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5세부터 7년간 성매매되었던 아일랜드 더블린 북부출신의 여성이 쓴 회고록이다. 그녀는 이 회고록을 써 내는데 1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독자로써 읽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7년간을 기억해내며 글을 쓴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할수도 없을지경이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에서 싱글맘인 소년의 엄마는 우울증으로 하루종일 울거나 잠만잔다.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마커스는 많이 외로워보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운좋게도 윌 프리먼(휴 그랜트)을 만나 그와 함께 성장하게 된다. '페이드 포'에서 레이첼 모랜 역시 부모의 정신질환으로 불우하고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힘겨워하다 약물에 빠지고 노숙자가 된다. 그리고 성매매에 유입되었다. 그러기까지 그녀는 결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고,부모는 부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신질환, 중독과 가난. 중독은 극빈의 생활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중독의 손아귀 안에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이미 가난할 때만 가난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 정신질환은 당연히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켜서 정신 질환 그 자체나 중독에 성공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 p.62
서로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일방적인 쾌락과 성욕해소를 위한 섹스는 이제 부부간에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거기에 돈이 지불된다고 폭력성이 희석될수는 없다. 그래서 성매매는 성폭력이고 그래서 성매매되는 여성 대다수가 정신적 후유증으로 알콜의존증과 약물에 빠지며 그래서 그들은 사회에 섞이질 못하는것이고 그래서 성매매업에서 정작 돈을 긁어모으는건 업주이며 성매매된 여성은 빚에 쪼들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떤 여성도 대안이 있는데 성매매되길 희망하지는 않는다. 조직적인 성매매 체계의 착취적이고 폭력적인 구조는 이런 절망을 이용한다.
성매매옹호론자들에게 묻고싶다. 아동성매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왜냐하면 상당수의 성매매된 여성들은 가정폭력,가난한 가정환경등의 이유로 미성년의 나이에 성산업에 내몰리며 이건 국제적인 현상이다. 성착취는 그 특성상 좀 더 어린 여성, 좀 더 나약하고 힘없는 여성을 추구한다. 노인여성대상 성범죄가 극도의 수치심때문에 신고율이 턱없이 낮아 잘 드러나지 않을뿐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은(최근 국내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 취약‘자에 대한 강자의 착취구조가 성매매,성착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노인의취약함은 미성년자의 취약함만큼이나 매매자,착취자들에게 자극의 요소다.
수치심에, 나이때문에. 성폭행 당하고도 말못하는 노인들
성매매 문제에서 정작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착취자들의 병적인 인식구조다. 하지만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적 의식으로인해 이들은 연구되지도 않을뿐더러 마치 이들의 행위는 ‘자연스럽‘고 ‘정상‘인것처럼 주목받지 않는다. 성매매된 여성들만이 모욕당하고 비난받는다.
남성수요자들은 당연히 성매매를 즐길 수 있는것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상대적으로 성매매여성들이 이 구조에서 마치 ‘선택‘이 가능한것처럼 대부분의 멸시와 비난은 이들에게 향한다. 성매매합법화를 주장하며 ‘그들‘(공급자인 여성)에게 진짜 ‘선택권‘이 있는듯 ‘선택권‘을 주자고 말한다. 그런 왜곡속에 성매매는 ‘여성‘을 남성과 같은 ‘인간‘이 아닌 남성들의 욕구해소의 대상으로 격하시킨다.
성매매를 용인하면 대중의 시선에 모든 여성이 잠재적인 성매매 여성으로 보이는데, 여성이 업소에서 일하는 데는 오직 두 가지 요건만이 필요해서이다. 하나는 여성을 그곳에 있게 만든 상황이고, 다른 한 가지는 질이 있다는 사실이며, 모든 여성은 적어도 이 둘 중 하나를 가지고 태어난다.p.279
이런 인식은 성매매 영역에 국한된것 같지만 사실상 무섭게 성매매 영역밖으로 퍼져나간다 성매매가 존재하는 한 이 인식은 없어지지않을것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런 인식이 성매매를 합리화하고 여성의 대상화, 물화로 인한 사회내의 잘못된 개념과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여성의 성매매가능성이 성범죄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남성 50프로가 성매매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것은 국제적인 비율과 비교해봐도 적지않은 수치다. (아일랜드의 조사결과 남성 15명에 한명꼴로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 국가.사회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여성이 성매매대상이 될수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 파장을 야기한다.
