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선호하는 것이 생기면 공정해질 수 없다. 예술은 미묘한느낌과 예민한 순간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편파적이지 않은 의견은가치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예술은 보고 듣는 이에게 ‘신성한 광기‘
를 선사한다.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데 제정신인 것은 하나도 없다.  - P9

문학과 지성? 말할 것도 없이 문학(writings)은 인간의 최고의 지적 활동이다. 

우리는 현실의 고통을 말할 수 없을 때 픽션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이건 소설로 써야 돼.", "제 이야기를 좀소설로 써주세요.") 문학은 재현의 재현, 비유의 비유라는 점에서언어를 생산하는 공장이자 끊임없는 사전(典) 활동이다. 

문학은 현실에 대해 말하되, 현실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하나의비유는 열 개의 해석을 낳는다. 비유를 통해 기존 개념은 이동하고 분화한다. 

전이(轉移), 전의(轉意, 轉)다. 은유(metaphor)는 meta(over)+ phora(carrying)를 합친 단어로서 ‘뜻을 나른다‘는 의미다. 
시인과 소설가들은 오만할 자격이 있다.
- P15

왜 불안해 보이는 사람의 판단은 신빙성이 없다.
고 생각하는가. 

불안이 경험의 결과라면 더욱 믿을 만한 증언이아닐까. 불안의 사회적 지위는 낮다. 우리는 직접 경험한 본 것(seeing)보다 기존의 통념(believing)을 더 신뢰한다.
- P25

‘인간‘이 ‘비(非)인간‘을 통치해 온 역사가 ‘지배자와 민중‘이라는 식의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 1950년대한국 사회에서 한센병(나병) 환자를 살해하는 것은 살인죄가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정 폭력사건에서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다가 아내가 사망할 경우,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로 처리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 P37

인종이든 성별이는 ‘변형된(trans)‘ 몸이든 모든 인간의 눈물은무색이고 피는 빨간색이다. 이 두 가지 색은 몸의 파열, 즉 체액이 밖으로 나올 때 - 울고 피 흘릴 때 - 에만 가능하다. 

인간의공통된 본질은 슬픔이나 고통으로 몸이 해체되었을 때만 인식가능한 것이다.
- P39

"내 몸은 나의 것이다." 가 아니라 "내 몸이 나다." 우리의 정신이 몸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바로 나다. - P47

페미니즘이 낯설지않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여성은 남성 사회가 만든 몸 이미지에갇혀 있다. 

남성의 존재성은 돈, 지식, 권력으로 평가되는 반면여성의 시민권은 외모에서 시작된다. 

남성은 정치적, 역사적 존재이고 여성은 생물학적, 의학적 존재라는 인식, 가부장제의 전제는 변하지 않았다. 
- P48

용서의 대상은 사건 - P50

용서를 둘러싼 담론에는 분노나 고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사회는 그러한 상태를 암암리에 ‘극복‘의 대상으로 본다. 

용서는분노보다 우월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를 뿐이다.

용서에 대한 나의 입장을 굳이 밝힌다면 나는 용서에 관심이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용서라는 말이 싫고 용서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들을 의심한다.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용서, 화해, 대화라기보다는 부정의한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다.

☆피해자에게 "용서해라. 그래야 당신 마음이 편하다." 이런 말 전에 부정의한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에 더 주목하고 그것들을 바꾸는게 우선. 위안부 진상규명에 관해서도 무엇이 먼저인지 답이 나오는 말이다.
-미미☆ - P52

<성경>의 이 말은 원래부터 복수가 아니라 정의의 가르침이었다. 눈에는 눈 ‘만‘, 이에는 이‘만‘, 자신이 당한 만큼만 행하라는 것이다. 
그 이상은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이 말은 복수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정의를 제대로 실현하라는 말이다. 이처럼 복수의 불가능성과용서의 불가능성은 연결되어 있다.
- P56

생각을 많이 해야말을 조각할 수 있는 법이다.
- P65

소설가박완서는 자신의 외아들이 사망했을 때 
"작가로서 영감을 얻었으니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진심 어린 ‘위로‘를 받았다.

어떻게 이런 말을? 기가 막히고 남의 일 같지만 우리도 (자신도모르게) 이런 말을 일상적으로 주고받으며 산다.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권투 선수가 피가 멈추지 않는 부위를 맞은 것처럼 평생 잊히지 않는다. - P85

말의 의미는 사전에 있지 않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에 있다. - P85

나는 인간과 사회의 ‘질‘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과 지성의 용량(capacity)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글에는 발신 주소(address)가 있지만, 특히 고통에 관한 글은 발화자가 명확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글쓴이의 위치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남의 고통을 팔거나 나의 고통만 중요한 글이 된다.

