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의 일을 냅니다 - 사장이 열 명인 을지로 와인 바 '십분의일'의 유쾌한 업무 일지
이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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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내고, 다 함께 벌어, 똑같이 나눈다.

이렇게 참신한 방법으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니...

때로는 녹록지 않지만 꽤 잘 살아가고 있는

'월급 받는 자영업자'의 이야기

 

 

누군가의 에세이를 이렇게 웃어가며 읽어본 적이 있던가?! 유머책도 아닌데 초반부터 빵빵 터지는 재치코드에 나도 모르게 계속 키득거리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사장이 열 명인 을지로 와인 바 '십분의 일'의 유쾌한 업무 일지 라는 이 책은 청년들의 발랄함과 새로운 공존의 인간미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운이 좋았다. 우리의 아지트 같았던 '십분의 일'은 점점 여러 손님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몇 개월이 지나자 본전치기를 넘어섰다. 우리는 여전히 여럿이서 함께 운영중이다. 그렇다. 우리는 성공했다.

로 끝내고 싶은데 그러기엔 지금까지 이 안에서 벌어진 구질구질한 일들이 너무 많다. 한 사람이 가게를 해도 매일매일 에피소드가 쌓일 텐데, 열 명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니 오죽할까. 3년 동안 매일같이 열 명이 동시에 말하는 카톡방을 들여다봤다. 한달에 한번씩은 열 명이 주인인 가게에 모여, 모두가 1인1표를 행사하는 민주적인 회의를 한다. 그걸 대략 30번쯤 했다. 이제 민주주의고 뭐고, 다 지겹다. 가끔은 민주주의가 정말 인간에게 적합한 제도가 맞는지 진지하게 의심한다. 인류 역사에서 왜 그렇게 많은 독재자가 등장했는지 조금은 이해된다. 총회를 한답시고 둘러앉아 메뉴에 올리브를 추가하냐 마냐를 두고 1시간 동안 지지고 볶고 있는 멤버들을 보고 있으면 올리브기름이라도 끼얹고 가게를 통째로 태워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목재여서 활활 잘 탈 게 분명하다.

한편으로 난 멤버들을 사랑한다. 일을 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우리 멤버들이다. 가게에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 역시 우리 멤버들이다. 과연 이들이 없었다면 내가 십분의 일을 운영하고 있었을까. 그럴리 없다. 애초에 장사 같은 건 별로 생각해본적 없었으니까. (p. 6~7)

 

프롤로그에서부터 느껴지는 저자의 오르락내리락은 끝까지 계속 삶의 희노애락을 와인바운영을 통해 느끼게 해준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게 ㅎㅎ

저자는 드라마 막내PD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다들 부러워할 것 같은 그 직장에서 막내PD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저자와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1년여만에 그만두고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저자는 인도여행을 다녀와서 뭔가 깨달았다거나 힐링했다거나 다시 시작할 에너지를 충전했다거나 등등의 식상한 결론을 얻지 않았다.

"여행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돌아왔을 때, 나는 진짜 백수가 되어 있었다"

이게 리얼 아닐까? 퇴사하고 여행 몇달 다녀온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는 현실. 그저 불안한 백수라는 것.

이런 미화하지 않는 진심이, 결과을 알고 시작하는 책에 대한 부러움을 상쇄시키고 있었다. 잘 나가는 와인바 사장이 된 것에 대한 부러움에 왠지 지고 시작하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 책이지만 읽다보면 그럼그렇지 하는 묘한 안도감이랄까 ㅎㅎㅎ

<최후의 제국>은 아누타 섬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들이 지니고 있는 사랑, 협동, 공생 등을 모두 아우른 단어가 바로 '아로파' 다. (하와이로 넘어가면서 아예 인사말이 됐다. 알로하~)

"우리 아누타 섬처럼 다 같이 버는데 수익은 똑같이 나누는 마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마을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야!" (p. 37)

 

저자는 학생시절부터 이런저런 모임을 자주 만들고 활동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드라마작가가 되겠다고 글을 써보려 했지만 잘 써지지 않았고 다시 들어간 회사에서 다시 퇴사를 생각하던 즈음 학생때 했던 스터디멤버들을 만나 술한잔 하던 자리에서 '아로파' 가 등장했다.

2013년쯤 티비에서 <최후의 제국> 이라는 다큐를 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짚고 그 이후의 대안 경제를 모색하는 내용이었는데, 그중 남태평양에 살고 있는 한 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었고 그 부족이 아누타섬사람들 이었다.

그렇게 처음 7명이 모였고, 저자가 퇴사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가게장소를 물색하게 되고 어떤 가게를 어떤식으로 운영해나갈지 논의하게 된다.

"각자 월급의 10%를 월 회비로 내자"

저자는 백수이지만 다른 멤버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출자금이 필요했고 규칙이 필요했다.

