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식물책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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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1,164종 식물 정보를 알기 쉽게 담았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물을 참 좋아한다. 그에 비해 식물은 그냥저냥... 동물원에 가면 움직임도 관찰하고 먹이도 주며 활동하는 재미가 있지만 식물원은 걷고 구경하고 여기저기서 사진찍자는 부모들의 요구에 지쳐서 더욱 아이들에겐 식물보다는 동물이 더 호감이 가는 대상일 것이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어른이 되서도 초반엔 하다못해 티비다큐를 보더라도 동물생태계의 에너지에 더 관심이 가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식물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꽃도 좋고 나무도 좋고 알면알수록 식물이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꽃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면서 새삼 나이가 들었구나 싶기도 했다. 아 그래서 어르신들이 계절마다 그렇게 산으로 들로 꽃구경이니 단풍구경이니 다니셨던건가 싶기도 하고 ㅎㅎㅎ. 여하튼, 식물이 좋아지니 식물책도 찾아보게 되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호칭의 변경이 다 변경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일때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애완식물이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반려' 라는 의미가 널리 확산되면서 그 대상도 넓어진것 같다. 반려식물과 함께 살기엔 내손에 죽어나간 화분이 하도 여러개라 집안에 무언가를 들이기보다는 밖에 나가서 구경하는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마음먹고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보니 의외로 동네길이며 뒷산에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었다. 그 식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알고 싶지만 의외로 식물관련 책들은 특별한 식물들을 주로 다룬 것들이 많았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들에 대해 짧고 굵지만 다양하게 알려주는 책, 그런 책이 필요했는데 <쉬운 식물책> 이 딱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식물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누구나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관상수, 가로수, 산나무, 야생초, 화초, 고사리식물, 곡식, 채소 등을 모두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책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164종의 식물을 골라 실었습니다. (중략) 사진도 같이 실어서 찾기 쉽게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식물을 설명하는 글은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쉬운 낱말을 사용하였습니다. -책머리에 中-

이 책은 구성이 정말 알차고 깔끔하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쉬운 식물책 사용 설명서] 라고 해서 이 책을 사용하는 팁을 알려주고, 세세하게 본 내용을 들어가기에 앞서 [식물의 이해] 라는 정리를 통해 기초 지식을 간략하지만 탄탄하게 잡아준다. 책의 뒤쪽에는 [용어해설] 과 [식물 이름 찾아보기] 가 꼼꼼하게 덧붙여져 있어서 그야말로 '쉬운식물도감' 이라 부를만 하다. 무엇보다 풍부한 사진자료가 정말 보기 좋았다.

차례도 심플하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들은 대부분 꽃으로 눈에 띄기 마련이고 꽃은 대부분 봄과 여름에 핀다. 따라서 차례는 봄과 여름에 피는 풀꽃과 나무꽃 그리고 화초와 논밭작물 및 그외식물들로 구분되어 있다. 사진과 식물이름들만 대충 훑어보아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굉장히 다양한 식물들이 빼곡하게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식물이름을 다 외울수야 없겠지만 책장에 비치해두면 두고두고 찾아보며 든든할 것 같다.

정보를 담은 책은 아무래도 최신정보를 담았느냐가 중요하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훌륭하다. 식물의 분류에서 외떡잎 식물과 쌍떡잎 식물의 분류는 학교다닐때 익숙했던 분류이다. 그런데 최근 DNA 검사를 통해 원시적 형질을 가진 식물들을 따로 분류할 필요가 생겨서 '기초속씨식물군과' 과 '목련군'으로 일부가 분리되었다고 한다. 처음 읽는 내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익숙한듯 새로운 식물들이 새록새록 눈에 들어오고 꽃과 열매를 함께 볼 수 있기까지 하니 무엇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책이었다.

처음 읽을 때는 식물 하나하나 숨가쁘게 읽기 바빴지만 앞으로 여러번 찬찬히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다. 꽃이 한창이고 나뭇잎이 한창이고 열매가 한창인 계절에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이 책에 자꾸 손이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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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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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딘 쿤츠 였다. 제인 호크 시리즈로서 완벽한 세번째 책이었다. 앞선 두권과 전혀 다른 서사를 선사한다. 다음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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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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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여성 FBI 요원에서 일급 수배자가 된 제인 호크,

인류의 뇌를 통제하려는 소시오패스 집단에 맞서 사투를 벌이다.

"잡히지 마라, 주사를 맞으면 죽음보다 더한 짓을 당할지도..."

