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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평점 :
사랑이 운명이 된 두 남녀의 감동 실화
헝가리 영화 <새벽의 열기> 원작소설
이 소설은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자 자신이 연출한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그리고 작가의 부모님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은 유대인은 많지 않았고
유럽 각지의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적십자사의 지원으로 겨우겨우 삶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열풍때문에 혹은 전쟁중 벌어진 대규모의 유대인 학살때문에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의 종교는 회의감을 가져오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흔들리는 사회와 피폐해진 몸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 때 결혼을 해야 겠다고 결심한 한 남자가 있었다.
흔들리는 종교와 삭막해진 정신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인생이 두려웠을 때 사랑에 빠져들 수 있었던 한 여자가 있었다.
시한부 6개월을 선고받은 스물다섯살 헝가리 유대인 청년 미클로스는 자신을 치료해 주고 있는 나라 스웨덴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처녀들 117명에게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몸은 아프고 마음은 더 아파서 아무런 기력이 없을 때 낯선 사람에게서 온 편지는 처음엔 안중에도 없었는데...그랬는데... 뭐라도 소일거리 관심을 불러일으켜주고 싶었던 친구의 사소한 조언으로 답장을 쓰게 됐고 처음엔 답장을 보낸 9명의 처녀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렇게 미클로스 와 릴리는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몸 상태로, 남의 나라 병원에서 둘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돈도 없고 미래도 없고 생명조차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둘은 사랑을 시작한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의 경험을 담은 소설이지만, 처절한 생존을 위한 시간을 기록한 책이 아니라는 점이 신선했다.
여하튼 살아남았고,
어떻게든 살고자했고,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사랑' 을 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 받은지 6개월쯤 됐을때, 결혼을 했고 50년을 해후했다.
그 50년 세월의 대부분을 함께 한 아들이 부모님의 편지들을 보게 되었고 이렇게 작품화 되어 세상에 나왔다.
살아남았으나 그 생존만으로 인간승리 라고 말하기엔 안 어울리고
사랑하였으나 그 사랑만으로 뜨거운열정 이라고 말하기에도 안 어울리는
북유럽 겨울의 나라 스웨덴에서 차가운 하루중 가장 추운 새벽에도 식지 않은 기운은
생에 대한 것이었건 사랑에 대한 것이었건
새벽의 열기 딱 그것이었다.
스무살, 스물다섯살 청춘남녀의 서툰 사랑은 어리고 미숙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설핏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새벽에 살아남은 열기로 인생을 살아간 온기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책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