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
스티븐 리콕 지음, 허윤정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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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극 sketch

1. 우발적이고 비상식적이서서 웃음거리가 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아주 짧은 단편적인 연극

 

 

책의 뒤표지에 '촌극' 에 대한 설명이 써있다.

저자 스티븐 리콕(1869~1944)은 그의 사후 최고의 유머 문학 작품을 쓴 캐나다 작가에게 주는 '스티븐 리콕 유머상' 이 만들어질 만큼 캐나다의 대표적 유머작가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정보만으로도 이 작품이 저자 특유의 유머가 넘치는 풍자문학임을 알 수 있다. 읽고나니 신랄한 풍자보다 낄낄거리게 되는 유머가 더 매력적인 재미난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산뜻한 노란표지가 예뻐서 마음에 든다. ㅎㅎ

소설의 시작은 캐나다의 작은 도시 마리포사 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화자는 대도시 뉴욕에 버금가는 도시라고 한껏 치켜세우며 마리포사 곳곳을 묘사하는데 마을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듯 하는듯 생생하지만 그 모습은 분명 대도시는 아니다.ㅋ 그리고 이 소설의 핵심적 인물이자 이 마을의 핵심적 인물인 호텔주인 스미스씨가 첫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이제 천장이 높고 창문이 있는 평범한 식당에서 식사하지 않을 겁니다. 그 사람들을 지하로 내려보내서 창문 하나 없고 사방에 톱밥이 날리고 영어를 모르는 웨이터들이 있는 방에 들어가게 하는 거에요. 지난번에 대도시에 갔을 때 그런 곳들을 봤습니다. 음... 그런 장소를 '호프'라고 부르더군요. 그리고 가벼운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은 '카페'를 원합니다. 늦은 시간에 오는 사람들은 '룸살롱'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장소를 찾는데 그곳은 아예 문을 닫지 않아요. (p. 22)

스미스씨의 호텔의 주력사업은 호텔숙박이 아니라 호텔바이다. 그런데 이당시 캐나다에는 야간주류제한법이 있었나 보다. 스미스씨의 사소한 착오로 호텔바의 주류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스미스씨는 그 위기를 카페와 호프를 새로 시작함으로써 이겨낸다. 스미스시 호텔은 더욱더 마리포사의 명소가 되었다.

호프와 카페를 마리포사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표현이 재밌었다. 뭔가 사람을 더 바보로 만드는 느낌인데, 이러한 저자의 유머코드는 수시로 등장하고 읽다보면 어느새 적응되서 계속 키득거리게 된다.

이발사 제프씨는 신문을 정독하며 온갖 소식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사실 그는 그 어떤 정보보다도 주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광산주식에 투자하다 어느날 거금을 손에쥔 부자가 되게 된다. 하지만 이 부를 누릴 새도 없이 또다른 투자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날 제프씨에게 왠 편지가 도착한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제프는 '쿠바 도지 개발 회사'에서 보낸 큰 소포 꾸러미를 받았다. 이 회사는 제프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자기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따지는 것은 제프같이 겸손한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전 세계 자본가들은 하나이고 같은 세계에 속한다. 제프는 카네기나 록펠러 같은 사업가들과 JP모건 같은 은행가들이 모두 서로 알고 있는 게 당연한 이유를 깨달았다. 어쨌든 이 쿠바 사람들은 공정하고 직설적이었다. 그들은 제프에게 편지를 써서 자기네 회사로 바로 들어와 임원이 되어달라고 제안했다. 이 쿠바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낸 편지는 쿠바에서 아니 뉴욕의 우편 사서함에서 온 것이지만, 뭐 쿠바든 뉴욕이든 매한가지다. 그들은 보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빠른 우편환이든 은행 환어음이든 수표든 그냥 돈을 보내라고만 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마리포사 사람들은 모두 제프가 '쿠바 땅에 발을 들여놨고' 아마도 그해 안에 5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p. 61~63)

당연히 사기였다. 광산주식에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일확천금은 이발사 제프씨를 세계적 자본가의 대열에 올려놓았다가 빚을 갚기 위해 더 오랜 시간 면도를 해야 하는 이발사로 돌려놓았다. 이런 웃픈 사연은 지금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마리포사에는 호수가 아나 있고 증기유람선도 한 척 있다. 화창한 7월의 어느날 마을 사람들은 유람선 나들이로 들떠 있다. 호수를 건너 작은 섬에 도착해서 야유회를 즐기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길 배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그런데...

 

구조원들이 증기선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탈진한 상태였다. 증기선 바깥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던 남자들이 구조원들에게 밧줄을 던져 구조원들을 한 사람씩 모두 증기선으로 끌어올리고 나니 구조선은 곧바로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구조 성공! (p. 102)

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증기선 사람들은 그닥 불안해 하지 않는다. 마을구조대청년들이 증기선 사람들을 구조하려 보트로 노저어 오는동안 탈진하자 증기선 사람들이 그들을 구조해준다. ㅍㅎㅎ 사실, 이 호수는 가장 깊어봐야 180cm 이고 침몰?지점은 마을에서 불과 1.6킬로미터 구역이었다. 구조하러 오는 사람들 족족 증기선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고 증기선은 스미스씨의 활약으로 다시 마을로 잘 돌아간다. ㅍㅎㅎ

다음 주인공은 드론 사제 이다. 40여년간 목회를 진행해온 그의 희망은 하느님의 더 위대한 '증거'를 만드는 것, 간단히 말하면 '횃불'이 더 활활 타오르도록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이 드론 사제로 말할것 같으면,

 