초기비용으로 천만원씩을 내고 운영비로 각자 소득의 10%를 월회비로 내기로 했다. 이 월회비 규칙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중간중간 멤버가 열명이 되기도 하고 9명이 되기도 하고 새멤버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각자의 소득의 10%를 회비로 낸다. 그리고 영업이익은 똑같이 1/n 으로 나눠 갖는다.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이 당시 백수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월급 10%를 회비로 내는 모임에 선뜻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다행히?! 저자는 백수였고 가게운영을 맡게 되면서 회비에서 월급을 받는 것으로 백수탈출을 함과 동시에 10%를 내는 공동사장이 되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덕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가게를 3년째 운영중인 저자도 남다른 사람임은 분명해보인다.

우리는 각자 취향도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일에 뛰어들고 싶다는 욕구는 같았다. 그런 공통점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줬다. 한여름 뜨거웠던 그 자리는 우리가 단순히 가게를 만들기 위한, 창업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는 걸 되새겨주었다. (p. 102)

창업을 위한 시작이 아니었다. 돈을 벌자가 먼저가 아니었다. 정안되면 6개월만 일단 운영해보고 접자는 합의로 시작한 가게였다.

그저 마음맞는 사람끼리 모여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가 시작이었다. 결과가 같아보일지라도 다른 시작은 지속적인 운영에 분명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발품팔아 가게자리를 찾아 손수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첫손님이 왔을때 '여길 어떻게 알고왔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설픈 사장이었지만, 어느덧 2018년 봄 두번째 가게 '빈집:비어있는 집' 을 오픈하고, 2019년 보엔 세번째 와인바 '밑술' 을 같은해 여름엔 네번째 브랜드인 게스트 하우스 '아무렴 제주' 를 만들었다. 그리고 열심히 운영하고 입소문을 타며 성업중이고 점점 더 확장해가며 멤버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공동체 '아로파' 가 되길 꿈꾸고 있다.

개인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찾아보면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 또한 이시대의 새로운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그 새로운 도전이 이렇게 활기찬 결과를 맺는 것을 보니 내일도 아닌데 뿌듯하고 그렇게 함께하고 있는 멤버들이 기특해보인다. 앞으로도 '청년 아로파'의 도전이 계속되길 응원해본다.

요즘도 많은 분들이 나에게 묻는다. 정말 열 명이서 계속 같하세요? 네, 여전히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p.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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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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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식물에 대한 상식 82

 

 

번역본은 한국어판 제목이 잘못 붙여진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한국어판 제목 자체가 번역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Woher wissen Wurzeln, wo unten ist? Wissenswertes und Kurioses rund um den Garten 이라는 독일어를 검색해보니 '뿌리는 아래의 위치를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정원 주변의 흥미로운 사실과 호기심' 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이 책은 정원식물에 대한 책이고 표지의 제목 옆 부제로 잘 설명되어지고 있다.

이 책이 또 마음에 드는 이유는 예쁘다는 것이다. 내용에 어울리는 식물그림들이 세밀화로 첨부되어 있다. 사진이 아니라 세밀화라서 더 부드럽게 예쁘다.

저자는 독일의 원예학자, 식물학자이자 저술가, 강연가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본문 내용 중간중간 본인을 정원사로 뿌듯해하며 표현하는 부분들이 친근하면서도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면서 따듯하게 읽혀지기도 했다.

식물에 대한 지식과 기본적인 정원 관련 지식을 이 책에 간결하게 정리해보았다. 자료를 뒤적거리며 조사하는 일이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준 것도 흔치 않았다. 각 주제는 묻고 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내가 다소 임의로 선별한 것이라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나중에 마음껏 확장해도 된다. 이 책을 본 뒤에 뭔가에 호기심을 느껴 식물과 정원 관련 연구에 한번 제대로 몰두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단언컨데 여러분은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 식물, 정원 그리고 자연에 대한 매혹을 다시는 떨쳐내지 못하리라! (p. 6)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식물과 정원에 대한 애정을 뿜뿜 드러낸다. 미국이나 유럽은 땅덩어리가 넓어서 집집마다 정원이 있는 것들을 자주 볼수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 정원을 갖고 있는 집은 흔치 않다. 하지만 아파트에 살더라도 화분 한두개쯤은 들이게 되는 법, 정원이 없어도 이 책이 알려주는 상식들은 은근 유익할 것이다. 무엇보다 평소 식물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여러모로 배울점이 많은 책이었다.

