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커피는 골초들의 담배와 같다. 독서를 하는 와중에도 커피는 그 향기와 더불어 이해의 깊이를 도모한다. 보름이상 같은 음식은 해롭다는 설이 떠올라 하루씩 커피를 쉬어보는데 영.. 쉽지않았다.
<수용소군도> 4권을 마무리했다. 예상보다는 수월하게 읽히는 글인데 아무래도 내용의 무게감에 자꾸만 나름의 성찰의 세계로 빠져버린다. 쉬운 감정적 동요는 내 장점이자 단점이다.
되도록 줄거리는 얘기하지 않는 편이지만 4권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내용은 아이들까지도 성인과 함께 군도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성인도 견디기 힘든 그같은 삶을 철도 들지 않은 아이들이 맞딱뜨렸을 때 벌어진 기이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입맛도 좀 떨어졌다. 아무래도 논픽션이다 보니 이런저런 사연들에 책임의식도 느끼게 된다. 멀건 죽에 눅눅한 검은 빵으로 연명하거나 굶어죽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기는 쉽지 않은것 같다. 그런 이유로 커피와 함께하기 더없이 적당한 내용인듯 하다.
1권부터 각각의 간략한 감상을 남겼는데 다소 어두운 내 감상 때문에 이 작품을 읽기 괴로운것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조금 염려스럽다. 솔체니친은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무겁지만 때로 가볍게 러시아 독재의 모순을 조소하고 통찰한다.
게다가 짙은 어둠의 날카로운 빛처럼 드물지만 예사롭지 않게 등장하는 용기있는 사람들의 저항은 그 배경의 암울함과 대비되어 감동적으로 와닿았다.
읽는 동안 유달리 많이 마신 커피만큼 또 그 많은 커피향들의 농도만큼 <수용소군도>는 내게 큰 의미로 자리잡게 될것같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내용을 견뎌 낸 독자들에게 다음책은 자유와 투쟁을 보여주겠다˝고 시작하는 5권의 서문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