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위기에서 영국 측 핵심 관계자들 (에브리, 애니슬리와 게어, 런던의 동인도회사 경영진, 심지어 윌리엄3세조차)은 각자의 역할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몰랐다는 뜻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각자의 역할이 그때까지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각자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제도적 기관들을 규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줬을 수 있다. 해적과 기업과 국가라는 뚜렷이 구분되는 세 범주가 있었지만, 각 범주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헨리 에브리의 행동이 야기한 세계적인 위기는 결국 이런 근원적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p.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