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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 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죄책감 버리기 연습
사이토 사토루 지음, 기즈키 지아키 엮음, 장은주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1월
평점 :
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죄책감 버리기 연습
"모든 죄책감은 필요 없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보다 미워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워라
저자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로 50여년간 활동해 오면서 관련 저서들을 여러권 낸 심리저서 작가 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일본책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잘 읽지 않는편인데, 대중심리서들은 종종 공감해가며 읽게 된다. 아무래도 가까운 지역 문화권에서 살아온 세월이 서로의 심리를 서양보다는 비슷하게 느껴지게해서 그런가보다.
50여년간 환자들을 치료해왔다면 나이지긋하신 분일텐데 책은 시종일관 간결하고 깔끔하다. 자기말이 옳다며 구구절절 조언을 늘어놓지도 않고, 이런 환자도 있었다하며 상담사례를 자랑하는 것도 아닌, 그동안 축적된 활동들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생각을 소제목마다 서너장으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체가 시원시원해서 좋다.
오랫동안 현역에서 활동해온 의사로서 나는 단언한다. 모든 죄책감은 필요 없다. (p. 19)
본문 시작 첫줄에서부터 저자는 시원스럽게 말한다. 이해한다 위로한다 그럴수있다 정도가 아니라 딱 잘라말한다. 죄책감은 필요 없다고. 왠지 첫줄부터 속이 뚫리는 기분이다.
사람들이 중독으로 치닫는 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이유가 있다. 본심을 꽁꽁 숨겨둘 수도,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낼 수도 없으니 자신을 괴롭히며 어떻게든 살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p. 26)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대인공포증이 있다. 그들이 음식이나 술을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들을 가까이하면 '인정받느냐 받지 못하느냐' 하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는 말이 없고 술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p. 127)
알콜중독치료를 오래 하다 보니 개인의 상처 그리고 가족의 문제로 까지 범위가 자연스럽게 확장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사례를 보고나서 저자가 얻은 결론은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도 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냉장고는 말이 없고 술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니. 캬~! 명언 아닌가!
어머니가 진짜 자신의 욕망을 감춘 채 현명한 어머니, 착한 아내 로봇이 되고, 아버지가 돈 벌어오는 직장인 로봇이 되면 아이도 진짜 자신의 모습을 꼭꼭 숨긴 채 착한 아이 로봇이 된다. 아니면 로봇이 되기 싫다고 반항하며 문제 행동을 일삼거나 부모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릴지도 모른다. '현모양처' '성스러운 어머니' 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이며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성모가 될 수 없을 뿐더러 성모를 목표로 할 필요도 없다. 이 세상에 완벽한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p. 34)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 부모, 친구일지라도 못마땅하고 밉고 짜증나는 순간이 있을진대 유독 어머니와 자녀 사이에서만 부정적인 감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나는 더욱 비정상적이고 비뚤어져 보인다. (p. 150)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흔히들 이야기 한다. 그런데 왜 어머니는 완벽한 존재로 생각하려 하는가? 어머니도 사람인데.
당신이 타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의식하고 있다면 요구이고, 절반 정도 의식하고 있다면 호소이다.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아니 의식하고 싶지 않은 메시지는 증상이라 불린다. (p. 36)
증상의 진단여부는 전문가의 몫이므로 요구와 호소 정도만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구에게 얼마나 요구하고 있는가? 혹시 호소하는 대상이 있진 않은가?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혹시 요구하지 못하고 호소하고 있는 것을 내가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사랑은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다. 돌봄을 받고 싶다면, 돌봄을 주고 싶다면 요양원 같은 곳에서 만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서로가 서로의 행복을 빼앗고 인생을 망치는 길은 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p. 55)
요양원! 읽다가 빵 터졌다. 저자의 직설어법 정말 마음에 든다. 그렇다 사랑은 돌봄이 아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아닌다. 완전한 혼자와 혼자가 만나는 것이어야 문제가 없다.
정신과 의사로서 단언하건대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p. 61)
나도 자주 말인데,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해주면 변할 것이라고 믿으면 반드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그 발등을 스스로가 찍은 것인줄 모르고 상대방을 탓할때 관계는 정상적일 수 없다. 상대를 변화시키려 애쓰면 안된다. 어떤 사람인지 잘 파악하고 그저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거나 선택할 수 있을뿐.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슬퍼하기 전에 먼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에게 사랑받는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p. 75)
나르시스트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나르시즘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진정한 자기애는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
삶의 기준을 너무 높이 잡으면 거기에 맞춰 살기 위해 늘 허덕일 수밖에 없다. 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좀 가벼워지면 좋겠다. 우리가 생각하는 번듯한 인생, 의미있는 인생 따윈 어디에도 없다. 애초에 나도, 당신도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 있든 상관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나는 특별해. 나는 개성이 넘쳐' 라고 발버둥 쳐봤자 그 점에는 변함이 없다. 모두 거기서 거기다. (p. 85)
다시한번 빵 터졌다. ㅋㅋ 그렇다. 다 거기서 거기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해서 자신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 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삶을 사람은 아마 한명도 없을지도.
