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거리 : EASY - 놀면서 스마트해지는 두뇌 자극 플레이북 두뇌 자극 플레이북 딴짓거리
W&M 뇌발달연구소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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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스마트해지는 두뇌 자극 플레이북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딴짓거리 효과

제목을 보는 순간 몇년 전 유행했던 닌텐도DS 광고가 떠올랐다.

기존의 게임과 다른 일명 두뇌게임을 장착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던...​ 


플레이북 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가지고 놀 수 있는 책이다. 책이라기 보다는 장난감 같다고나 할까 ㅎㅎ

여행갈때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때 유용한 책이다.

별 생각없이 읽는다기 보단 할 수 있는 책이고, 굳이 정답을 맞추지 않아도 별로 기분나쁘지 않은 책.


책은 크게 6가지 분야의 놀이거리를 담고 있다.

찾기게임에서는 미로를 찾거나, 다른 그림을 찾거나, 그림자 나 반전 그림을 찾거나, 뷰 포인트나 짝 을 찾고

퍼즐게임에서는 조각퍼즐, 블록퍼즐 생각퍼즐 을 맞추고

그리기&색칠하기 에서는 점을 잇거나, 부족분을 채워 완성하거나 단계별로 그리고 모방하고 상상하고 번호를 색칠한다던가 다양한 스타일을 색칠하게 되어있고

논리게임 에서는 노노그램이나 스도쿠, 연산하기나 생각하고 기억하는 활동을

단어게임 에서는 기억하고 숨은그림을 찾고 단어퍼즐을 맞추고

만들이&종이접기 에서는 입체모형과 종이접기를 할 수 있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분야의 놀이거리로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할 수 있다.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는 퍼즐을 맞추고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색칠을 하고 논리게임이나 단어게임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기도 하다.

공간의 제약도 없고 시간의 제약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남녀노소 모두 함께있어 뭘해야 좋을지 모를 시간에 재밌게 보내는 도구로 유용한 책 같다.

EASY 다 보니 아무래도 유아부터 초저학년 이 있는 가정에서 활용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갈때 가서 순서를 기다리느라 아이가 몸을 비틀때 이 책을 함께 하면 어떨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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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마을 - 아직도 탐험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39개 미지의 장소들
앨러스테어 보네트 지음, 방진이 옮김 / 북트리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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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탐험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39개의 미지의 장소들

모든 것이 밝혀졌다고 믿는 측정과 기록의 시대, 지도 위의 빈틈을 찾아 떠나다

산책자처럼, 탐험가처럼 지도 밖을 거닐다

등등의 표지문구들을 보면서, 오지탐험기 혹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곳에 대한 여행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편안한 색감의 온유한 표지가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지리학자가 쓴 사회학 내지는 정치학 에세이 로 읽히는 책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리와 정치역학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역사가 증명해준다.

대표적인 책으로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는 지리를 바탕으로 역사의 흐름을 분석한 대단한 역작이었다.


나는 예상과 다른 내용의 책을 읽고 나면 원서 제목을 주의깊게 생각해보는 편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Beyond the Map

Unruly enclaves, ghostly places, emerging lands and our search for new utopias

번역기를 돌려보니,

지도 넘어 - 배타적인 땅, 유령의 땅, 떠오르는 땅 그리고 새로운 유토피아를 찾는 우리의 수색

​정도의 뜻이 되는 듯 하다.


이 책은 정치적 갈등이 있는 땅, 잊혀져 유령이 있을 것 같은 땅, 융기되어 바다에서 떠오르고 있는 섬들 그리고 유형이건 무형이건 어딘가에 있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 유토피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아 지도에 표시되지 않거나 표시될 수 없는 곳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원서의 제목은 내용유추가 가능했던 것을 보면 한국어판 제목은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1장 제멋대로인 섬들

암초 섬에 얽힌 지정학적 욕망-맹키에군도 에서는 암초정도에 지나지 않는 섬들로 인해 바다에서의 경계가 국가들 간에 얼마나 첨예하게 계산되어질 수 밖에 없는지를 이야기 한다.

섬들의 연합체를 만드는 일에 관하여-미국령 군소 제도와 범대양 군도 초소형국가체 연합 에서는 땅따먹기도 아니고 섬따먹기 느낌이 들었다.

