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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버리기로 했다 - 불편한 사람과 상처 없이 멀어지는 관계 정리법
양지아링 지음, 허유영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11월
평점 :
불편한 사람과 상처 없이 멀어지는 관계 정리법
상대가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헤어짐은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다
심리서들을 종종 읽는다. 읽다보니 시대가 변한것을 조금 느낀다. 몇년전만 해도 심리서들은 위안.위로.격려 들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리.결단.나 중심인 듯 하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일본책들에서 더 많이 발견하긴 했다. 이번 책은 타이완 책이다. 아무래도 서양 저자 심리서들은 문화적으로 수용이 잘 안 될때가 있는데, 동양권 심리서들은 공동체중심,가족중심 이라는 공통문화가 있어서인지 마치 국내저자가 쓴 것처럼 위화감 없이 읽혀서 좋다.
"관계에도 분리수거가 필요합니다" "인간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정리·정돈하는 것과 같다" 라는 관계정리의 해법을 담은 책들 중에서 최광현 저자 책이 참 좋았는데 이 책도 비슷하면서 좀더 부드러운 책이라 잘 읽혔다. '자존감 수업' 이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작가가 된 윤홍균 저자의 추천글을 보면서 왠지 좀더 믿음이 가기도 했다. 내용은 최광현 저자 비슷하고 표현은 윤홍균 저자 비슷한 느낌이랄까.
대부분의 대중심리서들이 그러하듯이 이책에도 많은 사례들이 들어있다. 밍위안, 리홍, 윈팅 등 이름만 낯설뿐 내용은 너무나 익숙해서 대만 사람들도 우리와 굉장히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구나 싶었다.
만족스럽지 않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무거운 부담을 지우고 구속하기만 하는 관계는 감정의 불랙홀이 되어 당신의 자아와 행복을 갉아먹는다. 그렇다면 용감하게 잘라내고 그 자리를 비워야만 한다. 그래야 새로운 관계와 경험이 들어와 당신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당신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 이 책에서 배운 개념과 기술을 실생활에서 연습한다면 당신은 미소가 많아지고 시간이 여우로워지며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더욱 자유로워지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깨끗한 집뿐 아니라 내면의 차분함 역시 필요하다. 심리적인 공간에 과거의 관계를 쌓아놓지 말라. '참을 수 없는' 관계는 서로의 행복을 가로막을 뿐이다. 인간관계를 대청소하고 이제야말로 내게 맞는 사람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자. (p. 10)
서문에서부터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분명히 밝힌다. 이런 태도 마음에 든다. 잘못된 죄책감없이 마음의 청소를 하는데 이 책을 활용하라는 저자의 제안이 반갑다. 책에서라도 누군가는 이렇게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 그런 관계는 끊어버리라고.
우리 사회 전체가 '분리' 를 초조하고 불안한 무엇으로 받아들인다. 이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증거가 바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분위기다. 아무리 튼튼한 물건도 오래되면 낡고 닳아 없어지는데 하물며 날마다 변하는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인생에서 겪고 넘어가기 마련인 단계마다 생각이 바뀌고 필요한 것이 달라지며, 이것이 인간관계를 시험에 들게 하는 시련이 된다. 관계가 변하는 것은 계절이 변하는 것과 같다. (p. 23)
사람은 변한다. 그게 당연한 거다. 계절이 변하는게 당연한 듯이. 그런데 너와나는 변치 말자고, 우리는 변치 말자고, 네마음은 변치 말라고, 내마음은 안변할거라고 관계에서는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문제가 생긴다. 왜 변했냐고 어떻게 그럴수 있냐는 물음은 잘못된 거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 것이 당연한데 죽음을 언급하길 꺼리고,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변하기 마련인데 변함을 언급하길 꺼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리적 공간을 정리하는 것'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내면의 신념을 정리하고 무조건적으로 타인의요구에 맞추기를 거절하는 것이다. 매번 모든 관계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지만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기대를 떨쳐낼 용기는 필요하다. 그래도 상대가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헤어짐은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다. (p. 40)
내 인생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를 생각해야 한다. 의외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관계에 허덕이고 치이고 힘든 거다. 이기적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갖고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나만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 선택을 책임지는 것도 온전히 내몫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소모시키기만 하는 사람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죄악감' 이다. 죄악감 때문에 차마 인연을 끊거나 상대와 거리를 두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남의 요구를 거절하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p. 91)
죄악감은 관계 속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반응이다. 죄악감은 타인의 평가에 너무 연연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죄악감은 후천적으로 학습된 감정이다. 죄악감이 성립하려면 우선 이 말 속에 담긴 가치판단 기준과 게임의 룰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에게 죄악감을 느끼게 하는 건 어떤 일 자체가 아니며 그 사람이 어떤 관점이나 논리를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똑같은 일이라도 어떤 사회 혹은 환경에 사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은 죄악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애초에 그것이 죄악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죄악감은 사람의 행동과 사고 능력을 마비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p. 93~95)
죄악감은 우리가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기존 방법을 고수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더 나은 발전을 꿈꾸며 현 상황을 초월해 성장하기를 바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죄인' 이라고 자책할 필요 없다.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서는 어디도 갈 수 없다. (p. 99)
'죄악감' 이라는 단어를 처음 봤다. 죄책감 이라고 할 때보다 어감이 뭔가 좀더 '죄' 같고 무거운 느낌이다. 책임의 문제보다 '죄'로 다루니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려 한다. 그래서 더욱 '정리' 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인간의 본성으로 타고 나는 감정이 아닌 후천적으로 학습되어 세뇌되어지고 교육되어진 이 죄악감 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떨쳐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죄인 취급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포함한 많은 심리서들이 알려준다. '죄'가 아니라고. '죄인' 이 아니라고. 자기 자신 부터 챙기라고. 그래야 일단 살 수는 있다고. 살아야 나아갈 수 있다.
