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페미니스트가 여성의 노동이 비노동으로 정의되면서 자본주의적 사회관계가 구성되었음을 지적한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는 증기기관이나 시계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신체인데(Federici,2011(2004);218), 클라우디아 폰 베를호프의 연구 이래 최초의 기계인 신체는 성별을 갖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원시적 자본축적에서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 역시 토지와 함께 수탈되었다. p.59
원시적 자본축적에서 시작한 여성 신체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수탈은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N번방 사건, 손정우의 웰컴투비디오, 버닝썬 사태는 진화하고 있는 한국 성매매 산업의 심각성을 국내외적으로 알리게된 계기였다. 이러한 지능적 성범죄의 급격한 발전과 규모에 비해 사법부의 보수적이고 더딘 성범죄에 대한 인식도 가시화되어 법재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버닝썬 사태'는 공권력과의 연류의혹으로 버닝썬 게이트로 명명되기도 했다. (레이디 크레딧)의 저자 김주희는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의 메커니즘을 추적해 여성의 성을 담보로 유지,발전되는 금융자본을 고발한다.
여성 노동의 비 노동화, 여성의 가정주부화, 나아가 매춘화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다. 여성은 주부 또는 매춘부로, 이들의 노동이 교환되는 비자본주의적 외양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위해 기능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Fortunati, 1997 [19951: 69) - P60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적게는 하루 20~30만원에서 한달에 수천만원에 이를정도로 실제로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스스로 채무자가 되어 발을 빼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든다. 유흥업소와 관련자들, 이들에게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업계는 대출상품을 미끼로 여성들의 수익을 자신의 수익으로 편취하고 이로인해 여성들은 다층적으로 성매매 산업에 결박되는 것이다. 또한 '업소 등급화전략'은 여성들의 외모로 해당 업소들간의 계층화를 이룬다. 이는 이용자인 남성들에게는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성매매가 탈도덕적인 구매활동이 되게하고 여성들에게는 자발적인 조정과 순응을 통해 스스로의 외모에 투자하게 하는 동시에 이로써 또다른 대출이 이어져 여성들의 종속이 견고해지게 한다.
지난 10년 동안 성매매 산업의 계층화는 중급 업소와 하급 업소의 세분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쩜오','쩜칠','하이쩜오'와 같이 '텐프로급'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등급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을 통해 증명된다. 이러한 세분화 과정은 여성들로 하여금 언제나 최상급 업소 여성들과 비교하게 하면서 자신의 몸 가치가 객관적 등급화 과정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고 순응하도록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P.234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2012[2010]: 13)는 여성혐오가 남녀에게 비대칭적으로작용하며,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 여성에게는 자기혐오‘로 나타난다고 정의한 바 있다. 여성의 ‘자기혐오‘를 여성혐오의 효과로 보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룸살롱 종사 여성들로 하여금 언제나 자신들의 몸 가치의 부족분을 깨닫도록 만드는 성매매 산업의 등급화 과정역시 여성혐오에 기반한 구조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P235
성매매 산업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대출이 이루어지는 것을 '신용'이 주어진것으로 자신의 가치가 '증명'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자유'이자 '이익'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실제로 수익이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고 계속 대출이 증가하는데도 끊임없이 갚아나가기를 반복하고 업계의 요구에 맞도록 자신을 치장하고 변화(성형)시키는데 또다른 대출을 늘려가는 식으로 자신을 제외한 관련업계의 이익에 동원된다. 성매매에 진입하는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인 경우도 있고 과도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혹은 등록금으로 인한 대출을 빠른 시일내에 갚기위해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사회구조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현실에 여성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1학자금 채무 문제와 청년 빈곤 이슈에 대해서는 천주희(2016)의 연구를 참고할 수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의 누적 물가상승률(37.2%)을 훨씬 상회하는등록금 누적 인상률(국공립 70.3%, 사립 55.8%)로 인해 현재 대학등록금은 연간 500~1300만 원 수준에 이른다(이준호, 박현정, 2012; 10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2014)가 한국장학재단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8523명이 555억 8500만 원을 갚지 못해 가압류·소송·강제집행의 법적 조치를 당했다.- P268
이를 통해 사회 구조적인 모순과 금융의 관련성을 배제하고 개인에게 성매매의 책임을 묻는것은 더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 성매매 산업은 큰 돈이되는 굵직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융화된 부채경제 시스템을 이해하지 않고는 자발적 의지로 끊임없이 성매매 산업에 채워지고 결박되고 있는 여성들을 구해낼 수가 없다. 이른바 '채무자 뽑아먹기'로 여성들을 착취하는 금융의 '빈곤 매커니즘'을 이해해야만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부채의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적 생태계는 여성 몸의 증권화, 담보화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P.68) 이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대치동에서 적발된 한 ‘매직미러 초이스‘ 유흥주점은 150명의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결과 하루 평균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적발 전까지 대략 38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추정된다(뉴스1, 2013).- P237
저자 김주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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