누가 섬을 건설하려 하는가-스프래틀리제도 에서는 섬이라고 하기에 불분명하더라도 섬이라고 쳐서 생겨난 신생 섬들에 대한 영유권 다툼이 가장 치열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미친짓이라고 부끄러워 하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바다에서 섬이  솟아나고, 섬이 육지가 된다면-보트니아의 떠오르는 섬들 에서는 융기라는 자연적 현상을 통해 생겨난 섬들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다룬다,

섬의 개수는 어떻게 세는가-필리핀에서 새로 발견된 534개의 섬들 에서는 섬들이 곧 영토이고 영해를 구분지어주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섬이라고 부를 만한 조건은 무엇이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버림받은 도시 공간을 보살피는 방법-교통섬 에서는 도시에서 도로가 얼키고설킨 사이지대의 빈공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씨앗폭탄'투척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장의 대부분의 내용은 결국 섬을 사이에 둔 영역분쟁 이야기들이다.


2장 고립지와 미완의 국가들

사라져 가는 소수 언어의 행방-라딘어의 골짜기들 에서는 언어의 섬, 즉 고립된 지역에서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핑 천국에 숨어 있는 기묘한 종교 구역-본다이 해변의 에루브 에서는 유대교 율법에 다스려지는 구역을 알려주는데 그런 지역이 꽤 많아서 놀랐다. 게다가 에루브 가 급성장 하고 있다고 하니 종교적 보수주의와 지역주의 가 정말 심화되고 있구나 싶어서 조금 두려워지기도 했다

복잡하고 위험한 국경선 긋기-페르가나 분지 에서는 더 심한 영토분쟁을 다룬다. 영토는 곧 자원이고, 자원은 곧 힘이 되기에 중앙아시아에서의 민감한 지역이 새삼 위험해 보인다

그들의 국경은 왜 인정받지 못하는가-사하라의 모래벽 에 나오는 모로코 지역의 분쟁은 몰랐던 내용이라 영유권 분쟁이 정말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구나 싶었다

분리주의는 어떻게 싹트는가-신러시아 에서는 노보로시야 를 대표적으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생겨난 국가들이 아직도 혼란스러운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영토가 없어도 주권을 인정받은 나라-몰타기사단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영토가 없고, 따라서 국경도 없는데 주권이 있고 세계에서 인정받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종교조직이자 가장 작은 국가라고 불리는 몰타기사단 의 존속여부가 계속 궁금해진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분열되고 있다-스트랫퍼드공화국 에서는 영국인으로서 저자의 브랙시트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브랙시트는 정부의 규모와 형태가 고정불변이 아닌 유동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고 하는데, 화합이 아닌 분열로 가는 모든 시도는 위태로워 보인다

2장의 대부분의 내용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들을 다루고 있다.


3장 유토피아의 장소들

종교적 야심이 낳은 암울한 유토피아-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에서는 IS 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에게는 유토피아 였을지 모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디스토피아였던

가상현실이 우리를 해방시킬 것이라는 신화-사이버토피아 에서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사이버토피아도 결국 유토피아는 아니다

어떤 곳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은 행복한가-신유목민 에서는 스스로를 크리에이터이자 혁신가로 표현하며 부유하게 떠돌고 있는 신유목민에 대한 허상을 짚어내고 있다.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유쾌한 이중주-넥 찬드의 록가든 에서는 인도에서의 두 장소를 비교함으로써 주류와 비주류 전통과 비전통에 대한 통념을 비판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자유로운 삶을 실험하다-크리스티아니아 에서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중심에 있는 크리스티아니아 라는 곳을 이야기 한다. 자유롭지만 새로운 주민을 받지 않는 배타성을 보며, 자유는 이기적이어야만 지킬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야생 식물 채집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나라-헬싱키의 야생 식량 수확 체험기 에서는 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는 일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는 저자의 아쉬움이 읽힌다

헬리콥터는 어떻게 최상위층의 전유물이 되었는가-헬리콥터의 도시 에서는 브라질의 상파울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헬리콥터 도시는 결국 부유층을 위한 유토피아였음을 밝힌다

수직 도시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지면이 없는 도시 에서는 홍콩을 예로 들면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로 대부분의 이동을 함으로써 지면과 멀어진 도시가 가진 부족한 부분을 드러낸다

3장에서는 어디에서도 어떤 방법으로도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을 새삼 결론내게 된다