식물은 나무껍질이나 바깥쪽 세포들도 성질이 바뀌어 뿌리를 형성할 수 있다. 그 세포들은 어린 시절의 유연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게 종을 유지하는 데 여러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p. 21)

동물은 고등하게 발달해 있을수록 세포 하나하나가 그만큼 더 특화되어 있다고 한다. 다시말해 세포의 성질이 거의 정해져있다는 말이다. 다리가 될 세포는 다리가 되고 팔이 될 세포는 팔이 된다. 하지만 식물은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다. 줄기를 만들던 세포가 뿌리를 만들수도 있고 땅속에 있다가 땅위로 나오게 되는 순간 새싹을 틔워낼 수도 있다. 식물은 뇌가 없다. 하지만 식물은 온몸이 뇌인것 같다. 역시 식물은 경이롭다.

나무 한 그루가 분해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숲의 여러 식구들은 거기서 더 많은 자기 몫을 챙길 수 있으므로, 이 과정은 생태계를 위해서 더 값진 시간이 된다. 어떤 존재 하나가 와서 그 모든 것을 이른바 한입에 다 먹어치워 버리지만 않는다면, 자연이라는 무대의 수많은 등장인물은 이 먹이사슬에서 배제될 일이 없다. 그러므로 낡은 책장을 땔감으로 써버리고 새 책장을 사기에 앞서, 원목으로 된 그 오래된 책장을 사포질해 새로 칠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지 고민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p. 31)

식물관련 책이므로 당연히 자연친화적 태도일 수밖에 없다. 환경을 생각하면 인간은 정말 사악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자연에서 모든 것을 한입에 다 먹어치워버리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므로.

현존하는 최장수 나무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소나무속의 일종인 브리슬콘소나무인데, 그 나이가 5,066세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재미있거나 알아두면 유용할 것 같은 자료들도 잘 정리되어져 나온다. 그리고 항상 헤깔리던 건데, 과일과 채소는 명료하게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명확히 구분하려 하기보다 그냥 맛있게 먹으라고 ㅎㅎ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아는 것은 식물에게 목숨이 달린 중요한 일이다. 그걸 알아야 뿌리 시스템은 온전히 형성할 수 있다. 뿌리는 그 세포 속에 묵직한 것, 소위 평형석이란 걸 갖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전분 알갱이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세포액보다 더 무겁다. 이 알갱이는 지구 중심을 향하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방향을 잡는다. 평형석 덕분에 식물은 지상에서 성장하는 한 어느 방향에서 빛이 오는지, 또 어느 방향에서 물과 지지물 및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지 '알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식물이 빛이라는 자극을 전혀 얻지 못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p. 38)

 

평형석이라고 부르는 것이었구나... 식물은 빛을 향해 가는 것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빛이 없는 땅속에서 뿌리가 길을 찾아나가는 것은 평형석 덕분이었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실험을 해보면 싹이 트는 식물은 모든 방향으로 자라난다고 한다. 평형석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해 사방으로 뿌리를 뻗는 다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지구에 도착하면 뿌리는 몇 시간내로 방향을 잡는다고 하니 역시 식물은 대단하다. 참고로 평형석은 동물과 인간도 갖고 있고 이로인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볼때 식물학의 가장 유명한 오류는 장미다. 장미는 가시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장미가 지니고 있는 것은 바늘이다. (p. 67)

식물에서 가시라 함은 목질부 싹의 심이 웃자라 문들어진 것이라 말하자면 작은 곁순과 같은데 이것은 잎과 꽃이 되는 게 아니라 끝이 뾰족하게 된 것이고, 바늘은 목질부 싹의 껍질이 웃자란 것이라고 한다. 가시는 목질부에서 새싹 하나를 완전히 뜯어내는 일과 같아서 잘 제거가 되지 않는 반면 바늘은 훨씬 쉽게 꺽인다고 한다. 장미가시를 똑 떼면 잘 떨어지지 않나. 가시가 아니라 바늘이라서 였던 것이다! 동화속 등장하는 가시장미는 바늘장미로 바꿔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다. ㅎ

과일나무는 실제로 낮 시간의 길이를 계산할 수 있다. 빛의 총량은 특정 단백질을 통해 특정된다. 이 단백질은 빛이 작용하면 형성되고 어두울때는 분해된다. 그리고 그 양이 충분하면 기온이 충분히 따뜻하다는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꽃을 벌어지게 한다. (p. 82)

식물은 알면 알수록 굉장히 체계적인 자동화 시스템 같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날씨의 오류로 인해 식물의 시스템은 오류를 일으키곤 한다. 겨울에 피어난 봄꽃을 보면 왠지 짠하다.;;;

생명체로 북적거리는 자연은 윤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생존의 법칙만 따를 뿐이다. (p. 102)

생태계에 인간윤리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그건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뿐 판단할 수는 없다.

