오늘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는 돌아온 탕아들의 다툼으로만 봐야 할까?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으며 「마이크 타이슨이 아기를 두들겨 팬 뒤 ‘이 아이가 나에게 침을 뱉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일컬어지는 가자지구 폭격은 어떤 종교적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을까? 캐럴의 집요한 추적은 『예루살렘 광기』로 만들어져 종교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종교가 아닌, 광기 어린 폭력의 역사를 발견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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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마피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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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열린 브라질 월드컵을 필두로 각각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국에 선정된 러시아와 카타르, 또 얼마 전 불거진 가나축구협회의 승부조작 모의까지. 못된 습벽은 끝이 나질 않는다. 월드컵은 가죽 공 하나를 두고 펼쳐지는 지상 최대의 비즈니스임에 틀림없으며 동시에 헤아리기도 힘든 거래와 뒷돈이 오가는 복마전이다. 책에서 키스트너는 국제축구연맹 FIFA의 회장 제프 블라터(Sepp Blatter)를 ‘작은 덩치의 축구 카이사르’로 깎아내리는데, 그에 의하면 FIFA 수뇌부는 늘 개최국이 마지막 4강에 들도록 일을 꾸며왔다. 대회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돈벌이에도 좋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개최국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예는 극미하다(수십조 원의 세금으로 지은 경기장들에서 외국 팀들만 경기를 벌인다는 게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FIFA가 이와 같은 일을 꾸미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그러고도 남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에 어떤 나라가 올라갔는지를 보라. 나는 당시 한국 팀이 꽤 잘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꺾고 준결승에 안착했다는 것에는 다소 수상쩍은 기운을 느끼고 있다. 특히 당시에 한국과 이탈리아가 16강전에서 맞붙었고, 심판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진 이탈리아 선수 토티(Francesco Totti)의 할리우드 액션을 문제 삼아 그를 퇴장시켰다. 이 에콰도르 심판 비론 모레노(Byron Moreno)는 뒷돈을 챙기는가하면 조직범죄로부터 매수를 당하고 또 헤로인 밀반입으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부터다. 당시 한국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몽준은 블라터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데다가 대통령 출마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블라터는 이후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을 맡기로 했던 심판을 스위스 사람(중립과 공정성을 위해?) 우르스 마이어(Urs Meier)로 교체해버렸다. 자, 그 심판은 스위스 국적이었지만 좀 더 파고 들어가면 독일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블라터의 국적은 스위스다.




월드컵만 열렸다 하면 수십억의 인구가 경기에 넋을 잃는다. 아무리 경영을 엉망으로 해놓고 돈을 빼돌려도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뭐 하러 신경을 쓸까? 새 돈다발이 끊임없이 금고에 착착 쌓이는 마당에. 그리고 거기서 블라터가 얼마를 주물러대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뭔가 골치 아픈 일이 생겨나면 유명한 스타 변호사들이 버팀목 노릇을 해준다. 돈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사회는 축구공이 구르는 한, 이 모든 일에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정계와 재계의 엘리트는 이미 돈 냄새를 맡고 불나방처럼 날아든다.


― p.257




본격적인 이야기는 스포츠 스폰서업계로 시작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아디다스(Adidas)다― 다슬러 가문의 아돌프(Adolf Dassler)와 루돌프(Rudolf) 형제는 서로 아디다스와 푸마(Puma)를 창업해 죽을 때까지 원수가 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게임(전설)의 시작은 아돌프의 아들 호르스트 다슬러(Horst)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지사를 지어 훗날 그 자신이 진정한 주인이 된 호르스트의 스포츠제국은 세계 최대의 수영용품 제조업체 아레나(Arena)를 세웠고 미국의 포니(Pony), 프랑스의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 등의 지분을 사들이며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는 각종 협회의 입원과 걸출한 선수들의 정보를 모아 ― 체중, 신체 사이즈, 좋아하는 여성 타입 등 시시콜콜한 것 모두 다! ― 관리했는데(키스트너는 이를 두고 ‘운동화 CIA’라 부르기도), 때로는 그의 경쟁사 푸마와도 종종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1966년 월드컵 결승전에 나서게 된 두 명의 잉글랜드 선수는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몸을 풀다가 곧 화장실로 가서 푸마 제품으로 갈아 신고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1만 마르크를 챙겼다). 승승장구하던 다슬러는 이제 스포츠 자체를 거래품목으로 만들어버렸고 각종 스포츠연맹은 하나둘씩 면세특권을 누릴 수 있는 스위스로 자리를 옮겼으며 ― 스위스는 스포츠(돈) 천국이며 세금 오아시스이자 에덴동산이다. 또한 언젠가 블라터가 교통사고를 내자 경찰들은 그의 자동차 번호판을 떼어내는 VIP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 임원들은 방송 중계권과 광고권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앙 아벨란제(João Havelange)와 뒤를 이은 블라터를 비롯한 미래의 FIFA의 회장과 임원들은 각종 비리를 저질러왔고 앞으로도 끊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블라터는 자신들을 패밀리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들을 ‘패거리’란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추악한 뒷거래의 신호탄이라 보아도 무방한 일은 1981년에 벌어졌다. 다슬러는 강직한 FIFA 사무총장 헬무트 케저(Helmut Käser) 대신 블라터를 키우고자 했고, 결국 당시 회장이었던 아벨란제는 사무총장을 내치고는 블라터를 앉혔다― ‘지옥의 트리오’ 완성이다. 이것으로 끝난 것인가? 아니다. 블라터는 자신의 재혼 상대로 케저의 딸을 골랐다(훗날 그는 그의 유일한 딸의 친구와 세 번째로 결혼했다가 금세 헤어지기도 했다).




