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데믹, 끝나지 않는 전염병
마크 제롬 월터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책세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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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제롬 월터스가 제안한 '에코데믹ecodemic'은

생태를 뜻하는 '에코eco'에 전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epidemic'을 합성해서 만든 용어로,

인류가 지구 환경을 파괴한 결과 나타난 생태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전염병, 즉 '생태병' 내지 '환경 전염병'을 뜻한다.

 

원제 Six modern plagues : and how we are causing them 은 '6가지 현대적 재앙: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것들을 야기시키고 있는지' 로 번역는데, 이 책은 6가지 전염병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전염병의 근본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책이다.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DT104,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웨스트나일뇌염 이라는 이 6가지 질병은 익숙한 이름보다 낯선 이름이 더 많았다. 이 생소한 질병들이 지금의 코로나 사태와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는데, 그 의문은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수의사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난 30년 동안 발견된 새로운 인간 질병들 중 거의 75퍼센트가 야생동물이나 가축에게서 전파되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므로, 나는 이 조사 결과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렇다고 걱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소에게 천연두를 받고, 말에게서 감기를 받은 것을 비롯해 오래 전부터 다른 동물들에게 수많은 질병을 얻어왔다. 야생동물은 질병 유발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들을 대단히 많이 보관하고 있는 일종의 창고이며, 그 미생물들 중에는 어느날 갑자기 인간사에 등장한 뒤에야 겨우 정체가 드러나는 것들도 많다. 게다가 어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게도 있다면, 그것을 박멸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 동물 창고들을 파악하고 우리 자신과 그 종 사이에 놓여 있는 자연적인 경계선들을 보존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뿐이다. (p. 10)

인간이 자연의 영역을 침범할 수록 자연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한채 인간과 함께 공멸하는 중이다. 그 부산물로 생겨난 수많은 바이러스들과 세균들은 인간과 자연의 공멸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 그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1980년대부터 전 세계에서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가 급격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새로운 전염병들이며 이러한 전염병들은 가재, 꿀벌, 고릴라, 펭귄 등 수많은 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한다. 일부 종은 감염으로 말미암아 멸종 위기에 몰려 있는 상태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이야기들을 조금씩은 들어보았겠지만, 우리는 전체 이야기를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단편적으로 들은 사항들을 가지고 이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쩐 일인지 우리는 전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만 보고 있다. 대중매체는 대개 새 질병과 맞서 싸우는 전투만을 따로 떼어내 다룰 뿐, 수많은 새로운 질병들을 아우르는 더 큰 이야기인 생태학적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 더 큰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들이 새로운 질병에 희생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자연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야기함으로써 많은 질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p. 15)

비록 피해의 규모는 달라져왔을지언정, 불안정한 시대가 닥칠때 전염병을 불러일으키는 생물학적 원리에는 변함이 없다. 종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하며, 포식자와 먹이 사이에도 경쟁이 벌어진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인간이나 다른 포식자보다 결정적으로 유리해지면, 건강이 나빠지고 더 나아가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인간이든 야생동물이든 가축이든 간에 포유동물들은 같은 '질병 격자망'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병을 일으키는 생물의 종류가 종마다 다를지 몰라도, 그 병원체들은 친척 관계에 있을 때가 많다. 이것은 병원체가 큰 유전적 변화 없이도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옮겨 갈 수 있다는 뜻이다. (p. 17)

나는 이 책에서 현대의 여섯 가지 질병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인간이 현대의 전염병을 부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자 한다. (p. 23)

사회적 평등, 연구, 예방 감시 체제, 현대 의학의 혜택을 강화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도 인간뿐 아니라 많은 종들의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인류의 건강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 모두가 지금 겪고 있는 전염병도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p. 24)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의 얼개를 거의 다 말해주고 있다. 인간에게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질병들은 동물들에게서 오고 있으나 그렇다고 동물들의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인간이 먼저 동물과 자연의 생태계를 침범했기 때문인데 대중매체를 비롯한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 그 큰 그림을 못보고 있다는 것, 그러니 현대의 전염병이 보여주는 큰 그림을 제대로 보기 위해 대표적으로 6가지 질병 이야기만이라도 읽고 나면 앞으로 인류가 무엇을 해야할 지 깨달을 수 있으리라는 것.

이 6가지 질병 이야기를 읽고나면 전염병의 공포보다 인간이 저지른 행동이 야기할 공포가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라도 인류가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깨닫게 된다면 좋으련만...

>> 광우병 - 진보의 어두운 그림자

광우병 이라는 명칭은 낯설지 않다.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소고기로 인해 촛불시위까지 일어나지 않았던가.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먹으면 안된다. 분명 막았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소가 왜 광우병에 걸렸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소가 왜 광우병에 걸렸는지에 관심을 가져보기라도 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1732년 영국에서 양과 염소의 진전병에 대한 기록이 있다. 1936년이 되어서야 진전병의 전염성이 입증되었다. 진전병 매개체는 오랫동안 끓어도, 아주 고온으로 멸균처리를 해도, 아주 강한 자외선을 쪼여도, 심지어 포르말린과 알코올에 푹 담가놓아도 여전히 감염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진전병은 살아 있지 않은 감염 매개체가 일으키는, 뇌를 파괴하는 기이한 전염병이었다. 이들은 완벽한 질병 매개체이다. 이들은 이미 죽은 상태임로 죽일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질병이 진전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진전병의 친척으로 광우병이 나타났다.

종이 자연적으로 지니게 된 먹이의 경계선을 무시하는 것은 그저 나쁜 행위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p. 50)

"BSE는 동물 단백질을 반추동물의 먹이로 재순환시키는 집약 농업의 결과 전염병으로 발전했다.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이 방식이 결국 재앙을 불러오는 처방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다." 1988년 영국 정부가 재순환시킨 동물 단백질을 가축에게 먹이지 못하도록 금지하자, 몇 년 뒤부터 광우병 발생률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인간과 소가 피해를 입은 뒤였다. (p. 53)

소는 초식동물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집약농업 아래에서 소들의 몸무게를 단시간에 늘리기 위해 버려지던 도축부산물들이 사료에 첨가되기 시작했다. 동물성 사료를 먹은 초식동물은 그것을 온전히 소화시킬 수 없었는데다가 사료에 이용된 부산물이 감염된 동물들의 것이 무분별하게 섞여들어가면서 소들에게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염병은 고기를 먹은 인간도 감염시켰다.

>> 에이즈 - 아망딘이라는 침팬지

에이즈는 성병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에이즈는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잡아먹던 인간이 스스로 찾아먹은 바이러스인 셈이었다.

