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ㅣ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평점 :
논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책이지만, 아무나 쉽게 읽을 수 없는 책.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고전. 그 <논어>가 내 손에 들려있다. 지금 이 서평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필시 유명한 고전 <논어>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거나 시중에 나온 수많은 <논어> 중 어떤 책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사람이리라. 그렇다면 부족한 서평이지만 이 서평을 만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도 된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고 지금 <한글 논어>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평소에 논어라 하면 한문으로 쓰여있어서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판미동에서 출간된 <한글 논어>을 읽고 그 편견을 깨져버렸다.
이 책은 온전히 한글로 독해가 되어 있어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논어>가 이렇게 재미있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지 생각도 못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글 논어>를 읽고 있는 내 모습에 나도 놀랐으니…
논어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공자의 사후 약 70여 년이 지난 뒤에 편찬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 방식은 1부에서 공자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생을 먼저 알게 하고 2부에서 총 20편의 <논어> 구절을 만나게 하는 형식이다. 1부에서 쌓은 공자의 배경지식이 바탕이 되어 논어의 구절이 쉽게 와 닿았다. 공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독자를 배려하는 체계적인 진행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1부에서 공자의 일생은 한 편의 소설처럼 읽기에 부담이 없고 재미있기까지 했다. 각 논어 구절에는 저자의 세부 설명이 한글로 달려있어서 읽고 이해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그동안 잘못 번역된 용어들도 모두 바로 잡았다고 한다. 읽다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는 플래그를 붙여가며 논어를 읽었는데 그중 구절 몇 개만 소개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직접 책을 통해서 만나보길 바란다.
삶에 필요한 기예를 배우고 익혀라. 그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을 알아주고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올 때, 이보다 반가운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남들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해 나갈 때, 참된 사람은 그 진면목이 드러나리라! (학이 1)
이 구절은 논어의 첫 번째 구절이면서 가장 유명한 구절로 다른 책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처음 본다면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읽어보길 바란다. 뭔가 와 닿는 게 있을 것이다.
말하기 전에 먼저 행하고, 그 후에 말하는 사람이 참된 사람이다. (위정 13)
주변에 보면 입만 살아있는(?) 사람이 많다. 이에 공자는 말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천보다 입으로 공수표를 먼저 날렸던 기억이 나서 왠지 뜨끔하다.
싹은 돋아났으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도 있고, 꽃은 피었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자한 21)
학문이나 공부를 식물에 비유한 글로 사람은 학문을 통해 덕행을 이루고 사람 구실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배웠다고 한들 배우는 과정에서 덕행을 닦아 그에 이르지 못하면, 싹은 돋았으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다는 뜻이다.
항상 나와는 상관없는 책일 거라며 거리를 두었던 논어를 <한글 논어>를 통해 직접 읽어보니, 왜 사람들이 논어를 현대인의 필수 지침서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논어를 즐겨 읽었던 사람에게는 이 책이 어떻게 보일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논어를 한번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글 논어>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