4장 유령과 환영이 떠도는 장소들

도시는 사람을 집어삼킨다-신주쿠역의 유령 터널 에서는 삭막한 도시풍경 풍경을

성급한 개발 계획의 잔재, 흉물로 남다-고가보도 에서는 이용되지 않는 영국내 고가보도의 흉물스러움을

폐허가 매력적인 이유-보이즈빌리지 에서는 영국내 보이즈빌리지 라는 버려진 캠핌장에 대한 향수를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 방치된 식민지의 흔적-심라의 영국인 묘지 에서는 인도내에 영국인 묘지에 대한 쇠락에 대한 단상을

무대 위에 재현한 '멋진 신세계'-[다우] 영화 세트장 에서는 연기와 연기가 아닌것이 혼합된 영화와 무대와 현실이 혼합된 세트장을 통한 기묘함을

땅의 신성한 기운을 읽기 위한 지리학-주술의 도시 런던 에서는 주술의 신비성을 빌려서라도 인간과 도시가 좀더 자비롭게 관계맺었으면 하는 바람을

머나먼 미래 세대에게 어떻게 경고할 것인가-쓰나미 비석과 핵폐기물 표식 에서는 자연에 대한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을 읽을 수 있었다.

4장은 도시의 삭막함과 버려진 장소들에 대한 향수에서 자연과 도시의 좀 더 잘 어우러지는 미래를 그리는 저자의 마음이 읽혔다


5장 감춰진 장소들

누가 이 도시를 더럽다 하는가-카이로의 쓰레기 도시 에서는 이집트 카이로의 자발린이 사는 쓰레기 마을이 나온다. 90%가 이슬람교도인 곳에서 소수의 기독교분파로 쓰레기를 분류하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건 쓰레기 보다도 종교적 편견 같아 보여 마음이 안좋았다

구글 어스 시대의 빈틈-스트리트뷰에 나오지 않은 히든힐스 와 와나타몰라 빈민가 에서는 최상위 부유층이 사는 곳과 최하위 극빈층이 사는 곳에 한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알려준다. 두 계층이 사는 곳이 모두 구글 스트리트뷰에 나오지 않는 다는 것. 보호와 무시의 그 경계란 참...

지도에 숨어 있는 덫-트랩스트리트 에서는 지도의 저작권을 보호하려고 일부러 잘못 표시한 장소인 트랩스트리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해리포터의 킹스크로스역의 9와3/4 승강장에 대한 묘사가 이래서 나올 수 있었구나 싶다

미지의 땅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미개척지 콩고 에서는 콩고의 자연을 이야기하며 왜 미지의 땅이 계속 등장하는지 새삼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검은 돈이 머무는 곳-에든버러 로이스턴 메인스가 18번지 2호 에서는 페이퍼컴커니 같은 탈세의 장소들을 이야기 한다.

보행자의 움직임은 어떻게 통제받는가-스파이크 지대 를 읽으며 걷지말라고 수많은 표지판을 박아놓는 것보다 길바닥에 스파이크를 박아놓는 것이 효율적이었구나 그렇게 보이지 않게 질서가 통제되는구나 놀랍고 씁쓸했다

비밀 영토에 도사린 야망-하이난섬의 유린 지하 해군기지 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의 장소 중국이 건설한 군사섬에 대한 이야기이다

왜 잠들어 있는 유적을 깨우려 하는가-예루살렘 땅 아래 에서는 예루살렘 전역에서 선대의 유골들이 상반되는 주장으로 되살아나 끊임없이 분쟁으로 번지고 있음을 새삼 알수 있었다

가라앉은 땅으로 떠난 짧은 여행-도거랜드 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고 있는 땅에 대한 자연의 힘을

기회의 땅이 빚어낸 욕망의 정치학-북극의 신세계 에서는 빙하가 녹으면서 드러나는 북극에 대한 분쟁들을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를 향한 열망-콘 셸프 해저 기지 에서는 땅도 모자라 바다에까지 도시를 세우려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5장이 보여주는 감춰진 장소들은 차라리 감춰진 채 있는 것이 나은게 아닐까 싶은 생각과 얼마나 더 감춰진 장소들이 많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열된 세계와 유토피아나 분리/독립을 염원하는 야심이 솟구치고 있는 곳과 환영과 끝없는 비밀이 무리지어 떠돌고 있는 곳을 보여주면서, 그래서 더 분열되고 있고 더 기묘해지는 장소들에 대한 변화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현재의 지리적 혼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들을 골라 엮은 이 책에 나오는 39 곳 중 나는 어느 한곳도 가고 싶지 않다. 안타깝거나 아쉽거나 무섭거나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은 장소들... 하지만 지도가 보여주는 곳들 외에도 이런 곳들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 같긴 하다. 삶은 항상 눈에 보이는 것들 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인해 더 큰 변화를 겪게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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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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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운명이 된 두 남녀의 감동 실화

