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기계발분야 베테랑 강사다. 대중강연을 많이 하는 강사들은 자기만의 컨텐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자료수집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저자는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사람인것 같다. 저자는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과 자신의 사연을 바탕으로 그림과 엮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가지 이야기당 한가지 그림을 보여주는 식인데,
신뢰하지 못할 후배이야기를 하며 제임스 엔소르의 <가면에 둘러싸인 자화상> 을
보부아르와 '블루스타킹' 이라 불렸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며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를
삶에 열정적인 여성변호사 를 보며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여자>를
컬러리스트로 활동하는 지인을 보며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자신이 빠져들었던 니체를 이야기하며 에드바르트 뭉크의 <프리드리히 니체>를
학교내 청소노동자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파울 클레의 <두려움의 엄습III>을
성공한 CEO를 보며 알브레히트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을
명품과 품위 이야기를 하며 헨리 베이컨의 <출발>을
대중강연자로서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에드바르트 뭉크의 <사춘기>를
평온하게 살던 부잣집 마나님에서 젊은 남자에게 끌리는 방황을 격는 여성이야기를 하며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남성 나체>를
강의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앤서니 프레드릭 센디스의 <메데이아>를
연애지상주의자였던 지인의 이야기를 하며 카미유 클로델의 <중년>을
행복한 노부부를 보며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오르막길>을
방탕한 재벌3세 이야기를 하며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센트 10세의 초상>을
성공했지만 외로운 싱글 여성과 평온하지만 고단한 주부의 이야기를 하며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나쁜남자 이야기를 하며 폴 고갱의 <영혼이 지켜본다>를
불행한 가정생활 속 여성을 이야기하며 페르낭 크노프의 <내 마음의 문을 잠그다> 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부채를 든 여인을>을
승진에서 누락한 여성이야기를 하며 에드워드 콜리 번 존스의 <심연>을
은퇴후 가족과 불화를 겪었던 남성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일리아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를
무용을 배웠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며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시골무도회>를
취준생이지만 삶을 즐기고 있는 젊은이 이야기를 하며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래퍼가 된 아들과 공감을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하며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각자의 일로 바쁜 부부 이야기를 하며 구스타프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을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하며 줄 바스티엥 르파주의 <건초 만드는 사람들>을
술을 마시면 성격이 활달해지는 사람이야기를 하며 프란스 할스의 <유쾌한 술꾼>을
나이든 엄마 이야기를 하며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와르의 <어머니의 초상>을
아버지에 대한 후회어린 기억을 이야기하며 폴 세잔의 <화가의 아버지>를
악몽을 꾸었던 이야기를 하며 헨리 퓨젤리의 <악몽>을
성공한 줄 알았으나 그렇지 못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하며 에드바르트 뭉크의 <뱀파이어>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을
수직적 삶과 수평적 죽음을 이야기하며 피트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을
동창생들과의 수다속에 등장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다나에>를
좋아하는 블루색에 대한 이야기 속에 바실리 칸딘스키의 <스타이 블루>를
색채심리전문가 의 행복이야기를 하며 앙리 마티스의 <삶의 기쁨>을
괴짜 철학자 지인 이야기를 하며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바쿠스 축제>를
가든파티에서 건배 일화를 이야기하며 디에고 발라스케스의 <술꾼들, 바쿠스의 축제>를
현대인의 삶에 대한 저자의 아쉬운 마음 속에 프랑수아 부셰의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을>을
친구들과의 호텔파자마파티 일화를 이야기하며 장 앙투안 와토의 <키테라 섬의 순례>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그림들을 보는 것은 늘 재미?!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그림 인문학' 아닌가? 그런데 어디 인문학이 있는거지? 이 책은 그저 지극히 개인적인 그림감상 에세이였다. 이야기마다 인문학적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마다 그림 자체의 의미를 통한 인문학적 사고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저자가 한 생각들과 저자가 느끼는 그림들을 저자 마음대로 묶어가며 쓴 에세이일 뿐인데 제목이 과하다 싶었다. 게다가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편집자의 성의부족도 아쉬웠다. 무엇보다 그림에서 느끼는 감상들이 나와 너무 달라서 공감이 안되다 보니 더욱 저자의 글이 와닿지 않았다. 그림은 물론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므로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좀... 차라리 그림에 대한 미술적 해석과 자신의 해석을 함께 실었다면 또 모를까...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은 글의 의미마저 퇴색시킬 수 있다.
'나를 채우는 그림' 혹은 '내가 그림에서 배운 것' 또는 '나는 그림을 통해 삶을 배웠다' 정도의 개인적 감상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달았다면 좋았을 텐데... 미술감상에세이를 인문학책으로 읽기엔 많이 모자란 책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그림 보다 새로운 그림들이 많이 보였던 점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