HIV-1 기원 연구를 시작했을 때 저는 의학자였어요. 그 바이러스가 침팬지에게서 왔다는 것을 알고 그 동물들이 어떻게 살육되고 있는지를 보고 나니, 뜻하지 않게 보호론자가 되고 말았죠. 침팬지들은 사냥당해 멸종 위기에 몰려 있어요. 그들이 죽으면 그들이 줄 수 있는 단서들도 사라져요. 목표가 공중 보건을 보호하는 것이든 위기에 빠진 침팬지를 보호하는 것이든 상관없어요. 두 목표는 하나이면서 똑같은 것이니까요. 믿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는 동물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에요. (p. 81)

아프리카에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는 방법은 야생동물을 사냥해 먹는 것이다. "시장에 가보면 손과 팔이 동물의 피와 고기로 온통 범벅이 되어 있는 여자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이론적으로 보면, 그 바이러스의 전파를 위한 완벽한 무대가 마련된 셈이죠. 야생동물 고기는 엄청난 바이러스 창고에요. 그 안에 들어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들이 사냥꾼과 상인에서 그것을 집으로 사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우리는 도살할 때 피와 고기에 닿거나 물리거나 아니면 오줌과 접촉했을 때 뭐가 인간에게 전파되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p. 82) 의 문장은 얼마나 많은 새로운 질병들이 나타날지 예고하는 듯 했다. 더구나 코로나 전염을 보며 확인했듯이 지금은 한 지역에서 발생한 질병이 세계로 퍼지는 것은 순식간에 가능해진 시대이다.

>> 살모넬라DT104 - 항생제 내성의 행로

처음 항생제가 발견되었을 때는 인류에게 질병은 종말을 고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항생제의 진화보다 바이러스와 세균들의 진화가 더 빨랐고 지금도 그러하다. 문제는 그러한 속도가 항생제의 남용으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몸에 다다르기 전에 이미 동물과 물고기 몸속에 항생제들이 가득하고 그 항생제들을 이겨내는 균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후에 인간의 몸에 그러한 균들이 들어왔을 때 인간의 몸은 속수무책 당하게 되고 만다.

세균이 항생제에 자주 노출되는 한 가지 환경은 대규모 가축 사육 시설이다. 이런 곳은 대개 비위생적이고 몹시 비좁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소 같은 동물들에게 전염병이 돌지 않도록 자주 약물을 쓰곤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동물들을 늘 깨끗하게 돌보는 것보다는 약물을 쓰는 편이 비용이 적게 든다. 또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동물들에게 지속적으로 먹이면 좀 더 빨리 성장하므로, 생산자들의 소득도 더 높아진다. 게다가 농민들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새로 태어난 송아지들에게도 항생제를 먹이곤 한다. 이런 생산자들은 새끼를 낳자마자 어미 소를 다시 착유장으로 돌려보내고, 태어난 송아지들은 다른 시설로 보내 수천 마리의 송아지들을 한데 모아 키운다. 어미의 젖에는 천연 항생제가 들어 있는데, 송아지들이 먹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대신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주는 것이다. (p. 93)

인간이 먹기 위한 우유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들에게 항생제를 먹인다. 그것도 잔뜩. 항생제를 먹은 가축의 몸 안에서는 내성이 생기기 시작하고 항생제가 더이상 효과없어지면 더 많이 약을 먹이거나 더 강력한 약을 먹인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항생제를 법으로 금지시켰을 때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균들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지만 제약업계와 가축업계는 법에 걸리지 않는 새로운 항생제를 먹이기 시작했다. 항생제를 직접 먹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사료에도 있었다.

그런 일이 어디에서 일어났든 간에, 일단 내성을 획득한 살로넬라균은 어육 부산물로 만드는 어분에 섞여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분, 즉 물고기 가루는 소 사료에 흔히 첨가되는 성분이죠. 오염된 사료는 단기간에 유럽, 일본, 미국 등으로 보내져 그 지역의 소들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죠. (p. 109)

요점은 DT104가 동물, 먹이, 식량 생산, 국제 무역 등이 뒤얽혀 있는 복잡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서로 얽혀 있는 많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인공 사료와 집약 농업을 통해 동물들의 자연 생태를 교란하고 지구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것이 다시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p. 111)

가축을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 소 사료에는 항생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분들이 들어가곤 하나 보다. 축사와 양어장에서 나온 폐기물 속 미생물들은 물과 토양에 직접적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물고기 몸속에 들어갈 수도 있고 새가 양어장에 들러서 옮겼을 수도 있다. 여하튼 물에도 물고기에도 내성이 생긴 균이 생기고 그런 물고기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소가 먹고 또다른 내성이 생기고 항생제가 듣지 않는 균이 인간에게로 오고...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 라임병 - 오래된 숲과 관절염

새로 조성된 공원과 숲 같은 녹지가 많으면 좋은 건줄 알았다. 하지만 근시안적 생각이었음을 알았다. 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해서 숲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연 그대로 둔다는 것은 그 안의 생태계가 정상적 일 수 있어야 하는 거였다. 파괴된 생태계는 곧바로 인간의 집 담을 넘어왔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나무들만큼 죽은 나무들이 많은 숲이 건강한 것일까? 스타일스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죽은 나무들이 수많은 곤충과 새, 포유동물에게 수백 년 동안 숲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해다. 나무가 쓰러지면, 이끼와 다른 식물들이 그것에 모여들어 자리를 잡는다. 뿌리가 뽑히면서 땅에 난 구멍도 모험심 강한 작은 종의 새로운 서식지가 된다. 하지만 나무들이 죽어 토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많은 숲들이 가지지 못한 호사스러운 시간이 말이다. 스타일스는 이렇게 말했다. "숲 관리자들이 '죽은 나무'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실망스럽습니다. 죽은 나무들을 제거하는 것은 건강한 숲을 만드는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과 같아요" 심하게 파괴된 숲은 가장 '특화한' 많은 종들, 즉 새로운 서식지나 먹이 자원에 쉽게 적응할 수 없는 동물들을 금방 잃ㅇ르 수도 있다. 반면에 '일반 섭식자'는 변화에 쉽게 적응한다. 특화한 종은 숲을 떠나가는 반면, 융통성 있는 일반 섭식자는 때로 자신의 수를 늘려가곤 한다. (p. 126)

다양한 종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없고 일부 종들만 남아있게 된 숲에는 그 일부 종들이 왕성하게 번식하게 되고 그 급격한 번식을 통해 인간의 영역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그런 동물들에 붙어사는 진드기들이. 라임병은 진드기들에 의해 옮겨지고 진드기들이 좋아하는 동물들만 남은 숲은 자연정화능력을 잃은 생태계를 다시 일으키지 못한다. 나무와 사슴이 있다고 숲이 아니었던 거다. 생물다양성이 높으면 인간 집단의 라임병 발생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는데..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숲은 줄어들고 있다. 숲을 밀고 집을 짓고 새로 나무만 심는다고 숲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말이다...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세계를 인간이 살기에 더 적합한 곳으로 만들려는 근시안적 시도들을 하다가, 오히려 질병을 일으키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기에 더 적합한 곳으로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p. 150)

>> 한타바이러스 - 죽음의 봄

'침묵의 봄' 이 생각나는 부제이다. 농약의 위험성을 경고한 '침묵의 봄' 이 DDT 살포는 줄였다 해도 농약의 사용량을 줄이지는 못했을 것 같다. 농약을 뿌리는 이유는 농작물을 먹는 곤충을 없애기 위함인데, 곤충의 생태는 기후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 기후를 망치고 있는 것도 결국 인간이었다.

