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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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식물에 대한 상식 82

 

 

번역본은 한국어판 제목이 잘못 붙여진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한국어판 제목 자체가 번역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Woher wissen Wurzeln, wo unten ist? Wissenswertes und Kurioses rund um den Garten 이라는 독일어를 검색해보니 '뿌리는 아래의 위치를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정원 주변의 흥미로운 사실과 호기심' 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이 책은 정원식물에 대한 책이고 표지의 제목 옆 부제로 잘 설명되어지고 있다.

이 책이 또 마음에 드는 이유는 예쁘다는 것이다. 내용에 어울리는 식물그림들이 세밀화로 첨부되어 있다. 사진이 아니라 세밀화라서 더 부드럽게 예쁘다.

저자는 독일의 원예학자, 식물학자이자 저술가, 강연가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본문 내용 중간중간 본인을 정원사로 뿌듯해하며 표현하는 부분들이 친근하면서도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면서 따듯하게 읽혀지기도 했다.

식물에 대한 지식과 기본적인 정원 관련 지식을 이 책에 간결하게 정리해보았다. 자료를 뒤적거리며 조사하는 일이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준 것도 흔치 않았다. 각 주제는 묻고 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내가 다소 임의로 선별한 것이라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나중에 마음껏 확장해도 된다. 이 책을 본 뒤에 뭔가에 호기심을 느껴 식물과 정원 관련 연구에 한번 제대로 몰두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단언컨데 여러분은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 식물, 정원 그리고 자연에 대한 매혹을 다시는 떨쳐내지 못하리라! (p. 6)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식물과 정원에 대한 애정을 뿜뿜 드러낸다. 미국이나 유럽은 땅덩어리가 넓어서 집집마다 정원이 있는 것들을 자주 볼수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 정원을 갖고 있는 집은 흔치 않다. 하지만 아파트에 살더라도 화분 한두개쯤은 들이게 되는 법, 정원이 없어도 이 책이 알려주는 상식들은 은근 유익할 것이다. 무엇보다 평소 식물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여러모로 배울점이 많은 책이었다.

식물은 나무껍질이나 바깥쪽 세포들도 성질이 바뀌어 뿌리를 형성할 수 있다. 그 세포들은 어린 시절의 유연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게 종을 유지하는 데 여러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p. 21)

동물은 고등하게 발달해 있을수록 세포 하나하나가 그만큼 더 특화되어 있다고 한다. 다시말해 세포의 성질이 거의 정해져있다는 말이다. 다리가 될 세포는 다리가 되고 팔이 될 세포는 팔이 된다. 하지만 식물은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다. 줄기를 만들던 세포가 뿌리를 만들수도 있고 땅속에 있다가 땅위로 나오게 되는 순간 새싹을 틔워낼 수도 있다. 식물은 뇌가 없다. 하지만 식물은 온몸이 뇌인것 같다. 역시 식물은 경이롭다.

나무 한 그루가 분해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숲의 여러 식구들은 거기서 더 많은 자기 몫을 챙길 수 있으므로, 이 과정은 생태계를 위해서 더 값진 시간이 된다. 어떤 존재 하나가 와서 그 모든 것을 이른바 한입에 다 먹어치워 버리지만 않는다면, 자연이라는 무대의 수많은 등장인물은 이 먹이사슬에서 배제될 일이 없다. 그러므로 낡은 책장을 땔감으로 써버리고 새 책장을 사기에 앞서, 원목으로 된 그 오래된 책장을 사포질해 새로 칠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지 고민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p. 31)

식물관련 책이므로 당연히 자연친화적 태도일 수밖에 없다. 환경을 생각하면 인간은 정말 사악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자연에서 모든 것을 한입에 다 먹어치워버리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므로.