헝가리 영화 <새벽의 열기> 원작소설

이 소설은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자 자신이 연출한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그리고 작가의 부모님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은 유대인은 많지 않았고

유럽 각지의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적십자사의 지원으로 겨우겨우 삶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열풍때문에 혹은 전쟁중 벌어진 대규모의 유대인 학살때문에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의 종교는 회의감을 가져오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흔들리는 사회와 피폐해진 몸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 때 결혼을 해야 겠다고 결심한 한 남자가 있었다.

흔들리는 종교와 삭막해진 정신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인생이 두려웠을 때 사랑에 빠져들 수 있었던 한 여자가 있었다.


시한부 6개월을 선고받은 스물다섯살 헝가리 유대인 청년 미클로스는 자신을 치료해 주고 있는 나라 스웨덴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처녀들 117명에게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몸은 아프고 마음은 더 아파서 아무런 기력이 없을 때 낯선 사람에게서 온 편지는 처음엔 안중에도 없었는데...그랬는데... 뭐라도 소일거리 관심을 불러일으켜주고 싶었던 친구의 사소한 조언으로 답장을 쓰게 됐고 처음엔 답장을 보낸 9명의 처녀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렇게 미클로스 와 릴리는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몸 상태로, 남의 나라 병원에서 둘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돈도 없고 미래도 없고 생명조차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둘은 사랑을 시작한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의 경험을 담은 소설이지만, 처절한 생존을 위한 시간을 기록한 책이 아니라는 점이 신선했다.

여하튼 살아남았고,

어떻게든 살고자했고,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랑' 을 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 받은지 6개월쯤 됐을때, 결혼을 했고 50년을 해후했다.

그 50년 세월의 대부분을 함께 한 아들이 부모님의 편지들을 보게 되었고 이렇게 작품화 되어 세상에 나왔다.


살아남았으나 그 생존만으로 인간승리 라고 말하기엔 안 어울리고

사랑하였으나 그 사랑만으로 뜨거운열정 이라고 말하기에도 안 어울리는

북유럽 겨울의 나라 스웨덴에서 차가운 하루중 가장 추운 새벽에도 식지 않은 기운은

생에 대한 것이었건 사랑에 대한 것이었건

새벽의 열기 딱 그것이었다.


스무살, 스물다섯살 청춘남녀의 서툰 사랑은 어리고 미숙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설핏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새벽에 살아남은 열기로 인생을 살아간 온기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책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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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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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명은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일 뿐이다!

제국의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제적 지식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진단하는 '인류의 유산과 미래

생각했던 것과 달리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저자는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이자 뇌과학자 이다.

뇌과학자가 해주는 로마제국특강 이라니...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이삼년전부터 고전읽기모임에 참여중인데, 고대그리스를 시작으로 수메르에 잠시 갔다가 최근 로마사를 시작한 관계로, 여기저기서 읽었던 내용들이 단숨에 정리되는 느낌의 책이라 쑤욱 읽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냥 읽었으면 아~ 하고 말았을 것도, 아!!! 하고 읽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각주에 불과하다라는 말은 종종 들어보았었다.

그리스고전을 읽으며 서양철학과 문화의 기원을 고대그리스에서 찾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양고전을 읽어나가다 보니 여기저기서 로마가 등장했다. 왜 로마일까?

저자는 '서양 문명은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 일 뿐이다' 라고 말한다.

이 한 문장으로 서양의 역사는 단숨에 정리될 수 있음을,  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음이 반가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반가움은 명료해지고, 과거를 이해하게 되는데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해주어서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1부 기원-어떻게 로마는 세상을 정복했는가

에서는 서양의 고대역사를 핵심만 쏙쏙 뽑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문명의 기원은 서양이 아니었으나, 제국의 기원이 로마가 된 것은 문명의 흐름이자 역사가 주는 기회를 누가 잡았는가 를 생각하게 한다.

2부 멸망-왜 위대한 로마 제국은 무너졌는가

에서는 제국의 시작은 멸망의 근원을 품게 마련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왕정과 공화정을 거쳐 제국이 되기까지 로마가 지나간 길은 역사의 바퀴가 되어 지금도 굴러가고 있다. 로마의 자리에 다른 나라가 있을 뿐.