그 모임에 가보니 나바호족이 그 바이러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바이러스에 이름을 붙이는 것뿐이었죠. CDC가 그 바이러스를 찾아내기 전에, 원로들은 이미 말하고 있었어요. '예전에도 이것은 나타났다. 축축한 겨울이 지난 뒤에, 생쥐들이 많아졌을 때' 나중에 그 바이러스를 연구한 모든 결과가 보여준 핵심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죠. 우리는 DNA 분석을 했으므로, 온갖 분석을 하고 그 바이러스의 진화 역사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바호족에게는 전염병이 도는 것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것은 컴퓨터가 등장해 더 복잡한 통계 분석이 가능해지기 전까지 우리가 사용했던 것과 아주 흡사합니다. 나바호족은 병에 걸린 사람들을 살펴보고, 걸리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죠. 그런 다음 그들이 어떻게 병에 걸렸는지 결론을 끌어냈어요. (p. 168)

지식이 모여 지헤가 되려면 경험이 필요할텐데, 과학적 지식은 경험만 있는 지혜를 믿지 못하고 증명할 수 없는 지혜는 지식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나면 창궐했던 전염병에 대해 과학적 지식고 경험적 지혜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 바이러스가 무엇이고 어떤 병을 일으키느냐 보다 그 바이러스를 창궐하게 한 원인이 기후에 있고 엘니뇨와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는 두 입장 다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웨스트나일뇌염 - 나일강에서 온 바이러스

미국에서 생소한 병증의 환자가 발생한다. 유사한 증세의 다른 환자가 또 발생한다. 하지만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미국내에서 전파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없었던 멀고 먼 지역의 바이러스 였다. 어떻게 온 것일까.

연간 케네디 공항으로 들어오는 해외 승객은 2,000만 명이 넘는다. 이 수치에 매년 합법적으로 케네디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약 4,000마리의 말과 조류, 거북, 어류 등 수천 마리의 다른 동물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수백, 아니 아마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수입 질병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검역소를 피해 몰래 들어온다. 또 항공기 선실과 화물칸 승객들의 몸에 붙어 무임승차하는 다리가 여섯 개이거나, 날개가 달리거나, 기어다니는 무수한 작은 생물들을 세어보려 시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퀸스는 문화적 용광로이자, 거대한 배양 접시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퀸스는 사스의 진원지인 중국 남부 광둥성 같은 세계의 거대한 종간 교차로들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p. 192)

철새와 세계 여행의 도움을 받아, 그리고 아마도 지구 온난화까지 가세해서, 이 이른바 아프리카바이러스는 세계적인 바이러스가 되어가고 있다. 매연 줄기가 바람에 휩쓸려 가듯이, 웨스트나일바이러스는 그렇게 퍼져가고 있다. (p. 201)

세계화 국제화가 된다는 것은 문명발달의 편리하고 좋은 것들만 오고간다는 것은 아니다. 균도 오고가고 질병도 오고간다. 사람에 의해서만 오고가는 것도 아니다. 계절마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다니는 철새도 있고 곤충도 있다. 날아다니는 이동도 규칙이 깨진지 오래다. 지구 온난화는 철새들의 착륙지를 변경시키고 곤충들의 부화리듬을 바꾸곤 한다. 그야말로 언제 어느때 어디서 어떤 새로운 질병이 생길지 모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질병의 치료도 중용하지만 원인과 전파를 알아야 근본적 수습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 풍토병에 가까운 질병들의 근원지는 아프리카인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19도 그렇고)사스를 비롯한 최근의 전염병들의 근원지는 항상 중국의 광둥성을 가리키고 있다. 왜일까?

광둥성과 주변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새로운 인플루엔자 균주들 중에 이런 방식으로 생기는 것들이 많다. 이곳은 1957년에 크게 유행한 아시아 독감과 1968년에 대유행한 홍콩 독감의 진원지였으며, 최근의 '조류 독감'도 여기서 생겨났다. 대단히 위험한 이 조류 독감은 즉시 보고가 되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수백만 마리의 가금을 홍콩의 시장에 도착하기전에 도살한 덕분에 초기 단계에 막을 수 있었다. 광둥 지역은 왜 그렇게 특이한 것일까?

한가지 이유는 이곳 사람들이 수많은 다른 종들과 뒤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종에 사는 바이러스들 사이에서 이런 식의 유전자 교환이 이루어질 기회가 널려 있다. 이곳에서는 돼지우리와 사람이 사는 공간이 붙어 있기도 하고, 돼지우리 위층에 닭을 키우기도 한다. 따라서 닭의 배설물에 든 미생물들이 돼지의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새로운 환경에서 진화할 수도 있다. 또 돼지우리에서 나온 더러운 물은 새우와 초어를 기르는 연못으로 흘러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와 세균을 지니고 있는 오리를 비롯한 새들은 이런 연못에 자주 들러 배설물을 쏟아 낸다. 인간의 배설물도 다른 동물들의 배설물과 자주 섞인다. 유전자 교환 가속 문제는 가축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중국 남부 지역에는 요리용으로 수많은 종류의 야생동물들을 사고파는 거대한 시장들이 있다. 이런 곳들도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뒤섞이고, 짝을 짓고, 돌연벼이를 일으키는 풍요로운 장소가 된다. 광둥성의 수도인 광저우 외곽 몇 블록에 걸쳐 뻗어 있는 차우타우 시장에는 고양이와 개뿐 아니라 양서류, 조류, 어류, 파충류 등 광둥 요리사들이 만드는 온갖 기이한 요리에 쓰이는 야생동물들이 넘쳐난다. 이 모든 종들이 상인, 도축업자, 그 날고기를 요리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과 뒤섞인다. 이렇게 사람과 수많은 종들이 긴밀하게 접촉함으로써, 이 지역은 미생물 용광로가 된다.

