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풀스 데이 - 상 - 데이먼 코트니는 만우절에 떠났다
브라이스 코트니 지음, 안정희.이정혜 옮김 / 섬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영화<파워 오브 원>의 원작자인 브라이스 코트니가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 혈우병과 에이즈로 죽어간 투병과정과 죽음의 순간을 기록한 실화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혈우병이란게 단순히 피가 멎지 않은 병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 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었을 때 비로소 알았다. 그것은 난치병으로 응고인자 8번이 없어 수혈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 과정에서 2차 발병 요인인 에이즈 감염은 어쩌면 피할 수 없었던 운명으로 보인다. 하지만 26살의 젊은 나이에 죽기까지 데이먼 코트니는 '위대한 데이먼'으로 불리우면서 마지막 생에 이르기까지 최선의 삶을 살았다고 보아진다.

죽어 가는 당사자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것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의 고통은 그에 못지 않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다 나올까? 더구나 그것이 나의 가족이거나, 부모이거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사람이라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에 가족으로 엮이거나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으로 엮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건강하게 살아 있으면 우리들은 늘 외로워하고, 갈등하며, 싸우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먼의 아버지이자 이 책의 저자는  책에서 참으로 솔직한 고백을 한다. 매일 아파하는 막내 아들을 보지 않기 위해, 아픈 아들을 돌보느라 지친 아내와 싸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간 적도 있었노라고.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거라고 생각하고, 그 아이가 아프지 않고 잘 자라주길 바란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상에 적지 않은 부모가 데이먼처럼 아픈 자녀를 낳아 돌보기도 한다. 그럴바엔 차라리 자식을 낳지 않겠다고 하는 부부도 있을 수 있다. 합리적여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부모가 있다. 사람이 위대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짐승은 자신이 낳은 새끼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약하게 태어났다 싶으면 그냥 죽인다. 하지만 사람은 그 낳은 자식이 약하고 병들었을지라도 기꺼이 품어 안는다. 왜 그럴까? 저자의 말마따나 인간은 근본적으로 병을 이기며 살게 되어있다. 그것이 아무리 아려운 질병이라도 말이다. 그러나 짐승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기꺼이 새끼를 죽음으로 내몰 수 밖엔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책을 읽다보면, 데이먼이 혈우병과 에이즈를 이겨 나가는 과정에서(물론 결국 이기지는 못했지만) 의료체계의 문제(호주가 되겠지만) 그리고 에이즈라고 하는 이 심각한 질병에 대한 인식의 문제에 대해 저자는 좀 더 깊은 시각을 가지고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그것이 단순히 작가의 시각이었다면 문제제기만 하고 말았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이기 전에 아버지였고, 내 아이가 (빌어먹을) 병에 걸려 죽어 가고 있는데 팔자 좋게 문제제기만 하고 말아버릴 요량이었다면 이 책은 이렇게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기꺼이 환자의 보호자도 환자에게 주사를 놓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에이즈와 동성애에자들에 대한 시각과 그들의 헌혈문제에 대해서도 기꺼이 독자들로 하여금 직면시키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세기의 질병이라고 하는 에이즈에 대해 그리고 동성애자들에 대해 '아,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단초를 얻었다. 솔직히 그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비판도 수용도 할 수 없는 것이 나였으니까.

이렇게 이 책이 갖는 성과와 의미는 나름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는내내  데이먼과 그의 애인 세레스트를 포함한 가족들이 겪는 고통의 과정은 눈물겹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을 두 권에 걸쳐 동어반복적으로 나오다 보니 나중엔 읽는 나도 진이 좀 빠지는 느낌이다. 인간이라면 고통은 회피하고 싶은 첫번째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것이다. 환자 자신이 고통을 이겨내는 불굴의 용기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며 살아있는 사람에겐 많은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한다. 또한 인간 재활의 길을 모색하게도 만든다. 고로 인간은 길을 내는 존재인 것이다. 이 책이 나왔을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았을까를 생각하면, 데이먼은 비록 짧은 생애를 살다갔지만 값지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웬지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저술한 저자의 정신에는 깊은 온정의 박수를 보내지만 뭔가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그럴수밖에 없었겠지만) 지나치게 데이먼의 치료과정과 고통에만 촛점을 맞혀 죽음 이후의 삶(데이먼에게나 남아 있는 사람들)에까지 깊이 가지는 못한 채 마무리 되어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분명 이 책이 개인이 당하는 고통과 그것이 갖는 의미는 누구와도 쉽게 나눠질 수 없는 큰 것이겠지만, 동어반복적인 내용이 너무 많이 나오고, 마치 그들만이 그런 고통을 겪는 것처럼 느껴져 나는 오히려 감정이입이 잘 안 됐다. 또한 이 책은 구성면에서 두 권으로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 번역 되어져 나오는 과정에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고 적지 않은 오타도 독서를 방해 하기도 했다. 책 한 권을 만들어 냄에 있어서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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