어떤 사람들은 대학을 떠나면 그걸로 교육이 끝나는 것 같다. 드론 사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잔디밭에 그리스어책을 가지고 나와 30분간 읽는 여유를 누리지 못하면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고 곧잘 말했다. 그런 독서는 분명히 그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두되활동이다. 드론 사제는 그리스어를 모국어처럼 느끼는 듯했다. 종종 듣는 얘기에 따르면 그 잔디밭에 함께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그리스어를 좀 번역해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는 그 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그리스어는 번역이 불가능했다. 그리스어를 번역하면 잃어버리는 게 너무 많으므로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런 시도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현명했다. 그래서 많은 고전학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리스어를 원문으로 읽고 싶어 하는가 보다. (p. 107~108)

처음 읽을 땐 몰랐는데 옮겨 적다 보니 은근 신랄하다. 그래도 웃기는게 먼저다. ㅋ

드론 사제의 희망을 담은 횃불을 활활 태우기 위해 그는 교회를 새로 짓기로 한다. 먼저 있던 작은 교회를 부수고 나온 돌들은

"독실한 마음으로 건설업자에게 팔아버렸다"(p. 117)

교회를 짓긴 했는데 빚더미위에 지어진 것이라 위태위태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행운의 편지' 방법을 이용해보기도 하고 바자회, 상영회, 강연회 다양한 행사를 주최해보았지만 하는 족족 빚만 더 키울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도 한명의 제안으로 회오리 캠페인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조직이 잘 구성된 것 같았지만 성금이 모이지 않았다. 캠페인

"분과 위원장과 위원 중 다수가 영국 국교회 소속이 아니었다"(p. 136)

게다가

"사실상 모든 사람이 위원회에 들어가 있으면 캠페인 대상을 찾기가 몹시 어려워진다. 위원장들과 위원들이 서로서로 모금 운동을 벌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원래 자발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p. 140)

성공회 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성금모금 위원회를 만들고 거의 모든 사람이 위원회 회원이라 성금을 모금할 회원이 없었다. 뭐한 거임? ㅍㅎㅎㅎ

"교회가 갑자기 언덕 위에서 타오르는 횃불이 되면서 교회 간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건물이 앞으로 폭삭 내려앉았다." (p. 150)

드론 사제가 새로 지은 교회가 마을의 횃불이 되긴 했다. ㅎㅎ 그는 첩첩산중 이 난관을 어떻게 넘었을까? 여기서 스미스씨의 활약은 또다시 등장한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없었을까? 소실이니 웃고 넘기는 것이지 현실에서 만나면 엄청 기막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또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마을에 있는 외환은행 직원인 펍킨 청년은 어느늘 마을 판사 페퍼리 씨의 딸인 제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페퍼리 씨는 이 청춘남녀의 연애에 걸림돌이었는데, 이분에 대한 이미지를 잘 알수 있는 사례를 하나 들어보면

 

판사는 아들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 공치사를 하지 않았다. 닐은 그 지역 전체에서 가장 훌륭하게 자란 소년이었다. 덩치가 매우 커서 고작 열일곱 살밖에 안 됐을 뿐인데도 미시나바 경마에 참여했다. 게다가 닐은 영리했다. 어찌나 영리한지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 영리한데 머리를 전혀 쓰지 않아서 마리포사 고등학교에 다닐 때 수학은 뒤에서 1등을 차지했다. 판사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걸 열번 도 넘게 들었다. 닐은 정말 영리한 아이인데 다른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하는 저녁 내내 마리포사 하우스에서 당구를 쳤기 때문에 그런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p. 165)

마을판사같은 고위직의 직업을 가진 아버지를 둔 아들의 훌륭함 또한 우리는 익숙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닐이 아니므로 다시 청춘남녀로 돌아가서, 제나와 펍킨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ㅎ

드론 사제가 있는 교회에서 펍킨이 제나 옆에 앉아 '행운의 편지'방식으로 10센트를 요청하는 편지를 똑같이 베껴 쓰면서 제나와 처음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느낀 감정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 둘이 쓴 편지가 거의 여덟 통에 이르렀을 때 둘은 서로의 글씨체가 너무나 닮아서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펍킨의 글씨는 둥글둥글하고 제나의 글씨는 뾰족하며, 펍킨은 수직으로 반듯하게 쓰고 제나는 기울어진 모양으로 쓰는 게 달랐다. 그것 말고는 필체가 너무나 비슷해서 세상에 이보다 더 신기한 우연은 없었다. 물론 숫자는 필체가 서로 달랐다. (p. 183~184)

펍킨과 제나는 숫자 7을 쓸때는 다르지만, 글씨를 쓸때는 너~무 필체가 닮았단다. 옮기면서 다시 읽어봐도 이 사랑은 정말 운명이다! ㅋ 이 사랑에 서로 점점더 빠져들지만 펍킨에겐 제나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펍킨은 왜 부모님이 오지 못하게 막는 것일까? 도대체 왜?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는 부모님이 부끄러웠다. 그것도 몹시 부끄러웠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마리포사에 나타나 이곳 친구들이 부모님을 보게 되고 부모님이 판사의 집에 가는 장면을 상상하면 창피해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p. 191)

왜일까? 부모님이 어떻길래?

뭐? 내 말뜻을 오해했다고? 부모님이 가난해서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었냐고? 맙소사. 그렇지 않다. 오히려 펍킨은 부모님이 부자여서 부끄러웠따. 여기서 부자란 마리포사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부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마리포사에서 부자란 단지 회랑이 있는 저택을 짓고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반면 펍킨이 생각하는 부자는 자동차, 리츠 호텔, 고급요트, 여름 휴양지 섬과 같은 온갖 호화로운 것들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p. 192)

그냥 부자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재벌가인 집안의 외아들인 펍킨! 그가 부모님이 마리포사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는

"페퍼리 판사가 모건과 록펠러에게 종신형을 선관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마리포사 고등학교 교장인 머들슨 씨가 연봉을 1500달러 이상 받는 사람은 누구든 공공의 적이라고

우체국장인 트렐로니가 이 사회에서 한 해에 1300달러 이상 버는 사람은 사회에 위험한 존재라고

그런 사람들이 모두 마리포사에 있었다. 그들이 자기 아버지를 얼마나 경멸할지 바로 상상이 갔다! (p. 194)