물론 사람과 다른 동물들이 뒤섞임으로써 미생물들의 유전자 교환이 집중되는 곳이 중국만은 아니다. 그러나 7,500만의 주민과 수많은 가축과 야생동물들의 드넓은 종간 교차로가 형성되어 있는 탓에, 광둥성은 새로운 질병을 키우는 부화장이 되고 있다. 그리고 홍콩에 가까이 있으므로, 새로운 감염성 미생물들이 비행기를 타고 쉽게 다른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 (p. 208~210)

모든 생물은 먹어야 산다. 인류의 급속한 팽창은 먹거리의 부족이 늘 문제였고 그렇게 야생의 자연에서 더 많이 먹을 수록 더 많이 병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관리와 조절은 늘 코앞에 닥친 문제부터 처리하느라 뒷전으로 밀리곤 했다. 단기간의 이익에 집중하며 미래를 굳이 생각지 않고 자연을 미래몫까지 당겨서 마구 써온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렇게 미뤄둘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닐지...

우리는 새로운 질병들이 생태학적으로 어떻게 유래했는지 꽤 많이 파악해왔지만, 이렇게 늘어나는 전염병들을 근절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약 개발에만 몰두해서는 그 일을 해낼 수 없다. 우리는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건강의 토대가 되는 생태계 전체를 보호하고 복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p.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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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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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고의 일간지 <가디언>에 연재된 책과 문학에 대한 너무나 문학적인 '유머 카툰' 컬렉션!

'애서가들의 만화가'로 유명한 톰 골드는 문학 비평과 대중문화의 세계를 한데 엮어 간결하고 멋지게 연출된 카툰을 선보인다.

 

카툰.. 그러니까 이 책은 만화책이다. ^^

하드커버에 톤다운된 컬러들과 성의있는 졸라맨들이 깔끔하게 그려진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그 중에서도 책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에게 통할만한 냉소적인 풍자가 키득거림을 자아내게 하는 유머툰이다.

저자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애서가임이 분명하다.

첫 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의 친애하는 책들…'이라며 작가들이 첫 장에서 누군가를 추모한다며 기리는 문구를 적어놓듯 자신을 떠나간 책들을 먼저 애도?하며 시작한다. 그렇게 유명을 달리하신 책들을 예를 들자면 목욕물에 빠짐, 아기에에 공격당함, 버스에 두고 내림, 지하실에 있는 상자 중 하나에 있을지 모르겠음 등등등 ㅎㅎ

 

 

저자의 서재는 책들로 빼곡하다. 책들의 구성을 알고 나면 ㅋㅋ 웃음이 새어나온다.

'읽음' 이나 '읽을 작정임' 이라거나 적어도 '반쯤 읽음' 이라는 책보다 '안 읽었지만 읽은 척함' 과 '시간 날때 읽으려고 아껴둠' 이라는 책은 그렇다치고 '절대 안 읽을 예정' '순전히 관상용' '읽었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남' '차라리 읽지 않는 편이 나았음' 이라는 책까지 모조리 꽂혀 있는 서재의 책장을 보며, 그렇지 서재 속 책이란 것이 원래 다 읽은 책만 모아두는 곳은 아니었지 싶어서 다르게 표시된 색깔들을 구분해 보려는 헛된 시도를 해보며 혼자 웃었더랬다.

저자의 여행 가방 엑스레이 사진을 그린 만화 속 가방안에는 휴가용 도서, 추가 휴가용 도서, 예비 휴가용 도서, 비상시 읽을 휴가용 도서, 차마 안 가져갈 수 없는 다른 책들 이 가득하고 구석에 의류등의 필수품이 박혀 있는 것을 보면서 혼자 빵 터지기도 했다. 이 사람 정말 책을 좋아하는구나~ 나도 왠만한 애서가 저리가라 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영 수준이 다르다고나 할까 ㅎㅎ

그나저나 서재라는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부럽다. 서재라는 공간은 커녕 책장이라는 가구를 두기에도 벅차서 늘 책을 선별해서 남길 책과 떠나보내야 할 책을 구분해야 하는 나로서는;;; ㅠㅠ

 

 

비슷한 역사를 가졌음에도 자가당착에 빠진 역사가의 모습이 담긴 만화 한 컷, 그렇게 유구한 인간의 역사도 자연의 대화 속도에 비하면 얼마나 하잘것 없는지 느끼게 해주는 만화 한 컷, 인생의 노년기에 자신의 실제적 경험담만을 써놓았을 것 같은 회고록의 창작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만화 한 컷, 종교서의 종교성에 대한 의문적 느낌을 빡 전해주는 만화 한 컷, 유명 작품의 낚시성 홍보문구가 얼마나 작품 자체와 멀어질 수 있는 지 알려주는 만화 한 컷, 현재 도서시장에서 줄어들다 못해 쪼그라든 순수문학의 자리를 보여주는 만화 한 컷, 아무리 웅대한 배경을 품은 소설이라 할지라도 결국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만화 한 컷, 그러한 만화 한 컷들이 얼마나 말이 필요 없는 촌철살인적 메세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한 사람은 티비를 보고 한 사람은 이북리더기를 찾는 한 컷의 만화를 보며 지금 시대 종이책을 읽는 다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종이책이 최고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림책 이니만큼 술술 읽게되는 책이었고 책에 대한 그림이니만큼 중간중간 멈추었다 보게되는 책이었다.

카프카의 문장을 읽기보다 카프카와 빵이라도 구워야 쳐다보게되는 시대가 됐다 할지라도 나는 앞으로도 빵보다는 책을 먹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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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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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역사책을 자주 읽는 편이지만 일본인이 쓴 역사책은 읽지 않는다. 세계사에 대한 그들의 책은 자국중심의 편향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책들이 많아서 언제부터인가 조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도시여행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겠거니 싶어서 관심이 갔다. '조 지무쇼'라는 이름을 흘려보면서 일본저자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책을 펼쳐들고 나서야 일본내의 기획·편집 집단 명칭이라는 것을 알았다. 책의 내용을 감수한 이는 일본내 유명입시학원의 세계사 강사였다. 아차차;;;

{세계사는 도시 문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세계 주요 도시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모습에 이르렀는지 살펴보는 것은 세계사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라는 저자의 말에 일부 공감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사를 주름잡았던 30개의 도시를 선별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수천년 세계사의 주요 흐름을 도시 이야기를 통해 한눈에 펼쳐내} 는 시도도 좋고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도 좋은데, 그 역사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객관적 중심을 잘 잡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 하지만 15세기에 스페인인이 등장할 때까지 아메리카 선주민 문화에 말과 수레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정적인 교통망이 발달하지 못하고 공통 문자도 확산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테오티우아칸의 문화는 주변지역으로 전해지지 못한 채 단절되고 말았다. (p. 66) >>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고대도시로 언급하는 '테오티우아칸'에 대한 시각은 다분히 서구중심적 혹은 서양역사우월적 이다. 교통수단과 가축은 해당지역의 자연환경과 토착동물이 어떠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자연환경과 기존에 살고 있던 동물이 다른 상태에서 같은 기준으로 다른 도시의 발달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사라진 이유가 수수께끼인 테우티우아칸 보다 침략에 의해 멸망한 고대문명인 잉카와 마야의 도시를 알려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면?