가족(형제나 부모)은 끊을 수 없는 혈연으로 이어져 있는데 가족과의 이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닌지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가족과의 이별에는 절충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바로 상대와 마주치는 횟수를 줄이면서 천천히 거리를 넓히고, 이런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마음속으로 혼자 이별하는 것이다. 관계를 맺는 데는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어느 한쪽이든 손을 놓으면 관계가 계속 이어질 수 없다. 반드시 상대의 동의를얻어야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면, 마은의 문을 닫아걸었다면 같은 세상에 살고 있어도 이미 관계를 끊은 것과 같다. (p. 167~168)
개인중심 문화인 서양과 달리 공동체중심 문화인 동야에서는 특히 가족관계에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 고부갈등, 장서갈등은 사실 약한 갈등이다. 부모자식간의 갈등과 형제자매간의 갈등은 정말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인지조차 못하기 마련이다. 문제가 터졌을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갈등의 가장 난점은 변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에 있다. 우정에서 사랑으로 갈수도 없고 부부에서 남남으로 갈수도 없는 관계다. 무엇보다 부모나 형제자매는 죄악감을 심어준 당사자라는 것에 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혼자만의 이별이라도 해야 살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심리의 문제는 사실 생존의 문제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 그 누구도 아무 대가 없이 무엇이든 다 가질 수는 없다. 잘라내고 버려야만 새로운 것을 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관계에서 '취함' 과 '버림' 은 꼭 붙어 다니는 세트 상품과 같다. 억지로 떼어내 둘 중 하나만 사려고 하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용감히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다. 목청껏 외쳐보자. "내 인생에서 내게 맞는 사람만 남기겠어!" 바로 그 순간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될 것이며, 이런 단호한 용기가 당신을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주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p. 198)
어른아이 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원래 있었던 단어인 것처럼 익숙해진 시대이다. 내면아이 라는 말이 심리학 용어가 아니라 일상용어처럼 책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대이다. 어른이 되었어도 내면에 자리지 못한 어린아이가 있고, 어른이 되었어도 아이와 같은 어른아이가 있다. 제대로 성숙한 어른은 가능하긴 한 걸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어른으로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성장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질지라도 성숙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행복은 잘라내야 하는 것을 억지로 붙잡지 않고, 유지해야 하는 것을 열심히 회복하는 것이다. 취함과 버림의 균형을 유지하며 인연이란 만남일 뿐 아니라 때로는 이별일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관계가 추억속에서 아름답게 살아 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떠나든 남든 당신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아야 한다. 인생에서 내게 맞는 사람만 남기고 나를 소모시키는 사람은 잘라내라. 그래야만 당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p. 200)
행복은 인간의 본능인가 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부자나 명예 보다도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행복은 다 다른 모습이다. 사람이 다 다르게 생겼듯이 그들이 원하는 행복도 다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모두 원하는 삶이 있다. 살고 싶은 모습의 삶을 간직하고 있다. 저자는 행복하고 싶다면 집안을 청소하듯 관계도 청소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청소도구로서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깨끗해진 관계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켰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사례는 정말 그 자체만으로 큰 힘이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모두 다 와닿을 수도 있지 하나도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례들에서 느껴지는 공감만으로도 이 책은 참 따듯한 책이다. 관계를 끊으라는 차가운 조언을 하는 이 책이 왜 따듯한 책인지는 읽고나면 안다.
정리란 관계의 재정립을 넘어 자아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p.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