무엇보다 제나는 다이아몬드를 정말 싫어해서 그걸 몸에 걸치지 않겠다고 가난해도 자수성가해서 그녀를 위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남자하고만 결혼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펍킨이 제나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자 제나는 시무룩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p. 195)"

펍킨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하지만 이 운명적인 사랑이 결혼에 골인할 수 있도록 하늘이 도왔는지 은행에 도둑이 드는 사건이 벌어지고 펍킨은 영웅이 되어 용기를 얻고 청혼한다. (불도켜지 않은 어두컴컴한 새벽 도둑사건에서 펍킨과 은행건물 경비원은 어둠속에서 서로의 덩치와 비슷한 도둑을 보았고, 도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당연히 잡히지 않았다.ㅋㅋㅋ)

 

제나가 펍킨의 청혼에 '예'라고 대답한 것 외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펍킨이 돈 얘기를 했을 때 제나는 요조숙녀처럼 훌륭하게 받아들였고, 다이아몬드를 언급했을 땐 그를 위해 그 예물을 몸에 걸치겠다고 했다. (p. 221)

펍킨은 제나에게 감사해했다. 다이아몬드를 받아줘서 고마워~~~ ㅍㅎㅎ

"그때 마침 거리에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부우웅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환상적인 리무진 승용차가 얼마 안되는 3000달러의 연봉을 받는 판사의 집쪽으로 다가와서는 집앞에 멈췄다. 차가 서자 긴 물개 가죽 코트를 입은 남자가 신이 난 얼굴로 차에서 휙 내렸다. 그 코트는 전혀 사치를 부린 게 아니며 순전히 쌀쌀한 가을 저녁 날씨 때문에 걸친 것이었다. 당연히 짐작하겠지만, 펍킨의 아버지이였다. 대도시 석간신문에서 아들이 죽었다는 기사를 보고서 자동차로 이곳에 온 것이다. 그들을 따라서 수사관들과 비상 인력들을 가득 실은 특별 기차 한 대가 함께 왔지만, 펍킨의 아버지가 오는 도중에 아들 피터가 살아 있다는 전보를 받고서는 모두 돌려보냈다." (p. 222)

그리고 펍킨의 아버지는 페퍼리 판사를 만났다!

더 이상의 스포는 소설의 재미를 위해 멈추는 걸로 ㅎㅎ

소설의 마지막 사건은 스미스씨의 주대표 선거 이야기이다. 예나 지금이나 선거전이란 참...

 

그들은 농부를 만날 때마다 그 집에 들어가서 같이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면 마차로 데리고 가서 술을 한잔 줬다. 그렇게 완전히 확보한 자유당의 표는 그 농부가 보수당원과 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보수당으로 바뀌었다. 사실 개인의 진정성을 농부에게 보여주는 방법은 오로지 그 집에 들어가서 같이 식사하는 것뿐이다. 식사를 하지 않으면 그 농부는 표를 주지 않는다. 그것은 공인된 정치적 시험이다.

무소속 후보인 에드워드도 여기저기서 보이긴 했다. 그는 선거 유세 마차들이 지나간 뒤에 날리는 먼지 속을 돌아다니며 농가 이곳저곳을 방문했다. 농부들 한명 한명에게 자신은 뇌물을 주지 않고, 돈도 쓰지 않고, 일자리도 제공하지 않는 공약을 내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농부들은 하나같이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는 다음 농가로 가는 방향을 알려줬다. (p. 249)

 

자유당과 보수당 (그리고 무소속)의 선거 유세는 나름 치열했다. 스미스씨는 특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했다. 그런데 소설의 시작에서 스미스씨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른다는 것을 저자는 일찌감치 알려준다. 하지만 거부 스미스씨는 마을의 굵직한 사건들의 핵심적 인물로 특별한 활약상을 보여왔고 이제 정치계에도 진출하고자 한다. 이런 스미스씨 에게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ㅎ

표지에서는 '어디엔가 존재할 법한 가상의 도시 마리포사' 라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캐나다에 '마리포사' 라는 작은 마을이 실제로 있었다. 저자의 마리포사는 정말 가상의 도시인것일까? 실제도시를 두고 마을 이름또한 풍자한 것일까? 이 질문은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여하튼 읽는 내내 유쾌했고 마차가 다니고 증기선이 오가던 시절이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과 다를바 없이 느껴져 친근하게 다가왔는데 다 읽고나니 조금은 씁쓸해졌다. 이런게 풍자문학의 매력인것인지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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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토론! - 이슈와 친해지는 20가지 찬반 논쟁 토론하는 10대
김범묵.박정란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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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친해지는 20가지 찬반 논쟁

YES! NO! 드루와, 드루와!

 

 

다 읽고 나니... 일단 북트리거 출판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청소년 도서 중에서 최근 이곳처럼 양질의 도서를 꾸준히 내고 있는 곳이 드물다. 북트리거 출판사의 청소년 책을 여러권 읽어왔는데, 매번 좋았다!!

이번 책은 사회이슈 내용이다.

제목에도 토론이 들어가고 표지에도 토론을 잘하고 싶은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써놓았지만, 꼭 토론을 위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찬반 토론에 대한 간접경험으로도 물론 유익한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그 내용들이 좋았다.

현재 진행중인 사회적 이슈 20가지에 대해 청소년의 수준에 맞춰 잘 이해시켜주고 있는 것도 좋았고, 찬성과 반대 양쪽 입장을 다 읽어봄으로써 어느 한쪽 입장이 되기보다는 양쪽의 긍정적 면을 수렴할 수 있는 종합적 사고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

물론, 책속에 나온 주제들로 친구들과 찬반 토론을 직접 해본다면 더 재밌고 유익할 것이다.

20가지 이슈들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토론해볼 법한 좋은 주제들이었다.