30개의 도시 중 '일본의 중심이었던 '천년의 수도' 교토' 처럼 '천년'이라는 긴 세월을 수식어로 붙인 도시는 교토가 유일하다. 다른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들보다 '천년'이라는 직접적인 수식어가 붙은 교토가 마치 더 유구한 역사의 도시라는 것처럼.

교토의 생성과정도 당시 동양의 선진국이었던 중국 당나라의 도시 '장안'을 참고하여 건설했음을 말하며

<< 이후 교토는 2차 세계대전에서 전화를 모면했고, 지금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천년의 수도로서 축적해온 유산으로 전 세계의 관광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p. 128) >>

라고 중국에서 일부 참고했지만 자체적으로 유구한 세월을 발달해 왔다는 듯 설명한다. 역사속에서 중국과 일본을 연계했던 한반도의 역사는 1도 끼워넣지 않았다. 나로서는 '천년의 고도' 하면 경주가 떠오르는데 말이다. 교토가 그렇게 역사적인 유산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었던가? 교토에 대한 설명은 지극히 교토우월주의적인 입장으로 보였다.

<< 같은 해 5월에 일본해군의 소형잠수함이 미국 해군도 이용하는 시드니 연안을 습격해서 연합군 함정을 격침시켰다. 처음으로 이러한 직접적인 외국의 공격을 받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p. 319) >>

라며 욱일기를 배경으로 거대한 일본병사가 발바닥 아래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오스트레일리아 섬을 그린 포스터를 제시한다. 시드니 라는 도시를 설명하면서 굳이 일본군이 그 먼곳까지 가서 이기고 그 나라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다며 전쟁포스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자신들의 전쟁성과를 과시하는 듯 보이는 것은 나의 편협한 시각인 것일까.

<< 상하이의 조계 시대를 끝낸 것은 일본이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상하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중화민국과 대립했다. (p. 337)

본격적으로 중일전쟁이 시작되자 일본은 상하이를 점령하여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p. 338) >>

상하이는 2차대전에서 각국의 조계지가 있던 국제도시였다. 상하이의 역사에서 전쟁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하이를 아시아의 교두보로 삼은 선례를 굳이 언급했다는 점이 굳이 필요했을까 싶은 의구심은 어쩔 수 없다.

<< 오늘날 두바이에서 이와 같은 도시개발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노동력과 더불어, 강력한 권한을 가진 통치자의 철저한 준비성과 지도력이 있기 때문이다. (p. 349) >>

라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책은 끝난다. 두바이의 상징 '버즈 칼리파'를 칭찬하면서도 그 건물 건설에 한국기업 건설사가 참여했다는 말은 당연히 없다. 왕권 중심으로 흘러갔던 과거의 역사는 강력한 통치자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도시개발의 성공원인이 '강력한 권한을 가진 통치자의 철저한 준비와 지도력' 에 있다는 시각을 어찌 해석해야 할까.

로마와 중국의 도시를 설명하면서 슬쩍 일본의 이야기를 집어넣고, 천년의 세월은 교토에만 붙였으며, 30개의 도시 중 제국주의에 의해 침략을 당하고 피해를 입은 도시가 드러나지 않는 다는 것을 어찌 보아야 할까? 세계대전의 책임이 있으나 철저한 자기반성을 거친 독일의 도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이슬람 문명의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어찌 보아야 할까?

세계사를 통사가 아니라 편집된 책으로 읽을 때는 그 기획의도와 관점을 항상 주의하며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물론 일본내에서 편찬된 책이고 따라서 일본인들이 읽을 것을 예상하고 기획한 책이므로 일본인이 아닌 사람이 읽었을 때 다른 입장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사는 세계의 역사가 아닌가. 제대로 된 세계사라면 세계인 누가 읽어도 받아들여질 만한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이 책을 역사서로서 세계사로서의 책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훑어보는 용도로 읽고 넘기거나 관광지에 가서 유적지의 안내문을 읽으며 흘리듯 그렇게 읽고 넘어가는 용도로 가볍게 읽을 책으로서의 유용성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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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bgos 2020-08-1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별 생각 없이 구매했다가 실망이 크네요.
 
이 약 먹어도 될까요 - 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edit(에디트)
권예리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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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매일 먹는 30가지 성분 수록!

 

문화는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책도 그렇다.

코로나시대가 된 이후로 질병과 약에 대한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실은 코로나시대가 되기 전부터 일상적으로 약을 먹는게 자연스러운 시대였다. 여기저기 병원간판과 약국간판이 자주 보이는 길거리,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약, 그런 일상적 약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약을 살 때도 때로는 증상을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약이름을 말하며 사먹으면서도 그 약이 어떤 성분인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현직 약사인 저자는 그렇게 일상적으로 우리가 먹고 있는 약에 대하여 성분을 중심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성분을 알면 다른 이름의 약이 결국 같은 약인 것을 알게 되거나 비슷한 약이름 속에서 전혀 다른 약임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여하튼 약을 잘 알고 먹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약을 잘 알고 먹으려면 한 가지 습관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바로 약을 성분명으로 부르는 것이다. 성분명은 약을 약이게 하는 물질에 붙인 고유한 이름이다. (p. 6)

우리가 더 많은 성분명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기를 바라며,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서른 가지 약 성분명을 소개했다. (p. 7)

책은 전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이 돋보였다. 약 성분별로 시중에 유통되는 약 이름과 용법, 복용간격, 용량, 임신과 수유시의 위험성, 주의점 을 간단하게 표로 보여주고 뒤이어 작용, 부작용, 복용법, 사용법 을 간략하게 설명해줌으로써 정리와 이해가 쏙쏙 되는 책이었다.

처음 등장하는 성분은 가장 대표적인 해열진통소염제 성분인 '이부프로펜' 이다.

