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마리아, 마틸다 한국문화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775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메리 셸리 지음, 이나경 옮김 / 한국문화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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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리 옹호>로 여성주의 철학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고 있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두 편의 소설 <메리>,<마리아>와 그녀의 딸이자 <프랑캔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의 소설<마틸다>

총 3편을 묶었다. 우선 앞의 두 편을 읽었는데 특히 <마리아>의 경우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이 혼재되어 있어 마지막 페이지 까지 다 읽었을 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을 듯해 미리 정리를 하기로 했다. 


<메리>

이 작품의 저자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는 38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딸을 낳고 며칠이 지나 사망한 것이다. 제목에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쓴 만큼 이 소설은 어느정도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스스로도 길지 않은 삶을 살았던 그녀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견뎌야 했던 것 같다. 엄마 엘리자는 무기력했고 메리에게 충분한 사랑을 베풀지 않았다. 당시 사회가 기대하는 상류층 여성의 식물원 식물같은 삶이었다. 


그런데도 메리는 원망보다는 인내하며 오히려 가난하고 힘든 여건의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숭고한 삶을 선택한다. 답답한 느낌이 들었던건 그녀의 친구 앤이나 그녀가 돕는 다른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녀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을 텐데도 메리는 부유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 자신을 괴로운 상황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이 자꾸 떠올랐다. 신앙의 힘으로 버텨가며 사랑을 밀어내지만 결국 자신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고통뿐인 그러한 삶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신이 그걸 바랄까 의구심이 들었었다.작가는 당시 영국사회가 추구하는 여성의 가치에 대해 냉담한 시선으로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닐까?  


<마리아>

고딕소설의 형태를 띈 이 작품은 역시 18세기 영국 여성의 삶과 고뇌를 담고 있다. 고딕소설답게 시작부터 어딘지 알수 없는 곳에 갇힌 여인의 괴로움과 혼란으로 불길하다. 남편에 의해 낯선 시설에 감금된 그녀는 그곳에서 관리자인 제미마라는 여인과 역시 그곳에 수용된 남자 헨리 단포드와 인연을 맺게 된다. 각자의 사연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결국 마지막으로 마리아의 과거가 드러난다. 


남편의 소유물로 전락한 당시 여성의 비참한 현실을 보게 됐는데 특히 초반에 미친 여인 취급받는 마리아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속 로체스터 부인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그 소설에서는 불을 지를 정도로 로체스터 부인은 불안하게 그려졌는데 진실은 누가 알겠는가?) 여러번 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은 이런 치료시설에 누군가를 보내려면 본인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과거에는 말을 듣지 않는 아내를 필요에 따라 가둬두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하이라이트인 후반부 법정에 선 마리아의 증언을 통해 불합리한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던 결혼한 여성의 삶을 작가는 토로한다.  


P.202 큰오빠는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더존중을 받았단다. 그래서 곧 집안의 두 번째 폭군이 되었고, 아버지의 대리인, 남자로 태어났으니 자연이 특권을 준 존재, 그리고 어머니가 귀하게 여긴 오빠는 늘 상속자답게 굴었어. 어머니의 편애가얼마나 심했는지, 오빠에 대한 애정에 비해 다른 아이들은 사랑하지않으셨다 해도 좋을 지경이란다. 
하지만 아이 중 누구도 오빠처럼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아이는 없었어. 지나치게 오냐오냐해주니 오빠는 너무나 이기적으로 되었고 자기만 생각했어. 그리고 벌레나 동물을 괴롭힌 것처럼, 오빠는 남동생들에게는 폭군이, 여동생들에게는 더 심한 폭군이 되었지.


P.241 남자들이 만든 부당한 법이 그렇단다. 재산의 소유에서 비롯하는 편안함이라는 문제 속에서 여성의 종속적인 입지만을 강조하다 보니, 남자가 아내의 애정을 잃을 때보다 여자가 남편의 애정을 잃을때 훨씬 큰 피해를 당하게 되니까. 하지만 버려진 가정에 홀로 남아,남편을 유혹해간 여인에게 배상금을 청구하는 여인이 어디 있니?
여자는 외도하는 남편을 쫓아낼 수도, 그에게 아무리 큰 과실이 있어도 그의 아이들을 격리할 수도, 떼어낼 수도 없다. 남자는 여전히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면서 세상의 미소를 즐기지만, 여자는 위로를 구하거나, 복수하려고 들면 오명이 찍히게 된다.


P.297 저는 여인의 어깨에만 굴레를씌우고 어머니 노릇을 하며 자식을 키우고자 하는 여인을 남자의변덕에 좌지우지되게 하는 법에 반대합니다. 남편들이 선택이나 필요 때문에 여인들을 통치하는데 말입니다. 여성이 남편과 헤어져야하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그리고 제 경우는 가장 열악한 상황에 속한다고 주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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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14 22: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울스턴 크래프트의 두번째 남편인 철학자 윌리엄 고드윈인 한테 사후 철저하게 짓밟힙니다.
딸인 메리도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고 아내의 업적과 저술을 폄하 한것은 물론 사생할이 난잡했던 여자라는 기고글 과 논문까지 써서 당시 학계와 사회는 고드윈의 말을 믿었다고,,,
루소가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으로 여성은 남성에게 훈육되어야 사회에 질서가 잡힌다고 주장 한 시대에 고드윈의 거짓말은 잘도 먹혀 들어갔죠.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는 아버지 중심의 폭력적인 가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 교육 받지 못한 여성들과 함께 배우며 글을 썼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하면서 사랑과 행복에 대한 권리를 포기 하지 않았는데,,,
여전히 그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게 두번째 남편이 많은 자료를 지워버린것 같습니다