고통의 공감 불가능성 때문이다. - P86

지식인이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 P92

남자들은 여자가 자기를 무시할까 봐 두려워하지만, 여자들은남자가 자기를 죽일까 봐 두려워한다. 
- 마거릿 애트우드 - P101

왜 때리는가? 

이런 질문이 바로 폭력이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때릴 수 있으니 때리는 것뿐이다.
("They do because theycan"), 
단지 그뿐이다. 

대신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왜 사회는 여성의 경험을 믿지 않는가? 
왜 국가는 이 문제를 사소하게 다루는가? 
왜 우리는 언제나 이 문제가 "사소하지 않다"고 외쳐야 하는가?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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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07 0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미미님. 이 책도 벌써 시작하신 겁니까. 저 아직 사지도 않았는데!!
15페이지 인용문 참 좋네요..

청아 2021-04-07 08:52   좋아요 1 | URL
아 너무너무 좋아요~♡♡ 더 많이 표시했는데 읽는 데 시간 더 쓰려고 이것만 일단 올림요ㅋㅋ어서 구입하셔요! 선물하려 한권 더 구입했어요^^*

scott 2021-04-07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찜!!!👆🏻👆🏻찜(•͈ᴗ•͈)

청아 2021-04-07 12:28   좋아요 2 | URL
😁 강추예요!!👉🌹👈

- 2021-04-09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엉 ㅜㅜ 나의 불꽃... 나의 희진님...ㅜㅜ 미미님 부럽다! 저도 아직 안샀어요!!!! 읽을거 읽고 넘어가려햇는데... 너무 사고 싶다.. 부들부들..

청아 2021-04-09 12:24   좋아요 1 | URL
아 너무너무 좋아요!! 읽으면서 계속 아 좋다반복, 울컥하기도 하고 내내 감탄, 무릎치기의 연속이었음요~😆♡

- 2021-04-09 12:36   좋아요 1 | URL
미미님 와락!!!!! 우리 정희진 ㅁㅓ모님의 품에서 행복하자 ❤️ 진짜 전 정말 절절히 그를 사랑합니다 ㅜㅠㅠㅠㅠ 미미님의 페이퍼들을 읽으며 우리가 같은 저주를 받았다는 걸 알아버렸어..

청아 2021-04-09 12:44   좋아요 0 | URL
흙흙...와락!!!! 동감입니다!! 💕
 

개러스 존스(기자)는 히틀러와 스탈린이 권력을 강화하던 1933년 초반, 두 체제를 모두 목격한 흔치 않은 인물이었다. 1933년 2월 25일, 그는 아돌프 히틀러와 함께 베를린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날아감으로써 신임 독일 수상과 함께 비행기를 탄 최초의 언론인이 되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이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유럽의 역사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존스는 [나의 투쟁]을 읽었고, 독일 정복, 동유럽 식민화, 유대인 말살이라는 히틀러의 야망에 대해 감을 잡고 있었다.  - P119

소련은 국제적 고립 국가라는 입장에서 시작했지만, 수많은 외국동조자의 도움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일신하는 데 성공했다. 스탈린의 정책은 강제추방에서 인위적 기아로 바뀌었지만, 많은 이가 스탈린의 행동을 선의로 해석했다. 반면 히틀러는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를 포함한 전 세계의 입장에 대처해야 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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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06 1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러스 존스! 기자
이분 나오는 영화 봤는데,,,
이분이 스탈린이 우크라이나 옥토에서 갈취한 곡식들 전부 금화로 바꿔서 개인의 향락에 전부 썼다고 ㅜ.ㅜ
당시 서방 기자들도 스탈린이 이정도로 악마 인줄 잘 몰랐다고 합니다

청아 2021-04-06 13:30   좋아요 2 | URL
아 저번에 말씀해주셔서 이 책 읽고 저도 꼭 보려구요!!
히틀러보다 여러모로 잔인한거 같아요.ㅠㅇㅠ🤔
 

