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툰.. 그러니까 이 책은 만화책이다. ^^
하드커버에 톤다운된 컬러들과 성의있는 졸라맨들이 깔끔하게 그려진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그 중에서도 책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에게 통할만한 냉소적인 풍자가 키득거림을 자아내게 하는 유머툰이다.
저자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애서가임이 분명하다.
첫 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우리의 친애하는 책들…'이라며 작가들이 첫 장에서 누군가를 추모한다며 기리는 문구를 적어놓듯 자신을 떠나간 책들을 먼저 애도?하며 시작한다. 그렇게 유명을 달리하신 책들을 예를 들자면 목욕물에 빠짐, 아기에에 공격당함, 버스에 두고 내림, 지하실에 있는 상자 중 하나에 있을지 모르겠음 등등등 ㅎㅎ

저자의 서재는 책들로 빼곡하다. 책들의 구성을 알고 나면 ㅋㅋ 웃음이 새어나온다.
'읽음' 이나 '읽을 작정임' 이라거나 적어도 '반쯤 읽음' 이라는 책보다 '안 읽었지만 읽은 척함' 과 '시간 날때 읽으려고 아껴둠' 이라는 책은 그렇다치고 '절대 안 읽을 예정' '순전히 관상용' '읽었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남' '차라리 읽지 않는 편이 나았음' 이라는 책까지 모조리 꽂혀 있는 서재의 책장을 보며, 그렇지 서재 속 책이란 것이 원래 다 읽은 책만 모아두는 곳은 아니었지 싶어서 다르게 표시된 색깔들을 구분해 보려는 헛된 시도를 해보며 혼자 웃었더랬다.
저자의 여행 가방 엑스레이 사진을 그린 만화 속 가방안에는 휴가용 도서, 추가 휴가용 도서, 예비 휴가용 도서, 비상시 읽을 휴가용 도서, 차마 안 가져갈 수 없는 다른 책들 이 가득하고 구석에 의류등의 필수품이 박혀 있는 것을 보면서 혼자 빵 터지기도 했다. 이 사람 정말 책을 좋아하는구나~ 나도 왠만한 애서가 저리가라 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영 수준이 다르다고나 할까 ㅎㅎ
그나저나 서재라는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부럽다. 서재라는 공간은 커녕 책장이라는 가구를 두기에도 벅차서 늘 책을 선별해서 남길 책과 떠나보내야 할 책을 구분해야 하는 나로서는;;; ㅠㅠ







비슷한 역사를 가졌음에도 자가당착에 빠진 역사가의 모습이 담긴 만화 한 컷, 그렇게 유구한 인간의 역사도 자연의 대화 속도에 비하면 얼마나 하잘것 없는지 느끼게 해주는 만화 한 컷, 인생의 노년기에 자신의 실제적 경험담만을 써놓았을 것 같은 회고록의 창작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만화 한 컷, 종교서의 종교성에 대한 의문적 느낌을 빡 전해주는 만화 한 컷, 유명 작품의 낚시성 홍보문구가 얼마나 작품 자체와 멀어질 수 있는 지 알려주는 만화 한 컷, 현재 도서시장에서 줄어들다 못해 쪼그라든 순수문학의 자리를 보여주는 만화 한 컷, 아무리 웅대한 배경을 품은 소설이라 할지라도 결국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만화 한 컷, 그러한 만화 한 컷들이 얼마나 말이 필요 없는 촌철살인적 메세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한 사람은 티비를 보고 한 사람은 이북리더기를 찾는 한 컷의 만화를 보며 지금 시대 종이책을 읽는 다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종이책이 최고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림책 이니만큼 술술 읽게되는 책이었고 책에 대한 그림이니만큼 중간중간 멈추었다 보게되는 책이었다.
카프카의 문장을 읽기보다 카프카와 빵이라도 구워야 쳐다보게되는 시대가 됐다 할지라도 나는 앞으로도 빵보다는 책을 먹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