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 우리가 몰랐던 신비한 땅이야기
민홍규 지음 / 글로세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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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자신에게 맞는 땅을 골라서 그 위에 살게 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 편안함 속에서 자신의 역량이 배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땅이나 주변 환경과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건축을 업으로 사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천지(天地)의 기운(氣運)으로서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 만들어진다는 풍수지리를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었다. 간혹 주변에서 풍수에 대한 질문을 해올 때면 - 건축을 하는 사람이니 풍수 정도는 잘 알고 있겠지라고 확신하는 마음을 갖고 - 주변 환경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지리에 없던 관심이 절로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터>의 저자 세불 민홍규가 들려주는 신비한 땅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조선 태조 때 중공한 국보 1호 숭례문의 화재사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숭례문 화재사건은 매우 큰 사건이었고 개인적으로 관심 있던 사건이었기에 책의 첫 장부터 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할까? 숭례문의 위치는 북한산과 경복궁이 직선으로 남쪽을 향해 있는 곳으로 앞쪽 관악산 화기와도 마주해 있어서 불기운이 더욱 솟는 터라고 한다. 경북궁 정문에 해태상을 세워 화재를 방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지식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도전이 숭례문을 세울 당시 화기를 누르고자 사용했던 방법과 숭례문이 불타거나 변고가 생긴 후 나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숭례문에는 불의 조화를 뜻하는 염준이라는 대풍수의 비기가 숨어 있었고, 염준은 불이 나면 좋은 염준이 나쁜 염준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정도전이 신경을 썼던 것이 염준의 힘이었고, 숭례문이 불타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는 괘에 따라 화기를 제압하기 위해 '세로 현판'을 달았다. 어쩌면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나라가 이렇게 어지러운 것도 우연은 아니라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 세불 민홍규는 국새를 만들기 위해 백두대간의 맥을 따라 탐사하여 국새를 제작할 적임지를 찾았다. 그는 이 터에서 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세 개의 혈처에 성격이 각기 다른 세 개의 바위를 침을 놓듯이 혈 자리에 놓기로 계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계획대로 국새를 제작할 터를 하나하나 조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돈에 눈먼 일부 국새 제작단 단원의 배신으로 모함을 받아 3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하게 된다. 결국 세 번째 바위는 잘못 놓였고, 등황전은 오색 칠을 해 흡사 사찰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는 등 애초 계획대로 터는 조성되지 못 했다. 이런 이유로 터는 아직 미완성이라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직 자리 잡히지 않은 터의 자리가 하루빨리 자리 잡히고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고건축이나 사찰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세불 민홍규의 억울함과 애절함이 담긴 이 터를 한 번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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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논어 - 시대를 초월한 삶의 교과서를 한글로 만나다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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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책이지만, 아무나 쉽게 읽을 수 없는 책.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고전. 그 <논어>가 내 손에 들려있다. 지금 이 서평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필시 유명한 고전 <논어>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거나 시중에 나온 수많은 <논어> 중 어떤 책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사람이리라. 그렇다면 부족한 서평이지만 이 서평을 만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도 된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고 지금 <한글 논어>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평소에 논어라 하면 한문으로 쓰여있어서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판미동에서 출간된 <한글 논어>을 읽고 그 편견을 깨져버렸다.
이 책은 온전히 한글로 독해가 되어 있어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논어>가 이렇게 재미있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지 생각도 못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글 논어>를 읽고 있는 내 모습에 나도 놀랐으니…

 

 

 

 

논어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공자의 사후 약 70여 년이 지난 뒤에 편찬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 방식은 1부에서 공자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생을 먼저 알게 하고 2부에서 총 20편의 <논어> 구절을 만나게 하는 형식이다. 1부에서 쌓은 공자의 배경지식이 바탕이 되어 논어의 구절이 쉽게 와 닿았다. 공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독자를 배려하는 체계적인 진행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1부에서 공자의 일생은 한 편의 소설처럼 읽기에 부담이 없고 재미있기까지 했다. 각 논어 구절에는 저자의 세부 설명이 한글로 달려있어서 읽고 이해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그동안 잘못 번역된 용어들도 모두 바로 잡았다고 한다. 읽다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는 플래그를 붙여가며 논어를 읽었는데 그중 구절 몇 개만 소개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직접 책을 통해서 만나보길 바란다.

