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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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이 힘든 근래에는 단편 소설에 손이 간다. 몰랐다. 단편도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줄은. 와닿는 대목은 더러 있었는데 북마크를 붙이진 못했다. 북마크가 없어서 그랬는지 집중하느라 그럴새가 없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건 시시때때로 나는 이야기의 어떤 장면에, 감정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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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5-0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어떤 장면에 빠지셨을까? 잠시 생각해보다 갑니다.ㅋㅋㅋ
 





책을 읽으며 내 성격이 결정되고 있구나, 라는 걸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대학생 때였습니다. 그날도 저는 도서관에서 공부할 책들을 잔뜩 쌓아 놓고 소설책 속으로 도피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집어 든 책은 한강 작가의 <검은 사슴>이라는 책이었어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어둠 속으로 푹푹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의 풍경이 아직 생생합니다. 겨울 해는 이미 졌고, 제 세상은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그 어두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우울하거나 괴로운 감정이 아니었어요. 어두운 장롱 안에 숨던 어린 시절처럼 어둠의 세계에 안착한 느낌? 제 속에 어두운 자아가 이 책 덕분에 깨어난 것 같은 느낌? 그 자아를 이 책이 다 껴안아주는 느낌? p.28 오독의 발견


쉬는 날이라 침대에서 좀 더 뒹굴다가 일어났다. 포근한 로브로 몸을 안아주었다. 내 기척을 느낀 감귤이가 귀엽게 칭얼대는 소리에 힘을 얻어 습식사료를 챙긴다. 커피를 마시며 저 대목을 읽었다. 확실히 책은 내 성격을 바꾸었다. 난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 주의지만 800권의 책, 그리고 그 과정에 사람들과 나눈, 삶과 결부된 책 이야기는 변화를 주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내가 인지할만한 변화는. 


나에게 책은 일종의 로브다. 언제든 내가 손만 뻗으면 날 감싸 안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위로. 

언젠가 스릴러 영화를 뒤적이다가 조내뎁의 '시크릿 윈도우'라는 영화를 봤다. 시종일관 그의 로브에 눈길이 갔다. 꼬질꼬질한 로브 차림으로 소파에 누워 있는 작가 모트 레이니. 심지어 한 쪽 팔 겨드랑이는 쫘악 찢어져 있다. 화면을 정지하고 로브를 검색했는데 결국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못 찾은 나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끝까지 영화를 감상했다. 반전이 있었는데 없었다. 스릴러를 너무 많이 보면 의심이 커져 손해다. 그래도 역시, 조니뎁의 연기는 더하거나 보탤 것이 없다. 친구에게 그 얘길 했더니 생일날 로브가 생겼다. 로브를 입고 있으면 어딘지 든든해. 방 안에, 책장에 쌓아둔 책을 보면 그러하듯이. 






저녁에 데이트를 하게 될 수도 있는데 -오빠 일이 빨리 끝나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러 가기로 했다-그 전에 책도 읽고 수업 준비도 하고 집도 치우고 운동도 조금 해야지. 26년 5월 내게 누군가 한강 작가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여수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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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에 그는 불과 28세의 나이로 미국 전역과 캐나다로 1년간 순회강연을 떠남으로써 일약 두 대륙 간의 유명 인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때 미국 세관에서 "신고할 것이라고는 내 천재성밖에 없다"고 한 그의 말은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 심연으로부터


그리웠어요. 서재 친구들. 저입니다. 청아.ㅎㅎ 

오래 발길을 끊어 미안합니다. 잘 써지지 않았네요. 용기가 없었어요. 글로 드러내는 용기가. 

지금도 딱히 용기가 생긴건 아닙니다만. 끄적이고 싶어 왔습니다. 좋아하는 이 곳에서.


시험이 끝났다. 고난의 2주가 지나니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돌아 돌아 시작한 일. 고비를 맞이했을 땐 

도망가고 싶었다. 일종의 책임감, 일종의 부담감, 일종의 내 하찮음에 의한 양심이었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버텨냈다는 자부심이 조금 자랐다. 

뭐가 부족한지 뭘 더 준비해야 할지 명료해졌다. 제발 이 기세로 잘 좀 해보자. 

내가 나한테 부탁한다. 또 내적인?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좀 미리 하라고. 

오스카 와일드같은 천재성도 비운이지만 어정쩡한 의욕도 나름 비운이다. 
















잠깐, 그래도 며칠은, 적어도 며칠은 책을 읽어야 한다.
시험에 완전히 매진한 것도 아니면서, 괜히 마음이 쫄려 책을 못 읽었다.

