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함을 무릅쓰고 쓴 나의 실패기 -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함정
이상민.전한길 지음 / 타임비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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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beck)의 『Mellow Gold』 앨범을 살피던 중 첫 번째 트랙 「Loser」가 눈에 들어온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쓴 나의 실패기』를 옆에 두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 ㅡ 뭐, 누구나 그러겠지만 ㅡ 이 말이 떠오른다. 

 

경험 많다 자랑 말라, 한낱 실수들의 총합인 것을. 

 

<인생의 오답노트>라 칭하는 저자의 이 책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게다가 이런 오답을 마킹할 수가 있나, 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들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오답들은 대체 뭔가. 정답에서 빗나갔을 때에만 그것이 오답인 것을, 내가 실수한 것을 알 수 있지 않나.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값싼 조언이 아니어서, 그래서 나는 더 반갑다. 특히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정신, 무모한 희망이라는 밑 빠진 독에 계속해서 물을 부어대는 것으로부터 빨리 포기하고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대목은 여러 번 이야기해도 지나치기 쉽다. 나도 평소에 그런 때가 많으니까. 그때 미련 없이 손을 뗐다면……하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늦었다. 코미디언 박명수가 말하지 않았던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거다.」라고! 본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프란츠 파농의 말도 농밀하다. 「다리를 건설하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질적으로 높지 못하다면 그 다리는 차라리 짓지 않는 게 낫다. 필연적으로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용을 늘어놓을 수는 없으나, 일 년에 수억을 버는 소위 스타강사가 2년 만에 10억이라는 빚만 고스란히 안았다면 세간의 눈으로 보기엔 필시,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실패>한 거나 다름없으며 그렇기에 자연스레 이 책의 제목에는 <실패기>란 텍스트가 들어있다. 하지만 먼저 그 창피함을 무릅쓰고라도 이 책을 써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면 이것이 바로 인생의, 실패의, 좌절의 오답노트이기 때문일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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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5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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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11) 읽은 어느 기사에는 두 소설을 비교하여 전개시킨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런 식이었다. ‘폴 오스터가 쓴 『뉴욕 3부작』은 한 인물에게서 여러 인물이 겹치는 과정에서 자기를 찾는 구도가 보인다면, 제임스 미치너(『소설』)는 작가 자신을 네 명의 등장인물로 나눈 셈이다.’ 공공 도서관 사서가 어린 셜리 ㅡ 이본 마멜 ㅡ 에게 해준 말은 더욱 농밀하다. 「(…) 그게 바로 소설이란다. 서로의 꿈을 교환하는 것…….」 이 작품은 나에게 부적과도 같은 것인데 연유는 이러하다. 일본에 있을 때 카미야(神谷)라는 오십 줄의 양반과 경마장엘 간 적이 있다. 그가 내게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산 빗나간 마권을 지갑에 가지고 있으면 교통사고를 막아주는 부적이 되는 거야.」 그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2008년 11월 29일’ 날짜가 찍힌 그 마권을 지니고 있다 ㅡ 그리고 마권의 존재 이전과 이후 교통사고를 당한 적은 없다. 미치너의 『소설』도 우연찮게 2008년에 구입하게 되었는데(2006년에 인쇄된 것이지만) 이후 번지르르한 고층건물의 회전문에 끼이거나 의자 모서리에 팔꿈치를 찧어 전기충격을 당하는 일로부터 막아줌과 동시에, 이 책은 그것이 주는 인간의 입장과 가치관, 세계관, 이야기(說)의 공정과정과 탄생의 충분조건으로 인해 나를 ‘왜 쓰는가’에 대한 맹렬한 공격에서 지켜주는 부적이 되었다. 