 

삶에 필요한 기예를 배우고 익혀라. 그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을 알아주고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올 때, 이보다 반가운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남들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해 나갈 때, 참된 사람은 그 진면목이 드러나리라! (학이 1)
이 구절은 논어의 첫 번째 구절이면서 가장 유명한 구절로 다른 책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처음 본다면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읽어보길 바란다. 뭔가 와 닿는 게 있을 것이다.

 

말하기 전에 먼저 행하고, 그 후에 말하는 사람이 참된 사람이다. (위정 13)
주변에 보면 입만 살아있는(?) 사람이 많다. 이에 공자는 말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천보다 입으로 공수표를 먼저 날렸던 기억이 나서 왠지 뜨끔하다.

 

싹은 돋아났으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도 있고, 꽃은 피었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자한 21)
학문이나 공부를 식물에 비유한 글로 사람은 학문을 통해 덕행을 이루고 사람 구실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배웠다고 한들 배우는 과정에서 덕행을 닦아 그에 이르지 못하면, 싹은 돋았으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다는 뜻이다.

 

항상 나와는 상관없는 책일 거라며 거리를 두었던 논어를 <한글 논어>를 통해 직접 읽어보니, 왜 사람들이 논어를 현대인의 필수 지침서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논어를 즐겨 읽었던 사람에게는 이 책이 어떻게 보일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논어를 한번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글 논어>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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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부터 퇴고까지 - 7일간의 글쓰기 여행
유용선 지음 / 책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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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참 꾸준한 사람인 것 같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글쓰기가 어렵다. 지금도 어렸을 때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붉은색으로 칸칸이 나뉘어 있는 원고지만 봐도 울렁증이 나고 힘들다. 참 꾸준한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웃긴 것은 내가 낙서와 메모는 즐긴다는 것이다. 정해진 규칙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은 싫고 어렵지만, 자유롭게 낙서하고 메모하는 건 즐기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낙서부터 퇴고까지>. 꾸준하게 글쓰기가 어려웠던 나도 낙서로 시작해서 한 편의 글을 퇴고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펼쳐 들었다.

 

보통 일주일에 세 권에서 네 권의 책을 읽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만날 때면 나도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유명한 작가처럼 글을 쓰려면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야 하는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어느 정도의 재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부지런한 노력과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 좋은 작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에 나도 많은 노력과 훈련을 하면 그들처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다.

 

저자는 15년간 독서교육과 문예창작을 지도해온 노하우를 이 한 권의 책에 담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초심자뿐만 아니라 예비 작가나 현역 작가 그리고 글쓰기 교육 종사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글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이 책은 글쓰기의 기초훈련부터 마지막 퇴고까지 배려 깊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저자가 지도해준 대로 내 수준에 맞는 다양한 독서를 하고, 블로그와 일기 쓰기를 통해 일상스케치 훈련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며 흔히 보는 것들의 명칭도 세부적으로 분류해서 상세히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도해준 대로 기초훈련만 며칠 했을 뿐인데도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 감각 있는 문장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기초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글로 묘사하는 연습과 마음에 드는 책을 이용한 글쓰기 연습도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책을 다 읽었지만, 연습할 때는 곁에 두고 저자의 재미있는 예문을 참고하면서 글을 쓰는 요령을 지도받고 있다.

 

글쓰기라는 것을 단시간에 터득하기란 분명 불가능하다. 끄적끄적 낙서부터 시작한 내가 저자의 지도를 완벽하게 흡수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쓰기보다 읽기를 좋아하던 내가 저자의 지도에 따라 자율적으로 연습하면서 글쓰기에 흥미와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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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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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일이 많았던 날이었다. 퇴근하는 길에 음악을 즐겨듣던 평소와 달리 그날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고 경청하기 시작했다. 친구의 여자친구를 사랑한 몹쓸 이야기, 고백에 성공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 대학에 떨어진 안타까운 이야기 등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빠져 같이 안타까워하고 기뻐하고 대신 화를 내기도 하고 부러워하다 보니 어느덧 집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몸을 끄집어낸 나는, 평소에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면 관심도 없던 내가 이토록 다른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단단히 밀착해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해주던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칠흑 같은 밤 야영장에서의 무서운 이야기에,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배우는 단군 신화 이야기에,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단군 신화를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만으로 살아가라고 했을 때부터 환웅은 이미 곰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환웅이 호랑이를 마음에 두었다면 호랑이가 좋아하는 고기를 줬을 텐데 말이다.