딘 쿤츠 라는 거장을 뒤늦게나마 알게해주었던 책 <사일런트 코너>를 읽은지 벌써 2년이 지났다니 참... 새삼스럽다. ㅎㅎ '제인 호크'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었던 <사일런트 코너> 는 스티븐 호킹과 미국 스릴러 소설 양대산맥을 이룬다는 딘 쿤츠에 눈뜨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다. 최근 세번째 책 <구부러진 계단> 이 나온 것을 알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두번째 책 <위스퍼링 룸>을 얼마전 읽었더랬다. 시리즈 라는 것은 연재물과는 달라서 연속적인 것은 아니라 앞 권의 내용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시리즈 한권한권 차근차근 다 읽어가고 싶었다. <구부러진 계단>에선 제인 호크가 또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까~

"뉴스에는 진실이 없군요. 그렇죠? 당신에 대해서도, 다른 모든 것들도, 우리는 거짓말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어요"

"항상 진실은 있어요, 세라. 기만의 바다 아래 기다리고 있을 뿐." (p. 47)

제인이 세라의 집을 방문한 것으로 시작하는 시리즈 세번째 책 <구부러진 계단> 은 앞선 두 권 과는 좀 다른 분위기로 다가왔다. 첫번째 책에서 느꼈던 치밀한 긴박감이 두번째 책에서 유사하게 진행되면서 좀 늘어졌던 것이 세번째 책에서 다시 새롭게 조여드는 기분이랄까... 좀더 다크하고 좀더 암울하게...

제인은 누군가의 영웅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두 가지 이기적인 이유로 시작한 싸움이었다. 하나는 남편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닉은 증거가 시사하듯 자살한 것이 아니었다. 또 하나는 다섯 살 외동아들 트래비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닉의 죽음을 수사하다가 정계와 제계 최고위층 내부의 음모를 발견하자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일당의 뿌리는 자기들이 얼마나 극한의 위험에 처해 있는지 모르는 국민 속에서 매일같이 퍼져가고 있다. (p. 51)

'그녀는 자신이 수사 중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p. 51)' 죽음을 무릅쓰고 홀로 악당들을 하나하나 완벽하게 처치해나가는 제인의 모습은 분명 영웅스러운 면모가 가득했다. 하지만 시리즈 첫번째 책에서부터 내내 작가는 제인의 독백을 통해 스스로가 영웅이 아니라는것을 자각하고 있음을 평범한 사람들처럼 불안하고 무섭지만 겨우겨우 버티고 있음을 세밀하게 드러낸다. 아무리 엄청난 거대조직이 아무리 엄청난 권력과 자본을 갖고 있는 자들이 아무리 세상을 쥐고 흔들려고 해도 그들이 무시하는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을 이겨낼 수 있음을 작가는 증명해보이고 싶은것 같기도 하다.

컴퓨터가 하는 일은 제거할 표적을 선별하는 일뿐이에요. 잘못된 생각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지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신중하게 선별해서 제거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은 유토피아가 된다는 거죠. 하지만 사실 이건 유토피아 문제가 아니에요. 오로지 권력 문제요, 절대 권력."

"그냥 제거하다니, 제거. 살인을 대체하는 그럴듯한 말은 항상 있군요"

"스탈린은 이렇게 말했다죠.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의 죽음은 통계다' 문제 있나요?" (p. 70)

시리즈 두번째 책에서 그러했듯이 세번째 책에서 또한 시리즈의 앞선 책들을 읽지 않았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내용전개 사이사이 꼼꼼하게 앞서 있었던 일들을 풀어내준다. 생각해보니 커다란 하나의 서사지만 몇 권으로 분권되 나온 책은 읽어봤어도 이렇게 시리즈로 된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권으로서의 완성도와 시리즈로서의 완성도를 모두 갖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것도 같다. '나노테크놀로지' 기술로 인간의 뇌를 지배하려는 소시오패스 집단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명 제인 호크 뿐이었지만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진실을 아는 이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 나노 지니를 병 속에 도로 집어넣지 못하면"

"원자폭탄의 발명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도 없어요. 하지만 인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오늘은 그렇죠"

"다음 순간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내일은 오늘이 되고, 오늘은 어제가 되죠. 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그 애가 의미 있는 과거를 가질 수 있도록 오늘을 충분히 만들어주는 것뿐이에요" (p. 80)