한국식 나이, 유지해야 할까?

카페의 '카공족', 이대로 괜찮을까?

신조어, 사용해도 될까?

개고기 식용, 합법화해야 할까?

드론, 상용화해야 할까?

인터넷 실명제, 도입해야 할까?

게임중독, 질병으로 분류해야 할까?

원격의료, 허용해야 할까?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금지해야 할까?

GMO완전 표시제, 시행해야 할까?

흉악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해야 할까?

동성결혼, 합법화해야 할까?

공인탐정제도, 합법화해야 할까?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해야 할까?

사형집행, 부활해야 할까?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여해야 할까?

반려동물 등록제, 강화해야 할까?

학생부종합전형, 폐지해야 할까?

노인 기준 연령, 상향해야 할까?

남북통일, 반드시 해야 할까?

주제들만 훑어 봤을땐 당연히 이쪽이지 하고 한쪽으로 생각이 기우는 주제들도 분명 여럿있었다.

하지만 막상 찬반 양쪽 입장을 다 읽고나면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의 구성도 참 친절하다. 먼저 각 주제별로 주제의 이해를 돕는 설명을 자세히 해주고, 토론을 하기 전에 생각해 볼꺼리들을 제시해준다. 더불어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QR코드로 찾을 수 있게끔 해놓았다. 찬반 양쪽 입장을 번갈아가며 읽고나면, 토론갈무리하기 라고 양쪽의 입장을 고려한 주제결과정리까지 깔끔하게~! 게다가 책 뒤에 교과서 관련단원정리 를 해놓아서 이 내용들이 언제 어느 교과서 어떤 단원에 들어가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니 이또한 아주 실용적이다.

개학이 예정일에서 3주나 연기된 사상초유의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요즘, 이런 책으로 지적 긴장감을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단, 의견이 다르다고 싸운다거나 상대방의 말이 안끝났는데 자르고 들어간다거나 하는 등의 실수를 하지 않도록 경청과 존중의 에티켓은 미리 숙지하자!!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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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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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2050년, 3초에 1명의 인류가 슈퍼버그로 사망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국이 흉흉한 시절이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무엇이 다르지? 슈퍼버그는 뭐지?

이 흉흉한 때에 보이지 않는 적과 전쟁중인 이 때에 정작 나는 이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해 아는게 없다는 것을 책을 제목을 보자 새삼 깨달았다.

슈퍼버그는 196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1990년대 까지도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들의 잘못된 항생제 처방 관행과 함께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상업적 농업이 박테리아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약품들을 노출시켰고, 그 결과 박테리아들은 그 약효를 무력화시키는 법을 알아냈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감염의 주요인인 슈퍼버그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p. 11)

'슈퍼버그' 는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를 지칭한다. 항생제를 먹어도 죽지 않는 균이 슈퍼버그다. 슈퍼버그는 점점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항생제는 감기만 걸려도 쉽게 처방받는 약이다. 그런데 이 항생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항생제가 우리몸에서 정작 없애야 할 균을 없애지 못하게 된다면? 균은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항생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저자는 그 현장을 생생히 담아내고 있다.

무척 의학적인 책이긴 하나 저자는 스토리텔러의 소질이 다분했다. 항생제의 역사적 주요발견들과 현재의 이야기를 번갈아 하며 이야깃거리를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는데, 시작은 1차대전 중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부터다. 플레밍은 폐기한 페트리 접시에서 이 곰팡이를 우연히 발견했지만 1년만인 1929년 페니실린 분자에 관한 연구를 포기했다. 이 연구가 재개된 것은 또 한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가 된다.

널리 이용 가능한 항생제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 플레밍과 공동 연구자들이라고 알려졌지만, 그건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그들의 연구계획이 1945년의 페니실린 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진 것은 맞지만, 인류는 알면서든 모르면서든 수천 년간 항생제를 써온 것으로 밝혀졌다. (p. 32)

고대 미라에서 중국전통약재에서 항생제 성분이 검출된다고 한다. 정확한 명칭이나 균의 성질을 모를지라도 고대부터 인류는 다양한 치료약을 만들고 사용해왔고 그 중엔 분명 균을 죽이는 항생제도 있었다.

일부 항생제는 기생충과 진균도 죽일 수 있지만, 바이러스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 그래서 의사들은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잘 처방하지 않는다. 감기 증상은 대체로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다르다는 것을 1930년대까지 인식하지 못했다. 바이러스는 식물, 동물, 인간, 박테리아 등 다른 유기체 내부에서 복제되며 대체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p. 34)

세균을 영어로 박테리아 라고 하는데 세균은 일종의 생물이라고 한다. 단세포적 세균. 따라서 세균은 번식도 하고 독립적 성장도 한다고.

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라서 스스로 번식할 수 없기에 숙주세포와 만나야 실제 번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박테리아는 세포로서 단독존재할수 있다면 바이러스는 세포 안으로 침입해 기생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박테리아는 단세포 생물로서 최초의 생물이라 할 수있고 바이러스는 나중에 진화의 과정에서 생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감기도 독감도 코로나도 바이러스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감기나 독감에 걸려서 병원에 가면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왜일까? 그런데 항생제를 먹으면 또 효과가 있긴 하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바이러스에 항생제는 효과가 없다면서? 이건 늘 궁금해하던 건에 이 책에서도 이 답은 찾지 못했다. 하긴 뭐 이 책은 박테리아에 대한 책이니까 당연히;;;

궁극적인 문제는 많은 항생제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신약의 생산과 시판 단계까지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거기에는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항생제의 경우 몇 가지 특성 때문에 이윤이 적다. 항생제는 대체로 환자가 아플 때만 단기로 처방되며, 훌륭한 새로운 항생제라도 머잖아 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항생제 내성은 시기의 문제일뿐 반드시 생긴다. (p. 39)

그렇다. 별수 없이 돈문제 였다. 어쩔 수 없이 또 돈문제였다. ...