달리 말하면 나는 이 작품에게서 상당한 모험심을 요구받았다. 제1의 과제는 책의 활자가 펜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듬어져야 하는 일련의 은밀한 주조과정을 엿볼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고, 제2의 과제는 ‘왜 읽는가’와 ‘무엇을(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ㅡ ‘왜 쓰는가’에 대한 것은 노코멘트. 그러므로 당최 이 책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윌리 넬슨이 ‘만약 여자가 섹스라는 덫으로 남자를 잡으려고 한다면 그녀는 매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작용력은 영원히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듯 소설이라는 예술이 인간의 본능을 잡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서 소설의 영원성을 본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출근길 전철 안 덤덤한 사람들의 빳빳하게 발라진 무스와도 같은, 이등변삼각형을 지탱하는 밑변 같은 것이었다 ㅡ 그렇기에 작가에겐 발명가라기보다 ‘발견자’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스트라이버트의 『텅 빈 물탱크』처럼 자신만만하게 뒷짐을 지지만 내밀한 조바심이 이는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영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에서 레드(모건 프리먼)은 지질학을 시간과 압력의 연구라 했다. 내가 보기에 소설도 다르지 않다. 단 똘레랑스라는 필수요소가 추가되어야 하겠지만……. 『소설』이 잘 쓰인 작품이라는 것은 페이지가 중첩될수록 분명해지는데, 특히 티모시의 죽음 이후 만들어지는 유작에서 모두가 하나의 편집자가 된다는 점과, 독자인 제인 갈런드의 독서에 대한 세계관(내지는 가치관)의 변화 ㅡ 정말이지 놀랄만한 포착 ㅡ 이다! 

이 책은 네 가지 포지션을 균형 있게 둠으로써 ‘관계’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으며 매끄러운 은(직)유를 통해 무척이나 쉽게 소설에 다가갈 수 있게 했다. 

———— 

[사족] 오자가 몇 군데 보이긴 했는데 그것들은 그렇다 치고, 앞날개와 뒷면의 연보에는 1903년에 태어나 1997년에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잘못)나와 있다 ㅡ 그는 1903년보다 적어도 4년은 늦게 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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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영원으로 - 상 - Mr. Know 세계문학 57 Mr. Know 세계문학 57
제임스 존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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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대 블루스」 

월요일에 제대비를 받았지, 난 이제 더 이상 땅개가 아니야.
군에서 너무 많이 돈을 주어 내 호주머니가 빵빵했지.
쓸 돈이 아주 풍부했지, 재입대 블루스.

화요일에 쇠푼을 들고 시내로 나갔어, 더블베드가 놓인 방을 하나 잡았지.
내일은 직장을 잡아야지, 하지만 오늘 밤 너는 죽어 버릴지도 모르잖아.
낭비할 시간이 없어, 재입대 블루스.

수요일에는 바를 순례했지, 내 친구들은 나를 왕좌에 올려놓았지.
중국계 혼혈 여자 애를 하나 만났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고 하더군.
내가 그년을 때렸나? 재입대 블루스!

목요일에 잠을 깨보니 머리가 깨지는 것처럼 아프더군.
내 바지의 호주머니를 뒤져 보니, 돈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없더군.
그년이 내 머리를 홱 돌게 했어, 재입대 블루스.

금요일에 바를 다시 찾아가서 공짜 맥주를 한 잔 청했어.
내 친구들은 모두 사라졌어, 술집 점원이 말하더군, 꺼져, 이 병신!
내가 그다음에 어떻게 나왔겠나, 재입대 블루스.

토요일엔 차가운 영창에 갔지, 벤치 위에 서서 창살 밖을 내다보았어.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더군, 그들은 모두 행복하게 외출 중이었어.
이젠 내가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었어, 재입대 블루스.

일요일엔 공원에서 잠을 잤지, 사람들이 모두 교회에 가더군.
배는 텅 비어서 고프고, 난 아주 더러운 상황에 놓였지.
땅개는 교회의신자석도 없어, 재입대 블루스.

그래서 월요일엔 재입대를 한 거야, 약간 슬프고 속이 울렁거리더군.
나의 멋진 계획과 풍부한 돈은 계집의 사타구니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
사내들은 언제나 지는 것 같아, 재입대 블루스.

그러니 내 한마디 하겠네, 단기 근무자들아, 이 똥통에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아예 죽어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30년쟁이거나 둘 중 하나야.
재입대 심사위원들은 나를 우울하게 해, 재입대 블루스.
 

