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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페미니즘 - 여성의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완전한 자유
낸시 홈스트롬 엮음, 유강은 옮김 / 따비 / 2019년 6월
평점 :
어제 뉴스에 미국에서 흑인남성이 아시아계 남성을 지하철에서 폭행하는 영상이 나왔다.
상대 남성은 어느정도 저항을 하다 이내 기절한듯 쓰러졌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 도와주진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해외 뉴스를 통해 인종혐오
범죄로 느껴지는 사건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330076800009?input=1195m
오늘 뉴스에서는 역시 미국에서 흑인남성이 아시아계 여성을 폭행하는 영상이 나왔다.
상대 남성은 상당히 건장한 체형이었고 길을 가다 마주친 65세의 여성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가격한 다음" 너는 이곳에 속하지 않아"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한 건물 앞이었고, 당시 지켜보고 있던 건물 경호원들이 있었으나 자신들은 건물외에는 불의 앞이라도 의무도 책임도 없다는 듯 그 장면 앞에서 오히려 문을 닫았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1033109667
낸시 홈스트롬의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오늘에야 끝냈다. 분량도 많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라는 낯선 분야를 처음으로 접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회주의 페미니즘 이론들에 대해 분야별로 연구하고 때론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그 안에는 페미니즘 여성운동의 힘겨운 투쟁과 결실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37명의 분석 중 어떤 내용은 때로 너무나 현학적이고 모호한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 불만도 많았다. 이 점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읽기 어렵게 쓰는 글은 연합보다는 배제를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내용은 어렵지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있고 내용은 쉬운데 이해할 수 없는 글이 있다. 내가 지적하는 이 책에 담긴 몇몇 논의의 문제는 후자다. 어떤 경우는 마르크스의 자본론보다도 어렵다고 느꼈다. (나는 자본론을 다 읽어보진 못했다. 마르크스의 경우 '공산당선언'을 읽었을 뿐이고 '자본론'은 1권을 읽다가 미뤄둔 상태다. 하지만 난해한 면에서 이 책의 '그 경우'들과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는 읽었다.) 또한 시몬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도 '이 경우들'보다 읽기 좋고 심지어 흥미진진 했다.
안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소수다. 하지만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도 그 소수중에 있다고 믿는다. 스탈린이 '박멸'을 시작할때 학자들을 우선 순위로 선택한 것도 그런 점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사람들은 그 글을 매개로 변화를 주도하고 연대를 이끌 수 있다. 페미니즘은 무엇보다 실질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대는 필수다. 그런데 이야기 전달 방식이 어렵다면 누가 귀기울이고 누가 연합할 수 있단 말인가. 소수 엘리트 여성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글 들은 그들의 목적과 달리 모순적으로 배제를 낳는다. 듣지 않는 음악은 의미가 없듯 읽지 않는 글은 힘이 없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을 어렵게 하는 사람들은 펜보다는 체스나 바둑이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아쉬움들 속에서도 인상깊은 내용들도 많았다. 신시아 인로의 '여성의 삶의 군사화'라던지 밸 플럼우드, 줄리시의 '아시아계 여성들에 대한 반이민 정서와 공격'이 그랬다. 초반에도 밝혔듯이 최근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도를 넘어서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그런면에서 이번 책 을 읽으며 차별에도 나름의 피라미드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에도 여러차례 나오지만 이른바 유리천장에 근접한 최상위부터 진흙탕에 발딛고 사는 여성들처럼 말이다. 가장 아래쪽에는 아시아계 여성들이 있다.
p.745 미국의 전체 섬유.의류노동자 가운데 53퍼센트가 아시아계 여성이다. 의류노동자들은 점점 더 많은 섬유 분진,염료,포름알데히드,비소 등에 노출되며, 그 결과 면폐증과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실리콘벨리 조립라인과 생산직에 종사하는 전자노동자의 43퍼센트도 아시아계 미국인(주로 여성)이다. 리의 말에 따르면 ,전자/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아시아계와 라틴계 이주 여성들은 "전자 부품을 세척하는 데 위험한 용제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기타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탓에 중추신경계와 생식기계 손상으로 고통받는다.이 여성 노동자들은 일반 제조업 노동자에 비해 직업병 발병률이 세 배나 높다.
미국의 흑인들과 백인들의 갈등이 심화되면 결과적으로 한인타운등 아시아인들에 대한 위협으로 불씨가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넷플릭스 스텐딩 코미디 Ronny Chieng의 쇼에서 Chieng은 중국계 미국인의 시선으로 백인과 흑인간의 갈등과 차이를 풍자한다. 그는 제3자의 배제된 입장을 오히려 전복시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트럼프와 코로나 펜데믹 이후 더 심각해지는 웃지못할 상황으로 변화하는 듯 하다. 밸 플럼우드의 그물망 이론처럼 차별의 구조는 그물망으로 사실상 모두에게 덧씌워져 있다.
p.714 "세계의 점점 더 많은 지역이 전 지구적 시장 체계에 통합되고 이 체계가 전 지구적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에 휘말림에 따라 이 (차별의)그물망의 가닥은 어느 때보다 더욱 탄탄해지고 생명에 해를 끼친다." 백인이 흑인을, 흑인이 아시아인을, 반유대계가 유대계를,남성이 여성을, 가진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향해 차별과 소외의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내버려두면 그 영향력과 파괴력은 결국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 코로나 시대에 소통의 부재로 인해 차별의 피라미드가 더욱 확장되고 견고해질 수 있는 만큼 전지구적 연합과 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