현존하는 최장수 나무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소나무속의 일종인 브리슬콘소나무인데, 그 나이가 5,066세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재미있거나 알아두면 유용할 것 같은 자료들도 잘 정리되어져 나온다. 그리고 항상 헤깔리던 건데, 과일과 채소는 명료하게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명확히 구분하려 하기보다 그냥 맛있게 먹으라고 ㅎㅎ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아는 것은 식물에게 목숨이 달린 중요한 일이다. 그걸 알아야 뿌리 시스템은 온전히 형성할 수 있다. 뿌리는 그 세포 속에 묵직한 것, 소위 평형석이란 걸 갖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전분 알갱이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세포액보다 더 무겁다. 이 알갱이는 지구 중심을 향하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방향을 잡는다. 평형석 덕분에 식물은 지상에서 성장하는 한 어느 방향에서 빛이 오는지, 또 어느 방향에서 물과 지지물 및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지 '알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식물이 빛이라는 자극을 전혀 얻지 못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p. 38)

 

평형석이라고 부르는 것이었구나... 식물은 빛을 향해 가는 것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빛이 없는 땅속에서 뿌리가 길을 찾아나가는 것은 평형석 덕분이었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실험을 해보면 싹이 트는 식물은 모든 방향으로 자라난다고 한다. 평형석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해 사방으로 뿌리를 뻗는 다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지구에 도착하면 뿌리는 몇 시간내로 방향을 잡는다고 하니 역시 식물은 대단하다. 참고로 평형석은 동물과 인간도 갖고 있고 이로인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볼때 식물학의 가장 유명한 오류는 장미다. 장미는 가시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장미가 지니고 있는 것은 바늘이다. (p. 67)

식물에서 가시라 함은 목질부 싹의 심이 웃자라 문들어진 것이라 말하자면 작은 곁순과 같은데 이것은 잎과 꽃이 되는 게 아니라 끝이 뾰족하게 된 것이고, 바늘은 목질부 싹의 껍질이 웃자란 것이라고 한다. 가시는 목질부에서 새싹 하나를 완전히 뜯어내는 일과 같아서 잘 제거가 되지 않는 반면 바늘은 훨씬 쉽게 꺽인다고 한다. 장미가시를 똑 떼면 잘 떨어지지 않나. 가시가 아니라 바늘이라서 였던 것이다! 동화속 등장하는 가시장미는 바늘장미로 바꿔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다. ㅎ

과일나무는 실제로 낮 시간의 길이를 계산할 수 있다. 빛의 총량은 특정 단백질을 통해 특정된다. 이 단백질은 빛이 작용하면 형성되고 어두울때는 분해된다. 그리고 그 양이 충분하면 기온이 충분히 따뜻하다는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꽃을 벌어지게 한다. (p. 82)

식물은 알면 알수록 굉장히 체계적인 자동화 시스템 같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날씨의 오류로 인해 식물의 시스템은 오류를 일으키곤 한다. 겨울에 피어난 봄꽃을 보면 왠지 짠하다.;;;

생명체로 북적거리는 자연은 윤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생존의 법칙만 따를 뿐이다. (p. 102)

생태계에 인간윤리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그건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뿐 판단할 수는 없다.

관상용으로 들어온, 늦은 시기에 아주 풍성하게 꽃을 피우는 품종들이 씨앗을 너무 빨리 형성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미 수백만년 전부터 이곳에 토박이로 살아온 품종들을 몰아내는 게 문제다. 생태계에는 이렇게 밀려나는 식물들만이 아니라 그 식물들에 특화된 가루받이 곤충들 그리고 그 식물을 먹이로 삼는 적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특히 가루받이 곤충들은 새로 이주해온 식물 품종들과는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하고 맺지도 못한다. 생태계를 훼방 놓지 않으려면 모든 의식있는 정원사가 나서서 이런 외래종 식물들의 씨앗이 성숙하지 못하도록 해야하며, 진 꽃은 지체하지 말고 잘라주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원사는 이런 식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p. 110,111)

'제대로 된'정원사인 저자는 토박이 품종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읽으면서 나도 공감했다. 생태계의 교란은 식물계에서도 동물계에서도 외래종에 의해 수시로 일어날 위험성이 있다. 동물계에서의 교란은 눈에 보이므로 심각함이 쉽게 인지되지만 더 위험함 것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식물계에서의 교란인것 같다. 토종식물계가 흔들리면 토종곤충계과 토종동물계도 흔들린다. 그리고 그때가서야 인간이 알게 되는 것이다.