이부프로펜은 우리 몸이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통증, 염증, 열을 일으키므로 이 물질의 합성을 억제하면 진통, 소염, 해열 작용이 가능하다. 이부프로펜 이후 약으로 개발된 것이 무려 수십 가지다. 이들을 통틀어 엔세이드라 부른다. 복잡한 용어처럼 보이지만 뜻은 간단하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라는 뜻이다. 소염제를 크게 스테로이드류와 비스테로이드류로 나누기 때문에 비스테로이드성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p. 31)

엔세이드의 대표적 부작용은 위장장애다. 위장장애의 주범 역시 프로스타글란딘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이 통증, 염증 발열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위벽도 보호하며 멀티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엔세이드를 반드시 식사 후에 복용하도록 권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p. 32,33)

엔세이드끼리는 약효와 부작용이 비슷하므로 두 가지 이상의 엔세이드를 함께 복용하면 위험하다. 진통 효과가 부족해서 약을 더 먹고 싶을 때는 엔세이드가 아닌 다른 진통제를 고르자. 예를 들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 있다. (p. 35)

'엔세이드' 라는 단어는 알아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자주 언급되고, 스테로이드성이 안좋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으니.

성분별로 그 성분이 들어간 약이 효능을 갖는 원리와 부작용을 알게 되는 것은 무척 유익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들이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약성분 '이부프로펜'의 경우 '부루펜시럽' 이라던가 '그날엔정' 같은 이름은 기존에 익숙하게 알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약들이 결국은 비슷한 약이고 복용시 중복되면 안되는 이유까지 이해하게 되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앞으로 약을 먹게 될때 깨알같은 정보들도 꼼꼼이 보게 될 것 같고. ㅎㅎ

두번째로 설명되는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인데, 위에서 언급한 타이레놀의 성분이다. 해열, 두통, 치통, 생리통, 근육통을 가라앉히긴 하나 '이부프로펜'과 달리 소염 기능은 없다고 한다. 대신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위장장애가 없어 식사와 상관없이 먹어도 된다고 한다.

약을 구분할 때 스테로이드성이냐 비스테로이드성이냐도 따지곤 하는데 이것은 달리 보면 중독성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마약성에 따라 나누어보게 되기도 한다.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 비마약성으로 나눌 수 있고, 비마약성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 엔세이드가 대표적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체온조절중추에 작용해 열을 내리고 통증을 해소한다. 수십년 전부터 널리 쓰던 약인데도 놀랍게도 정확한 작용 원리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엔세이드와 비슷한 일을 해도 온몸이 아니라 뇌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약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엔세이드의 가장 큰 차이는 두 가지다. 소염 작용 유무와 위장장애 우무다. (p. 41)

비마약성 약이 아무래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흔하게 걸리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감기도 사실 정확한 치료약은 없는 거라고 하던데 질병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흔한 질병의 약도 없고, 이미 흔하게 쓰는 약의 작용원리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걸 보면 약학과 의학의 갈길이 생각보다 먼 것 같다.

아스피린은 1899년에 처음 약으로 판매되었다.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해열, 진통, 소염제였다. 그렇다면 아스피린이 없었을 때는 열이 날 경우 어떻게 했을까? 한 가지 방법은 버드나무 껍질을 물에 넣고 끓여 마시는 것이었다. 버드나무 껍질의 해열, 진통 효과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알고 있었고 무려 5,000년 전 고대 문명인 수메르의 기록에도 나온다. 요즘에도 숲이나 밀림에서 아프거나 열이 날 때 버드나무 껍질을 모아 물에 끓여 마시는 것이 생존 비법으로 전수될 정도다. 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은 살리실산이다. 그런데 살리실산을 그대로 투여하면 위를 심하게 자극하고 심장에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살짝 변형을 했고 그것이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신산)이 되었다. (p. 48)

약의 개발 과정이나 역사속에서 발견된 약의 이야기들이 나올때면 더 재미있게 읽혔다. 정확한 성분명이 붙여진 것은 최근에서였겠지만 고대부터 이용되던 민간요법은 의외로 타당한 근거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수십년 연구해서 약성분을 밝혀내는 과정이 긴 과정 같지만 고대에 몇백년 혹은 몇천년 동안 직접 먹어보고 체득했을 조상들의 지혜는 훨씬 더 지난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많은 항생제가 설사를 일으키는데 이는 항생제가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 중에서 우리 몸에 이로운 세균도 같이 죽이기 때문이다. 이로운 세균이 사라진 틈을 타서 해로운 세균이 증식해 장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항생제만 먹으면 설사하거나 변비가 생기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항생제 복용 중이나 복용이 완전히 끝난 후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챙겨 먹으면 좋다. 단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를 동시에 먹지 말고 몇 시간 간격을 띄우고 먹어야 한다. (p. 91)

그야말로 약에 관한 상식덩어리 책이었다. 해열제 부터 시작해서 진통제, 피임약,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까지 알아두면 좋을 약 상식들이 정말 많았다. 이런 주의사항들을 진작 알았으면 좀덜 번거로웠을 텐데;;;

감기는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감기 자체는 세균과 무관하다. 세균은 미생물의 한 분류이고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감기약에는 항생제를 처방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병원에서는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일까?

일단 첫째로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세균 감염이 추가로 생겨 정말로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다. 둘째는 과거부터 해오던 처방이라서다. 어린이는 귀의 구조 때문에 어른과 달리 감기에 걸렸다가 중이염으로 발전하기 쉽다. 의학이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는 아이들이 중이염으로 청각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했는데 이것이 관행으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p. 95)

전부터 정말 궁금했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것이고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데 대체 왜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일까?

저자의 설명을 읽고나서 속이 뻥 뚫리는 듯 했다. 그렇지 감기약에 항생제가 있을 필요는 없는 건데 말이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답답해져 왔다. 저자가 말하고 있지만 가벼운 감기에 무조건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이 항생제 남용과 저항성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실때문이다. 인간이 항생제를 너무 자주 써서 항생제로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나고 있는 이때에 항생제는 꼭 필요할때만 최소한으로 쓰는 것이 새로운 관행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카페인이 약으로 쓰일 때는 보통 복합 제제의 성분 중 하나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인구의 약 10%는 이부프로펜이나 아세트아미노펜에 카페인을 첨가해 함께 복용했을 때 진통 효과가 커닌다. 그래서 진통제, 종합감기약에 카페인이 흔히 들어 있다. (p. 110)

카페인은 거의 모든 약에 10~50mg씩 들어 있다. 커피 한 잔에는 50~150mg, 초콜릿 1개에는 30mg, 콜라 한 캔에는 50mg이 들어 있다.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종합감기약, 커피, 콜라, 초콜릿을 먹고 마시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계산해보면 이런 식으로 카페인을 생각보다 많이 먹게 된다. (p. 113)

