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레 씨, 홀로 죽다 매그레 시리즈 2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그래 컬렉션> 그 두 번째 작품, 『갈레 씨, 홀로 죽다Monsieur Gallet, décédé』. 제1권인 『수상한 라트비아인』과 비교한다면 일단 트릭이라고 할 만한 것이 등장한다. 뭐 그렇게 기발하다거나, 기존 추리소설에서 봐왔던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읽어보면 금세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작 트릭이 아니라 무척이나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무장한 서사일 거다 ㅡ 이런 식으로 글을 쓴다면 분명 바지 앞단에 수북이 쌓이는 담뱃재의 처치 곤란함이 문제다. 게다가 에밀 갈레의 살인사건 수사를 위해 상세르를 방문한 매그레는, 갈레의 죽음과 실제 삶에 얽힌 두 가지 수수께끼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했고. 가진 거라곤 달랑 이름 하나에, ㅡ 사실 이게 중요하다! ㅡ 가족에게 멸시받으면서도 30만 프랑을 남겼고, 어디에서도 안식할 수 없었으며, 축구를 좋아했으나, 결국 피 칠갑이 되어 홀로 죽은 갈레 씨! 그가 오른뺨에 붉게 물든 피를 닦지도 않은 채 기다려야했던 총성.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다는 건 이웃이 무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즉 자신과 똑같은 열등감, 악덕, 유혹을 느끼는지 알기 위해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는 심농의 말은, 갈레 씨를 홀로 죽게 했을지는 몰라도, 편히 죽게 하지는 못한 이유일 것이다. 너무나도 평화스럽고 안온한 것은, 어쩌면 우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폴리앵에 지다 매그레 시리즈 3
조르주 심농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폴리앵에 지다Le Pendu de Saint-Pholien』. 200페이지 남짓한, 그래서 순식간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끝나고 마는, <매그레 컬렉션>의 세 번째 작품. 그러나 도입부에서, 앞선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만은 알아챌 수 있다. 순전히 우연에서 발단한 ㅡ 물론 그 우연이 수상함이라는 것과 매듭지어져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그 우연이라는 게,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표출되기도 하지만, 그 우연이, 내 이웃, 혹은 내 속에서 이상한 기운이 꿈틀댈 때 솟는, 그런 감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우연이 아니게 된다. 결코 쓸 일이 없을 것 같던 칼날은 비틀비틀, 절대 아물 수 없는 상처는 가닐가닐. 그래서, 누군가는 죽고, 죽인 자는 발 뻗고 잠을 못 잔다. 순전히 무겁게 짓누르는 분위기와,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사람들로 인해, 생폴리앵에서 지고 만 자의 정체가 드러난다. 무의식적으로 물에 떠밀고, 무의식적으로 사람에게 달려들고, 그렇게 과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일이었다.>로 시작하듯,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악행을 저지른다, 자신도 모르게.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우리가 어떤 일이 악행인 줄 알면서 자발적으로 그 일을 저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만일 악행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무지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그런데 그 무지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도 용납될 수 있을까?

 

 


사람 죽일 때요… 제정신이 아니겠죠.
그러니까… 죽이겠죠?
죽이는 순간에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짧은 순간에 제정신을 차릴 순 없겠죠……?
그러면 정말 그건 순간의 죄일 테죠?

ㅡ 장진, 『장진 희곡집』, 열음사, 2008
 

 



「열린책들에서는 한 작가나 사상가의 저작을 출간하기로 결정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 주는 기획, 설혹 그것이 그 작가의 졸작이나 숨기고 싶은 작품일지라도 모두 다 보여 주는 기획을 한다.」 홍지웅 사장이 쓴 일기의 한 구절이다(『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열린책들, 2009). 물론, 조르주 심농도 이렇게 선언한 바 있다. 「나는 내 작품의 대부분, 예를 들어 매그레 컬렉션 전체를 출간한다는 조건으로만 번역권을 준다.」(『Buzzbook vol.2 조르주 심농』, 열린책들, 2011) ……그래도 그렇지 75권이다. 하지만 작품이 거듭될수록, 금단이랄까, 중독이랄까, 뭐 이런 느낌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남은 자의 아픔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의 시집
프리모 레비 지음, 이산하 엮음 / 노마드북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청년시절 파시즘에 저항하는 이탈리아 레지스탕스 운동과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돼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프리모 레비. 그곳에서 그는 새벽마다 <브스타바치Wstawac!>란 단어 ㅡ <기상>을 뜻하는 폴란드어로 나치가 독일어 대신 즐겨 사용했다 ㅡ 를 들어야만 했다. 명징한 낱말이나 아름다운 은유는 모두 배제되고, 현실감 있는 어구로써 인간의 안락함과 고통과 붉은 피를 노래하기에, 레비의 시는 우리에게 아우슈비츠 철조망의 전기충격을 오롯이 데리고 온다. 

 

왼쪽팔뚝엔 174517번이라는 이름이 새겨지고, 삭발당하고, 구타당하고, 채찍으로 얻어맞았다. 이게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일상이다. 그러나 위협을 가하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안락함을 알고 있는 우리 또한 <괴물>이나 다름없다. 그의 시는 고통의 잔상을 서늘하게 전해주며 타인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즉 살아남은 자들의 악마와도 같은 무신경함을 질책한다. 

