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대답들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케빈 페리 지음, 이원석 옮김, 사이먼 크리츨리 서문 / 북캠퍼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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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죽음까지, 플라톤에서 닉 보스트롬까지 10가지 주제,

80명의 철학자들을 잇고 더한 새로운 철학사

이 책의 부제는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이고 그에 맞춰 이 책의 구성은 삶, 인간(자아), 지식(앎), 언어, 예술, 시간, 자유 의지, 사랑, 신, 죽음 이라는 10가지 로 나뉘어져 있다. 각 주제별로 앞쪽에 개요안내와 관련 철학 연표가 있어 보기 좋았고 각 철학자별로 생애와 철학적 개념정리가 두세 페이지로 요약되어 있어서 정리가 무척 잘 된 책이라고 보여졌다.

하지만 철학史 라고 하기엔 연대기적 역사는 아니었다. 시대별로 쭈욱 훑어 내려오는 역사적 철학이 아니라 각 주제별 질문에 따른 철학자들을 엮었다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현대철학자 중심이라서 이 책은 철학사 로 읽히기 보다는 근현대철학책으로 읽혀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고대철학과 현대철학이 바로 이어져 있는듯싶고 중간은 없는 편이라 고대철학자가 던진 질문에 근현대철학자가 답한 것을 모은 책같다고나 할까.

각 주제별 개요에 이어져 나오는 철학자들의 연표는 간략하고 보기 좋았지만 본 내용에 등장하는 철학자들과는 또 달라서 좋게보면 나름 다양성을 갖췄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읽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중간이 너무 없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주제인 삶에서 보면 플라톤으로 시작하여 디오게네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렐리우스 다음 칸트로 바로 건너뛴다. 인간자아 와 지식 의 경우엔 아예 홉스와 흄에서부터, 언어와 예술은 프레게 와 버크 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중간만 없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의 등장 순서가 아예 시간순서적이 아닌 경우도 있다. 주제가 시간인 챕터의 경우 플로티노스와 아우구스티누스 에서 시작하여 현대철학자 존 맥태거트로 이어졌다가 다시 고대의 파르메니데스로 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모르는 철학자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史 적인 철학책은 읽을만 하리라 예상했었는데 현대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하다 보니 아는 철학자보다 모르는 철학자가 더 많았다. 내가 평소에 철학에 조예가 깊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했기에 잘 모르는 현대철학자들의 철학적 개념이 두세페이지로 간략하게 소개된 내용이 이해될리 만무했다.

저자는 철학교수이고 다양한 철학자들의 철학개념을 두루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기에 이러한 종합적인 철학책을 써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철학에 무지한 나같은 독자들이 읽기엔 좀 어려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다양한 현대철학자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호기심을 갖게 될 수도 있겠지만 철학개념별 주요 현대철학자들이라고 보기엔 너무 미국철학자들이 대부분이라 그러한 호기심도 내겐 그닥 남을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듯 철학은 현실에 사용되어져야 하기에 이러한 고차원적 양질의 책을 이해할만한 독자들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일 것이다.

철학의 역사이자 여러 분야와 영역에서 온 수많은 원천인 방대한 가능성의 기록 보관소는 이데올로기 비판과 활발한 진단에 참여하기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진단과 비판은 한 문화의 현재 상태에 관한 대화를 최상으로 이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철학이다. (p. 9 -들어가는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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