모든 월드컵 개최 후보 국가는 이른바 ‘지원서’라는 두툼한 책자를 제출한다. 여기에는 대회를 개최할 경우 어떤 특정한 법적 권리의 행사를 포기한다는 보증 목록이 들어간다 (...) 예를 들어 보증 목록에 등장하는 다섯 번째 항목은 개최국이 FIFA 패밀리에게 특별한 환율 규정을 보장해주도록 강제한다. 다시 말해 개최국 정부는 <모든 외국 통화를 들여오거나 갖고 나가는 데 그 어떤 제한도 받지 않으며, 이 통화를 달러나 유로 혹은 프랑으로 무한정 교환할 수 있게> 보장해주어야만 한다.


― p.362 (이건 돈세탁이 아닌가!)




①참가국 숫자가 16에서 24로, 다시 32로 늘어나면서 더 많은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 참가하게 되었다. ②신용카드회사 마스터카드와 비자(물론 둘의 한가운데에는 FIFA가 있다) 사이에서의 이중계약은 FIFA 로고에서 두 개의 축구공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③축구를 둘러싼 여러 사업, 각 위원의 조국에 돈을 제공하는 각종 프로젝트, 마케팅 라이선스, 여행사와의 월드컵 티켓 거래, 그리고 개최국 선정이 FIFA의 든든한 돈줄이다. ④블라터는 2006년 월드컵이 자신이 원했던 남아공이 아닌 독일로 돌아가자 소위 로테이션 시스템이란 것을 만들어 대륙을 돌아가며 개최하자고 했지만 그만큼 경쟁이 떨어지니 수익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을 동시에 선정하기로 했다. 열 개가 넘는 나라가 두 번의 월드컵을 놓고 다투는 것은 FIFA의 돈주머니를 채워줄 것이 아닌가(하지만 축구공은 언제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했으므로, 블라터는 곧 불안정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폐기해버렸다). ⑤2002 월드컵 개최국 선정 당시 아벨란제는 일본의 단독 개최를 지지했지만 정몽준은 아벨란제의 사위 히카르두 테이셰이라(Ricardo Teixeira)를 공략했다. 브라질축구협회 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 FIFA위원으로도 활동한 테이셰이라는 결국 자신의 친구와 함께 현대 자동차의 브라질 영업권을 따냈다. ⑥월드컵 개최국 선정 투표가 있기 여드레 전인 2000년 어느 날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판처파우스트(Panzerfaust,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공급하기로 결정했고 나중에 사우디 왕족의 일원인 FIFA위원 압둘라 알다발(Abdullah Al-Dabal)은 독일에 표를 던졌다. 또 한국의 정몽준도 독일을 지지했는데,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 크라이슬러(Daimler Chrysler)는 한국의 현대 자동차에 약 8억 마르크의 자본투자를 약속했다.





……정말 FIFA가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는 돈인 걸까? 『피파 마피아』를 읽어 보면 위에 적힌 것들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아주 미세한 먼지처럼 보일 것이다(앞에서 2018년과 2022년의 개최국 선정에 대해 단순히 로테이션 시스템이라고만 언급했으나 러시아와 카타르 그리고 FIFA의 더러운 뒷거래는 추악하기 그지없다). FIFA는 공익단체로 구성되었지만 그 조직원들의 급여는 일반 기업처럼 지급된다. (키스트너의 표현대로) 그들이 저지르는 비열한 반칙은 거칠기로 유명한 축구선수라 할지라도 새파랗게 질릴 정도이고, 감시와 감독을 해야 할 당국은 외려 그들과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이래도 월드컵이 공 하나로 빚어내는 세계인의 축제와 감동인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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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마니아>

너무나도 만연해져 이제는 흔한 것이 되어버린 레트로 문화를 파헤쳤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버린 것들에 대한 추억이랄까, 레트로와 모더니즘의 전환에 선 순간을 포착한 책.



<악마 백과사전>
러셀의 <악의 역사>가 방대함을 자랑했다면 이 책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백과사전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차이점이다. <신 백과사전>과 함께 출간된 양극단의 파편들.



