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먹어도 될까요 - 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edit(에디트)
권예리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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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매일 먹는 30가지 성분 수록!

 

문화는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책도 그렇다.

코로나시대가 된 이후로 질병과 약에 대한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실은 코로나시대가 되기 전부터 일상적으로 약을 먹는게 자연스러운 시대였다. 여기저기 병원간판과 약국간판이 자주 보이는 길거리,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약, 그런 일상적 약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약을 살 때도 때로는 증상을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약이름을 말하며 사먹으면서도 그 약이 어떤 성분인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현직 약사인 저자는 그렇게 일상적으로 우리가 먹고 있는 약에 대하여 성분을 중심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성분을 알면 다른 이름의 약이 결국 같은 약인 것을 알게 되거나 비슷한 약이름 속에서 전혀 다른 약임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여하튼 약을 잘 알고 먹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약을 잘 알고 먹으려면 한 가지 습관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바로 약을 성분명으로 부르는 것이다. 성분명은 약을 약이게 하는 물질에 붙인 고유한 이름이다. (p. 6)

우리가 더 많은 성분명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기를 바라며, 이 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서른 가지 약 성분명을 소개했다. (p. 7)

책은 전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이 돋보였다. 약 성분별로 시중에 유통되는 약 이름과 용법, 복용간격, 용량, 임신과 수유시의 위험성, 주의점 을 간단하게 표로 보여주고 뒤이어 작용, 부작용, 복용법, 사용법 을 간략하게 설명해줌으로써 정리와 이해가 쏙쏙 되는 책이었다.

처음 등장하는 성분은 가장 대표적인 해열진통소염제 성분인 '이부프로펜' 이다.

이부프로펜은 우리 몸이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통증, 염증, 열을 일으키므로 이 물질의 합성을 억제하면 진통, 소염, 해열 작용이 가능하다. 이부프로펜 이후 약으로 개발된 것이 무려 수십 가지다. 이들을 통틀어 엔세이드라 부른다. 복잡한 용어처럼 보이지만 뜻은 간단하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라는 뜻이다. 소염제를 크게 스테로이드류와 비스테로이드류로 나누기 때문에 비스테로이드성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p. 31)

엔세이드의 대표적 부작용은 위장장애다. 위장장애의 주범 역시 프로스타글란딘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이 통증, 염증 발열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위벽도 보호하며 멀티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엔세이드를 반드시 식사 후에 복용하도록 권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p. 32,33)

엔세이드끼리는 약효와 부작용이 비슷하므로 두 가지 이상의 엔세이드를 함께 복용하면 위험하다. 진통 효과가 부족해서 약을 더 먹고 싶을 때는 엔세이드가 아닌 다른 진통제를 고르자. 예를 들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 있다. (p. 35)

'엔세이드' 라는 단어는 알아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자주 언급되고, 스테로이드성이 안좋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으니.

성분별로 그 성분이 들어간 약이 효능을 갖는 원리와 부작용을 알게 되는 것은 무척 유익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들이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약성분 '이부프로펜'의 경우 '부루펜시럽' 이라던가 '그날엔정' 같은 이름은 기존에 익숙하게 알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약들이 결국은 비슷한 약이고 복용시 중복되면 안되는 이유까지 이해하게 되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앞으로 약을 먹게 될때 깨알같은 정보들도 꼼꼼이 보게 될 것 같고. ㅎㅎ

두번째로 설명되는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인데, 위에서 언급한 타이레놀의 성분이다. 해열, 두통, 치통, 생리통, 근육통을 가라앉히긴 하나 '이부프로펜'과 달리 소염 기능은 없다고 한다. 대신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위장장애가 없어 식사와 상관없이 먹어도 된다고 한다.