여성 문제는 여성들 사이에서 본질적 딜레마로 등장함과 동시에 학자, 정치가, 과학자들이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슈가 되어 공적 삶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그 문제에 대해 프로이드Freud 보다 더 분명하게 인식한 사람은 없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여성성의 본질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고자 골머리를잃았다. … 당신이 남성이라면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없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바로 당신 자신이 그문제이기 때문이다.
- P48

과학은 시장과 함께 성장했다. 과학은 경험적 사실에 대한 충성,
실리적인 실용주의, 수적 개념 등 상업 정신의 가장 혁명적인 부분을 취해 물질세계의 이해와 지배를 위한 정밀 도구로 만들었다.
- P50

18세기와 19세기의 과학은 가부장제의 전통적 장식물인 귀신, 수수께끼, 미신숭배의 공공연한 적이었으며 혁명가들의 오랜 친구였다. 

카를 마르크스KarlMarx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샬롯 퍼킨스 길먼 같은 페미니스트들은 불의와 지배에 대항하는 해방의 힘인 과학의 열광적인 신봉자였다. 

한 파리코뮌ParisCommune 참가자는 "오래전에 우리가 이루었던 것을 결코 잊지 말자."며 "과학과 철학이 폭군에 대항해 싸웠다."고 선언했다.  - P51

아이러니하게도 페미니스트 관점은 남성우위론과 공통점이 있다.
페미니스트 관점은 시장의 편에서 여성의 세계를 본다. 페미니스트 관점은 여성의 세계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시장이 여성을 배제한 경우가 아니라면시장에 대해서는 거의 무비판적이다. 

샬롯 퍼킨스 길먼은 가정은 "원시적"이며, 여성은 가정에 감금된 결과 거의 다른 종으로 분리될 정도로 발달이 정지되어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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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4-06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미미님도 시작하셨어요?! 아아 기대됩니다. 앞으로 미미님이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들을 써주실지. 저도 곧 읽겠습니다. 아 씐나요!! >.<

청아 2021-04-06 12:25   좋아요 0 | URL
네~♡ 지난번에 너무 늦게 끝내서 서둘렀습니당!ㅋㅋㅋㅋ😆
 

가부장적 가족 질서는 마을과 교회, 국가의 통치 방식으로 확대된다. 집에는 아버지가 있고, 교회에는 신부나 목사가, 그 정점에는 지역 귀족인 "마을의 아버지들이나 정교도 사회에서 말하듯 "공화국을 돌보는 아버지들이 있고, 그 모든 것 위에는 "하느님 아버지"가 있었다.
- P39

생산이 공장으로 들어가 버리자 가구에는 가장 사적인 생물학적 활동만이 남았다. 먹고, 섹스하고, 잠자고, 어린아이를 돌보고, (제도적 의료가 등장할 때까지) 출산과 죽음을 관장하고, 환자와노인을 보살피는 등등, 삶은 이제 두 개의 다른 영역으로 나누어져 경험된다.
궁극적으로 시장이 지배하는 노고勞苦의 "공적" 영역, 그리고 친밀한 관계와개별적인 생물학적 존재의 "사적 영역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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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후반이나 1933년 초반에는 7대 중대 정책이 소련령 우크라이나에만, 또는주로 소련령 우크라이나에 적용되었다. 각각의 정책은 온건한 행정적조치처럼 보였고, 당시에는 그런 조치로 제시되었지만, 모든 조치는살인을 필수로 했다.

1. 1932년 11월 18일, 우크라이나 농민들은 이전에는 곡물 징발 목표량을 달성하면 얻을 수 있었던 곡물 선지급분을 반납해야 했다. 이는 농민이 풍작을 거둘 수 있었던 극히 일부 지역에서도 얼마 안 되는 잉여 곡물을 빼앗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중략...우크라이나 공산당 지도부는 종곡을 보호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 P91

2. 이틀 뒤인 1932년 11월 20일에는 ‘고기 벌금이 도입되었다. 곡물 할당량을 달성하지 못한 농민은 이제 특별 세금을 고기로 내야 했다. 아직 가축을 소유하고 있던 농민은 국가에 가축을 넘겨줘야 했다. (결국 쌀도 가축도 다 가져감) - P91

5.1932년 12월 21일, 스탈린은 (카가노비치를 통해) 소련령 우크라이나의 연간 곡물 징발 할당량을 1933년 1월까지 달성해야 한다고단언했다. 11월 27일 소비에트 정치국은 우크라이나에 소련 전체 징수량의 3분의 1을 할당했다. 
- P93

이미 굶주리고 있는 인구로부터 곡물을 징수하려면 최악의 결과를 감안해야 했다. 징발을 3개월연기하기만 하면 소비에트 경제에는 아무런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300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탈린과 카가노비치는 정확히 그 반대의 길을 고집했다. 국가는 계획 달성을 위해,
카가노비치의 표현을 따르면, "맹렬하게 싸워야 했다. - P94

6. 1933년 초반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굶주림이 맹위를 떨칠때, 스탈린은 농민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공화국의 국경을 봉쇄했고,
농민이 구걸하지 못하도록 도시를 폐쇄했다. 