어떤 사람들은 성매매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수 없으니 합법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에는 남성의 성욕과 그 분출은 필수불가결하므로 성매매 여성이 그들을 위해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과연 그럴까? 남성의 성욕분출이 필수적이고 자연발생적이고 제어불가능한 거라면 성매매가 없어질경우 그들은 병에 걸리거나 죽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여기서 잠시 생각할 무서운 연관성이 있다. 이들의 주장이 과연 사실이라면 사회는 성범죄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가? 성범죄자가 사회적 문제가 됨에도 비교적 관대한 사법부의 판단에는 이러한 남성중심적인 시각이 반영된것은 아닐까?(최근 아동성착취물에 관한 재판에서 아동의 얼굴이 보이지않고 뒷모습만 영상에 나왔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형량을 감해주었다. 심지어 다른 영상에서 정면얼굴이 나온 동일한 아동이 다른 영상에서 뒷모습이 나온 경우에도 그 범죄는 인정되지 않았다.) 성매매는 필요악이 아닌 그저 악에 불과하다.
YTN 얼굴 안나오면 무죄
국민일보. 징역600년
어떤 분들은 의아할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인데 왜 이런문제에 관심을 갖느냐고.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언론에서 성매매 관련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는 충분히 성매매가 억제되고있지 않다. 관련법은 실제 성매매를 억제하기 충분치 않으며여기에 공감하는 현직 경찰도 이런 글을 올렸다.
경찰기고, 성매매 근절 정책인 노르딕 모델을 알고 계십니까
성매매는 먹이를 주며, 먹이를 먹은 것은 자라며, 억제되지 않고 자란 것은 한때 그걸 품었던 범위 안에 가두기 너무 커질 때까지 양도, 강도도 증가한다. 성매매는 성폭력이라는 도착증을 억제할 수 없는데,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성폭력에게 먹이를 주고, 다른 세상 속으로 풀어줄 뿐이다.p.344
골방이는 호텔방이든 돈을 많이받건 적게받건 매매된 여성들은 하나같이 행복하지 않다고 레이첼 모랜은 증언한다. 드물게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심리적 배경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라고 분노한다. 그것은 결코 일반화될수도 없을 뿐더러 돈이 지불되는 성폭력일 뿐인 성매매의 폭력성을 결코 합리화할 수 없다. 폭력이 매매대상이 될 수 없듯 성은 매매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노르딕 모델을 선언한 스웨덴이 수요자들의 처벌을 강화한 뒤 성매매가 50%이상 줄어든 사실과 성매매를 허용한 독일의 경우 성매매가 급격히 증가, 성매매된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동반했고 성범죄 또한 증가한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성매매는 남녀 모두를 위해 근절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법률없이는 성매매는 음성적으로 살아남아 계속해서 그 몸집을 키울것이다. (현재 온라인상의 성매매가 계속 단속, 처벌되고 있다.) 성매매는 성매매 여성뿐 아닌 수요자들에게도 인간성에 상처를 준다. 15살부터 성매매되었던 레이첼 모랜 본인을 포함해 그녀가 이후 7년간 그속에서 만난 모든 성매매된 여성들은 그 일이 늘 굴욕적이었으며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폭력이 ‘억제‘되어야 하듯 성매매도 ‘억제‘ 되어야한다 방식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것이 아닌 성매수자들을 처벌하는 형식이여야한다. 경제 제1원칙처럼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당신이 만일 성매매업을 하는 업자들이나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을 위해서가 아닌 성매매된 여성들의 선택권이나 이익을 위해 선의로 성매매 합법화를 지지한다면, 그렇게 믿는다면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이 책을 읽고 그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것이다. 성매매수요자들이 성매매보편화를 위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성매매된 여성들의 굴욕과 비참함이 어떤것인지 이 책으로 당신은 그 실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1:블로그,낡은 일기장 속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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