약을 구분할 때 스테로이드성이냐 비스테로이드성이냐도 따지곤 하는데 이것은 달리 보면 중독성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마약성에 따라 나누어보게 되기도 한다.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 비마약성으로 나눌 수 있고, 비마약성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 엔세이드가 대표적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체온조절중추에 작용해 열을 내리고 통증을 해소한다. 수십년 전부터 널리 쓰던 약인데도 놀랍게도 정확한 작용 원리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엔세이드와 비슷한 일을 해도 온몸이 아니라 뇌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약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엔세이드의 가장 큰 차이는 두 가지다. 소염 작용 유무와 위장장애 우무다. (p. 41)

비마약성 약이 아무래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흔하게 걸리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감기도 사실 정확한 치료약은 없는 거라고 하던데 질병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흔한 질병의 약도 없고, 이미 흔하게 쓰는 약의 작용원리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걸 보면 약학과 의학의 갈길이 생각보다 먼 것 같다.

아스피린은 1899년에 처음 약으로 판매되었다.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해열, 진통, 소염제였다. 그렇다면 아스피린이 없었을 때는 열이 날 경우 어떻게 했을까? 한 가지 방법은 버드나무 껍질을 물에 넣고 끓여 마시는 것이었다. 버드나무 껍질의 해열, 진통 효과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도 알고 있었고 무려 5,000년 전 고대 문명인 수메르의 기록에도 나온다. 요즘에도 숲이나 밀림에서 아프거나 열이 날 때 버드나무 껍질을 모아 물에 끓여 마시는 것이 생존 비법으로 전수될 정도다. 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은 살리실산이다. 그런데 살리실산을 그대로 투여하면 위를 심하게 자극하고 심장에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살짝 변형을 했고 그것이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신산)이 되었다. (p. 48)

약의 개발 과정이나 역사속에서 발견된 약의 이야기들이 나올때면 더 재미있게 읽혔다. 정확한 성분명이 붙여진 것은 최근에서였겠지만 고대부터 이용되던 민간요법은 의외로 타당한 근거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수십년 연구해서 약성분을 밝혀내는 과정이 긴 과정 같지만 고대에 몇백년 혹은 몇천년 동안 직접 먹어보고 체득했을 조상들의 지혜는 훨씬 더 지난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많은 항생제가 설사를 일으키는데 이는 항생제가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 중에서 우리 몸에 이로운 세균도 같이 죽이기 때문이다. 이로운 세균이 사라진 틈을 타서 해로운 세균이 증식해 장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항생제만 먹으면 설사하거나 변비가 생기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항생제 복용 중이나 복용이 완전히 끝난 후에 프로바이오틱스를 챙겨 먹으면 좋다. 단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를 동시에 먹지 말고 몇 시간 간격을 띄우고 먹어야 한다. (p. 91)

그야말로 약에 관한 상식덩어리 책이었다. 해열제 부터 시작해서 진통제, 피임약,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까지 알아두면 좋을 약 상식들이 정말 많았다. 이런 주의사항들을 진작 알았으면 좀덜 번거로웠을 텐데;;;

감기는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감기 자체는 세균과 무관하다. 세균은 미생물의 한 분류이고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감기약에는 항생제를 처방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병원에서는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일까?

일단 첫째로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세균 감염이 추가로 생겨 정말로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다. 둘째는 과거부터 해오던 처방이라서다. 어린이는 귀의 구조 때문에 어른과 달리 감기에 걸렸다가 중이염으로 발전하기 쉽다. 의학이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는 아이들이 중이염으로 청각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했는데 이것이 관행으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p. 95)

전부터 정말 궁금했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것이고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데 대체 왜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일까?

저자의 설명을 읽고나서 속이 뻥 뚫리는 듯 했다. 그렇지 감기약에 항생제가 있을 필요는 없는 건데 말이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답답해져 왔다. 저자가 말하고 있지만 가벼운 감기에 무조건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이 항생제 남용과 저항성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실때문이다. 인간이 항생제를 너무 자주 써서 항생제로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나고 있는 이때에 항생제는 꼭 필요할때만 최소한으로 쓰는 것이 새로운 관행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카페인이 약으로 쓰일 때는 보통 복합 제제의 성분 중 하나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인구의 약 10%는 이부프로펜이나 아세트아미노펜에 카페인을 첨가해 함께 복용했을 때 진통 효과가 커닌다. 그래서 진통제, 종합감기약에 카페인이 흔히 들어 있다. (p. 110)