잡초란 특정 장소에서 자라는 식물로, 그 땅의 소유자인 인간이 결코 원하지 않는 존재다. 엄밀히 말하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미도 옥수수밭에서는 자라면 잡초다. (p. 112)

잡초란 개념이 이렇게 상대적이었는지 새삼스러웠다. 그리고 잡초라는 명칭이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것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독과 향기에 대한 설명에서도 그랬다. 인간에겐 독이지만 새에겐 먹이였고 인간에겐 향기이지만 곤충에겐 독일 수 있었다. 식물을 알아갈수록 인간이 참 부끄러워진다.

아무튼 성가신 잡초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꽃들과 채소들을 무자비하게 뒤덮는데. 그래서 우리는 대응조치를 취한다. 더 편한수단, 예컨대 화학약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제초제 같은 것을 쓰면 잡초 제거외의 생태계 파괴라는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오해 마시라. 김매기는 내가 좋아하는 정원일이 아니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몸을 구부려 김을 매는 동안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어머니 대지는 나의 여신이다. 그 여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나는 이렇게 깊이 머리 숙여 절하지 않을 수 없다' (p. 115)

농사에 대해서는 제초제라던가 하는 화학제 사용을 논외로 두고 적어도 정원이나 화분에만큼은 사용을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농사에 사용되는 제초제에 대해서는... <침묵의 봄> 책에서 읽었던 사항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아 다시한번 마음이 무거워진다...

장미 꽃다발에서 향기를 누리고 싶다면 싱싱한 모양새는 포기하고, 꽃병에 꽂아두면 꽃잎이 금방 시드는 품종을 구해야 할 것이다. (p. 121)

꽃다발로 가장 선호하는 장미꽃다발! 이 꽃다발 속 장미는 개량 품종이고 개량품종은 향기가 없다고 한다. 향기는 없으나 오래 싱싱하도록 개량하고 시들지 말라고 꽃잎에 왁스까지 뿌린다고 한다. 시들줄 모르는 장미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수록 장미향기는 추억이 된다. 그러고보니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장미꽃다발에 코를 묻고 향기를 음미하는 모습도 연기?! 갑자기 꽃집에 가서 장미에 코를 대보고 싶다.ㅎㅎ

오늘날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최고급 난초로 손꼽히는 품종 하나도 대량 생산품이 되어버렸다. 한때 나도풍란은 '여왕급' 난초로서 경이와 찬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늘, 어떤 생각없는 화훼 전문가가 내뱉은 말 한마디가 귀에 쟁쟁하다. "바라건대 다시는 따분하기 짝이 없는 나도풍란으로 장식할 일이 없기를" 서글프지 않은가? (p. 147,148)

서양에서 난은 희귀품종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비싼값에 들여오고 죽으면 또 들여오고 했었는데,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식상한 식물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관상용이라는 목적으로 어느정도까지 식물의 교란을 허용해야 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한때 유럽주식시장을 점령했던 튤립에서 배울수 있었던 것처럼 식물의 희귀성도 돈으로 가치를 매겨 정하는 것의 최종피해자는 인간 아닐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원예식물은 원예식물로 머물러야 하며 통제 없이 자연계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즉 자체적으로 씨앗이 퍼지거나 기는줄기로 증식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는 근심을 정원 담장 너머로 퍼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p. 172)

정원식물은 정원안에서만 잘 가꾸자! 자연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일단 내집정원 내집화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일임을 이 책을 통해 좀더 진지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기초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82가지 식물상식들은 식물에 대한 소중함을 각성하는데 도움되는 좋은 조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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