 

살점 하나 없이 완벽하게 사라져버린 어린 히로시마의 소녀(「아우슈비츠의 소녀」)를 보고,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바로 죽는다는 용설란이 되어 <난 내일 죽음과의 약속을 지킬 거다!>라고 외치고(「용설란」), 밤마다 악몽을 꾸며 먼저 간 동료들에게 애절한 목소리로 잠꼬대를 하며(「살아남은 자의 아픔」) 그 아픔과 슬픔을 역설한 프리모 레비. 그의 시 「그 시절」에서 <함께 걸을 수 있기를 꿈꿨던 / 그 시절의 치열함을 / 난 죽을 때까지 기록하고 싶다>고 했던 그는, 결국 1987년 4월 11일 투신자살 직전에 그 자신의 말대로 유서 대신 「인생연감」이란 작품을 남겼다.

 

 

「인생연감」
ㅡ 프리모 레비


무심한 강물은 하염없이 돌지만 결국은 바다로 흘러가고
거대한 빙하는 표류하면서도 끊임없이 정착을 하려다가
한순간에 미끄러져 어린 생명의 숲들을 지우기도 한다.
바다는 풍요로울수록 더욱 탐욕을 내며 싸우고
태양과 별과 행성들은 언제나처럼 자기궤도를 유지하며
지구별 역시 정교한 우주의 이치대로 돌고 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아니다.
반란의 씨앗에다 지능까지 높다는 그 멍청한 인간들은
항상 불안하고 탐욕스런 나머지 마구 짓밟고 파괴해왔다.
조만간 울창한 아마존 숲과 삶이 꿈틀거리는 이 세상
그리고 마지막엔 따뜻한 인간들의 가슴까지
모조리 황폐한 사막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쉬러 나가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인 태도라며 한결같이 인간이 만든 것들에 대한 경이로운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그의 숨은 걸작 『숨 쉬러 나가다Coming up for air』에서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한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라고(p.311). 실제로 오웰은 장신에다가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서는 뚱보 조지 볼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라 불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보험영업사원인 조지 볼링은 우연히 생긴 17파운드를 가지고 아내 모르게 시가를 사는 동시에 20년 전 떠나온 고향으로의 일탈(말이 조금 이상하지만)을 감행한다. 여섯 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낚았던 물고기, 청소년기에 읽었던 1페니짜리 소년 주간지와 소설들, 전쟁 통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라진 고향과 역시나 어릴 적 좋아했지만 지금은 뚱뚱하고 추한 할망구로 변해버린 엘시. 모든 것은 <현대>에 의해 변해버렸다. 물론 성장도 했을 것이다 ㅡ 성장 없이 추해지기만 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러나 그 성장이라는 것에 반비례해 현대는 과거의 감각을 앗아갔으며 낯섦과 불안만을 남겨놓았다. 결국 어딜 가나 대규모 주택단지와 공업타운만이 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조지 볼링의 친구 포티어스가 한 말이 실감난다. 「이 친구야!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네.」(p.226) ㅡ 현대에 남겨진 사십대 남편이자 아빠인 조지 볼링이 불현듯 2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이 슬픈 오디세이는 간결한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 생각이 딱 떠오른 건 새 틀니를 하던 날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의 함정 - 가질수록 행복은 왜 줄어드는가
리처드 레이어드 지음, 정은아 옮김, 이정전 해제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몇 달 전 TV 프로그램에서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질문에 사람들이 답한 내용 중 가장 많았던 것은 돈. 가족과 친구라고 답변한 것을 모두 합쳐도 돈(40.6%)에 못 미쳤다. 귀농한 뒤 농사를 지으면서 이따금씩 변호사 일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 내용은 대강 이랬다. 「물질 만능주의, 주변에서 다 돈, 공부 같은 것 남들한테 자꾸 보여주고 과시하는…… 주변 동료 보면 진짜 행복해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열에 한둘이나 될까…… 사람들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행복해 보이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아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면 내면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무도 최대의 행복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분 단위로 계산하지는 않을 것이다(p.285). 그러나 내가 보기엔, 집 밖 어딘가에 행복을 파는 가게가 있다면 어떤 누군가는 돈을 내고라고 그 행복을 사려고 할 것만 같다.

 


누군가 더 큰 자동차를 가졌다고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대부분 소형차를 몰 때는 자신의 차에 별 불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좋은 차를 몰기 시작하면 자신도 좋은 차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처음 좋은 차를 몰기 시작한 사람은 정말 좋은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은 차를 갖게 되면 정말 좋았던 기분은 사라지고
이제 사람들이 모두 소형차를 가졌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분을 느낀다.

ㅡ 본문 p.76

 


진옥섭 전통예술 연출가는 어떤 인터뷰에서 자신의 서재를 고물상으로 비유하며 <고물상에는 온갖 것들이 모여 있는데 구색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그 고물상에 갔을 때의 기대감과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책『행복의 함정』과는 조금 동떨어져 보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오롯이 행복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추적한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돌아가면, 우리는(물론 나를 포함시킨) 돈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동시에 반대로 그것을 너무나 떠받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서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온갖 순위표를 만들어 머리통을 싸매 쥐고 고민한다. 그래서 끝에는, 내적 보상보다는 외적인 보상에 목말라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요컨대 가질수록 행복이 줄어든다면 그건 이미 행복이 아닐 거다. <인생은 딱 한 번뿐이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한 번 뿐이기에 가치있는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여기는 게 낫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