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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인문학>
지금의 지도가 나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 저 옛날 왜 그리도 지도를 그리려 했었는지. 엉망으로 그렸든 그렇지 않든, 지도를 그리고 만들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
'잡종'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개인의 사회학 등을 논의하는 책. 오늘날의 사회이론에 대한 비평서이자 현실적 이념 구상. 그리고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 온 아나키스트의 이념 여행.


<자아의 원천들>
공동체주의자 찰스 테일러의 길고도 긴 논박. 현실과 철학이 맺는 관계를 조명한단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관건인 것일까. 행동하는 철학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자연의 예술가들>
현대미술, 음악, 미학, 생물학, 화학, 심리학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연과 예술, 과학의 공진화에 대한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안내서. 자연과 실용, 아름다움이란 예술, 세상을 보는 다채로운 눈.


<그것이 알고 싶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얼마 전 1000회를 맞은 한국 국가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간의 방송 내용뿐 아니라 진행을 맡았던 이들의 인터뷰 등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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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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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살던 집. 나뿐 아니라 내 가족이 함께 살던 집. 그 집은 오래전 다른 사람들에게 팔려버렸고, 나는 더 이상 그 집에 살지 않는다. 좋이 이십 년은 발붙이고 살았던 집. 지독했고, 행복했고,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바로 그 집. 내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들이 함께 잠을 자던 집. 끈덕지게도 기억 속에서 끌어올리는 레몽의 빌어먹을 그 집. 내 집, 우리의 집. 문득 옛날에 내가 살던 집 앞을 지나쳤다는 친구의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 지금 그 집엔 누가 살고 있을까. 언제쯤 우리 가족은 그 집을 떠나왔던 것일까. 그리고 대체 그 집이 어떻게 생겼었더라. 골목에 틀어박혀있고, 마당이랍시고 길 건너 저쪽에 있는 공간에다가, 난방도 되지 않고 좁디좁게 쪼갠 방들이 그득했던 집. 내가 여섯 살 무렵 이사 갔던 집. 그 집에 지금은 누가 살고 있는지 아느냐고? 친구의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상관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난다. 내 머리통이 자라고, 누이와 형들이 함께 성장하고, 어느 날 아버지가 소형 오토바이를 가지고 오시고, 그러던 그가 돌아가시고, 나는 외국에 나가서 살게 되었다. 레몽은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집에서 이제 누가 어떤 기억을 쌓고 어떤 추억을 만들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다 그 집 앞을 지나는 때에도 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그 집을 쳐다볼 수가 없는 것이다. 저 옛날 아버지의 나이가 된 레몽은 이제 자신의 아버지 꿈을 꾼다. 그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고, 그는 여전히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는 장면을 떠올리며 겁을 낸다. 내가 있었던 공간에 나는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레몽의 친구가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쭉 지낼 수도 있었다. 그 집에 지금은 누가 살고 있는지 아느냐고? 알다마다. 거기엔 내 형제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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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 : 운명을 읽다 - 기초편 명리 시리즈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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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오행은 운동 능력과 에너지를 갖는 기(氣)이자, 사물을 분류해 사물 사이의 상호관계를 규정한 원리이다.(『중국 사상 문화 사전』 미조구치 유조 외, 책과함께, 2011) 그러니까 밝음과 어두움, 단단함과 부드러움처럼 대립하는 속성으로 상호 의존관계에 있는 두 기(二氣)인 음양과 각각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다섯 물질 중의 하나인 오행이 얽히고설켜 사물의 생성과 소멸을 포함한 모든 변화를 관장하는 작용인(作用因)이자 질료인(質料因)인 셈이다. 강헌이 쓴 『명리』는 명리학을 잠시 개괄한 뒤 바로 이 음양오행에서 시작한다. 대개 알다시피 명리학은 그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운명의 이치'에 관한 학문이라는 점에서일 것이다. 삼라만상의 작동과 이 세계 움직임의 이치를 헤아리는 학문이라고 해도 될 것을, 거기에 '운명'이란 단어가 끼어듦으로써 흡사 미신과도 같이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강헌의 말대로 명리학은 미래를 알아맞히는 점술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는 나 자신조차도 명리학과 점술의 불분명한 차이점이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으나, 명리학이 일종의 숙명론이라기보다 '관계의 해석학'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 앞에서만큼은 확실히 미신이나 잡설이 아닌 하나의 학문이라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사주를 본다, 점을 본다, 이런 사람들을 찾아간들 그들이 내 지나온 삶과 앞으로의 삶을 과연 온전히 예언해줄 수 있을는지('예언'이란 단어조차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만 그들은 내 사주를 토대로 그것을 조언해줄 뿐인 거다. 바로 내가 명리학을 알지 못하니 명리학을 공부한 그들의 입을 통해 전달받는 것. 그런데 우습게도 강헌의 글을 읽다 보면 당장 누구라도 내 앞에 와 자신의 사주풀이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도 쉬 혀를 놀려 이런저런 말을 쏟아낼 수 있을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가 공부하고 정리해놓은 명리와 명리학에 대한 이론은 쉬운 입말과 다양한 도표를 이용해 명리(학)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조차 선선히 받아들여진다(물론 그럴 목적으로 이 책을 썼을 터다). 강유위의 『강자내외편(康子內外篇)』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은 음양의 기를 품수 받아 태어난다. 욕망, 기쁨, 즐거움, 슬픔은 모두 양기의 발출이고 노여움, 두려움…… 모두 음기의 발출이다 (...) 음양은 순환 상승해서 끝나는 일이 없다.」 자, 여기에 (많든 적든) 51만 8,400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천간의 열 글자(갑, 을, 병, 정……)와 지지의 열두 글자(자, 축, 인, 묘……)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 과거 한곳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51만 가지가 넘는 경우의 수, 거기에 내가 살아가면서 만나고 대면할 수백수천의 사람들(바로 위에서 말한 '관계의 해석학'이다). 