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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편이니까 -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10대를 위한 독서 테라피 ㅣ 비행청소년 19
박현희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0년 6월
평점 :
부제로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10대를 위한 독서 테라피> 라고 써 있기도 하고, 출판사의 청소년 교양시리즈 중 한 권이기도 하지만, 읽어보니 청소년용 책이라고 가벼이 말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이 모두 성인용(=청소년용으로 나오지 않은) 책이라서 청소년이라 해도 십대 후반은 되어야 독해가 가능할 듯한 책들이었다.
소개하고 있는 책들이 만만치 않다고 해서 이 책이 어렵느냐하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책은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저자의 <수상한 북클럽> 이라는 책을 재밌게 봤던지라 (읽고나서 너무 괜찮았어서 아주 유익한 청소년 책이라고 몇 안되는 지인들에게 추천도 했더랬다) 이 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저자는 고등학교 사회 교사로, 좋은 책을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이 책은 2016년부터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했던 글을 가려 뽑고 고쳐 쓴 책이라는데, 자신이 읽은 책을 삶에 녹여내어 쉽게 풀어쓰고 있어서 딱히 책을 소개한다거나 권유한다는 느낌보다는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어서 좋았다.
글 한편당 두세권의 책을 언급하고 있다보니 이 얇은 책 속에서 알게 되는 책들은 은근히 많다. 이 책 한권을 읽었는데 20~30권의 책을 읽은 느낌이랄까 ㅎㅎ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자가 읽은 책들 중에서 내가 읽은 책들과 겹치는 책이 거의 없어서 놀랐다. 주변사람들이 책중독 아니냐고 할만큼 비교적 책을 좀 많이 읽고 있는 편인 나로서는 지금까지 읽은 책이 권수로 따지면 상당한데도 저자와 겹치는 책은 겨우 다섯 권이었다. 역시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 다르고 그 관심사를 채워주는 책들이 너무나 다양한 세상이다. 정말 세상에 재미있는 책은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어떤 날을 위한 처방전 식으로 글을 엮었다. 유순하고 부드럽게 쓰여진 책이라 잔잔하게 읽히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 중에는 쉽지 않은 주제들을 풀어내고 있는 책들도 꽤 있었다. 나와 너무나 다른 독서취향을 가진 저자이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책들 중에서 내게도 맞는 처방책이 있는지 좀더 생각해 보기 위해 책 제목들만 간략히 적어놓기로 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 - 쓸모없는 짓의 행복, 뿔을 가지고 살 권리, 인형의 집, 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 승자의 저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화해하고 싶을 때 - 사랑하는 안드레이,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을 때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배신, 말이 칼이 될 때, 어둠의 왼손, 이갈리아의 딸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 루시퍼 이펙트, 푸른 눈 갈색 눈, 파도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을 때 - 우아한 관찰주의자, 교수처럼 문학 읽기, 변신, 변신이야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 돈키호테, 반지의 제왕, 미래 경영의 지배자들, 혼자 못 사는 것도 재주, 죽음의 중지, 로봇시대 인간의 일,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하지만 그대의 오늘이 어떤 날인지에 상관없이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읽어도 좋겠다. 약은 남용하거나 오용하면 곤란하지만, 좋은 책은 함부로 많이 읽어도 절대 부작용이 없으니까. (p.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