허기가 졌다.
마음의 허기.

사랑하는 사람의 언어를 해독하지 못하는 허기,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답답한 허기.

와중에도 페르소나는 그럴싸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오독 중인지 몰라. 

연애는 내게 결국 오독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독해의 과정이고.

그리고 나는, 그 틈에서
현실을 잠깐씩 피해간다.

연애는, 가장 그럴듯한 핑계니까. 솔직해질 날이 올까. 솔직해지고 싶다. 


감정뿐만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섹스를 했는지, 어디에서 했는지, 그걸 하고 난 후에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그런 후에 그의 연락이 다시 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의 감정 변화는 어떤지, 세상이 어떤 식으로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지 낱낱이 씁니다. 아니 에르노는 정말로 이 책의 출간 이후 자신이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글을 씁니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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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6-05-04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아님, 반가워요.
많이 기다렸어요, ㅎㅎ

청아 2026-05-04 22:23   좋아요 2 | URL
페페님, 그리웠어요.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햇살과함께 2026-05-04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청아님.

청아 2026-05-04 22:23   좋아요 1 | URL
네~햇살님, 오랜만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6-05-05 06: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랜만이로군요?^^
어디 다녀오신 거에요?ㅋㅋㅋ
건강하게 잘 돌아오시니 그저 반갑네요.
자주 봬어요.^^

청아 2026-05-05 09:35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나무님!^^* 어딜 다녀온건 아닙니다. 그랬음 좋았겠네요ㅎㅎㅎ

그레이스 2026-05-05 0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청아님 궁금했고, 기다렸습니다.
너무 반가워요~
돌아오신것 환영합니다~~!

청아 2026-05-05 09:37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님! 그리웠고 저도 궁금했어요. 잘 지내셨지요? ^^*

독서괭 2026-05-05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청아님!!! 얼마만이예요! 반갑습니다~^^

청아 2026-05-05 09:38   좋아요 1 | URL
괭님 몇 달만인지 감도 안오네요 넘 반가워요! ^^*
 

"윔피 키드"




 


    



요즘 집에서 PC를 사용할 일이 없었던 탓인지, 컴퓨터가 느려지고 저에게 불만스럽게 툴툴거리는 느낌이네요. 이웃님들 잘들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 지적인 삶과는 더 멀어지고 있어서 전보다 바보가 된 기분이지만 만족스러운 시간들을 쌓아가고 있었어요. "행복은 몸에 좋다. 그러나 정신력을 키우는 것은 고통이다" 라는 말이 계속 저를 따라 다닙니다. 그래서 돌아왔습니다. 헤헷^^


12~1월 까지의 책은 거의 다 읽어서 곧 짧은 독후감을 올릴 예정입니다. (아마도 일주일 안에)! [함달달] 함께 해주시는 분들 글도 확인을 잘 못해서;; 1월까지의 책 when you trap a tiger를 다들 완독하셨는지 모르겠네요.(글 쓰고 나서 둘러볼 예정) 아무래도 저도 마무리 중이기도 하고 불안하여 쉬어가는 의미로 2월의 책은 가볍게 '윔피 키드' 어떨까 합니다. 원서 읽는 분들 사이에서 평도 좋고 무엇보다 유쾌한 내용이며 글밥도 많지 않습니다. 그림도 있고요. 아직 지난번 책을 읽고 계신 분들도 있을 테니 이런 책이 부담이 적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상황을 봐서 다음 달 책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기존의 순서로 돌아갈겁니다. 헷!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시거나 추천하실만한 원서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내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 '쉬어가기 후보들'


       


   

     



  혹은 윔피키드 2를 읽고 3월 부터는 본래 순서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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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2-03 0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윔피키드 많이 들어봤어요. 재미있게 읽어볼게요! 저는 타이거 완독했는데 리뷰를 못 썼어요 ㅎㅎ 청아님 함달달 화이팅~ ❤️❤️❤️

청아 2025-02-03 07:39   좋아요 1 | URL
역시 들어보셨군요! 주인공이 귀엽고 단순 표현이 많아서 기대가 됩니다. 괭님~!!타이어 완독 수고 하셨습니다>.< ❤️❤️❤️

하이드 2025-02-03 0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 워즈 그래픽노블 버전은 비추입니다. 글씨가 너어어어무 작고 빽빽해요.

