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대선…‘시나리오 경영’으로 불확실성 대처
  • 조선일보·LG경제硏 ‘한국경제 10대 트렌드’
  •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박래정 연구위원·LG경제연구원 
    •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는 한물갔다. 새해엔 ‘포스트 브릭스’다. 카자흐스탄·베트남·남아공·터키가 세계의 돈을 끌어모으는 신흥 시장으로 부상한다. 불확실성에 가득찬 시대. 대선 변수까지 가세해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시나리오 경영’ 전략을 들고 나와 안개 속을 헤쳐나간다. 리스크 테이킹(위험을 무릅쓴 도전) 대신 ‘가늘고 길게’ 현상이 경제·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재테크 대신 세(稅)테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다…. 이상은 올해 한국 경제를 휩쓸 거대 조류(潮流) 중 일부일 뿐이다. 새해가 오리무중처럼 느껴질 분들을 위해 조선일보와 LG경제연구원이 함께 ‘한국 경제 10대 트렌드’를 점쳐 보았다. 이 예측을 나침반 삼아 격랑의 2007년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시길!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 관광객

      할아버지는 싱가포르에서 심장병 수술을, 아버지는 호주에서 골프를, 어머니는 일본에서 명품 쇼핑을, 아들은 미국에서 영어 연수를 받는 장면이 익숙해진다. 일명 ‘서비스 관광객’들의 급증. 이들은 값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 국경을 넘나들고, 해외의 신종 서비스 상품을 인터넷으로 즉시 구입한다. 게다가 최근의 원화 강세는 서비스 관광객을 더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올해 서비스수지 적자는 무려 2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다.

      무선(Wireless)시대 선(線)은 가라!

      통신 강국 한국이 본격적인 무선시대를 맞는다. 이동통신사들이 제3세대 통신인 HSDPA(고속영상이동통신)기술에 ‘올인’하면서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영상 전화가 보편화된다. 달리는 차 안에서 주식 거래는 물론 산꼭대기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다. 손 안의 인터넷, 와이브로(휴대 인터넷) 기술도 진화를 거듭함에 따라 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는 컴퓨터는 곧 박물관에서나 만나 보게 될 전망이다.

      돈 쓰는 중국인이 몰려온다

       ‘차이나 바람’이 어느덧 한국에 상륙했다. 대학 캠퍼스, 고급 호텔, 서울의 패션 중심 거리에서 중국어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 소비형’ 중국인들도 늘고 있는 것. 이미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은 8만여 명으로 전체 외국인 수의 60%에 달한다. 8년 전에 비해 6배 늘어난 수치. 최근의 트렌드는 중국인들의 이미지가 과거 생계형 조선족 노동자에서 돈을 쓰러 오는 소비자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재테크에서 세(稅)테크로

      전문가의 영역이던 세금이 일반인들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10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내면 11만원을 소득공제로 돌려받는 절세 기술이 유행을 하더니 이제는 일반인들도 정기예금이나 적금을 가입할 때도 소득공제·비과세 등의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게 됐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가 결정적으로 세테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수도권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미 ‘세금 박사’가 됐고, 변호사들이 독점하던 동창회장 자리도 속속 세무사로 바뀌는 등 세무 전문가 특수(特需)시대를 맞고 있다.

    • ‘시간 도우미’ 전성시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육박하면서 노동생산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일해서 받을 수 있는 시간당 몸값이 올랐다는 말. 하지만 반대로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할 선택지가 많아졌다. 여행지를 고를 때도, 책을 살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수천 개 메뉴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는 도우미 서비스산업이다. TV가 책을 골라주고 인터넷 사이트가 가격을 비교해주며, 증권분석가들이 블루칩 시황을 알려주고 있는 것. 돈만 내면 쇼핑도, 집안 일도, 이혼 상담도, 심지어 부모 역할까지 대행해준다.

      ‘포스트 브릭스’가 뜬다

      브릭스(BRICs)에 이어 ‘포스트 브릭스’(카자흐스탄·베트남·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 등)가 뜬다. 지난 3~4년 동안 세계의 투자자금이 깔때기처럼 모여들었던 브릭스였지만 지금은 ‘레드오션’(과당 경쟁시장)으로 변해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소비시장, 풍부한 천연자원, 탄력받는 성장률을 갖춘 ‘포스트 브릭스’는 투자자들에게 신선한 먹이일 수밖에 없다. 브릭스 시장 초창기에 머뭇거리다 투자 기회를 놓쳤던 우리 기업들은 올 한 해만큼은 신(新)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경영

      새해처럼 기업하기 힘든 해가 또 있을까. 지난해 기업의 발목을 잡았던 환율·유가·북한핵·정책 불확실성에 이어 대선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가세했다. 전 세계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며, 원화는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새해엔 ‘시나리오 경영(Scenario Management)’이 풍미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변화의 조짐을 미리 인식해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다양하고 순발력 있게 가져 가는 경영전략을 말한다. 2007년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한 다면적 시나리오가 필요한 한 해가 되겠다.

      인생 2막(노후 계획) 열풍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평균 수명의 연장은 은퇴 후 긴 노년에 대한 우려를 급격히 확산시켰다. 하지만 올 한 해는 노년에 대한 우려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서는 ‘노후 계획 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년을 맞이하는 50~54세 연령층이 올해 330만명으로 2년 전보다 15%나 늘어난다. 이에 따라 노년의 생활비나 창업자금 마련을 위한 ‘퇴직 펀드’가 상종가를 칠 것이다. 은퇴시기에 맞춰 매년 주식과 채권 편입비율을 조정하는 ‘라이프 사이클’ 펀드도 지난해 7400억원대 규모에서 올해 몸집을 훨씬 키울 전망이다.

      가늘고 길게… 위험기피 사회

      878.6 대 1. 지난해 중앙선관위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이다. 공무원은 대학생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단연 최고 순위를 기록하고 결혼을 앞둔 처녀 총각들 사이에 1등 배우자감으로 꼽힌다. 젊은이들이 돈·승진·성공보다 안정적인 미래를 선택하는 ‘가늘고 길게’ 현상은 새해에 더욱 심화된다. 위험을 각오한 도전정신이 한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사라져 간다. 도전하지 않기는 기업도 마찬가지. 지난해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0.4%로 전년의 11.6%에서 뚝 떨어졌다. 투자를 하지 않아 현금은 쌓여만 간다. 올해도 이 같은 위험 기피 풍조가 계속되며 창업가 정신을 더 위축시킬 전망이다.

      하류(下流)사회의 확산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고생하느니 주유소·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것이 인생 속 편하다는 대학 졸업자. 느긋하게 공부해도 갈 수 있는 한 등급 아래 대학을 찾는 고교생…. 일본의 장기 불황이 낳았던 ‘프리터족(취업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할 때만 일하는 사람)’이 한국에도 전염되고 있다. 일할 의욕, 배울 의욕 등이 낮아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인간 그룹인 이른바 ‘하류사회’가 확산되고 있는 것.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풍속도다. 뚜렷한 이유 없이 일자리 찾기를 중단한 사람이 작년 말 현재 126만명에 달하고, 새해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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