1933년 1월 14일 소비에트 시민은 도시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려면 국내용 여권을 휴대해야했다. 농민들은 그런 여권을 받지 못했다. 1933년 1월 22일 발리츠키는 모스크바에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공화국을 탈출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스탈린과 몰로토프는 국가 경찰에게 농민의 탈출을 막으라고지시했다. 

이튿날 농민에 대한 장거리 기차표 판매가 금지되었다. 스탈린이 내세운 이유는 농민 난민이 실제로는 빵을 구걸하는 게 아니라, 집단농장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는 폴란드와 다른 자본주의 국가의 살아 있는 선전 기관 역할을 해 "반혁명 음모에 가담한다는 것이었다.  - P94

20년 후,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우크라이나 기근이야말로 모든 것이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되는, ‘원자화된 현대사회 형성 과정의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주장했다. - P97

굶주림은 반란 대신 도덕의 부재, 범죄, 무관심, 광기, 무기력, 그리고 종국에는 죽음을 불러왔다.  - P97

극소수의 외부인은 가장 끔찍했던 이 시기를 목격하고 기록할 수있었다. 기자였던 개러스 존스는 자비로 모스크바까지 이동했고, 우크라이나 여행 금지령을 위반한 채 1933년 3월 7일 하리코프로 가는 기차를 했다. 

그리고 임의로 선택한 작은 역에서 내려 식량을 가득 채운 배낭을 메고 교외 지역을 도보로 여행했다. 그는 "엄청난 규모의 기근을 목격했다.  - P97

당시 여덟 살이던 유리 리센코의 학교에서는 한 여학생이 마치 잠자듯 쓰러졌다. 어른들이 달려왔지만 유리는 친구가가망이 없으며, "이미 죽었고, 어른들이 어제와 그제, 그리고 매일같이 사람들을 묻었던 묘지에 친구를 묻으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른 학교의 남학생들은 연못에서 낚시를 하다 반 친구의 잘린 머리를 낚았다. 온 가족이 사망한 아이였다. 가족들이 아이를 잡아먹은걸까? 아니면 부모님이 죽은 뒤 다른 사람들의 식인 행위에 희생된걸까?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이런 의문은 1933년,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는 흔해빠진 것이었다.
- P101

굶주림을 눈앞에 두고, 많은 가족이 산산조각 났다. 부모는 자식을나몰라라 했고, 자식들은 서로 먹을거리를 놓고 싸웠다. 

국가 경찰 기구인 OGPU의 기록에서 부정할 수 없도록 드러났다시피, 소련령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족이 그 가장 약한 식구를 잡아먹었다. 보통 어린애들이었다". 어쨌든 자기 자식을 죽이고 먹은 부모는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떤 어머니는 자신과 딸의 식사를 위해 자기 아들을 잡아서요리했다. 친척들에 의해 목숨을 건진 여섯 살짜리 소녀는 자기를 죽이려고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본 아빠의 모습이었다
- P102

살아남으려면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버텨내야 했다. 1933년 6월,
한 여의사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그녀가 아직 식인종이 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이 편지를 네가 볼 때쯤이면 어떨지 모르겠어"라고밝히고 있었다. 

착한 사람부터 먼저 죽어갔다. 남의 것을 훔치거나,몸을 파는 일을 끝내 하지 않은 사람들 말이다. 시체 뜯어먹기를 못내 거부한 사람들도 죽어야 했다. 식인을 하지 않음으로써, 부모들은자식들이 보는 가운데 죽어갔다. 