항생제 신약을 어렵게 개발해도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이 필요해진다. 항생제 내성은 반드시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더 항생제 개발 연구비는 줄었으면 줄었지 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연구자들의 몫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제약회사들의 연구진만 믿고 있어선 안된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의 기초 연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세로운 박테리아를 연구자들이 발견하면 그 결과를 이용해 신약개발로 연결시킬 수 있다. 기초 연구 파이팅!

나는 항생제 개발에 관한 강연과 워크숍에 수십 차례 참석했지만, 박테리아의 변이가 너무 빨라서 아무리 놀라운 항생제 신약도 따라갈 수 없다고 언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의학계의 일급비밀이었다. (p. 44)

항생제 개발에 열성적인 제약사도 없는데 심지어 박테리아 변이의 속도를 항생제 신약개발의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니. 어쩌란 말인가 ㅠㅠ

이 답답한 상황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항생제 개발기가 본문에서 내내 펼쳐진다.

저자는 나치의 생체실험과 미국내 의학자 터스키기의 생체실험을 언급하면서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윤리문제를 먼저 제기한다.

이러한 참혹한 과거로부터 임상실험의 안전장치제도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러한 제도들은 때로 연구자들에게 걸림돌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환자와 연구자 모두를 위해서 결국 필요했음을 저자가 깨닫게 되는 과정을 통해 독자도 함께 성장하게 되는 듯 하다.

플레밍이 최초의 항생제를 우연히 발견한 이야기는 과학에 관심이 싹트고 있는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만, 최초의 항진균제를 발견한 사연 역시 똑같이 흥미롭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부분의 과학책이 생략하는 바람에 요즘 대다수의 젊은 의사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명민한 두 여성이다. (p. 115)

이 개발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과학도나 의대생, 레지던트에게 가르쳐지지 않는다. 이 역사이 단편이 잊힌다는 건 교육자로서의 우리가 실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알렉산더 플레밍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지만, 엘리자베스 헤이즌과 레이첼 브라운에 대해서 아무도 모른다. (p. 118)

 

두 여성 과학자는 흙속의 한 박테리아가 항진균제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발견했고, 신약이 개발되었고, 갑자기 부자가 되었으나 비영리 단체에 연구비로 지원했다. 평생 공동연구를 하며 두 가지 항생제를 더 발견했다고 한다. 저자의 항생제 개발연구진행기 사이사이 나오는 항생제의 역사들은 역사라고 하기엔 비교적 최근일이긴 하지만 절묘하게 저자의 연구와 결합되면서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으면서도 알아야 할 사실들을 함께일깨워준다.

동물에게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쓰는 관행은 슈퍼버그 출현의 주요인 중 하나였다. 동물 안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약물들에 노출되면서 그것들을 피할 방법을 학습하는 까닭이다. 최근 18개 주에서 100명 이상에게 발병한 감염의 최종 원인은 예기치 않게도 강아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염된 개들 거의 전부가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린 것들이었고, 최소 한 차례 항생제를 투여 받은 이 개들 속에 살던 치명적인 슈퍼버그가 새 주인에게 옮겨간 것이었다. (p. 172)

공장식 축산은 그 어떤 동물에 대해서도 그 어떤 결과물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텐데... 그것이 얼마나 인간에게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 언제 깨닫게 될까...

항생제 관리자는 대개 감염 질환 전문의나 약사로서 그들의 소임은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을 권장함으로써 슈퍼버그의 확산을 줄이는 데에 있다. 다음에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는다면 항생제 관리자의 승인이 있었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다. (p. 185)

현재 의사 대부분은 자신이 행한 처치의 종류(그리고 비용)에 따라 보수를 받는데 감염병 전문의들은 실질적인 처치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전문 자문을 제공하는 지적 전문의인데 의료수가제도는 우리의 자문에 엄청난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 분야는 두뇌 유출을 경험하고 있고, 그 정도가 해마다 심해지고 있다. 젊은 의사들은 전임자들보다 감염질환에 관심이 덜하다. (p. 235)

 

의료제도가 다르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우리네와 많이 다른 진료행위들이 색달랐다. 나는 의사라고 하면 다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저러나 의대에서 비인기과들이 생겨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지식을 창출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며, 그것은 좋든 싫든 인체실험에서 나와야만 한다. (p. 299)

인체에 쓰이는 약은 결국 인체에 시험해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임상시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임상시험을 하기까지 굉장히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안전장치를 통과하고 나서도 부작용이 있는 약은 있을 수 있다. 완벽한 약이란 없다. 하지만 병은 점점더 완벽해지고 있는듯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적이 나타나는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 인듯 하다...

우리의 슈퍼버그 연구는 대부분 항생제 개발과 임상시험에 초점을 두지만, 진단도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 나은 검사는 더 정확한 진단을 의미하며 결국에는 더 정확한 항생제 처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계속해서 불필요한 약에 노출되며, 이는 진단이 불확실할 때 주로 발생한다. 우리는 훌륭한 진단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의문을 제거하고 의사들이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을 때 항생제를 중단시킬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비용을 대야 한다. (p. 316)

항생제도 진단의료장비도 결국 비용이 든다. 그리고 그 비용을 감안하고서도 개발에 나서줄 누군가를 찾는 것까지 연구진들이 해내고 있었다.

그의 연구는우리가 항상 알고 있었던 사실, 흙 속의 항생제를 찾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의 연구팀은 건초더미를 전부 뒤지지 않고도 바늘을 찾아내는 법을 알아냈다. (p. 322)

과학자들은 작은 페트리 접시에서 성장할 수 있는 1%의 미생물만연구해왔고 나머지는 포기했다. (p. 339)

 

이 책을 읽다보면 흙이 굉장히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박테리아 연구에 있어서 흙은 중요한 자원이었다. 미생물은 대부분 흙에서 찾아냈다. 하지만 실험실의 패트리 접시에서는 흙에서 발견한 박테리아의 99%가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한 연구팀에서 흙속 미생물을 배양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의 연구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응원 또 응원중이다.