'어른이 되어라' '더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라' 고 공허한 조언을 늘어놓을 마음은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욱 자유로워지고, 선택지가 많아진 상태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p. 94)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선택' 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미 어른이 되어 있을 수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버림받을지 모른다고, 외톨이가 되어 고독해질지 모른다고 겁낼 필요도 없다. 아무도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당신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나에게 나만큼 관심 갖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남들이 당신에게 보냈던 기대나 요구의 시선은 어쩌면 당신 스스로 자신에게 바랐던 기대와 요구였을지 모른다. (p. 105)
내가 없어도 회사는,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 내가 돌봐주지 않아도 그 사람은 잘만 살아간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자. 그래야 지금부터라도 어딘가의 부속품, 누군가의 수족에 만족하는 삶이 아닌, 내 욕망이 중심인 진정한 성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p. 158)
이또한 내가 자주 하는 표현이다. '아무도 너에게 네가 생각하는 만큼 신경스지 않아!' '네가 없어도 다 잘 돌아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핑계일 뿐이다. 겁을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용기를 내야 어른이 된다.
읽는 족족 아주 시원시원하다.
개인이 책임져야 할 수많은 책무 중에서 하나만 골라 하면서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어른, 나만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어른이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어름들의 모습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힘든 이유는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임을 잊지 말자. (p. 162)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준 구절이 아닐까 싶다. 해야할 책무들이 여러가지 인데 그중 하나 겨우겨우 하면서 세상 모든일을 하는것마냥 티내는 어른들로 가득한 세상임을 뉴스한꼭지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아니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어른들조차 많다.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데.. 나이먹었다고 어른이라며 세상에 큰소리 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어른들 볼때마다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라는 존재는 여성을 '성스러운 어머니' 와 '음탕한 작부' 로 구분하며 두 이미지가 한 여성 안에 통합되는 것을 두려워해왔다. 성스러운 어머니는 음탕해선 안되고 음탕한 작부는 어머니여서는 안 되었다. 이런 어머니에 대한 환상은 어머니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어머니의 품'을 잊지 못하는 남자들은 모교를 졸업하고, 모기업에서 응석받이 사내아이를 연기하며 퇴근길에 들른 술집에서 마마라고 불리는 접대여성에게 위로받는다.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며 남편과 아버지라는 남자 역할 대신 가족 내 나이 든 아이로서 일생을 마치려 한다 남자들이 어머니에게 갖는 이런 갈망을 포착하게 되었을 때 여성들은 모성 본능이라는 신화의 견고한 덫에 갇히고 만다. 이제 그만 어머니를 놓아주면 어떨까? 나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성스러운 존재가 아닌, 개인적인 욕망을 가진 한 인간으로 인정해주면 어떨까? 그동안 우린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왔다. (p. 116~118)
약간 감동스러웠다. 이제 그만 어머니를 놓아주자니... 그동안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왔다니... 이런 표현 아마도 처음 읽는 것 같다. 저자에게 <82년생 김지영> 이나 <엄마를 부탁해> 에 대한 서평을 요청하면 뭐라고 써주실지 갑자기 기대가 된다.
'혼자 있을 수 없는 사람'은 상대를 지배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상대를 속박할 필요가 없다. 나를 사랑하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다. (p. 172)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 에 저요저요 손들뻔 했다. 이놈의 인정욕구;;; 역시 심리서를 더 읽고 더 배워야 한다. ㅋ
나는 혼자 있을 때 더 편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말하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고 볼수는 없지만 일단 출발은 좋은 거 아닌가 ㅎ 난 혼자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성격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 된다. 친숙한 인간관계를 내려놓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겠지만 변화에는 늘 과감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당신도 분명 스스로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언제든 당신이 원하는 자신이 될 수 있다. 말로만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말고 아주 작더라도 행동으로 변화를 실천해보자. (p. 214)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성격을 먼저 바꾸고 사람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방법이 일종의 역발상처럼 읽혔다.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맨날 늦는 사람들 만나지 말고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시간을 잘 지키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부러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나도 저 사람같은 성격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과 친구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왠지 새롭다.
문제의 본질에서 자꾸 눈을 돌려선 안 된다. 함께 있어 서로 상처 주기만 하는 관계라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차라리 붕괴되어버리는 편이 낫다. 누군가의 인생을 희생해 지켜야 할 만큼 화목한 가족이라는 환상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무너져 버리기 직전의 가족이 어떤 힘으로 버티고 있는지, 그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p. 230)
개인의 상처를 파악하다 보면 가족의 문제가 언급이 안 될 수가 없다. 저자가 여러번 언급하는 '화목한 가족이라는 환상' 에 대해 구구절절 옳습니다라고 동의하며 가족이라는 것이 꼭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을 수 있는 다시말해 정신적의지가 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에도 깊은 공감을 하며 읽었다.
욕망에 충실하더라도 타인과 서로 공감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욕망은 타인과 조화롭게 유대를 맺으며 살아가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 반하고 또 반할수록 타인을 향한 깊은 애정이 솟아 나와 외로움이 사라질 것이다. 인생에 정해진 레일은 없다. 일정한 모델도 없다. 스스로 '이정도면 됐다'라고 만족할 수 있는 레일을 깔고 그 위를 걸어가면 된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살아가면 더는 주변에 '이래라저래라'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당신의 모습에 사람들이 저절로 입을 닫을 것이기 때문이다. (p. 270)
누군가에게 반하기만 하지 말고, 이젠 나에게 반하라! 그러면 주변의 잔소리들이 입틀막 할 것이다.
첫장부터 마지막장 까지 묘하게 웃으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ㅎㅎㅎ
책을 다 읽고 표지뒷날개의 책들을 보니 반가운 책들이 여럿이었다.
<자존감 수업> 으로 친절하게 자존감 up 을 하고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으로 실전 팁을 배우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버리기로 했다> 로 내 관계를 돌아보고 나서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를 읽고나니 왠지 조금은 어른이 된 듯 마음이 한뼘쯤은 성장한 기분이다. 심리서를 여럿 읽어왔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좀더 읽어야 겠다. 이또한 어른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