3부 복원-무엇이 로마의 역사를 이어지게 하는가

에서는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 같지만, 중세가 암흑천년 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역사가 되었고 그 역사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었으며, 왜 로마가 복원된 것인지 느끼게 해준다.

4부 유산-누가 로마 다음의 역사를 쓸 것인가

에서는 현재관찰이자 미래예측을 하고 있다. 여전히 서양세력의 각축전인 세계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역사를 모르면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자본주의는 왜곡되고 있으며, 자유주의는 혼란에 빠진 지금, 선진국들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는 민족주의가 부흥하고 배티성을 강조하는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있으며 어디서도 평화의 모습은 찾기 힘들어졌다. 저자는 지금의 위기가 전쟁으로 가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향후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다.


위기 인것 같긴 한데,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역사를 읽어야 한다.

표지의 카이사르와 눈을 맞추고, 대를 이은 로마의 카이사르들을 살펴봐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되고 그래서 역사에 답이 있다.

나는 아직 답은 모르겠지만,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역사를.

지금.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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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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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소설은 처음이다.

아름답다...

처음엔 소설치고는 좀 지루하다 싶게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옷젖듯이 빠져들어 마지막에 가선 자야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놓을 수가 없어서 결국 다 읽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작가의 이력은 여타 소설가들과 무척 다르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과학자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첫 소설을 출간했다. 2018년 8월 출간된 책은 지금도 여전히 밀리언셀러의 기록을 경신중이고 출간후 1년이 채 안되어 번역본이 국내 출판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이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단언했고 처음부터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번역한 옮긴이는 여주인공 카야의 '외로움'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서 대부분의 화자는 '카야' 이다. 카야의 말과 카야의 생각을 읽으며 어느 순간 카야가 된다. 습지에서 혼자 사는 소녀 카야.


1969년과 1952년이 교차 서술되다가 사건을 계기로 합쳐져서 1970부터 현재시점으로 여겨지는 그 시간의 간격이 줄어들수록 카야는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아가씨로 성장하지만, 카야의 삶에서 외로움도 그만큼 성장한다.


배경은 미국 남부 해안가의 습지 빈민촌.

노예해방이 선언된지 오래지만 남부 특유의 인종차별은 아직 남아있었고, 부농의 자만심도 남아있었고, 전쟁의 상흔도 남아있었다.


카야에게는 엄마도 있었고 아빠도 있었고 언니들과 오빠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빠의 알콜중독과 폭력에 지친 가족들은 하나둘 떠나고 여섯살 어린 카야와 아빠 단 둘이 남는다.

그러다 아빠마저 떠나고 카야는 혼자 생존하는 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시하고 조롱했지만,

의식하지 못할때 지켜봐 준 사람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가족이 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 찾아왔다.


무슨 말이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엄마도 그런 말을 했었어

갈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그냥 저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처럼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사람들이 무서워서 혼자 숨어드는 카야를 이해해주고, 글자도 가르쳐주고, 습지에서의 외로운 시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연구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함께 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통하는 그런 사람이.

하지만 사랑은 외로움도 가르쳐 주었다.


몸이 성장하면서 마음도 성장해가던 때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카야는 용의자로 체포됐다.


대자연에, 저기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잔인무도해 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 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테 가혹해 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카야는 자연을 통해 삶의 순리를 배웠고 그저 순리대로 자연과 함께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도 하고, 순리대로 행동하지 않기도 하면서, 자연속에 사는 카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자연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이 느껴지는 에세이처럼, 뜨거운 나이의 설레는 사랑을 담은 로맨스처럼, 생존을 위한 법정드라마처럼 읽히는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는 스릴러 다. 하지만 긴장되고 손에 땀이 나는 그런 스릴러 라기 보다는, 마음 한켠이 애잔해지고 또다른 마음 한켠이 카야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뜨거워지고 또다른 마음한켠이 슬퍼지는 잔잔하고 차분해지는 묘한 스릴러다.


높은 캐노피 밑에서 발길을 멈추고 습지의 어두운 비원으로 손짓해 부르는 수백 마리의 반딧불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깊은 곳,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으로.


카야는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 살고 싶었고,

카야는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을 소중히 여겼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표지에 카야가 있었다.

가장 아름다울 시절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카야가 있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카야가 있었다.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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