거대한 음모에 맞서도 있지만 적들을 물리칠 거대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결해가는 중일뿐. 그런 오늘들이 쌓여 분명 그들이 원하는 내일과는 다른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지나간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는 바꿀 수 있다. 그러니 일단은 오늘을 열심히 사는수밖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영리해서 돈이나 사회적 지위, 타인의 존경 같은 잘못된 꿈과 욕구를 좇다가 도리어 화를 입는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은 카터 저건처럼 인간이 저지르기 쉬운 오류를 인식하고 교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나갈 것이다. 인구의 상당수가 지시받은 대로만 수행할 자세가 되어 있고 타인보다 더 많이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가 없다면, 완벽하게 교정된 문명은 보다 쉽게 안정 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는 결국 반역의 씨앗이 된다. (p. 90)

무언가를 하고 싶고 무언가를 해내고 싶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욕망이 없는 인간의 삶은 과연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그저 주어진 반복적 루틴을 지켜내며 그저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시리즈는 스릴러 소설이고 이솝우화같은 교훈을 주는 장르는 아니지만 노익장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 사이사이에는 인간의 삶에 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었다.

지난 몇 주간, 그녀는 자칭 아르카디언들의 집 몇 군데에 침입해서 매번 현금을 찾아냈다. 집마다 평균 20만 달러였다. 대체로 여러 이름으로 된 위조 여권과 동일 이름으로 발행한 신용카드도 있었다. 자기들이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살해하고 수십만 명을 나노머신 뇌 임플란트로 노예화할 수 있는 용감한 신세계의 정당한 건설자이자 지배자라고 믿는 극도로 오만한 부류이니만큼, 만일의 사태가 닥치면 언제든지 해외로 급히 빠져나가 거액의 재산을 도피시킨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현금과 신분증을 몰래 숨겨놓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갑옷처럼 두른 이기주의 아래, 자존심과 자만심과 경멸 아래, 증오의 신념이라는 썩은 과일 중심에 의혹의 씨앗이 자리 잡고 있었다. (p. 177)

만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실패가능성을 대비한다는 것이고 그들이 소수집단으로 나뉘어 서로를 모른 다는 것은 그들끼리조차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조직과 그럼 신뢰감으로 어떻게 세상을 그들의 뜻대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하지만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 때론 세상이 공평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지 않기에 엄청나보이고 절대 무너뜨릴 수 없을것 같은 자칭 아르카디언들의 무모함을 제인호크와 함께 경멸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전 통제 매커니즘을 주입해 개조한 사람들에게 접속해서 조종할 때는 세뇌에 대한 리처드 콘돈의 유명한 1959년 스릴러 소설 제목에서 따온 '나랑 만주놀이 하지' 라는 명령어를 사용했다. (p. 184) 그런데 제인 호크가 그 접속 명령어를 알아냈다. 그 때문에 개조된 사람들을 최대한 빨리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신규로 개조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신 통제 매커니즘과 함께 다른 접속 명령어를 설치하고 있었다. 식탁 반대편에서 저건은 쌍둥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라 삼촌은 아이라 삼촌이 아니다." (중략) 1955년 잭 피니 소설 <신체강탈자의 침입> 에 나온 표현이었다. (p. 185)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문학작품들은 왠지 더 호기심이 생겨나게 되곤 한다. 뇌개조를 당한 사람들을 조종하는 명령어의 문장들도 그렇지만, 그들이 제거할 명단을 햄릿리스트 라고 부른다던가 자신들을 아르카디언이라고 부른다던가 하는 표현들도 문학속의 또다른 문학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인용하는 문학작품과 음악들이 조금은 옛스럽다는 점에서 작가의 오래된 연배가 조금 느껴지기도 한다. ㅎ

테러리스트나 미치광이의 소행으로 보이는 사회적 혼란을 많이 초래해서 대중들이 질서를 외치도록 하자는 것이 테크노 아르카디언들의 전략이었다. 이러다보면 사회 안보를 위한 각종 조치와 개인의 권리 제한이 점차 엄격해져서, 언젠가 뇌 임플란트로 개조되지 않은 사람들조차 엘리들의 엄정하고 계몽된 지배체제를 긍정하는 날이 올 것이다. (p. 234)

각 시리즈마다 항상 두가지 사건이 병행되어 진행된다. 하나는 평범한 사람이 뇌개조를 당해서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는 테러와 하나는 제인 호크와 대표악당과의 대결. 매 시리즈마다 조직의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인물을 제인호크가 처단하지만 그러고 나면 더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또다른 악당이 등장하곤 한다. 이번엔 소설가 남매가 강제로 뇌 개조를 당하여 테러를 준비하고 FBI 고위급 관료인 부스 핸드릭슨이 제인 호크의 상대역이다.