관상용으로 들어온, 늦은 시기에 아주 풍성하게 꽃을 피우는 품종들이 씨앗을 너무 빨리 형성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미 수백만년 전부터 이곳에 토박이로 살아온 품종들을 몰아내는 게 문제다. 생태계에는 이렇게 밀려나는 식물들만이 아니라 그 식물들에 특화된 가루받이 곤충들 그리고 그 식물을 먹이로 삼는 적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특히 가루받이 곤충들은 새로 이주해온 식물 품종들과는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하고 맺지도 못한다. 생태계를 훼방 놓지 않으려면 모든 의식있는 정원사가 나서서 이런 외래종 식물들의 씨앗이 성숙하지 못하도록 해야하며, 진 꽃은 지체하지 말고 잘라주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원사는 이런 식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p. 110,111)

'제대로 된'정원사인 저자는 토박이 품종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읽으면서 나도 공감했다. 생태계의 교란은 식물계에서도 동물계에서도 외래종에 의해 수시로 일어날 위험성이 있다. 동물계에서의 교란은 눈에 보이므로 심각함이 쉽게 인지되지만 더 위험함 것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식물계에서의 교란인것 같다. 토종식물계가 흔들리면 토종곤충계과 토종동물계도 흔들린다. 그리고 그때가서야 인간이 알게 되는 것이다.

잡초란 특정 장소에서 자라는 식물로, 그 땅의 소유자인 인간이 결코 원하지 않는 존재다. 엄밀히 말하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미도 옥수수밭에서는 자라면 잡초다. (p. 112)

잡초란 개념이 이렇게 상대적이었는지 새삼스러웠다. 그리고 잡초라는 명칭이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것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독과 향기에 대한 설명에서도 그랬다. 인간에겐 독이지만 새에겐 먹이였고 인간에겐 향기이지만 곤충에겐 독일 수 있었다. 식물을 알아갈수록 인간이 참 부끄러워진다.

아무튼 성가신 잡초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꽃들과 채소들을 무자비하게 뒤덮는데. 그래서 우리는 대응조치를 취한다. 더 편한수단, 예컨대 화학약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제초제 같은 것을 쓰면 잡초 제거외의 생태계 파괴라는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오해 마시라. 김매기는 내가 좋아하는 정원일이 아니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몸을 구부려 김을 매는 동안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어머니 대지는 나의 여신이다. 그 여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나는 이렇게 깊이 머리 숙여 절하지 않을 수 없다' (p. 115)

농사에 대해서는 제초제라던가 하는 화학제 사용을 논외로 두고 적어도 정원이나 화분에만큼은 사용을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농사에 사용되는 제초제에 대해서는... <침묵의 봄> 책에서 읽었던 사항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아 다시한번 마음이 무거워진다...

장미 꽃다발에서 향기를 누리고 싶다면 싱싱한 모양새는 포기하고, 꽃병에 꽂아두면 꽃잎이 금방 시드는 품종을 구해야 할 것이다. (p. 121)

꽃다발로 가장 선호하는 장미꽃다발! 이 꽃다발 속 장미는 개량 품종이고 개량품종은 향기가 없다고 한다. 향기는 없으나 오래 싱싱하도록 개량하고 시들지 말라고 꽃잎에 왁스까지 뿌린다고 한다. 시들줄 모르는 장미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수록 장미향기는 추억이 된다. 그러고보니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장미꽃다발에 코를 묻고 향기를 음미하는 모습도 연기?! 갑자기 꽃집에 가서 장미에 코를 대보고 싶다.ㅎㅎ

오늘날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최고급 난초로 손꼽히는 품종 하나도 대량 생산품이 되어버렸다. 한때 나도풍란은 '여왕급' 난초로서 경이와 찬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늘, 어떤 생각없는 화훼 전문가가 내뱉은 말 한마디가 귀에 쟁쟁하다. "바라건대 다시는 따분하기 짝이 없는 나도풍란으로 장식할 일이 없기를" 서글프지 않은가? (p. 147,148)

서양에서 난은 희귀품종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비싼값에 들여오고 죽으면 또 들여오고 했었는데,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식상한 식물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관상용이라는 목적으로 어느정도까지 식물의 교란을 허용해야 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한때 유럽주식시장을 점령했던 튤립에서 배울수 있었던 것처럼 식물의 희귀성도 돈으로 가치를 매겨 정하는 것의 최종피해자는 인간 아닐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원예식물은 원예식물로 머물러야 하며 통제 없이 자연계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즉 자체적으로 씨앗이 퍼지거나 기는줄기로 증식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는 근심을 정원 담장 너머로 퍼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p. 172)

정원식물은 정원안에서만 잘 가꾸자! 자연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일단 내집정원 내집화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일임을 이 책을 통해 좀더 진지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기초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82가지 식물상식들은 식물에 대한 소중함을 각성하는데 도움되는 좋은 조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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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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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이덕무의 매혹적인 일침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동양 최고의 문장가의 여덟 가지 비결

 

 

저자는 자칭 이덕무의 덕후라고 한다. 고전연구가로서 다수의 책을 펴냈으나 특히 이덕무에 관한 책을 여러권 냈다. 그리고 이덕무 마니아를 자처하는 저자의 마무리 덕질은 이덕무 평전이 될 것이라 다짐하며 책을 시작한다.