청아 2025-02-03 08:04   좋아요 1 | URL
헉! 그렇군요. 표지가 좀더 나아져서 신규 버전이라고 생각했어요!ㅜㅜ 하이드님 고맙습니다 😍

하이드 2025-02-03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함달달 2월 쉬어가는 책 추천 페이퍼 써볼게요. 윔피키드의 문장들도 좋습니다.( 쉬어가기도 좋은데, 내용으로는 공감하기 쉽지 않을거에요. 말썽쟁이 초딩남아 일기라서 ㅎㅎ It‘s good to pick up everyday expressions, including some slang and informal phrases, rather than the sophisticated and polished ones you have read before in 함달달. Moreover, the content might not be relatable for most of you~

하이드 2025-02-03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후 워즈 시리즈 쉬어가는 시기에 강추하는데, 책 한 권 정하기보다, 책 살 때 중고나 새 책 한 두 권씩 골라서 읽기 권합니다. 레벨은 지금까지 읽으셨던 책들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훨씬 쉽고 술술 읽힙니다! 제가 장담! 부담 없고, 내용도 정말 재미있어요. 함달달 분들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고, 더 읽고 싶다 전기 찾아볼 것 같고요 (제가 그랬습니다 ㅎ) 이번에는 각기 다른 후 워즈 읽으면서 누가 뭐 골라서 읽나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청아 2025-02-03 08:41   좋아요 2 | URL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안그래도 후 워즈 시리즈 가격이 착해서 다른 책 구매 때마다 중고. 또는 새책 사모아 꽤 가지고 있어요^^ 잘 읽히는게 신기해서 벌써
몇 권은 학생에게 선물도 했고요. 그런데 인물들이 워낙 다양해 취향 다름 어쩌지? 어제 그랬걸랑요ㅎㅎㅎ 마침 하이드님이 아이디어를 주시니 얼른 다음 순서도 오길 기다리게 됩니다.ㅎㅎ 다음달은 각자 읽고픈 후워즈로 해야겠습니다🤓🫰

하이드 2025-02-03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ttps://readbooksinorder.com/who-was-who-hq-books-in-order/

220권의 who was/is 리스트 놓고 갑니다.

청아 2025-02-03 08:43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하이드님의 추천 페이퍼도 기다릴께요 >.<

2026-03-31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씨는 늘 그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졸업을 한 딸이 원하는 게 있거나 말거나, 남(가족 포함)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내가 원하는 걸 먹는다. 내가 최고 존엄이니까. 여기서 ‘존엄‘이란 두 가지 의미에서 그러한데, 돈을 버는 가장이라는 의미 하나,
‘먹는 거라면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 하나, 이렇게 두 가지다. 먹는 거라면 내가 최고라는 그의 자부심은 타인에 의해 인정된 바 없고, 그냥, 오로지, 절대적으로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H씨의 이런 독단적인 외식 메뉴 선택과 식당 선정은 이렇게 이해해야 할것이다. "내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최고의 것을 먹이려는데 이 아니 좋을 수 있겠는가?" 정도로. 이게 바로 나의 아빠라는 분의 애티튜드다.
씁쓸한 것은, H씨가 이렇게 독단적으로 선정한 식당들이 꽤나 괜찮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에 낸 적은 없다. 스스로의 긍지만으로도 차고 넘치므로 나까지 인정해줄 필요가 없어 보였다( 66 ) - P66

그 버섯전골은 완벽했다. 송이에 능이에 느타리에 표고에, 내가 전에 보지 못한 버섯들이 가득했다.
아.... 버섯의 식감은 어쩌면 이렇단 말인가. 조밀한 결이 만들어내는, 이 식감. 만 개의 겹과 만 개의 탄력. 하지만 너무 완강하지는 않아 숨이 막히지 않는이 중용. 이런 식감은 버섯이 아니라면 어디에도 없다. 쫀득하다고 표현하면 경박하다. 버섯에게는 품위라는 게 있으니까. 이런 생각을 그때도 했는지는모르겠다. 하지만 그 후로 이날의 버섯전골 같은 것은 먹어본 적이 없다. - P67

나는 H씨처럼 내가 절대미각을 갖췄다거나 맛에 관한 한 최고 존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는너, 나는 나. 너의 상식은 너의 상식, 나의 상식은 나의 상식. 우리는 각각의 세계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가계(家戒)에서 태어나, 다른 모어(母語)를 배웠고, 다른 음식을 먹었고, 다른 책을 읽었다.
그런데 같을 리가? 그래서 나의 현실은 너의 현실과다르고, 우리는 서로의 현실을 살 수 없다. 나는 우리 사이의 이 거리, 그 아득함이 좋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 각자의 메타버스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팽이버섯이 싫다고 하는 순간, 잠시 차원이 왜곡되며 너와 나의 세계가 합쳐진다. 아주 잠깐이지만말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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