저자는 일관적인 서술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것도 같다. 항생제의 발전과정과 이런저런 슈퍼버그들과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를 들면서 이런저런 연구와 임상실험들 이야기를 하면서 뭐랄까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느낌이다. 어떤 슈퍼버그에는 어떤 약이 효과가 있고 그 환자는 다 나았는지 그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지 못한채 이것저것 섞여있는 상태로 또다시 저자의 다른 새연구계획서 착수로 글은 마무리된다. 다시말해 이 책은 내내 ing 만 있는 책이다.

비전문가인 역자에게 이 책의 번역이 곧 학습의 과정이었듯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슈퍼버그 문제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일각의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면서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인식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진균,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며 우리 곁에 늘 존재해왔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대중의 관심과 인식만이 제도와 관행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항생제 사용과 내성 발생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할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 발생률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큰 요인인 인구밀도까지 높은 한국에 사는우리에게는 이러한 인식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본다. (p. 390~391)

 

옮긴이의 말에 많이 공감이 갔다. 비록 이 책이 어떤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책은 아닐지라도 제대로 된 출발점을 제시할 수 있는 '올바른 인식'을 주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과정을 열심히 현재진행중인 현장의 그들에게 새삼 감사하면서도 앞으로도 계속해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게 좀 미안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임상실험준비에 버거워 하고 때로는 환자들의 고통에 아파하고 때로는 임상실험 참여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하며 혼란스러워 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솔직하게 그런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저자를 성장시켜주고 있는 동료이자 멘토인 월시 박사는 현대판 슈바이처 같은 느낌을 주는 대단한 사람같다. 그리고 저자도 그 모습을 배워가려고 열심인 것을 보며 꼭 그렇게 되시라고 응원하게 된다.

어찌 생각해보면 인류가 사피엔스종이 된 때부터 진화를 멈춘건 인간뿐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체되어 있는 신체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흙속에 공기속에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치료제로 늘 우리곁에 존재하고 있다. 인간은 늘 뒤늦게 발견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미래는 어떤 병과 어떤 약의 전쟁터가 될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저 이 무거움을 견디며 연구자들이 계속 잘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런 연구자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관심을 갖고 잘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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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창비세계문학 68
제임스 조이스 지음, 성은애 옮김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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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현대소설의 문을 연 위대한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그려낸

음울하고도 매력적인 더블린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1882~1941) 는 아일랜드 태생으로 소설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현대의 모든 예술 분야에 큰영향을 끼친 모더니즘 작가라고 한다. 그의 작품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독자들에게도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 있고,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영문학 연구 분야에서는 필수코스라 할 만큼 활발히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더블린 사람들] 책에는 열다섯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1904년에서 1907년 사이에 개별적으로 집필, 출간된 것을 모은 것으로 원래의 집필순서와 별개로 화자 혹은 주인공의 나이순으로 작품들이 배열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단편들임에도 화자가 바뀌는 장편으로 읽혀질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더블린 사람들] 의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아일랜드에 대해 조금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당시의 아일랜드 상황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에 대한 역사적 상식이 살짝 도움이 된다.


작가가 태어난 아일랜드는 영국이 아니다. 사실 나는 영국과 아일랜드을 구분하는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영국과 아일랜드와의 관계나 역사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영국이 연합국이라는 것도 몰랐던 것 같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그 섬이 그냥 영국인줄 알았다. 하지만 영국은 브리튼 본토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4개지역으로 크게 나뉘는 연합형태의 국가다. 영국 옆 커다란 섬이 아일랜드인데 그 중 북쪽 부분만 영국이고 아래쪽 아일랜드는 엄연한 독립국이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연합국이었으나 사실상 식민지취급을 받았고 끊임없는 갈등 끝에 1922년 독립했다. 식민지라고 해도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착취당한 것 같은 식민지는 아니었으나, 아일랜드 출신에 대한 무시가 공공연히 이루어져서 나름 설움이 많이 쌓였던 관계라고 한다. 이 책속의 단편들이 쓰여진 시기는 아일랜드 독립전이라서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내에 퍼진 반영vs친영 감정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작가는 아일랜드 출신이면서도 평생을 해외를 떠돌며 살았고, 그가 떠돌던 시기의 해외는 대부분 전쟁상황이라서 그런지 조국에 대한 감정이 어느 한쪽으로 분명히 드러나진 않는다.


화자의 나이순으로 배열된 작품이다보니 첫 작품의 화자는 어린 소년이다. 당시의 교육은 종교기관이나 성직자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던 것 같다. 소년을 가르쳐주던 신부의 장례식을 보는 소년의 시점인 <자매>,

엄격한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치고 두 명의 소년이 일탈의 외출을 하는 <어떤 만남>,

사춘기의 소년이 짝사랑하는 소녀에 대한 마음이 보이는 <애러비>,

이제 막 여학교를 졸업한 소녀티가 남아 있는 아일랜드 처녀의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다룬 <이블린>,