게보린, 그날엔, 콜대원콜드시럽, 판피린큐액 등 이름만 들어도 무슨 약인지 알 수 있는 흔한 약들 속에 카페인이 들어 있는지 몰랐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약을 먹고 카페인이 들어 있는 식품을 또 먹게 되면 카페인이 과다 복용되어 두통, 불안, 흥분, 불면증, 홍조, 위장장애, 부정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감기때 입맛이 써서 단것들을 찾아 먹곤 했다. 그러고 나면 졸리다는 감기약을 먹었어도 잠이 잘 안들어서 피곤하곤 했었는데... 이래서 약 성분을 아는 것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키미테 패치를 떼어낸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특히 스코폴라민 성분이 눈에 들어갈 경우 눈에 직접 작용해서 문제가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필요가 없어지면 바로 제거하고, 약이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부착면을 반으로 접어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린다. (p. 189)

먹는 멀미약보다 간편해서 손쉽게 귀밑에 붙이곤 했던 패치가 사실은 주의해서 다루어야 했던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스코폴라민 성분의 패치는 과다투여되면 인지장애가 생길수도 있고 부작용이 생각보다 많고 위험해 보였다. 피부에 스며드는 약 성분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좀 놀라기도 했다.

흰무늬엉겅퀴는 지중해가 원산지로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양에서 간보호제로 사용되어 왔다. 영어로는 밀크시슬 이라고도 부르는데 '시슬'은 엉겅퀴를 가리키고 '밀크'는 엉겅퀴 잎의 흰 줄무늬 때문에 붙게 되었다. 간에 좋은 물질은 흰무늬엉겅퀴의 열매에 많다. 흰무늬엉겅퀴 추출물 중에서 약효를 내는 유효 성분을 통틀어 실리마린 이라고 부른다. 실리마린은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고 손상된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p. 246)

지금으로서는 숙취의 원인을 직접 공략해 모든 사람에게 효고가 있는, 보편적인 '술 깨는 약'은 없다. 의약품도 건강기능식품도 숙취해소 기능으로 허가된 것은 없다. 대신에 간기능을 개선하는 약이나 숙취를 일부 완화하는 영양제, 음료가 있다. 이 제품들을 먹고 숙취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인기인 여명808, 헛개컨디션, 상쾌한 등은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p. 289)

간에 좋다고 흰민들레즙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흰민들레가 흰무늬엉겅퀴인건지 흰무늬엉겅퀴가 흰민들레로 잘못 와전된 건지 궁금하다.

여하튼, 간을 피로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술 일 것이다. 그런데 숙취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 가 아직 숙취의 원인 물질이라고 밝혀진 것도 아니고, 숙취를 해소해 주는 약들이 실은 약이 아니라 플라시보효과에 가까운 보조제 아니 보조식품이었다니... 술깨는 약을 두개나 먹었는데도 왜이러나 하며 숙취에 몸부림 쳤던 기억을 씁쓸한 웃음으로 넘길뿐;;;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들의 성분들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했지만, 처방없이 사먹을 수 있는 약들을 알게 된 점도 좋았다. 상태가 안좋으면 당연히 병원에 가야겠지만 가벼운 증상들일때는 이런 약들을 먼저 복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양제에 대해서도 언제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을 먹어야 할지 알게 되어 유용했다. 약에 대해 확인하고 싶을 때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들도 나중에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약의 성분들만으로도 이렇게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고 쉽게 읽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모든 약들을 다 이렇게 알고 먹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이 알려주는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30가지 성분은 알아두면 두고두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정말 쓸모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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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게 제압하라 -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 여자가 살아가는 법 오만하게 제압하라
페터 모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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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이 난무하는 세상 / 여자가 살아가는 법

남자와의 권력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편이다. 직장생활에서의 현실지침서류도 읽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

그런데 오묘한 표정의 고양이에게 눈길이 가서 관심이 생긴 책이었다. 제목처럼 오만해보였달까 ㅎㅎ

그리고 이 커다란 고양이가 앞발로 무언가?!를 누르고 있다는 것은 시간이 꽤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나는 남자로서 그리고 기업가로서 강한 여자들과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 직장에서 남녀가 똑같은 무기로 경쟁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짧게나마 몇몇 요점을 여기에 미리 밝혀 두고자 한다. 우선 이 책은 여자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여자와 남자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만 다룰 것이다. 나는 유럽에서 일한다. 그래서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직장상황에 대해 경험한 바가 없다.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은 성폭행이나 다른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그런 경우에는 심리치료사나 변호사와 상담해야 한다. 조직 전체가 이미 근본부터 기울었다면 오만 훈련은 그리 유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모든 방법은 내가 오랜 기간 검증하고 수정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든 개별 상황에 맞을 수는 없으며 자동으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학술 보고서가 아니라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험 보고서다.

나는 성 연구자도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다. 기업 컨설턴트로서 의뢰인이 원하는 실용적인 해결책에 관심을 갖고 궁리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직장 여성이 남자 동료들과의 갈등 속에서 생산적인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말이다. (p. 10~11)

저자는 '머리말'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 책의 용도를 알려준다. 그렇다 이 책은 실제적 지침서로 활용될 수 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에게. 그리고 이 책에서 알려주는 남성과 여성의 언어 차이와 인지 차이를 읽다보면 직장생활을 넘어 다른 사회관계에서도 활용할 만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아주아주 예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이 아마도 남성과 여성의 대화법과 인지이해의 차이를 설명해주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좀더 간결하면서 구체적인 실전 사례 모음집 이랄까.

영역 침범의 방어는 사회적 계층과 무관하다. 대외적인 지위나 지식수준도 큰 구실을 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직장에서 남자들보다 더 합리적이다. 그들은 남자들이 즐기는 권력게임보다 맡은 업무에 더 집중한다. 하지만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소용없다.

여성인 상사가 남성인 부하직원을 대할때에도 업무적 지시전달을 하기 힘들고 어렵게 전달해도 무시당하는 것 같을때 남성들의 '영역'적 이해방식을 알아야 한다. 남성부하직원에게는 상사로서 확실하게 상사의 영역을 인지시키고 난 후에야 합리적 언어가 전달될 수 있다.

이것을 지켜보던 여자들은 그를 불쌍히 여겼다.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 거 아니에요?"

기분이 어떠냐는 내 질문에 남성(역할극에서 상대역)은 개인적으로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고 대답했다.