"난 슈넥과 D.J.마이클이 뱀의 두 대가리인 줄 알았는데, 그들이 죽었는데도 뱀은 살아 있어. 난 너희 아르카디언 배후의 진정한 권력이 누구인지 알아야겠어. 궁극의 옥좌에 앉아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건 그것 말고도 많아" (p. 271)

<사일런트 코너> 에서 나노테크놀로지의 개발자인 슈넥 박사를 제거했다. <위스퍼링 룸>에서 나노테크놀로지의 최대 투자자인 D.J.마이클을 제거했다. 하지만 아르카디언 조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조직이며 얼마나 엄청난 사람들이 뒤에 있는 것일까? <구부러진 계단> 에서는 앞선 두 권과는 달리 독특한 가족사가 등장함으로써 분위기를 새롭게 한다. 나노테크놀로지의 기원은 과학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뜻밖에도 기묘한 소시오패스 가족에게서 시작된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 다가오는 어둠은 구부러진 계단이 인도하는 저 아래 깊은 곳에 있는 어둠이었다. 수평이자 수직으로 이어지는 계단, 앵무조개 같은 나선형 계단, 미로, 한 줄기 빛도 없어서 장님처럼 더듬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복종의 방. (p. 330)

소설가 남매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테러를 일으키고 누구도 그 뒤에 조종세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한다. 아들 트래비스에게 위협이 닥친줄 모르고 제인은 '구부러진 계단'을 찾아간다.

<사일런트 코너> 와 <위스퍼링 룸> 이 비슷한 구조라서 세번째 책도 그랬다면 시리즈에 대한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번째 책인 <구부러진 계단> 에서는 새로운 시리즈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확 바뀐 서사에 앞선 두 권보다 훨씬 더 뒷 얘기를 궁금하게 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역시 대단한 작가다. 그나저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는데... 네번째 책은 언제 나오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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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대답들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케빈 페리 지음, 이원석 옮김, 사이먼 크리츨리 서문 / 북캠퍼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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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죽음까지, 플라톤에서 닉 보스트롬까지 10가지 주제,

80명의 철학자들을 잇고 더한 새로운 철학사

이 책의 부제는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이고 그에 맞춰 이 책의 구성은 삶, 인간(자아), 지식(앎), 언어, 예술, 시간, 자유 의지, 사랑, 신, 죽음 이라는 10가지 로 나뉘어져 있다. 각 주제별로 앞쪽에 개요안내와 관련 철학 연표가 있어 보기 좋았고 각 철학자별로 생애와 철학적 개념정리가 두세 페이지로 요약되어 있어서 정리가 무척 잘 된 책이라고 보여졌다.

하지만 철학史 라고 하기엔 연대기적 역사는 아니었다. 시대별로 쭈욱 훑어 내려오는 역사적 철학이 아니라 각 주제별 질문에 따른 철학자들을 엮었다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현대철학자 중심이라서 이 책은 철학사 로 읽히기 보다는 근현대철학책으로 읽혀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고대철학과 현대철학이 바로 이어져 있는듯싶고 중간은 없는 편이라 고대철학자가 던진 질문에 근현대철학자가 답한 것을 모은 책같다고나 할까.

각 주제별 개요에 이어져 나오는 철학자들의 연표는 간략하고 보기 좋았지만 본 내용에 등장하는 철학자들과는 또 달라서 좋게보면 나름 다양성을 갖췄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읽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중간이 너무 없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주제인 삶에서 보면 플라톤으로 시작하여 디오게네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렐리우스 다음 칸트로 바로 건너뛴다. 인간자아 와 지식 의 경우엔 아예 홉스와 흄에서부터, 언어와 예술은 프레게 와 버크 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중간만 없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의 등장 순서가 아예 시간순서적이 아닌 경우도 있다. 주제가 시간인 챕터의 경우 플로티노스와 아우구스티누스 에서 시작하여 현대철학자 존 맥태거트로 이어졌다가 다시 고대의 파르메니데스로 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모르는 철학자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史 적인 철학책은 읽을만 하리라 예상했었는데 현대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하다 보니 아는 철학자보다 모르는 철학자가 더 많았다. 내가 평소에 철학에 조예가 깊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했기에 잘 모르는 현대철학자들의 철학적 개념이 두세페이지로 간략하게 소개된 내용이 이해될리 만무했다.

