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사 책이다. 시대별로 그 시대를 대표할 만한 도시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세계사를 놀랍도록 잘 풀어내고 있다. 시대순이긴 하지만 각 도시별 내용에서 다른 도시나 시대를 넘나드는 연결을 함께 서술함으로써 개별적 통합적 서사를 함께 아우르고 있다. 세계사를 이렇게도 읽을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대표적 도시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본 내용은 그 도시 뿐만 아니라 동시대 혹은 그 전후 시대의 다른 도시들의 역사와 함께 서술됨으로써 그 도시가 가진 특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그 특성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이를 살펴볼 수 있게도 한다. 각 도시별 특징만 살펴봐도 세계사의 흐름이 대충 느껴지는 것을 보면 저자가 참 대단하다 싶다.
기원전 4000~1900년 의 도시는 '도시의 여명-우르크' 다. 이어서 기원전 2000~539년의 도시는 '에덴동산과 죄악의 도시-하라파와 바빌론', 기원전 507~30년의 도시는 '국제도시-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 기원전 30~537년의 도시는 '목욕탕 속의 쾌락-로마', 537~1258년의 도시는 '다채로운 식도락의 향연-바그다드', 1226~1491년의 도시는 '전쟁으로 일군 자유-뤼벡', 1492~1666년의 도시는 '상업과 교역의 심장-리스본, 믈리카, 테노치티틀란, 암스테르담', 1666~1820년의 도시는 '카페인 공동체와 사교-런던', 1830~1914년의 도시는 '지상에 자리 잡은 지옥-맨체스터와 시카고', 1830~1914년의 또다른 도시로 '파리증후군-파리', 1899~1939년의 도시는 '마천루가 드리운 그림자-뉴욕', 1939~1945의 도시는 '섬멸-바르샤바', 1945~1999년의 도시는 '교외로 범람하는 욕망-로스앤젤레스', 1999~2020년의 도시는 '역동성으로 꿈틀대는 미래도시-라고스' 순서 이다.
역사순서로 파악하자면 수메르문명에서 현대까지인데 우르크에서 런던까지가 세계사에서 주로 접해왔던 오래전 역사라면 맨체스터 부터 라고스까지는 근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한 도시도 있지만 잘 몰랐던 도시도 있고 자연스런 주제어로 연결된 도시가 있는가 하면 뜻밖의 주제어로 묶인 도시도 있었는데 모두 한결같이 흠잡없을 데 없는 서술이었다. 고대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의 이 긴 역사가 이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근현대사 부분이 나머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저자는 최근의 도시변화에 대해 그런 변화를 끌어낸 역사에 대해 더 알려주고 싶은게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래전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우르크부터 런던까지의 역사를 좀더 인상적으로 읽게 되었다. 모르던 역사가 아니었음에도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많아서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