대학교를 다니는 아일랜드 청년의 소외감을 다룬 <경주가 끝난 후>,

서른 안 팎의 건달청년의 불안함이 보이는 <두 건달>,

직장에서 자리잡아 갈때 하숙집 딸과의 결혼에 몰리는 남자의 이야기 <하숙집>,

한 가정의 가장이 겪는 어설픔에 대한 <구름 한점>,

가장으로서 지치고 알콜중독자가 되가는 <대응>, 친자식처럼 기른 양아들의 집에서 겪는 죽음의 그림자 <진흙>,

독신남의 사랑에 대한 오해 <가슴 아픈 사건>,

중년 남자들의 선거 이야기 <선거사무시리의 아이비 데이>,

딸의 공연비를 제대로 받아내려 노력하는 <어떤 어머니>, 은혼식까지 치룬 남편의 종교에 대한 <은총>,

노할머니자매가 연 크리스마스파티의 여흥과 추억속 첫사랑의 죽음에 대한 <죽은 사람들> 을 차례대로 읽다보면

소년이 자라서 첫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방황도 하다가 결혼도 하고 삶에 찌들어 알콜에 기대가는 남자가 보이기도 하고, 꿈이 있는 소녀였지만 가족의 옆을 지키고 아들딸을 억척스럽게 키워내고 가정을 잘 간수하며 음악을 즐기고 품위를 지키며 늙어가는 여자가 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더블린 사람들의 모습은 대체로 무기력하고 의미없이 시간을 죽이고 겉모습에 보이는 품위를 따져가며 음악과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 같다. 특히 화자가 남자일때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부분이 많았다. 이어지지 않는 단편들임에도 비슷한 남자들이 자꾸 묘사되는 건 결국 작가 자기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하숙집> 이라는 단편에서 하숙생과 딸과의 은밀한 관계를 눈치챈 엄마와 하숙생과 자신을 결혼시키려 하는 엄마의 생각을 눈치챈 딸의 생각을 묘사한 부분이 나는 작가가 자신의 조국 아일랜드를 생각하는 양가감정을 묘사한 것처럼 읽혀졌다.

 

그녀는 솔직하게 질문했고 또 폴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물론 둘 다 어색하긴 했다. 그녀는 자기가 그 소석을 너무 대범하게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어서 어색했고, 폴리는 그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늘 자신을 어색하게 할 뿐 아니라, 순진하면서도 알 건 다 아는 자기가 엄마의 관용 뒤에 도사린 의도를 벌써 감지하고 있었다고 엄마가 생각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도 어색해졌던 것이다.


더블린 에 대한 작가의 감정은 <구름 한점> 이라는 작품에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나름 안정적인 직장과 신혼생활에 갓난아기를 둔 챈들러는 런던에서 활동하다 잠시 고국을 방문한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생각한다.

 

성공하고 싶으면 떠나야 했다. 더블린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그는 런던에 더 가깝게, 자신의 맨숭맨숭하고 비예술적인 삶으로부터 점점 더 멀리 나아갔다...

하지만 기대를 품고 만난 런던에서 활동중인 기자 친구는 다른 말을 한다.

 

고국에 돌아오니까 굉장히 좋다. 정말이야. 다정하고 더러운 더블린에 발을 딛는 순간 훨씬 기분이 좋아졌어

자신을 런던으로 줄을 이어줄 친구는 쓸데없는 소리만 하다가 약속이 있다며 가버렸다. 챈들러는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삶과 친구의 삶의 대비가 뼈저리게 느껴졌고, 그게 그에게는 부당하게 보였다. 갤러허는 출신이나 학력이 그보다 열등했다. 그는 기회만 주여진다면 자기 친구가 해낸 것보다, 혹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겉만 번지르르한 기자 생활보다 더 고귀한 어떤 것을 해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무엇이 그를 가로막고 있는 것인가? 그의 안타까운 소심함! 그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정당화하고, 자신의 사내다움을 주장하고 싶었다. 그는 갤러허가 자신의 초대를 거절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갤러허는 선심 쓰듯 아일랜드를 한번 방문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에게 우정을 은혜로 베푸는 거였다.


[더블린 사람들]을 읽으며 든 생각은, 영국의 식민지였다고는 하나 노예와 같은 착취를 당한 것은 아니고,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권을 가진 사람들인데 사는 처지의 차이로 인한, 다시말하면 아일랜드 사람들과 영국 사람들 사이의 심리는 번영에서 밀려난 도시와 중심의 자리를 차지하고 번영에 번영을 거듭하는 도시 사이에 느껴지는 위화감 같은게 아닐까 싶었다.


이 책에서 가장 길어서 단편 보다는 중편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은 사람들> 에서 잘 나가는 중산층 가정의 가장 게이브리얼 하는 말은 꼭 작가가 하는 말 같았다.

 

새로운 세대가 우리들 한가운데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대죠. 이 세대는 이 새로운 사상의 열기에 대해 진지하고 열광적이며, 그들의 열정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조차도 대체로는 진정성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회의적인, 또 이렇게 표현해도 된다면, 사유로 고통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저는 이 새로운 세대가, 교육받은, 혹은 과잉교육을 받은 세대이지만, 그 이전 시대에 속했던 그러한 인간미, 환대, 다정한 해학 같은 자질들을 결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저어됩니다. 오늘 저녁, 과거의 그 모든 위대했던 가수들의 이름을 들으면서, 고백하건대 저는 우리가 그때보다 덜 넉넉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시절들은 과장해서 말하지 않고도 넉넉한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시절이 돌이킬 수 없이 가버렸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오늘 같은 모임에서 우리가 그런 시절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여전히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은 죽고 없지만 세상이 그 이름을 선뜻 죽게 만들지는 않을 그런 훌륭한 사람들의 기억을 여전히 가슴에 간직할 것이라고 희망해봅시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쓸 당시 아일랜드는 수백년간 영국의 통치를 받아오고 있었고, 지속적인 차별로 가난에 허덕였는데, 저자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양질의 교육을 받고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청년이었다. 조선후기 실학파처럼 조선말 개화파처럼 일제치하초기 신흥사상가들처럼 조국을 사랑하지만 조국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갈등이 짐작되었다.


작가가 묘사하는 무기력하면서도 아일랜드인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는 모습과 가난하면서도 여흥을 즐기는 모습과 끈끈한 가족애의 모습이 우리네 정서와 흡사하여 외국작품임에도 게대가 장편도 아닌 단편임에도 큰 거리감 없이 읽혀졌다. 그나이에 가졌을 법한 감정들도 공감되고 현실상황에 바탕을 둔 감정들도 백여년의 시간차가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죽은 사람들>이란 작품은 아일랜드 인으로서의 양가감정이 가장 많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어서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작가가 봤을 때 더블린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 일까, 작가 자신이 아내의 추억속에 죽은 첫사랑처럼 '죽은 사람'일까, 죽은 사람은 한 명인데 왜 제목이 복수형일까...