카페인은 거의 모든 약에 10~50mg씩 들어 있다. 커피 한 잔에는 50~150mg, 초콜릿 1개에는 30mg, 콜라 한 캔에는 50mg이 들어 있다.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종합감기약, 커피, 콜라, 초콜릿을 먹고 마시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계산해보면 이런 식으로 카페인을 생각보다 많이 먹게 된다. (p. 113)

게보린, 그날엔, 콜대원콜드시럽, 판피린큐액 등 이름만 들어도 무슨 약인지 알 수 있는 흔한 약들 속에 카페인이 들어 있는지 몰랐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약을 먹고 카페인이 들어 있는 식품을 또 먹게 되면 카페인이 과다 복용되어 두통, 불안, 흥분, 불면증, 홍조, 위장장애, 부정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감기때 입맛이 써서 단것들을 찾아 먹곤 했다. 그러고 나면 졸리다는 감기약을 먹었어도 잠이 잘 안들어서 피곤하곤 했었는데... 이래서 약 성분을 아는 것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키미테 패치를 떼어낸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특히 스코폴라민 성분이 눈에 들어갈 경우 눈에 직접 작용해서 문제가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필요가 없어지면 바로 제거하고, 약이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부착면을 반으로 접어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린다. (p. 189)

먹는 멀미약보다 간편해서 손쉽게 귀밑에 붙이곤 했던 패치가 사실은 주의해서 다루어야 했던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스코폴라민 성분의 패치는 과다투여되면 인지장애가 생길수도 있고 부작용이 생각보다 많고 위험해 보였다. 피부에 스며드는 약 성분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좀 놀라기도 했다.

흰무늬엉겅퀴는 지중해가 원산지로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양에서 간보호제로 사용되어 왔다. 영어로는 밀크시슬 이라고도 부르는데 '시슬'은 엉겅퀴를 가리키고 '밀크'는 엉겅퀴 잎의 흰 줄무늬 때문에 붙게 되었다. 간에 좋은 물질은 흰무늬엉겅퀴의 열매에 많다. 흰무늬엉겅퀴 추출물 중에서 약효를 내는 유효 성분을 통틀어 실리마린 이라고 부른다. 실리마린은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고 손상된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한다. (p. 246)

지금으로서는 숙취의 원인을 직접 공략해 모든 사람에게 효고가 있는, 보편적인 '술 깨는 약'은 없다. 의약품도 건강기능식품도 숙취해소 기능으로 허가된 것은 없다. 대신에 간기능을 개선하는 약이나 숙취를 일부 완화하는 영양제, 음료가 있다. 이 제품들을 먹고 숙취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인기인 여명808, 헛개컨디션, 상쾌한 등은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p. 289)

간에 좋다고 흰민들레즙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흰민들레가 흰무늬엉겅퀴인건지 흰무늬엉겅퀴가 흰민들레로 잘못 와전된 건지 궁금하다.

여하튼, 간을 피로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술 일 것이다. 그런데 숙취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 가 아직 숙취의 원인 물질이라고 밝혀진 것도 아니고, 숙취를 해소해 주는 약들이 실은 약이 아니라 플라시보효과에 가까운 보조제 아니 보조식품이었다니... 술깨는 약을 두개나 먹었는데도 왜이러나 하며 숙취에 몸부림 쳤던 기억을 씁쓸한 웃음으로 넘길뿐;;;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들의 성분들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했지만, 처방없이 사먹을 수 있는 약들을 알게 된 점도 좋았다. 상태가 안좋으면 당연히 병원에 가야겠지만 가벼운 증상들일때는 이런 약들을 먼저 복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양제에 대해서도 언제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을 먹어야 할지 알게 되어 유용했다. 약에 대해 확인하고 싶을 때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들도 나중에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약의 성분들만으로도 이렇게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고 쉽게 읽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모든 약들을 다 이렇게 알고 먹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이 알려주는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30가지 성분은 알아두면 두고두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정말 쓸모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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