저자는 철학교수이고 다양한 철학자들의 철학개념을 두루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기에 이러한 종합적인 철학책을 써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철학에 무지한 나같은 독자들이 읽기엔 좀 어려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다양한 현대철학자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호기심을 갖게 될 수도 있겠지만 철학개념별 주요 현대철학자들이라고 보기엔 너무 미국철학자들이 대부분이라 그러한 호기심도 내겐 그닥 남을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듯 철학은 현실에 사용되어져야 하기에 이러한 고차원적 양질의 책을 이해할만한 독자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일 것이다.

철학의 역사이자 여러 분야와 영역에서 온 수많은 원천인 방대한 가능성의 기록 보관소는 이데올로기 비판과 활발한 진단에 참여하기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진단과 비판은 한 문화의 현재 상태에 관한 대화를 최상으로 이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철학이다. (p. 9 -들어가는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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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모두의 적 -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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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해적왕은 어떻게 세계사를 바꿨을까?

역사상 최초의 국제 현상수배범, 에브리 선장을 찾아서

대영제국이 탄생하기 전에 영국의 국가적 입장을 바꾼 한명의 해적이 있었다. 그 한명의 해적이 대영제국 시대의 방아쇠를 당겼고 그 해적은 '인류 모두의 적'으로 공표되었다. 그는 바로 해적왕 헨리 에브리 선장이다. 이 책은 에브리 선장의 추적기 이다. 최초의 국제 현상수배범이 된 한 남자의 해적질이 어떻게 대영제국의 역사적 방향을 바꾸었을까? 그 짧다면 짧을 에피소드가 저자에 의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동안 헨리 에브리는 만신전에 묻힌 여느 인물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인물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영웅이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살인자였다. 또 폭도였고,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었으며, 국가의 적이었고, 해적왕이었다. 그러고는 유령이 되었다. (p. 34)

때는 바야흐로 대항해시대였다. 농민계층은 무너진지 오래였고 먹고살기 위해서 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던 시대였다. 하지만 무역선이 활발해질수록 인력이 부족했고 강제징집이라는 수단이 동원될 정도로 뱃사람의 수요는 급증했으며 배를 타본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해적들도 늘어갔다. 이 해적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해적의 황금시대가 출판문화 탄생기와 겹치면서 더욱 그런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그렇게 에브리 선장은 신화적 인물 비스무레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17세기 영국은 바버리 해적들을 인류 모두의 적으로 규탄했지만, 위선적인 비난이었다. 세계에서 극악하기로 유명한 해적들 중에는 잉글랜드인이 적지 않았고, 영국 왕의 비호를 받으며 해적질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영국 법은 해적선과 사략선 구분의 의도적인 허점을 통해 이런 모순을 지워버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 행위에서 사략선은 해적과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 사략선도 마을을 약탈했고 보물을 탈취했으며, 선박을 나포해 선원들을 고문했고, 그 과정에서 선원들을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략선은 정부의 허가를 얻어 그런 짓을 한다는 게 달랐다. (p. 66)

영국 왕실의 비호를 받던 해적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사략선 이라는 단어는 처음 본 듯 하다. 사략선은 저자의 말마따나 그 행위에 있어서 해적선과 크게 다를바 없었다. 다만 '주로 다른 국적의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타국 선박 나포 면허장' 이라는 형태'의 허가를 받은 것이 사략선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해적선은 무작위적으로 약탈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야 겠지만 해적들 또한 자국의 배는 가급적 건드리지 않으려 했던 것을 보면 이 허가는 그저 형식적인 것일 뿐이었다.

사략행위는 1500년대에 극성이었다. (중략) 타국 선박 나포 면허장으로 해적질이라는 오명을 지워낸 때문에 사략은 명망 있는 계급에게도 유망한 직업이 되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프랜시스 드레이크 였다. (중략) 여러 모험을 통해 많은 재물과 명성을 얻었다. 특히 엘리자베스1세로부터는 기사 작위를 받았고, 데번셔의 버클랜드수도원을 구입해 살기도 했다. (p. 68) 이 모든 역사에 비춰 보면, 헨리 에브리는 영국 해군의 일원으로 플리머스를 떠날 때 해적을 뚜렷이 다른 두 유형으로 구분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인간의 품위를 무시한 까닭에 인류 모두의 적으로 여겨지던 잔인한 바버리 해적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드레이크를 비롯해 성공한 사략선 선장들처럼 근사한 인물들이다. (p. 69)

당시 영국인들의 인식도 헨리 에브리의 생각과 크게 다를바 없었다. 헨리 에브리의 해적 신화는 사람들에게 홈팀을 응원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헨리 에브리의 가장 큰 업적?!은 인도의 배를 약탈한 것이었다. (당시 유럽문화권과 인도를 비교했을때 인도가 더 부유했다고 한다.)

