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의 시방상담소 - 뭣 같은 세상, 대신 욕해드립니다
김수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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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이만치 위로 요만치 김수미표 고민 요리법

"말해봐, 뭔데"

 

 

내내 집에만 있고 무거운 분위기의 요즘 책 한권으로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네 ㅎㅎ

김수미표 시원스런 고민상담 활약상을 모은 이 책은 일상적인 고민들에 대해 일상적일 수 있는 답변을 김수미식 표현으로 비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재미가 있다.

책표지 날개에 국민 욕쟁이 할머니 라고 표현해 놓았던데, 정작 이 표현을 김수미는 좋아할까?

언젠가 욕쟁이할머니식당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당췌 이해할수가 없었다. 내돈내고 밥사먹으면서 굳이 XX야 쳐먹어라 소리듣고 먹는게 기분이 좋은가?? 나는 친절하고 상냥한 멘트가 좋지 그 어느 경우에도 욕먹고 기분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이런 식당에서의 욕쟁이할머니는 그냥 아무한테나 막 이유없이 욕을 하는 컨셉이었던것 같은데, 김수미표 욕은 그렇지 않았다.

티비예능에서 몇번 본적 있는데, 말을 좀 거칠다 싶게 시원스럽게 하는 거지 욕을 일상화 하는 욕쟁이는 아니었다. 욕을 할때는 욕을 할만한 상황이 있어서 욕을 하는 것이었다. 주변인식에 눈치가 보여 하고 싶어도 내뱉지 못하는 말을 김수미는 그저 자신있게 거침없이 내뱉을 뿐이었다. 이런 모습을 욕쟁이할머니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는 왠지 비하하는 느낌이라서 별로다. 김수미표 욕은 욕이라기 보다는 거침없는 인간미 넘치는 말투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이런 시원스런 말투의 71세 할머니가 다양한 고민들을 들으며 때로는 공감을 해주고 때로는 화를 내며 때로는 욕을 하는 상담해결들은 그 어떤 고민이건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가볍다고 해서 진지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의 그 어떤 고민에도 진심으로 대해주는 모습이 참 따듯해 보였다. 같은 대답을 해도 그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은 달라진다. 김수미스럽다는 형용사가 가능할 정도의 개성을 가진 김수미이기에 그걸 아는 상담자들이 위안을 얻게 된다.

분명 고민상담이 맞는데 자꾸 키득키득 웃으며 읽게 되서 왜 그런지 사례 하나를 옮겨본다.

'저는 집에만 들어가면 왜 그렇게 씻기 귀찮을까요? 저녁 먹고 씻자, 과제 하고 씻자, 드라마 한 편 보고 씻자, 하다가 12시 넘으면 '아 몰라 내일 아침에 씻지 뭐'하고 이불 덮고 자버려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개기름 낀 피부를 보면서 후회합니다. 이 귀차니즘 어떻게 고쳐요?'

귤껍질 위에 파운데이션 한번 발라 봐. 어떻게 되나. 보이냐? 그게 네 미래다. 나는 나이가 칠십한 개인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게 샤워야. 싹 씻고 화장한 거 뽀독뽀독 깨끗하게 지워내. 그래서 피부 건강 나이 테스트하잖아? 서른하나라고 나와. 이렇게 부지런해도 조금씩 망가지는 게 피부야. 근데 넌 뭐하냐. 일부러 피부를 썩히고 있어. 백날 말해서 뭐 해. 너 그냥 화장 지우지 마. 귀찮은데 왜 지워. 그렇게 한 3년만 더 하면 얼굴이 아주 우둘투둘 귤껄질처럼 될 거다. 땀구멍 넓어져서 아주 100원만 해질 거다. 무서우면 집에 들어갈때 신발 벗자마자 욕실로 바로 들어가. 물 틀고 세수헤! (p. 27~28)

 

소오~~~~름!!!

이 상담자분 바로 귀차니즘 고쳤을 것 같다. ㅋㅋㅋ

읽으면서 보니 칠십한살 이라는 나이가 되는 동안 인생굴곡 꽤 심하게 겪으신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건 늘 변치 않고 부지런히 자기일을 해오셨다는 거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자신감을 갖고 말을 한다. 말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김수미의 말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말이기에 그게 설령 욕일지라도 거침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얼핏 생각해보면 본업은 배우인데, '전원일기' 의 일용엄니 말고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다. 캐스팅 당시 할머니의 나이도 아니었다는데 줄곧 할머니로만 살아온 인생이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한 할머니이다. 배우로서보다는 요리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욕쟁이캐릭터로 종횡무진 활약중이시다. 그런데 배우로서 그러한 과정이 마냥 좋기만 했을까?

어쨌든 그녀는 여전히 예쁘다는 칭찬을 가장 좋아하고 여전히 새벽5시에 일어나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여전히 당찬 여자 김수미다.

그리고 칠십한해를 만들어온 그녀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젊었을 때보다 점점 더 빛나고 이제 정말 스타가 되신것 같아서 멋지다.

'김수미의 시방상담소'에 내고민은 없었지만 누군가의 고민은 분명 이 책속의 고민요리법으로 마음의 짐을 조금은 가벼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살면 언젠가 뭐가 되도 된다! 라고 나또한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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