이덕무(1741~1793) 는 영·정조 시대의 인믈로 북학파이자 백탑파 였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많은 양의 글을 써 남겼고,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 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선비이기도 하다.

나는 '간서치' 라는 명칭이 전부터 마음에 들었었다. 안소영 작가의 <책만 읽는 바보> 라는 책을 읽고 이덕무와 그의 벗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져서 더 알고 싶은 인물이기도 했다. 이덕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이덕무의 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 책을 무어라고 해야 할까... 이덕무 시론을 만들고 싶은 찬미모음 이라고 해야 하려나...

100여편의 이덕무의 시를 싣고 있는데 시 자체를 해설해주는 글은 한 편도 없다.

이덕무의 시를 써놓고 이덕무의 시가 어떤점이 훌륭한지 얼마나 훌륭한지 칭찬하는 것에 몰두하여 시 자체에 대한 감흥은 느낄 수가 없었다.

이덕무의 시를 써놓고 시란 어떠해야 하는지 시어는 어떠해야 하는지 따라서 이덕무가 얼마나 대단한지 늘어놓지만, 시 자체를 잘 모르겠으니 공감하긴 어려웠다.

이덕무의 시를 써놓고 당시의 벗들과의 교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덕무의 씨를 써놓고 중국학자들의 평이 얼마나 좋았는지 자랑하고 이덕무의 시를 써놓고 감탄에감탄을 거듭하는 글을 읽다보면 이덕무의 시도 이덕무 라는 인물 자체도 오히려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길을 가다가' 라는 이덕무의 시 자체에 대한 설명 없이 갑자기 시의 색깔을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덕무의 시가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결론을 내리는 저자의 글에 나만 공감을 못하는 걸까? 책속의 모든 글이 이런식이었다. 나는 이덕무의 시 자체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 이 책을 읽었는데, 저자는 시 자체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교과서처럼 밑줄 쫙 그어가며 이 단어는 무슨 뜻이고 이 구절은 어떤 의미이며 이 문장은 어떤 음율이다 라고 설명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시 하나하나마다 그 시의 배경이나 그 시가 쓰여진 이덕무의 상황이나 그시에 깃들여진 이덕무의 마음이나 뭐 그런 해석을 해줬어야 하는것 아닐까?

시 한편도 아니고 때로는 이덕무의 시와 이덕무가 옮긴 벗들의 시와 이덕무가 좋아했던 중국시와 이덕무에 대해 쓴 벗들의 글까지 한번에 여러개를 주르륵 인용한 부분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읽고 개인적으로는 약간 뜬금없게 느껴지는 저자의 예찬론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어떤 글을 읽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다.

저자가 이덕무의 덕후인 것은 알겠으나, 이덕무를 정말 제대로 알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 개인적인 감상을 바탕으로 한 찬양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덕무의 작품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분석하고 이해하고 자료를 뒷받침해서 독자에게 이덕무의 가치와 이덕무 시의 가치를 공감가도록 풀이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현대시라면 개인적 감흥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일 수 있지만, 조선시대의 시인데 아무래도 배경지식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당시의 시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너무 아쉽다...

나의 시적 능력이 부족하여 저자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고 읽은 책이었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내용이었는지라 나중에 나에게 시심이 충만해졌을때 저자의 감상은 패스하고 이덕무의 시 자체만 차분히 다시 읽어봐야 겠다. 조선시대 책덕후 이덕무의 시를 내가 제대로 해석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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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 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죄책감 버리기 연습
사이토 사토루 지음, 기즈키 지아키 엮음, 장은주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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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죄책감 버리기 연습

"모든 죄책감은 필요 없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보다 미워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워라

 

 

저자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로 50여년간 활동해 오면서 관련 저서들을 여러권 낸 심리저서 작가 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일본책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잘 읽지 않는편인데, 대중심리서들은 종종 공감해가며 읽게 된다. 아무래도 가까운 지역 문화권에서 살아온 세월이 서로의 심리를 서양보다는 비슷하게 느껴지게해서 그런가보다.

50여년간 환자들을 치료해왔다면 나이지긋하신 분일텐데 책은 시종일관 간결하고 깔끔하다. 자기말이 옳다며 구구절절 조언을 늘어놓지도 않고, 이런 환자도 있었다하며 상담사례를 자랑하는 것도 아닌, 그동안 축적된 활동들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생각을 소제목마다 서너장으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체가 시원시원해서 좋다.

오랫동안 현역에서 활동해온 의사로서 나는 단언한다. 모든 죄책감은 필요 없다. (p. 19)

본문 시작 첫줄에서부터 저자는 시원스럽게 말한다. 이해한다 위로한다 그럴수있다 정도가 아니라 딱 잘라말한다. 죄책감은 필요 없다고. 왠지 첫줄부터 속이 뚫리는 기분이다.

