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역사가 참 좋았다. 학교다닐때도 역사시간 세계사 시간을 좋아했다. 그리고 여전히 꾸준히 역사책을 읽는다.
그림은 잘 몰라서 어렵기만 했는데 자꾸 보다보니까 점점 좋아진다. 역시 아는만큼 애정도 생긴다. 그래서 점점더 그림을 찾아서 보게된다.
이런 내가 좋아하는 역사와 그림이 한권에 모아진 이 책은 나로서는 당연히 탐나는 책일수밖에 없었다.
올컬러 그림들과 적당히 두꺼운 세계사를 함께 하는 맛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자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미술사 강연을 하면서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는데, 지금은 미술과 역사를 결합한 강연등 폭넓은 활동을 하신다 한다.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의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지는 책이 종종 있는데 역사책 치고는 드물게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연륜이 쌓인 선생님이 세계사를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있는듯한 기분으로 읽게 되는데, 학창시절 이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아쉽게도 내가 역사 세계사 과목을 좋아했다고 해서 선생님들까지 좋았던 것은 아니라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역사풀이를 한두장마다 컬러 그림들로 눈요기를 하며 읽으니 지루한줄 모르고 술술 읽게 된다.
다만 긴 기간을 한 권으로 압축 요약하다보니 너무 건너뛰어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연결되는 내용을 일단 풀어내다보니 시간을 어느정도 흘러지나갔다가 다시 거슬러올라가서 또 지나오다가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의외로 헤깔리지 않게 정신차리고 읽어야하는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역사서를 여럿 읽다보니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들이 좀 있었는데,
석기문명 관련해서는 '괴베클리테페' 를 비롯한 유적들이 기존의 학설을 뒤집을만한 연구로 진행중이므로 신석기혁명이나 농업혁명이 우리가 배웠던 이론에서 반대로 바뀔 수도 있다는 첨언이나
마리 앙트아네트 왕비 서술에서 프티 트리아농 에서 머물며 소젖을 짜고 농작물을 재배했다고 한 몇줄 아래 화려한 치장에만 관심이 있어 매일 도박과 파티에만 빠져 살았다는 조금은 모순된 서술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당시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미국독립전쟁지원비 때문이었고 궁정 경비는 전체예산의 6%에 불과했는데, 이 6% 중 루이16세가 더 사치를 하지 않았을까? 당시 프랑스인들에게는 미워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리 앙트아네트 왕비에 대한 왜곡된 평가는 점점 정정되고 있는 경우(노출을 꺼려 했을뿐 소박하게 농가의 삶을 살았고 화려한 의상에 대한 초상화는 귀족들의 폄하와 무시에 대응하기 위한 존재감표시 방법이었으며 빵어쩌구 하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들을 보고 있으므로 이 부분을 좀더 참고했으면 싶다.
미워할 대상이 필요했다면 영웅시할 대상이 필요한 시절도 있는법이다. 이경우의 대표적 사례가 잔다르크 이다. 잔다르크 에 대한 설명에서는 기존 인식처럼 완전 영웅서사로 서술되었으나 최근 읽은 '미스터리 세계사' 에 따르면 잔다르크는 허위와 날조로 만들어진 영웅신화였다. 정설을 바꿀 필요까지는 없지만 이설에 대한 첨언이 있다면 좀더 객관적인 역사서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대전전쟁을 서술하면서 528페이지에 콜비츠의 조각상 <피에타> 사진이 클로즈업 된 것으로 실려 있다. 하지만 이 조각상의 진가는 이 조각상이 전시된 공간과 함께 봐야 느낄 수 있다. 조각상 자체만으로도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이 전해지지만 전시된 공간과 함께 보면 그 먹먹함이 더 진하게 다가온다. 전쟁의 잔인함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세계사를 축약해서 짧게 읽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한 사건이나 한 시대를 집중해서 읽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그림, 사진, 지도 같은 이미지들과 함께 읽는 것인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력적이다.
우리가 말하는 세계사는 서양사이다. 그 수천년의 역사를 한권으로 읽을 수 있고 그 서술분위기가 누군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 같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전에 컬러풀 그림들로 분위기 전환이 수시로 되는 이 책은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무척 유용한 책이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