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처럼 경영하라 - 서희태 지휘자가 말하는 하모니를 이루는 조직경영
서희태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리더십을 다룰 때 빠지지 않고 말하게 되는 것이 '소통과 화합'이 아닐까? 이건 또 박근혜 정부가 처음 출범시키면서 캐치프레이즈처럼 내걸고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민주주의 나라에서 이것만큼 이상적인 캐치프레이즈가 또 있을까? 멋진 것 같긴 하지만 또 한꺼풀 뒤집어보면 그만큼 잘 안 되기에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앞으로 더 지켜보면 알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오케스트라와 경영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곧 경영을 오케스트라에 빗대어 설명한다는 발상은 그도 나름 좋은 시도란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이 소통과 화합이 가장 조화롭게 발현되는 분야가 오케스트라가 아닐까? 

하지만 그건 또 오케스트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기업은 물론이고,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 분야에서도 필요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난 모처에서 뮤지컬 대본을 쓰는 작가로 활동 했었다. 지금은 그 모임에 발을 끊은 상태이긴 한데 그곳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나고 안타깝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 리더라는 사람이 리더다운 모습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팀을 억압하고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고 하는 독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비난과 원성을 샀던 건 물론이고, 그 리더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니 오히려 자신도 상처 받았다며 속상해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니 나름 충격적이기도 하고, 좋은 뜻에서 모임 팀이 리더 하나 잘못 세운 바람에 어찌될지 몰라 지금도 생각만 하면 걱정이 된다. 물론 어느 기관 안에 있는 팀이고, 비영리 모임이니 오늘 있다 내일 없어진다고 해도 크게 손해 날 것은 없다지만, 전에 한 번 그런 쓴 경험을 해 본지라 또 똑같은 일을 겪을까봐 안타까운 것이다. 솔직히 그때는 내가 책임감 같은 것이 그다지 있지도 않아 없어지면 없어지는가 보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미련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때 내가 얼마나 미숙하고, 안일한 생각을 했는가 그 후회는 지금도 두고두고 있던 참이니 그 안타까움은 더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 리더를 보니 새삼 리더십에 대한 지식이나 훈련 없이 리더가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고 위험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사람도 나름 훈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그걸 뼛속 깊이 자기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팀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나 생각들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팀 위에 군림하려 하고 모든 것을 본인이 다 주관하고 통제 하겠다는 자신의 생각으로만 꽉 차 있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그 사람은 일 욕심이 많은 거라고도 볼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정말 가장 안 좋은 리더의 모습이었다.

처음엔 그 사람으로부터 본의 아니게 상처도 받았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고 보면서 아무래도 리더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의 속성이 편할 때는 생각을 잘 안하게 마련이라고, 어찌보면 이전까지는 이쪽 방면에 대해 깊이 고민을 안 해 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나야 워낙에 나의 맡은 일이나 잘 해 보겠다는 생각 밖엔 없었던 사람이고, 또 그러기에 누군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비난하거나 나무라는 정도였을 뿐이니 세상을 참 편하게 살았다 싶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그 리더를 보니 리더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한다 싶다.

솔직히 나는 오래도록 리더라는 것에 별로 생각없이 살았다. 리더가 되면 책임질 일이 많으니 할 수만 있으면 안하고, 피하는 게 일이었는데 이게 또 생각해 보면 얼마나 안일하고 위험한 생각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감투 쓴 사람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런가를 생각해 보면 앞서 말한 사람처럼 리더는 뭔가를 지시하고, 통제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지배적이고 실제로 그렇게 해 왔며, 이런 21세기 최첨단의 시대에서도 그런 리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의 리더는 이런 리더는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는 뜻하지 않게도 한 여객선의 침몰로 인해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다. 사고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예견된 인재니 선장과 기관사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이도 알고 보면 리더로서의 자질의 문제가 아닌가? 

