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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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이덕무의 매혹적인 일침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동양 최고의 문장가의 여덟 가지 비결

 

 

저자는 자칭 이덕무의 덕후라고 한다. 고전연구가로서 다수의 책을 펴냈으나 특히 이덕무에 관한 책을 여러권 냈다. 그리고 이덕무 마니아를 자처하는 저자의 마무리 덕질은 이덕무 평전이 될 것이라 다짐하며 책을 시작한다.

이덕무(1741~1793) 는 영·정조 시대의 인믈로 북학파이자 백탑파 였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많은 양의 글을 써 남겼고,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 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선비이기도 하다.

나는 '간서치' 라는 명칭이 전부터 마음에 들었었다. 안소영 작가의 <책만 읽는 바보> 라는 책을 읽고 이덕무와 그의 벗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져서 더 알고 싶은 인물이기도 했다. 이덕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이덕무의 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 책을 무어라고 해야 할까... 이덕무 시론을 만들고 싶은 찬미모음 이라고 해야 하려나...

100여편의 이덕무의 시를 싣고 있는데 시 자체를 해설해주는 글은 한 편도 없다.

이덕무의 시를 써놓고 이덕무의 시가 어떤점이 훌륭한지 얼마나 훌륭한지 칭찬하는 것에 몰두하여 시 자체에 대한 감흥은 느낄 수가 없었다.

이덕무의 시를 써놓고 시란 어떠해야 하는지 시어는 어떠해야 하는지 따라서 이덕무가 얼마나 대단한지 늘어놓지만, 시 자체를 잘 모르겠으니 공감하긴 어려웠다.

이덕무의 시를 써놓고 당시의 벗들과의 교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덕무의 씨를 써놓고 중국학자들의 평이 얼마나 좋았는지 자랑하고 이덕무의 시를 써놓고 감탄에감탄을 거듭하는 글을 읽다보면 이덕무의 시도 이덕무 라는 인물 자체도 오히려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길을 가다가' 라는 이덕무의 시 자체에 대한 설명 없이 갑자기 시의 색깔을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덕무의 시가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결론을 내리는 저자의 글에 나만 공감을 못하는 걸까? 책속의 모든 글이 이런식이었다. 나는 이덕무의 시 자체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 이 책을 읽었는데, 저자는 시 자체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교과서처럼 밑줄 쫙 그어가며 이 단어는 무슨 뜻이고 이 구절은 어떤 의미이며 이 문장은 어떤 음율이다 라고 설명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시 하나하나마다 그 시의 배경이나 그 시가 쓰여진 이덕무의 상황이나 그시에 깃들여진 이덕무의 마음이나 뭐 그런 해석을 해줬어야 하는것 아닐까?

시 한편도 아니고 때로는 이덕무의 시와 이덕무가 옮긴 벗들의 시와 이덕무가 좋아했던 중국시와 이덕무에 대해 쓴 벗들의 글까지 한번에 여러개를 주르륵 인용한 부분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읽고 개인적으로는 약간 뜬금없게 느껴지는 저자의 예찬론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어떤 글을 읽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다.

저자가 이덕무의 덕후인 것은 알겠으나, 이덕무를 정말 제대로 알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 개인적인 감상을 바탕으로 한 찬양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덕무의 작품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분석하고 이해하고 자료를 뒷받침해서 독자에게 이덕무의 가치와 이덕무 시의 가치를 공감가도록 풀이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현대시라면 개인적 감흥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일 수 있지만, 조선시대의 시인데 아무래도 배경지식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당시의 시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너무 아쉽다...

나의 시적 능력이 부족하여 저자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고 읽은 책이었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내용이었는지라 나중에 나에게 시심이 충만해졌을때 저자의 감상은 패스하고 이덕무의 시 자체만 차분히 다시 읽어봐야 겠다. 조선시대 책덕후 이덕무의 시를 내가 제대로 해석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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