<세기말 빈>
빈의 문학, 미술, 음악 분야에서의 결정적인 변혁기를 담은 책. 설명이 필요할까? 무려 '빈'이다. 빈!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정말 오랜만에 나온 개정판. 현대 일본 최후의 사상가로 불리는 후지따 쇼오조오의 글을 모았다. 20세기가 낳은 전체주의의 영향 아래 지내왔던 시대를 이야기한다.



<증보 교감완역 난중일기>
충무공에 관한 영화도 개봉된 이때, 참으로 마침맞게 난중일기 완역본이 나왔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초고는 전편이 초서로 되어 있어 후대에 해독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 초고본과 이본을 비교 검토하고 오류를 바로잡아 교감 완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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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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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들에겐 편의점이 있고 포르노가 있으며 시간도 있다. 남녀평등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남자는 제 손으로 밥해 먹기를 끔찍이도 싫어하고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 또한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문명의 이기, 편의점이 있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 따위 개나 줘 버리라는 식으로 연애만을 꾀하거나 기꺼이 상품이 되어주겠다는 여자 연예인을 안주로 삼아 고집을 부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겐 포르노와 케이블 채널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완전히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부모를 부양하거나 혹은 남에게 의탁하면서? 조카들의 재롱만을 추구하며 이따금씩 피붙이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면서? 때로 ‘친구’와 ‘지인’을 구분해놓고 시간을 쪼개가며 어정쩡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런데 희한 것이 있다. 처음 보는 미지의 사람과 맞대면한 채 담배를 뻑뻑 피우는 흡연구역에서,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서로의 맨살을 구경하며 트림을 해대는 사우나에서, 신랄하게 정치판을 풍자하는 아나운서와 평론가들이 등장한 대형 텔레비전이 설치된 대합실에서― 그들은 서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꺼내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시작하곤 한다. 그런가하면 직장과 가족 이외의 인간관계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은 물론이거니와 (여성 화장품을 사용하고)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던 꽃꽂이나 뜨개질을 하는 수컷들이 생겨나고 있는 지금,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나 우연찮게 술집에서 안면을 튼 사장 혹은 단골들과의 제2, 제3의 인간관계가 시작되기도 한다― 남자들이란 언제든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모양이다. 독신이란 것은 자신의 소득을 스스로 관리하며 소비하는 데 있어 얽매임이 없기도 하지만 심한 감기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온전히 혼자만의 몫이란 것을 감당해야 한다. 그들은 집 안 구석구석을 자신의 동선에 맞게 바꾸어놓는 자유를 누릴 수는 있지만 결혼한 친구들의 아이를 바라보며 가정이 생긴 이후의 예전 같지 않은 그의 배려를 통감해야 한다. 자, 그러면 연애를 해 볼까? 그는 어찌어찌 주파수가 맞는 처녀를 만났다. 연애의 장점을 과감히 버리고 들어가 보자면, 가장 먼저 깨지는 것은 그의 익숙했던 생활 패턴이다. 그는 그녀와 함께 출근하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는 불편함을 감수할 때도 있을 것이고, 내키지 않는 정열을 쏟으며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며, 이 모든 것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관계를 이어갔더라도 정작 작별의 순간이 닥쳤을 땐 잠깐이나마 독신을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꾸었던 것을 잊어야만 할 것이다(여기에 빗대어 섹스 파트너의 중요성을 외치는 것은 너무 일면만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 공동 구성원이 되는 셰어하우스는 어떨까. 개인들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한편 싱글 라이프의 단점은 상쇄시켜 일종의 정신적 빈곤을 해결해주는 주거 방식. 문제는 함께 지내는 공동 주거인들끼리의 정서적 유대를 깨뜨리는 다툼이 일어나면 그들은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품의 구매, 비용, 세탁과 청소 등의 역할 분배, 활동하는 시간대의 차이, 소음, 입주자를 찾아오는 방문객(이 상태에서 누군가의 애인이 찾아와 공동 주거인들의 눈을 피해 섹스를 하려 한다면?). 물론 독신의 형태가 이러한 사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혼 뒤 혼자가 되거나 사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홀로 살아가는 생활 형태에 놓인 남성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직면해야 하는 것들이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면 질병이 찾아오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가 아니라 그의 부모가 먼저일 터다. 제 몸 추스르기도 벅찬 나이가 된 그는 부모의 간병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정년을 맞아 퇴직하기 이전에 대책을 세워놓아야 하며 사회적 인간관계 역시 자신의 직함이 없을 때의 경우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젊을 때의 독신과 인생의 오후에 놓인 독신은 전혀 다른 것이다. 팔팔한 청춘이 반드시 낭만적인 것은 아니듯 노후에 놓인 남성이 낭만만을 논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낭만적일 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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