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씨는 디자인을 먼저 봤다. 나는 가격표를 흘낏거렸다. '미친거 아니야?' 이 한마디를 어금니 사이로 짓씹었다. (p. 7)
"됐어. 마음에 안 들어"
"나는 마음에 들어. 그냥 그거 해. 이제 곧 추워질 거야. 제대로 된 점퍼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그래요. 누나가 사 주는 건데. 좋겠다. 누나가 동생 옷도 사 주고"
짝짝 박수를 치는 종업원을 향해 최지혜 씨가 은근한 미소를 보냈다.
"누나 아닌데요"
그런가 보다, 할 것을 우리의 최지혜 씨는 단 한 번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아들이에요, 제가 낳은 아들" (p. 8)
"결혼 일찍 하는 것도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아빠가 크신가 보다."
"나 결혼 안 했는데. 그리고 우리 아들은 아빠 없어요"
싱긋이 웃는 엄마와 달리 점원은 아예 울어 버릴 기세다. (p.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