사람들이 중독으로 치닫는 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이유가 있다. 본심을 꽁꽁 숨겨둘 수도,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낼 수도 없으니 자신을 괴롭히며 어떻게든 살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p. 26)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대인공포증이 있다. 그들이 음식이나 술을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들을 가까이하면 '인정받느냐 받지 못하느냐' 하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는 말이 없고 술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p. 127)

 

알콜중독치료를 오래 하다 보니 개인의 상처 그리고 가족의 문제로 까지 범위가 자연스럽게 확장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사례를 보고나서 저자가 얻은 결론은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도 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냉장고는 말이 없고 술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니. 캬~! 명언 아닌가!

어머니가 진짜 자신의 욕망을 감춘 채 현명한 어머니, 착한 아내 로봇이 되고, 아버지가 돈 벌어오는 직장인 로봇이 되면 아이도 진짜 자신의 모습을 꼭꼭 숨긴 채 착한 아이 로봇이 된다. 아니면 로봇이 되기 싫다고 반항하며 문제 행동을 일삼거나 부모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릴지도 모른다. '현모양처' '성스러운 어머니' 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이며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성모가 될 수 없을 뿐더러 성모를 목표로 할 필요도 없다. 이 세상에 완벽한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p. 34)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 부모, 친구일지라도 못마땅하고 밉고 짜증나는 순간이 있을진대 유독 어머니와 자녀 사이에서만 부정적인 감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나는 더욱 비정상적이고 비뚤어져 보인다. (p. 150)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흔히들 이야기 한다. 그런데 왜 어머니는 완벽한 존재로 생각하려 하는가? 어머니도 사람인데.

당신이 타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의식하고 있다면 요구이고, 절반 정도 의식하고 있다면 호소이다.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아니 의식하고 싶지 않은 메시지는 증상이라 불린다. (p. 36)

증상의 진단여부는 전문가의 몫이므로 요구와 호소 정도만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구에게 얼마나 요구하고 있는가? 혹시 호소하는 대상이 있진 않은가?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혹시 요구하지 못하고 호소하고 있는 것을 내가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사랑은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다. 돌봄을 받고 싶다면, 돌봄을 주고 싶다면 요양원 같은 곳에서 만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서로가 서로의 행복을 빼앗고 인생을 망치는 길은 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p. 55)

요양원! 읽다가 빵 터졌다. 저자의 직설어법 정말 마음에 든다. 그렇다 사랑은 돌봄이 아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아닌다. 완전한 혼자와 혼자가 만나는 것이어야 문제가 없다.

정신과 의사로서 단언하건대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p. 61)

나도 자주 말인데,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해주면 변할 것이라고 믿으면 반드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그 발등을 스스로가 찍은 것인줄 모르고 상대방을 탓할때 관계는 정상적일 수 없다. 상대를 변화시키려 애쓰면 안된다. 어떤 사람인지 잘 파악하고 그저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거나 선택할 수 있을뿐.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슬퍼하기 전에 먼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에게 사랑받는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p. 75)

나르시스트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나르시즘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진정한 자기애는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

삶의 기준을 너무 높이 잡으면 거기에 맞춰 살기 위해 늘 허덕일 수밖에 없다. 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좀 가벼워지면 좋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번듯한 인생, 의미있는 인생 따윈 어디에도 없다. 애초에 나도, 당신도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 있든 상관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나는 특별해. 나는 개성이 넘쳐' 라고 발버둥 쳐봤자 그 점에는 변함이 없다. 모두 거기서 거기다. (p. 85)

다시한번 빵 터졌다. ㅋㅋ 그렇다. 다 거기서 거기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해서 자신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 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삶을 사람은 아마 한명도 없을지도.

'어른이 되어라' '더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라' 고 공허한 조언을 늘어놓을 마음은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욱 자유로워지고, 선택지가 많아진 상태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p. 94)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선택' 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미 어른이 되어 있을 수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버림받을지 모른다고, 외톨이가 되어 고독해질지 모른다고 겁낼 필요도 없다. 아무도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당신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나에게 나만큼 관심 갖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남들이 당신에게 보냈던 기대나 요구의 시선은 어쩌면 당신 스스로 자신에게 바랐던 기대와 요구였을지 모른다. (p. 105)

내가 없어도 회사는,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내가 돌봐주지 않아도 그 사람은 잘만 살아간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자. 그래야 지금부터라도 어딘가의 부속품, 누군가의 수족에 만족하는 삶이 아닌, 내 욕망이 중심인 진정한 성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p. 158)

 

이또한 내가 자주 하는 표현이다. '아무도 너에게 네가 생각하는 만큼 신경스지 않아!' '네가 없어도 다 잘 돌아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핑계일 뿐이다. 겁을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용기를 내야 어른이 된다.