"일 이야기잖아요"

그 자리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자기 귀를 의심했다. (p. 89, 90)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며 전전긍긍 하며 말하는 여성 상사는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때로는 침묵이라는 비언어적 방법과 설명따위 필요없는 간단한 명령체의 지시전달이 더 효과적일 수가 있음을 저자는 조언한다. 여직원 대 여직원이 아니라 여직원 대 남직원 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라면서.

북아메리카 사회언어학자 데보라 태넌은 의사소통 방식의 남녀 차이가 어린 시절부터 이미 나타난다고 보았다. 관찰에 따르면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모두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여자아이들은 '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서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아이들은 어떤 방식일 때 서열이 생기고 어떤 방식일 때 모두가 동등한지 놀면서 익힌다. 그리고 모두가 동등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논다. 여럿이 같이 놀지만 모두 같은 지위를 가지는 건 아니다.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지위를 드러내고 다른 사람에게 도전하고 다른 사람의 도전을 받음으로써 서열을 정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배운다. (p. 109~111)

저자도 말하다시피 물론 이러한 내용을 하나의 잣대로 보편화해서는 안된다. 다만, 이 책은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현실지침서라는 점을 생각하라.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관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많은 경우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위에서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관계설정의 기초 이해는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위 고하나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많은 여자들이 착각한다.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나와 똑같을 거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남녀가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쓴다. 더 나은 방식이 아니라 그냥 다른 방식이다. (p. 114)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더 많은 여성이 리더 위치에 오르면 좋겠다. 여성은 승진 욕구만으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외국어를 하나 더 배워야 한다. 남자의 언어 말이다. (p. 115)

상대방이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외계어라 생각하면 차라리 낫다. 내가 모르는 언어라고 생각하면 뭐 하나라도 알아듣기 위해 천천히 심사숙고하며 듣게 된다. 나와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고 해서 같은 언어라고 생각하지 말고 외국어겠거니 하며 들으면 이해의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성들에겐 비언어적 표현과 말의 속도가 큰 영향을 끼친다.

빠르게 움직이고 말하는 것에 오랫동안 익숙했던 여자들은 느려지는 노력을 시작할 때 일반적으로 우스꽝스럽거나 과장하는 기분이 든다. 그들이 속도를 극단적으로 낮췄다고 말할 때 조차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빠르다. 느림을 연습하는 여자가 이제 말과 행동이 슬로모션처럼 거의 괴상하게 느껴진다고 할 때 비로소 '적당한' 속도인 경우가 많다. (p. 149~150)

눈을 마주치고 집중 시킨 다음 간단 명료하게 천천히 말하는 것, 아들 키우는 엄마들에게 자주 조언되는 방법인데...^^;;;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어느쪽이 더 낫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다르다는 차이를 이해하는 중이다.

공놀이를 하려는 남자아이들에게 팀의 주장이 되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팀에서 자기 역할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무리에서 서열이 가장 낮은 것 역시 문제가 안 된다. 자기 자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남자들은 직장에서도 서열이 정해지고 영역과 담당이 확정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p. 158)

남성이 다수인 직장에서 여성이 직장생활을 그것도 상사로서 해나가야 하는 경우에 서열정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배려는 서로간에 존중되는 사이일때나 가능한 말이다. 한쪽만의 배려는 그냥 무시할만한 상대라는 약점 노출에 불과하다. 자신의 자리는 자신이 드러내야 한다. 존재감!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직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 '나의 책임 영역이 아니므로 나는 그것을 하지 않는다' 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직책과 역할에만 충실하면 여자들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자기 책임으로 여기며 '엄마 노릇'을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스스로 강화되는 선순환 체계다. (p. 211)

많은 여자들이 자신의 업적을 만방에 알라지 않아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실력이 모든 걸 말해주기 때문에 굳이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p. 221)

저자의 조언은 냉철하다 못해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구체적 사례들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가 냉혹하고 직장이 냉정하다는 것은 조금만 일해보면 누구나 다 깨닫게 된다. 모든 일이 다 내탓도 아니고 내가 직장에서 할 업무의 영역은 대개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 선을 잘 이해해야 한다. 남이 알아서 나를 알아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의 실력에는 입이 없다. 나대신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내 실력을 말해야 다른 사람이 내 실력을 알게 된다. 떠벌리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한 일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겸손따위 저 멀리 두고 딱 내 실력만큼만이라도 확실하게.

'공격'이라는 말에서 여러 부정적인 연상들이 떠오르는데, 사실 그것은 어원과 맞지 않다. '공격aggression'은 '다가가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aggredi'에사 나왔다. 이 낱말에 '공격'의 의미가 담긴 것은 언어사적으로 상당히 나중일 것이다. 'aggredi'는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가 거리를 좁힌다는 뜻이다. 이런 중립적인 움직임이 어째서 불편한 행동으로 이해되었을까? 간단한 실험 하나면 금방 알 수 있다. 약 10미터 간격을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선다. 그런 다음 한 사람이 마주 선 사람을 똑바로 보면서 규칙적인 보폭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아무리 늦어도 상대방이 코앞까지 다가오면, 반사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된다. 이런 접근이 안정적인 거리를 무너뜨리고 그 과정이 공격처럼 느껴진다.

이런 의미에서 공격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적합한 거리를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또한 공격은 직접적이지 않고 결코 폭력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중립적이고 일상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공격은 우리의 일상에 속한다. 그러므로 싸잡아 유죄 판결을 내리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공격은 폭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지만 또한 창의력을 증진할 수도 있다. (p. 231~232)

어원 이야기를 읽으면 늘 그 말의 뜻을 좀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공격이라는 말이 시작은 그저 다가가다 였다니... 인간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오는 동안 진화의 결과 중 하나가 접근이 곧 공격이 된 것일까... 여하튼 지금의 우리사회는 적절한 거리가 반드시 필요한 사회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코로나때문에라도 그렇지만;;;) 사회적 거리는 가장 가까운 가족사이에서도 진작에 유지되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하물며 직장생활에서야 더더욱.

유럽사회에서도 직장에서 여성이 성공하는 확률은 높지 않은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며 거기나 여기나 별 차이 없구나 싶고, 그러니 거기서 통하는 팁들이 여기서도 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직장생활 하는 여성들이 유용하게 써먹을 실전조언들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쉽고 가볍게 읽히면서 부담이 없으니 한번쯤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듯 ㅎㅎ

여성 리더들은 기본적으로 남성 언어와 여성 언어 모두에 능통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적절히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들을 때마다 화가 나는 질문이 있다.

"남자가 왜 이런 책을 씁니까?"

이 질문에 짧게 답하고자 한다. 내 대답은 반문이다.

"그럼 누가 써야 합니까?"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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