사실 나는 여러모로 리더에 대한 도전이 없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어느 때부턴가 리더십, 리더십 떠드는 게 못 마땅했다. 리더십 못지 않은 게 팔로우십인데 왜 이것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가 그리고 너도 나도 리더가 되겠다면 팔로워는 누가 하겠는가 나름 앞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잘못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즈음 해 보게도 된다. 팔로우는 리더를 앞서지는 않는다. 좋은 리더엔 반드시 좋은 팔로워들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리더다. 이번 여객선 침몰 사건도 첫번째 드러난 양상은 교신이 문제였다. 교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더 많은 사상자가 났다고 전하고 있다. 교신은 말하자면 소통을 의미할 것이다. 이 책에도 보면 바이올린 협연자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졌을 때 연주자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행동 강령에 대해 밝히고 있다. 물론 웬만해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협연자를 돕기 위해 곁에 있는 바이올린 주자가 아낌없이 자신의 바이올린을 빌려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행동 가이드라인이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정해져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선 이런 최소한의 수칙과 교신이 이루어지지 않아 참사가 더 커졌다는 말이다. 

화합은 뭐였을까? 화합이야말로 팔로워십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진정한 리더의 덕목은  희생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여객선 침몰에서 감투 쓴 리더들에게선 리더다운 면목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남을 구조하고 자신은 산화한 리더 아닌 사람에게서 오히려 진정한 리더다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팔로워십은 뭘까? 팔로워 안에 리더십이 있는 것을 아닐까? 적어도 이들은 샴쌍둥이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솔직히 협연자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졌을 때 누군가 자신의 바이올린을 빌려주는 희생이 없다면 그 연주회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함께 하는 일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과 수고가 있어야 한다. 물론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누구냐, 협연엔 누가 나오느냐가 주요 관건이라 나머지 연주자는 크게 빛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오케스트라의 단원이고 그 무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갖지 않고  혹시 모르는 일에 희생 정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오케스트라는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작년에 내가 그 모임을 나오면서 나는 그 리더에게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는 팀장의 직책을 부여받았는데, 팀장은 첫째도, 둘째도, 세째도 팀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야한다고 했다. 사실 그 팀장의 문제는 팀장과 연출이 하는 일을 구분해내지 못해 팀에 혼선을 가져왔던 것이다. 물론 팀장이 연출을 겸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그 둘 다를 하려는 지나친 과욕이 팀의 안정화를 이루지 못해 문제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새삼 오케스트라와 뮤지컬엔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에는 작가와 연출가, 배우와 작곡가, 안무가, 스텝들이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연출가는 오케스트라에선 지휘자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팀을 총괄하는 팀장은 오케스트라에선 악장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휘자는 단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사람이라고 했다. 연출가도 배우에겐 그러한 존재일 것이다. 나 같은 작가는 작품의 설계를 맡은 사람이고. 

그랬을 때 리더는 팀원들이 서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소통의 다리가 되어주는 사람은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앞서 말한 팀장에게 적합한 책인가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솔직히 나로선 이 책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저자가 지휘자인만큼 오케스트라나 음악적 지식은 성실히 전달해줘서 좋긴한데, 리더십에 관한 조명은 충분히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냥 좀 적당히 끼워 넣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통섭 얘기 많이 하지 않는가? 오케스트라와 경영의 통섭. 시도는 좋았는데 그다지 균형은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아쉽다.

하긴 제대로 하려면 저자가 경영에 관해 충분히 연구를 했어야 하는데 지휘하기도 바쁜데 언제 조직경영을 공부하겠는가? 그건 또 어찌보면 굳이 따질 건 없지만, 차라리 악장의 몫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지휘자는 말 그대로 단원들에게 연주할 작품에 대해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래도 그 팀장에겐 적당히 좋은 책 같기도 하다. 나에게 아쉬운 책이라고 해서 남에게도 그러리란 법은 없으니까. 그 사람도 음악은 아니지만 예술쪽 전공분야고 아직 조직경영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것이 없어 보이니 읽기엔 부담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읽을지도 의문이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선물해 줘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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