mini74 2021-05-14 22:39   좋아요 4 | URL
심한 욕 심한 욕 !! 진짜 화가 나네요. 철학자라는 뜻이 아깝네요. ㅠㅠ

청아 2021-05-14 22:48   좋아요 4 | URL
그랬군요! 안타깝네요ㅠ
이 책에도 그의 흔적들이 있어요. (주석 일부를 그가 첨부한듯)여기저기 윌리엄 고드윈 이름이 나와요. 그리고 아까보니 그런 루소랑 메리 울프턴 크래프트 함께 인권 고전 세트도 나와 있어서 참..😳
그녀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떤 말을 할지!

수이 2021-05-14 23:15   좋아요 4 | URL
지혜로운 쓰레기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네요........ 에휴

새파랑 2021-05-14 2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딸이 쓴 작품이 합쳐진 책이군요. 예술이랑 음악은 선천적인 재능이라는게 있나봐요 ㅎㅎ <마리아>는 리뷰만 읽어도 당시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현실을 잘 그린 작품같이 보입니다ㅜㅜ ˝제인에어˝랑 법정 증언 내용을 보니 <마리아>는 읽어보고 싶네요^^

청아 2021-05-14 23:17   좋아요 4 | URL
네! 시대적 고찰이 좋았어요. <메리>는 후반 헨리와의 사랑부분이 인상적이었고 <마리아>는 초중반 조금 암울하고 복잡한 느낌인데 후반 법정증언이 압권이었어요.이부분은 번역도 대체로 깔끔해요^^*

수이 2021-05-14 2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미미님 벌써 완독이라뇨!!! 완독 축하합니다. 저는 이제 펼칠 준비 운동을!!

청아 2021-05-14 23:19   좋아요 3 | URL
수연님 저 <마리아>까지 읽었어요.^^* <마틸다>읽기전 까먹을까봐 써봤어요ㅋㅋㅋㅋ

수이 2021-05-15 00:47   좋아요 2 | URL
아 이런 ㅋㅋㅋㅋㅋㅋㅋ 별점을 주셔서 저는 당연히 완독했다고 착각했어요

공쟝쟝 2021-05-14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완독가까이 다가 가셨네요? 짝짝짝~~~ 저도 스을스을 펼쳐야 하는 시점 !!

수이 2021-05-14 23:27   좋아요 2 | URL
우리만 늦게 읽는 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5-14 23:28   좋아요 2 | URL
지난달 넘 늦어서 이렇게 만회를 시도해 봅니다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5-14 23: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딸의 이름이 왜 같은지 그 이유를 알겠어요~~이 책 읽으면 18세기 여성의 삶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것 같네요^^
처음에 이 책 제목에 대해 궁금했는데
소설집이었군요^^
읽지 않아도 책에 대한 정보 잘 담아갑니다^^

청아 2021-05-14 23:53   좋아요 4 | URL
네ㅋㅋ두 사람의 단편을 이렇게 한 데 모은것도 의미있는 것 같아요.^^* 엄마 메리의 작품 여기저기에 딸 메리의 소설 속 분위기가 있는것도 신기했어요!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5-15 09: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나 많이 읽고 또 쓰시다니. 지는 울스턴 연보만 읽고 눈길만 주고 있다는 ㅋ

청아 2021-05-15 09:35   좋아요 3 | URL
시대 분위기를 얼마간 읽을 수 있는점이 좋았어요^^* 저는 조급증 때문에ㅋㅋㅋㅋ읽고 싶은 책이 많아 서두르고 있지요ㅋㅋ

scott 2021-05-15 17: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에서 마틸다는 누구 인가여?
허구의 인물!
메리가 창조한

청아 2021-05-15 17:28   좋아요 2 | URL
마틸다는 아직 안읽었어요^^* 메리가 만든 허구의 인물인것 같아요.
스콧님 다 알고계심ㅋㅋㅋ 근친간의 사랑을 다뤄서 처음에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이 출간거부 했었대요.🙄

다락방 2021-05-16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독서를 통 못하고 있어서 이 책도 아직 펼쳐보지 못했는데, 미미님의 이 리뷰 읽고 나니 얼른 읽고 싶어졌어요. 인용하신 다른 페이퍼의 문장 보면 번역이 가끔 메롱인 것 같지만... 너무 읽고 싶습니다. 읽으러 가야할텐데, 오늘 안에는 시작할 수 있을지요.
읽고 리뷰 써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게다가 이 리뷰 읽으니 독서 의욕 샘솟았어요. 후훗.

청아 2021-05-16 13:08   좋아요 1 | URL
리뷰쓴뒤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입니다ㅋㅋ<마리아>번역이 특히 괴로웠는데<마틸다>에서 다시 만족스러워지고 작품해설도 읽어볼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