계급 이동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던 그 시대에는, 보물을 찾아 바다로 나가는 것이 신분 상승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길이었다. 고향 땅에서의 제한된 선택지를 고려하면, 질병과 조난과 굶주림이라는 위험은 그런 잠재적 보상을 얻기 위해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원정해운이 아코루냐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금전적 보상이라는 장점도 퇴색하기 시작했다. (p. 110) 그때 찰스2세호의 일등항해사는 마음속에 새로운 계획을 꾸미기 시작했다. (p. 111)

처음부터 해적인 사람보다는 해군이든 무역선이든 뱃사람으로 출발해서 해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헨리 에브리도 어느 무역선의 일등항해사 였다. 하지만 그가 탄 배가 서류상의 문제로 몇달동안 스페인에 억류되면서 그를 비롯한 선원들의 마음은 불안해졌다. 서인도제도의 보물을 찾아 오게 되리라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찰스2세호는 팬시호가 되었다.

해적은 거의 언제나 국민국가의 법에 구애받지 않으며 살았고, 폭력이 더해진 무정부주의적인 행동에 걸맞는 평판을 얻었다. 하지만 바다를 주 무대로 살아가는 해적 공동체 내에서는 금전 거래를 비롯해 그들의 행동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관례를 만들어 충실히 지켰다. 대부분의 해적 행위는 '합의 조항'을 확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쉽게 말하면, 합의 조항은 선장과 사관과 일반 선원 간의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규정하는 규칙이었다. (p. 128) 해적들은 바다에서 모험적인 삶을 추구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이었을 뿐만 아니라, 육지에는 비견할 만한 것이 없는 가치를 실천하는 포퓰리스트이기도 했다. (p. 136)

간단하게 말하자면 해적문화는 굉장히 평등주의적이었다. 획득한 재물은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다. 잘만하면 한번의 약탈로 일확천금을 얻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일종의 도박이자 대항해시대의 로또복권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겠다 싶다. 당시에 해적은 굉장히 유혹적인 위험한 선택이었다. 이 위험한 선택을 하느냐마느냐는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고 헨리 에브리는 해적선의 선장이 되기에 충분한 야심만만한 뱃사람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인도보물선 이었다.

무굴제국이 진짜 분노한 이유는 건스웨이호의 여성 승객에게 가해진 만행에 있었다. (p. 223) "무함마드의 눈에 왕실 순례선 포획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신성모독이었다" (p. 231)

인도보물선은 메카순례를 다녀오던 배였고 인도왕실의 여성들도 탑승해 있었다. 당시 인도 무굴제국은 이슬람 종교를 믿는 왕의 지배아래 있었다. 왕은 분노했고 인도내에 있던 동인도회사에 불똥이 튀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동인도회사는 존재론적 위협에 처하게 되었다.

이번 위기에서 영국 측 핵심 관계자들 (에브리, 애니슬리와 게어, 런던의 동인도회사 경영진, 심지어 윌리엄3세조차)은 각자의 역할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몰랐다는 뜻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각자의 역할이 그때까지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각자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제도적 기관들을 규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줬을 수 있다. 해적과 기업과 국가라는 뚜렷이 구분되는 세 범주가 있었지만, 각 범주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헨리 에브리의 행동이 야기한 세계적인 위기는 결국 이런 근원적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p. 239)

헨리 에브리는 전혀 몰랐겠지만 그가 한 약탈로 인해 국제정세가 바뀌었다. 무굴제국의 선택과 동인도회사의 선택 그리고 영국정부의 선택은 서로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였다. 우여곡절끝에 재판이 시작되었으나 체포된 선원들 몇몇 과 헨리 에브리에게 배심원들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역전의 기회는 누구에게 주어졌을까? ^^

이 책은 역사책이기도 하고 꼭 그렇지만은 않기도 하다. 실존했던 인물의 삶을 재구성하면서 역사적 전환점과 연결시키는 대목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정말 그럴까 싶기도 했다. 여하튼, 사소하다면 사소할수도 있었을 에피소드로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렇듯 역사를 미스터리하게 읽는 재미를 선사해준 것에 감사의 마음또한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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