장편과 달리 단편을 쓸 때는 클라이맥스에서 갑자기 뚝! 끝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현대소설의 문을 연 작가라는 호칭에 걸맞게 그러한 작법이 두드러진 작품들이었다. 기존에 나왔던 작품들이지만 새롭게 번역해서 나온만큼 매끄러운 번역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단편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장편을 선호하는데, 한국작가들의 단편보다 더 공감이 잘되는 외국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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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시방상담소 - 뭣 같은 세상, 대신 욕해드립니다
김수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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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이만치 위로 요만치 김수미표 고민 요리법

"말해봐, 뭔데"

 

 

내내 집에만 있고 무거운 분위기의 요즘 책 한권으로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네 ㅎㅎ

김수미표 시원스런 고민상담 활약상을 모은 이 책은 일상적인 고민들에 대해 일상적일 수 있는 답변을 김수미식 표현으로 비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재미가 있다.

책표지 날개에 국민 욕쟁이 할머니 라고 표현해 놓았던데, 정작 이 표현을 김수미는 좋아할까?

언젠가 욕쟁이할머니식당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당췌 이해할수가 없었다. 내돈내고 밥사먹으면서 굳이 XX야 쳐먹어라 소리듣고 먹는게 기분이 좋은가?? 나는 친절하고 상냥한 멘트가 좋지 그 어느 경우에도 욕먹고 기분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이런 식당에서의 욕쟁이할머니는 그냥 아무한테나 막 이유없이 욕을 하는 컨셉이었던것 같은데, 김수미표 욕은 그렇지 않았다.

티비예능에서 몇번 본적 있는데, 말을 좀 거칠다 싶게 시원스럽게 하는 거지 욕을 일상화 하는 욕쟁이는 아니었다. 욕을 할때는 욕을 할만한 상황이 있어서 욕을 하는 것이었다. 주변인식에 눈치가 보여 하고 싶어도 내뱉지 못하는 말을 김수미는 그저 자신있게 거침없이 내뱉을 뿐이었다. 이런 모습을 욕쟁이할머니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는 왠지 비하하는 느낌이라서 별로다. 김수미표 욕은 욕이라기 보다는 거침없는 인간미 넘치는 말투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이런 시원스런 말투의 71세 할머니가 다양한 고민들을 들으며 때로는 공감을 해주고 때로는 화를 내며 때로는 욕을 하는 상담해결들은 그 어떤 고민이건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가볍다고 해서 진지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의 그 어떤 고민에도 진심으로 대해주는 모습이 참 따듯해 보였다. 같은 대답을 해도 그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은 달라진다. 김수미스럽다는 형용사가 가능할 정도의 개성을 가진 김수미이기에 그걸 아는 상담자들이 위안을 얻게 된다.

분명 고민상담이 맞는데 자꾸 키득키득 웃으며 읽게 되서 왜 그런지 사례 하나를 옮겨본다.

'저는 집에만 들어가면 왜 그렇게 씻기 귀찮을까요? 저녁 먹고 씻자, 과제 하고 씻자, 드라마 한 편 보고 씻자, 하다가 12시 넘으면 '아 몰라 내일 아침에 씻지 뭐'하고 이불 덮고 자버려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개기름 낀 피부를 보면서 후회합니다. 이 귀차니즘 어떻게 고쳐요?'

귤껍질 위에 파운데이션 한번 발라 봐. 어떻게 되나. 보이냐? 그게 네 미래다. 나는 나이가 칠십한 개인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게 샤워야. 싹 씻고 화장한 거 뽀독뽀독 깨끗하게 지워내. 그래서 피부 건강 나이 테스트하잖아? 서른하나라고 나와. 이렇게 부지런해도 조금씩 망가지는 게 피부야. 근데 넌 뭐하냐. 일부러 피부를 썩히고 있어. 백날 말해서 뭐 해. 너 그냥 화장 지우지 마. 귀찮은데 왜 지워. 그렇게 한 3년만 더 하면 얼굴이 아주 우둘투둘 귤껄질처럼 될 거다. 땀구멍 넓어져서 아주 100원만 해질 거다. 무서우면 집에 들어갈때 신발 벗자마자 욕실로 바로 들어가. 물 틀고 세수헤! (p. 27~28)

 

소오~~~~름!!!

이 상담자분 바로 귀차니즘 고쳤을 것 같다. ㅋㅋㅋ

읽으면서 보니 칠십한살 이라는 나이가 되는 동안 인생굴곡 꽤 심하게 겪으신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건 늘 변치 않고 부지런히 자기일을 해오셨다는 거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자신감을 갖고 말을 한다. 말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김수미의 말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말이기에 그게 설령 욕일지라도 거침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얼핏 생각해보면 본업은 배우인데, '전원일기' 의 일용엄니 말고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다. 캐스팅 당시 할머니의 나이도 아니었다는데 줄곧 할머니로만 살아온 인생이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한 할머니이다. 배우로서보다는 요리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욕쟁이캐릭터로 종횡무진 활약중이시다. 그런데 배우로서 그러한 과정이 마냥 좋기만 했을까?

어쨌든 그녀는 여전히 예쁘다는 칭찬을 가장 좋아하고 여전히 새벽5시에 일어나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여전히 당찬 여자 김수미다.

그리고 칠십한해를 만들어온 그녀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젊었을 때보다 점점 더 빛나고 이제 정말 스타가 되신것 같아서 멋지다.

'김수미의 시방상담소'에 내고민은 없었지만 누군가의 고민은 분명 이 책속의 고민요리법으로 마음의 짐을 조금은 가벼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살면 언젠가 뭐가 되도 된다! 라고 나또한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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