1933년의 우크라이나에는 고아가넘쳐났고, 때로는 사람들이 그들을 거두었다. 그러나 먹을거리가 없는 판에는 낯선 이들이 그런 아이들에게 해줄 게 별로 없었다. 사방에 거적때기나 담요를 덮어쓴 소년 소녀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들은 자기 배설물을 먹으며 죽음을 가다리고 있었다.
- P103

인육을 사고파는 블랙마켓이 열렸다. 인육은 심지어 공식 경제로도 편입되었다. 경찰은 인육 판매자를 사찰했고, 국가 기구는 사람을 죽여서 고기를 잘라 파는 장사치들을 밀착 감시하고 있었다. - P105

하리코프의 어느 젊은 공산당원은 육류 배급 할당치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육으로만 가능합니다‘라고 상부에 보고했다. 오두막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인육과 관련해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근거였다. 대개 그것은 희생자를 굽고 있거나, 한가족이 그 구성원 하나를 잡아서 뜯어 먹고 있는 경우였기에. 

경찰은연기를 보고 쳐들어가 체포했다. 1932년에서 1933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최소한 2505명이 식인 행위 혐의로 처벌받았다. 실제 그 행위자수는 훨씬 더 많았지만 말이다.
- P105

1937년도 소련 인구조사는 예상치보다 800만 명이 밑도는 결과를냈다. 인구 감소분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과 대러시아에서의 기근 사망으로 발생했고, 또한 그 때문에 신생아 수가 급감한탓이었다. 스탈린은 이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하고, 조사 책임자들을 처형했다. - P108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작가와 정치운동가는 모두 자살했다. 한사람은 1933년 5월에, 다른 사람은 같은 해 7월에, 소련 국가는 우크라이나 공화국에 얼마간이라도 자치권을 지켜주려는 시도를 분쇄했으며, 그런 주장을 편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말살해버렸다."
- P109

대규모 기아와 사망에 대한 기본 사실들은 어쩌다가 유럽과 미국의 매스컴에서 다뤄지기는 했지만, 결코 적나라하게 보도된 적은 없었다. 

스탈린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의도적으로 굶겨 죽였다고 보도한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돌프 히틀러조차 스탈린보다는 마르크스주의 체제를 비난하는 편이었다. 

도대체 기근 사태라는 게 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였다. 개러스 존스는 소수의 신문에기근 사태를 폭로했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영어로 그런 주장을 쓰는사람은 오로지 그뿐이었던 듯하다.  - P112

비록 언론인들은 외교관에 비해 아는 게 적었지만, 수백만 명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의영향력 있는 모스크바 통신원이던 월터 듀런티는 존스의 정확한 보도를 깎아내리려고 갖은 수를 다 썼다. 1932년에 퓰리처상을 받은 듀런티는 존스가 소련 기아 사태에 대해 전한 내용을 "어이없는 괴담"
이라고 일축했다. 

듀런티는 "실제로 기아 따위는 없고, 다만 "영양 부족 때문에 전염병이 번져서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소련쪽 주장과 비슷한 왜곡된 주장을 했다. 

이런 왜곡 보도는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조지 오웰 자신이 1933년, 우크라이나 기근을 두고 검은 진실을 말잔치로 하얗게 칠해버리는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듀런티도 알고 있었다. 수백만 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음을. 그러나 그는 그 기아가 더 큰 목표를 위한 과정이라는 입장을 자신의 글에서 고집했다. 

"달걀을 깨지 않고 오믈렛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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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5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밑줄이네요^^ 미미님의 다양한 독서범위란~!

청아 2021-04-05 16:05   좋아요 1 | URL
모르는게 워낙 많아서요.😅ㅋㅋㅋ러시아는 문학도 역사도 다 흥미롭네요!

새파랑 2021-04-05 16:12   좋아요 1 | URL
러시아 너무 좋은나라 같아요. 추운거 빼면 ㅎㅎ 이책도 읽어보겠습니다^^

청아 2021-04-05 16:21   좋아요 1 | URL
역사 공부가 많이 되실거예요.😄 러시아 꼭 가보고 싶네요!!

scott 2021-04-05 1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럴수가 사실이였군요 사람이 사람을 ㅠ.ㅠ 아유슈비츠 수용소 인근 마을 주민들도 이런 증언을 했었는데 ㅠ.ㅠ 러시아인들의 곡식 창고 였다는 우크라이나에 이런 비극이 ,,,,

청아 2021-04-05 19:48   좋아요 1 | URL
네! 아무래도 여러번 혹시나 했던 일인데 사실이었던걸로 나와요.ㅠㅇㅠ 며느리도 잡아먹고, 당시 사람 머리가 막 여기저기...굶주림은 이런면에서 더 비참한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