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펭귄클래식 48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뭐, 이렇게 된 원인이야 어쨌든 좋다, 그것보다는 빅 브라더가 행하는 일련의 권력유지 방편들이 ㅡ 우라사와 나오키 作『20세기 소년(20世紀少年)』의 우민당(友民黨)과 매한가지가 아닐까 ㅡ 더 중요한 명제로서 작용하니까. 그 중『1984』가 엄청난 정치적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건 분명 ‘언어통제’일 것이다. 언어가 통제됨으로써 의식의 전환 또한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방통행이며 강압적이다. 오웰의 작품이 쥐고 있는 또 하나의 헤게모니는 이 보편성에 기인한다. 자먀찐의『우리들(We)』ㅡ 오웰의 ‘빅 브라더’가 있다면 자먀찐에게는 ‘은혜로운 분’이 있다 ㅡ 이나 헉슬리의『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그리고 오웰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말소하는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자먀찐의 작품이 비판하고 있는 것은 특정 권력 구조라기보다는 인간이 인간을 압살하는 전반적인 제도 그 자체로 봐야 한다. 그에 비해『1984』는 꽤 구체적이다.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를 등장시킴으로써 통제의 공포 자체를 공포화한다. 그리고 자먀찐의 소설에서의 D-503은 오웰의 작품으로 넘어오면서 비로소 ‘사람의 이름(윈스턴)’을 갖게 된다……. 우리는 언제든지 또 하나의 윈스턴이 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언제 윈스턴으로 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위(David Bowie)가 1974년 발매한《Diamond Dogs》는 오웰의『1984』를 모티브로 만든 앨범인데, 수록곡「1984」의 ‘they'll break your pretty cranium and fill it full of air’란 가사가 내일 당장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웰의 소설이 이성과 본능을 허물어버리는 점이란 측면에서 이것은 상당한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자유의 범위는 신축력이 없고 압제의 강도는 역치를 웃돈다. 개인은 영민하지만 집단은 우매하다고 했다. 내가 내 삶을 살 수 없으므로 그것 또한 타당한 말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개인은 무력해지고 질식된다. 인간의 말살과 순응은 이러한 통찰력으로 인해 음울하게 시작해서 음울하게 끝나고 만다. 

 

끝으로, 보위의「1984」는 이렇게 시작한다. ‘someday they won't let you, but now you must ag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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