 

뛰어난 이야기꾼이 만들어 낸 이야기는 일상에서도, 재판에서도, 심지어 정치적 선거 활동에서도 등장하며 큰 힘을 낸다. 인간은 이야기의 동물이기에 이야기는 삶의 거의 모든 측면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사실로 인식하고 있는 역사도 단서를 캐내어 과거에 대한 전설로 엮어낸 것이며, 역사가도 결국은 이야기꾼이나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최근 광고계에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제품과 브랜드에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살은 다양한 형태의 스토리텔링이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이야기 하면 사족을 못 쓰는 천성을 타고났음은 분명하므로, 항상 내면의 이야기꾼에게 악용당하고 있지 않은지 유의해야 하며, 음모론, 블로그 글 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야기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우리가 네버랜드에 사는 이유는 네버랜드에서 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꿈을 꾸고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원래 인간은 그러도록 설계가 되어 있으니까…. 일각에서는 기술 변화나 문화적 ADHA가 소설에 사망 선고를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연극과 시는 더 심각한 상태이며,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저급 픽션도 내몰리고 있다. 반면, 비디오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오락이 전통적 이야기에서 관객을 뺏으며 성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소설이 죽거나 문화적으로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의 미래를 비관하거나 비디오 게임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단지 우리 앞에는 더 풍성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이 탄생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힘을 이해한다면 이야기의 매력은 조금도 줄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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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아시아 1 - 아시아 대표 이야기 100선 아시아클래식 1
김남일.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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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옛날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거로 생각한다.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던 내 어린 시절에는 학교에서 매주 한 시간 있는 이솝우화 이야기 비디오를 보여주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그리스 · 로마 신화 책을 읽게 되면서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외모를 지닌 신화 속 전지전능한 신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난다. 신화가 좋아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켈트족과 북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세계의 신화를 찾아 읽었었는데, 정작 아시아의 신화라 부리우는 설화나 전설에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리스 · 로마 신화 등 세계의 신화는 다양한 책이나 만화 그리고 영화로 접할 기회가 많이 있었지만, 아시아의 설화나 전설은 크게 대중 곁에 다가와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백 개의 아시아>는 1권과 2권,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에는 쉰다섯 번째 이야기까지, 2권에는 쉰여섯 번째 이야기부터 마지막까지 담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방글라데시의 <우유 배달부 이야기>로 시작이 되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두 번째 이야기 <바리공주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이번 이야기의 끝이다."라고 확실하게 끝을 맺는 형식이 아니라,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연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설화 <콩쥐팥쥐 이야기>를 언급하고 그와 유사한 내용으로 짜여진 중국의 섭한 아가씨, 일본의 겨순이와 쌀순이, 베트남의 떰과 깜 이야기를 묶어서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의 설화를 비교해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분석하고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찾아 해설을 해주고 있으며, 설화를 바탕으로 쓴 전래동화를 연구한 결과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자는 자연스럽게 앞 이야기와 뒷 이야기, 그리고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작가가 덧붙여놓은 해설을 보며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언지 확실하게 이해시킨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아시아의 대표 이야기 100선"이라는 글귀를 보고, 우리가 잘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야기 100개를 모아 나라별로 잘 정리해서 담아놓은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읽다 보니 이 책은 아시아의 설화와 전설을 100개를 모아 담아두고 있긴 하지만 이야기의 전문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내용만을 함축해서 담아 저자의 해설을 곁들인 구성이었다.
처음에는 처음 보는 이야기도 많았고, 생각하지 못한 구성에 읽어나가기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책 내용이 우리가 모르고 있던 설화와 전설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해설이 없다면 자칫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의미 없이 책장만 넘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자의 분석과 해설을 잘 집어가며 이야기를 읽어나가니 책 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몰랐던 이야기에 흥미도 느껴졌다.
아직도 가보지도 못한 그리스 · 로마의 신화는 잘 알고 있어도 가까이에 있는 아시아의 숨겨진 설화와 전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백 개의 아시아>를 통해 아시아의 숨겨진 진주 같은 이야기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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