 

 

……노랫말대로 되었다, 켄터키 주 할란 출신의 로버트 E. 리 프리윗의 재입대를 담당한 심사위원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는 평생 30년쟁이(thirty-year man: 장기 복무를 하게 될 사병을 이르는 속어)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빌어먹을 인생의 똥통 리스트에 올라 톰슨 기관총의 윙크를 받았으므로. 그가 죽은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그 없는 스코필드 부대는 그래도 돌아갔고 앞으로도 잘 돌아갈 것이다. 그자들 ㅡ 세상이란 시스템(아마도 다자이 오사무는 세상을 인간의 복수형이라 했을 것이다) ㅡ 은 당신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당신의 불알을 잡고 늘어지므로. 

즉 자신의 의지가 기관 단총의 약실 안으로 물러 들어가는 찰나 이미 군번 6915544의 인생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직면하게 되고, ‘이성은 인간이 발견해 낸 가장 훌륭한 도구’라는 샘 슬레이터 준장의 강도 높은 논리와 드잡이를 하고야마는 거다. 쇠고기를 먹는 중산층의 자기 확신, 아메리카의 얼굴들, 불변의 몰개성적 중심, 지상에서 영원까지 고정된 마초이즘 그리고 진주만을 기억하라……. 군대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진부한 대사를 읊지 않더라도 역시 세상은 군대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시스템과 카스트적 계급의 지배를 받고 있는 까닭에,『지상에서 영원으로』는 소년의 제국주의, 간부의 사병의 제국주의를 거쳐 남자와 여자의 제국주의, 인종의 제국주의, 체제의 제국주의로 뻗어간다. 

 

나한테 세상이 왜 그렇게 되어 먹었느냐고 묻지 마. 내가 아는 건 세상이 그렇게 생겼다는 거야.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차지하려면 혹은 획득하려면 그 방법을 잘 알아야 해. 다른 사람들이 그 권리를 어떻게 챙기고 유지하는지 잘 보아 두었다가 그대로 따라 해야 돼.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 데 가장 잘 써먹는 방식이 바로 정치야. 그들은 영향력 있는 사람을 친구로 두었다가 필요할 때 그 영향력을 이용하는 거야.

ㅡ 본문 p.289
 

 

프리윗은 상명하복에 도전하고, 워든은 상사의 아내와 동침한다(국내 군부대에서 이 책이 불온 서적이 됐던 전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로써 세력과 세력이 맞붙고 시스템과 시스템이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그 말로는 어떻게 되었나. 블룸은 소총 방아쇠울에 엄지발가락을 넣어 자신의 입을 통해 총성을 들었고, 프리윗은 만료된 SP 카드를 손에 쥔 채 죽어갔다 ㅡ 물론 둘 다 우스꽝스러운 ‘엉덩이를 어깨에(hips on shoulders)’ 자세로 죽은 건 아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도 좋을 일이다. 

군인이란 족속은 변화의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자신의 눈앞에 그리고 피부에 와 닿기 전에는 모른다고 했다. 희한한 것은 이것이 비단 군인만을 위한 찬사는 아니라는 점으로, 체제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모든 인간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프리윗이 「재입대 블루스」의 노랫말만 남긴 채 사라졌듯 우리 역시 우리만의 노래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영원으로』는 여름 카키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잘생기고 날렵한 젊은이의 묘사로 시작해 전쟁이 오래 가지 않아 끝나버려 자신이 참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토로하는 아홉 살 아이의 안타까운 목소리로 끝난다.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보편적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나는 세상을 보고 세상은 나를 본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는 내가 저 사물을 바라본다는 현실보다 저것들이 내 눈을 겨냥하고 있다는 현실이 더욱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현실은 김수영의 시 「孔子의 생활난」의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이란 시구가 말해준다. 그런데 이 시의 결말은,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제임스 존스의 프리윗 역시 ‘죽는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모든 존엄성을 상실한다. 