읽는 족족 아주 시원시원하다.

개인이 책임져야 할 수많은 책무 중에서 하나만 골라 하면서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어른, 나만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어른이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어름들의 모습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힘든 이유는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임을 잊지 말자. (p. 162)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준 구절이 아닐까 싶다. 해야할 책무들이 여러가지 인데 그중 하나 겨우겨우 하면서 세상 모든일을 하는것마냥 티내는 어른들로 가득한 세상임을 뉴스한꼭지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아니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어른들조차 많다.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데.. 나이먹었다고 어른이라며 세상에 큰소리 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어른들 볼때마다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라는 존재는 여성을 '성스러운 어머니' 와 '음탕한 작부' 로 구분하며 두 이미지가 한 여성 안에 통합되는 것을 두려워해왔다. 성스러운 어머니는 음탕해선 안되고 음탕한 작부는 어머니여서는 안 되었다. 이런 어머니에 대한 환상은 어머니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어머니의 품'을 잊지 못하는 남자들은 모교를 졸업하고, 모기업에서 응석받이 사내아이를 연기하며 퇴근길에 들른 술집에서 마마라고 불리는 접대여성에게 위로받는다.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며 남편과 아버지라는 남자 역할 대신 가족 내 나이 든 아이로서 일생을 마치려 한다 남자들이 어머니에게 갖는 이런 갈망을 포착하게 되었을 때 여성들은 모성 본능이라는 신화의 견고한 덫에 갇히고 만다. 이제 그만 어머니를 놓아주면 어떨까? 나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성스러운 존재가 아닌, 개인적인 욕망을 가진 한 인간으로 인정해주면 어떨까? 그동안 우린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왔다. (p. 116~118)

약간 감동스러웠다. 이제 그만 어머니를 놓아주자니... 그동안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왔다니... 이런 표현 아마도 처음 읽는 것 같다. 저자에게 <82년생 김지영> 이나 <엄마를 부탁해> 에 대한 서평을 요청하면 뭐라고 써주실지 갑자기 기대가 된다.

'혼자 있을 수 없는 사람'은 상대를 지배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상대를 속박할 필요가 없다. 나를 사랑하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다. (p. 172)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 에 저요저요 손들뻔 했다. 이놈의 인정욕구;;; 역시 심리서를 더 읽고 더 배워야 한다. ㅋ

나는 혼자 있을 때 더 편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말하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고 볼수는 없지만 일단 출발은 좋은 거 아닌가 ㅎ 난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성격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 된다. 친숙한 인간관계를 내려놓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겠지만 변화에는 늘 과감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당신도 분명 스스로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언제든 당신이 원하는 자신이 될 수 있다. 말로만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말고 아주 작더라도 행동으로 변화를 실천해보자. (p. 214)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성격을 먼저 바꾸고 사람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방법이 일종의 역발상처럼 읽혔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맨날 늦는 사람들 만나지 말고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시간을 잘 지키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부러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나도 저 사람같은 성격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과 친구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왠지 새롭다.

문제의 본질에서 자꾸 눈을 돌려선 안 된다. 함께 있어 서로 상처 주기만 하는 관계라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차라리 붕괴되어버리는 편이 낫다. 누군가의 인생을 희생해 지켜야 할 만큼 화목한 가족이라는 환상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무너져 버리기 직전의 가족이 어떤 힘으로 버티고 있는지, 그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p. 230)

개인의 상처를 파악하다 보면 가족의 문제가 언급이 안 될 수가 없다. 저자가 여러번 언급하는 '화목한 가족이라는 환상' 에 대해 구구절절 옳습니다라고 동의하며 가족이라는 것이 꼭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을 수 있는 다시말해 정신적의지가 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에도 깊은 공감을 하며 읽었다.

욕망에 충실하더라도 타인과 서로 공감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욕망은 타인과 조화롭게 유대를 맺으며 살아가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 반하고 또 반할수록 타인을 향한 깊은 애정이 솟아 나와 외로움이 사라질 것이다. 인생에 정해진 레일은 없다. 일정한 모델도 없다. 스스로 '이정도면 됐다'라고 만족할 수 있는 레일을 깔고 그 위를 걸어가면 된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살아가면 더는 주변에 '이래라저래라'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당신의 모습에 사람들이 저절로 입을 닫을 것이기 때문이다. (p. 270)

누군가에게 반하기만 하지 말고, 이젠 나에게 반하라! 그러면 주변의 잔소리들이 입틀막 할 것이다.

첫장부터 마지막장 까지 묘하게 웃으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ㅎㅎㅎ

책을 다 읽고 표지뒷날개의 책들을 보니 반가운 책들이 여럿이었다.