강헌은 말미에 이렇게 썼다. 명리학은 미래가 아닌 현세의 학문이라고. 그러니 『명리』를 읽고서 내 두 다리를 점집으로 달려갈 것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 존 A. 셰드의 유명한 문장에 적용시키고 볼 일이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묶어 두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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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인 -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허태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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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인들은 주체성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만족시킬 만한 존재감과 자율권을 누리고 있지 못하다. 이는 허태균의 말이다. 주체성이 강하다는 맥락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긴 하나 이는 대체로 맞는 말인 것 같다(국민의 대표는 해당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여기에 부연하자면 우리는 흔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을 때, 혹은 총리나 장관의 청문회를 볼 때, 꼼꼼하게 따져본 후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프로필이나 관련 정보를 인터넷으로라도 찾아보는 데 시간을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물건을 고르거나 쇼핑할 때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p.111) 더 우스운 건, 허태균의 무참한 찌르기다. 바로 사람들이 현재 자신이 힘들고 고생스럽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만큼 후일에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거라는 믿음. 그러나 이는 곧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헛짓일 수 있다는 착각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어쩌다 한국인』은 소제목으로 보건대 꽤나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요모조모 따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보다는 다소 큼직큼직하게 훑는다. 허태균에 따르면 오랫동안 누적된 좌절이 가족확장적 한국 사회에서 향해 갈 곳은 하나다. 바로 정부와 그 대표인 대통령.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은 단지 행정부의 수반이 아니며, 가족확장적 한국인들에게 대통령은 곧 어버이와 같은 존재처럼 여겨진다.(p.153) 나는 이 점이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데,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대통령이건 어느 자리에 있는 사람이건 간에 사사건건 나를 비롯한 우리가 나서서 입을 열 수는 없으므로 그저 나/우리의 대리(혹은 용병이랄까)를 선출해 놓았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감시, 감독과 함께 응원과 채찍을 항시 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책의 말미에 들어서면 저자의 단정적 문장이 드러난다. 과연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문제.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바로 인간이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한국 사회는 그걸 모른다고. 그야말로 호기롭게 시작해 문드러진 마음을 후비다가 끝에 가서는 한숨만 나온다. '어쩌다'라는 부사가 '어쩌다' 제목에 낙점되었는지, 하, 그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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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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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차기 작품을 기다리면서 다시금 생각한다. 바로 직전, 그러니까 지난해 방영된 세 번째 시즌은 이전에 비해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예의가 없었다고. 전혀 다른 제작진이 연출했다고 여길 만큼 시즌1, 2와는 맥이 풀릴 정도로 판이했고, 다른 시청자들이 어떻게 느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도대체 이 드라마가 셜롬 홈스를 다룬 것이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지난 『셜록 : 케이스북』이 두 번째 시즌이 끝난 뒤 출간되었다면 이번 『셜록 : 크로니클』은 고작 하나의 시즌을 넘기고서 바로 등장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나 있을까. ……그런데 있었다. 무척 많이. 「베네딕트의 어머니는 아들의 코가 셜록과 아주 달라서 셜록이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더군요.」 프로듀서 수 버츄의 말이다. 책 읽기를 막 시작하자마자 이런 이야기가 쏟아지다니ㅡ하긴 내 아버지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얼굴을 두고 '마귀같이' 괴상하게 생겼다고 말씀하셨다. 배역이 인물을 만들기도 하고 인물이 배역을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컴버배치의 셜록 역할 말이다. 이제 와 말이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불안하고 꽉 막힌 목소리와 빠른 어투가 대단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거다. 범죄자를 찾아내고 그들의 범행 방법을 추론하기는커녕 외려 그 자신이 범죄 집단의 일원처럼 보이는 희한한 사회성을 지닌 인물. 원작 소설을 읽을 적에는 홈스가 이렇게까지 이상한 인물일 거라는 상상은 그다지 하지 않았었는데, 드라마 《셜록》을 보고 나서는 시쳇말로 참 '병맛 홈스로구먼' 하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시청자의 입장에 선 나로서는 이점이 주효한 것만 같다. 꼼꼼히 따져보면 드라마 속의 홈스는 붙임성도 없고(마이너스라고 해야 할 것만 같지만) 인간관계에서조차 '기호'가 너무 극단적으로 나뉘며 생활하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 제멋대로인 예의 없는 남자인데, 이런 자가 머리만큼은 비상하게 좋아서 추리소설의 탐정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컴버배치는 코가 크지 않았는데도 21세기의 셜록이 되어서 기존의 청사진이랄까, 우리가 여겨왔던 셜록 홈스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웃기는 곱슬머리까지).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니 『셜록 : 크로니클』은 전작과는 달리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탄생했다기보다 새로운 다음 시즌이 곧 다가오고 있다는 예고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셜록 : 케이스북』을 읽지 않았어도 전혀 지장이 없을 거라는 점에서 또한 좋고, 무엇보다 월등히 많아진 분량과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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