인간은 죽는다. 그러면(그래도) 세상은 먹고, 배설하고, 섹스하고, 종족을 만들고, 시스템을 창조한다. 따라서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가 피력하듯 ㅡ Here에서 Eternity까지 복종, 착취, 도전, 갈등은 서로 호응하기도 하고 곁눈질하기도 하면서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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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일하는 법 -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을 내편으로 만드는 인간관계 기술
로버트 M. 브램슨 지음, 조성숙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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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에는 높이 348미터, 둘레 9.4킬로미터의 위용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바위가 있다. 바로 에어즈 락(ayers rock)이라고 하는 건데, 사람에게도 그런 부류가 있는 모양이다 ㅡ 에어즈 락이 거대한 장관을 뽐낸다면, 그런 사람은 거대한 산처럼 당최 하는 말이 먹혀 들질 않는. 글쎄, 이 책은 <왜 어떤 사람은 1분도 상대하기 힘든 걸까?>란 카피를 내세움과 동시에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을 내편으로 만드는 인간관계 기술>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여기서 쉽게 알 수 있듯, 비단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이 싫은 게 아니라 사람이 싫다면 그 회사에는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내 자신이 변하는 것보다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은 정말이지 에어즈 락을 옮기는 것처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나와 일하는 <사무실의 적>을 변화시키는 법이 아닌, 그들을 내편으로 만드는 법을 기술한다. 얼마 전 『협상과 흥정의 기술(Never Lose Again)』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단지 이번에는 그 무대가 협상 테이블에서 사무실로 옮겨온 것. 특히 나는 개인적으로 잘난척하는 사람들에게 쫑코(정말 어쩔 수 없이! 속어를 한 번만 쓰겠다)를 한 방 먹이고 싶은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책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풍선>이라 부르면서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없는 자리에서 체면을 살려주는 동시에 은근히 할 말을 하라고 한다. 사실 나는 제3자 앞에서 지독한 망신을 주고 싶은데 말이다 ㅡ 심지어 이 파트의 말미에는 <그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는 것을 이해한다>고까지 적혀 있다! 이런 풍선형을 비롯해 꾸물꾸물형, 독불장군형, 묵묵부답형, 호언장답형, 비관형, 투덜이형, 폭발형……을 총망라해 정리해 놓은 것이 아닌가. 물론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같은 방법을 쓴다면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이 책에게 다른 제목을 붙어주었다. 바로 <에어즈 락 옮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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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펭귄클래식 48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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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된 원인이야 어쨌든 좋다, 그것보다는 빅 브라더가 행하는 일련의 권력유지 방편들이 ㅡ 우라사와 나오키 作『20세기 소년(20世紀少年)』의 우민당(友民黨)과 매한가지가 아닐까 ㅡ 더 중요한 명제로서 작용하니까. 그 중『1984』가 엄청난 정치적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건 분명 ‘언어통제’일 것이다. 언어가 통제됨으로써 의식의 전환 또한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방통행이며 강압적이다. 오웰의 작품이 쥐고 있는 또 하나의 헤게모니는 이 보편성에 기인한다. 자먀찐의『우리들(We)』ㅡ 오웰의 ‘빅 브라더’가 있다면 자먀찐에게는 ‘은혜로운 분’이 있다 ㅡ 이나 헉슬리의『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그리고 오웰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말소하는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자먀찐의 작품이 비판하고 있는 것은 특정 권력 구조라기보다는 인간이 인간을 압살하는 전반적인 제도 그 자체로 봐야 한다. 그에 비해『1984』는 꽤 구체적이다.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를 등장시킴으로써 통제의 공포 자체를 공포화한다. 그리고 자먀찐의 소설에서의 D-503은 오웰의 작품으로 넘어오면서 비로소 ‘사람의 이름(윈스턴)’을 갖게 된다……. 우리는 언제든지 또 하나의 윈스턴이 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언제 윈스턴으로 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위(David Bowie)가 1974년 발매한《Diamond Dogs》는 오웰의『1984』를 모티브로 만든 앨범인데, 수록곡「1984」의 ‘they'll break your pretty cranium and fill it full of air’란 가사가 내일 당장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웰의 소설이 이성과 본능을 허물어버리는 점이란 측면에서 이것은 상당한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자유의 범위는 신축력이 없고 압제의 강도는 역치를 웃돈다. 개인은 영민하지만 집단은 우매하다고 했다. 내가 내 삶을 살 수 없으므로 그것 또한 타당한 말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개인은 무력해지고 질식된다. 인간의 말살과 순응은 이러한 통찰력으로 인해 음울하게 시작해서 음울하게 끝나고 만다. 

 

끝으로, 보위의「1984」는 이렇게 시작한다. ‘someday they won't let you, but now you must ag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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