<자존감 수업> 으로 친절하게 자존감 up 을 하고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으로 실전 팁을 배우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버리기로 했다> 로 내 관계를 돌아보고 나서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를 읽고나니 왠지 조금은 어른이 된 듯 마음이 한뼘쯤은 성장한 기분이다. 심리서를 여럿 읽어왔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좀더 읽어야 겠다. 이또한 어른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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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쏙 세계사 - 인류 탄생부터 소련 해체까지 역사를 바꾼 300장면을 만나다
릴리스 지음 / 지식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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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탄생부터 소련해체까지 역사를 바꾼 300장면을 만나다

 

 

나는 어려서부터 역사가 참 좋았다. 학교다닐때도 역사시간 세계사 시간을 좋아했다. 그리고 여전히 꾸준히 역사책을 읽는다.

그림은 잘 몰라서 어렵기만 했는데 자꾸 보다보니까 점점 좋아진다. 역시 아는만큼 애정도 생긴다. 그래서 점점더 그림을 찾아서 보게된다.

이런 내가 좋아하는 역사와 그림이 한권에 모아진 이 책은 나로서는 당연히 탐나는 책일수밖에 없었다.

올컬러 그림들과 적당히 두꺼운 세계사를 함께 하는 맛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자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미술사 강연을 하면서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는데, 지금은 미술과 역사를 결합한 강연등 폭넓은 활동을 하신다 한다.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의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지는 책이 종종 있는데 역사책 치고는 드물게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연륜이 쌓인 선생님이 세계사를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있는듯한 기분으로 읽게 되는데, 학창시절 이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아쉽게도 내가 역사 세계사 과목을 좋아했다고 해서 선생님들까지 좋았던 것은 아니라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역사풀이를 한두장마다 컬러 그림들로 눈요기를 하며 읽으니 지루한줄 모르고 술술 읽게 된다.

다만 긴 기간을 한 권으로 압축 요약하다보니 너무 건너뛰어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연결되는 내용을 일단 풀어내다보니 시간을 어느정도 흘러지나갔다가 다시 거슬러올라가서 또 지나오다가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의외로 헤깔리지 않게 정신차리고 읽어야하는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역사서를 여럿 읽다보니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들이 좀 있었는데,

석기문명 관련해서는 '괴베클리테페' 를 비롯한 유적들이 기존의 학설을 뒤집을만한 연구로 진행중이므로 신석기혁명이나 농업혁명이 우리가 배웠던 이론에서 반대로 바뀔 수도 있다는 첨언이나

마리 앙트아네트 왕비 서술에서 프티 트리아농 에서 머물며 소젖을 짜고 농작물을 재배했다고 한 몇줄 아래 화려한 치장에만 관심이 있어 매일 도박과 파티에만 빠져 살았다는 조금은 모순된 서술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당시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미국독립전쟁지원비 때문이었고 궁정 경비는 전체예산의 6%에 불과했는데, 이 6% 중 루이16세가 더 사치를 하지 않았을까? 당시 프랑스인들에게는 미워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리 앙트아네트 왕비에 대한 왜곡된 평가는 점점 정정되고 있는 경우(노출을 꺼려 했을뿐 소박하게 농가의 삶을 살았고 화려한 의상에 대한 초상화는 귀족들의 폄하와 무시에 대응하기 위한 존재감표시 방법이었으며 빵어쩌구 하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들을 보고 있으므로 이 부분을 좀더 참고했으면 싶다.

미워할 대상이 필요했다면 영웅시할 대상이 필요한 시절도 있는법이다. 이경우의 대표적 사례가 잔다르크 이다. 잔다르크 에 대한 설명에서는 기존 인식처럼 완전 영웅서사로 서술되었으나 최근 읽은 '미스터리 세계사' 에 따르면 잔다르크는 허위와 날조로 만들어진 영웅신화였다. 정설을 바꿀 필요까지는 없지만 이설에 대한 첨언이 있다면 좀더 객관적인 역사서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대전전쟁을 서술하면서 528페이지에 콜비츠의 조각상 <피에타> 사진이 클로즈업 된 것으로 실려 있다. 하지만 이 조각상의 진가는 이 조각상이 전시된 공간과 함께 봐야 느낄 수 있다. 조각상 자체만으로도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이 전해지지만 전시된 공간과 함께 보면 그 먹먹함이 더 진하게 다가온다. 전쟁의 잔인함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세계사를 축약해서 짧게 읽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한 사건이나 한 시대를 집중해서 읽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그림, 사진, 지도 같은 이미지들과 함께 읽는 것인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력적이다.

우리가 말하는 세계사는 서양사이다. 그 수천년의 역사를 한권으로 읽을 수 있고 그 서술분위기가 누군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 같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전에 컬러풀 그림들로 분위기 전환이 수시로 되는 이 책은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무척 유용한 책이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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