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족의 기원에 대한 첫 장에서 포카이아, 와인, 마법의 물약 등의 단어들을 읽다보니 최근에 읽었던 <불멸의 열쇠>라는 책이 생각났다. 저자의 역사탐구가 최신 정보들로 다양하게 이루어졌구나 싶기도 했고 열심히 공부했겠구나 싶은게 책을 읽는 내내 느껴져서 재미와 유익을 동시에 잡은 역사대중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역사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골족부터 시작한 내용은 '콩팥의 성모'라던가 '여성 요리사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라데군트 이야기등으로 기독교가 정착되던 시대를 빠르게 지나간 후 중세시대에 이르러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폭넓게 풀어놓는다. 아마도 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 음식들이 혹은 그 기원을 알 수 있는 음식들이 그 시대를 많이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제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던 사람들은 평민들보다는 귀족이라던가 성직자들 같은 특권층이었기 때문에 더욱 권력층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역사읽기를 좋아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역사내용들 위주로 읽게 되긴 했지만 매번 등장하는 음식들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수도사들의 치즈, 성전 기사단의 자두, 엘레오노레의 와인, 카타리파와 채식주의, 흑태자와 카술레(스튜의 하나), 흑사병과 식초, 식민지와 초콜릿, 프랑스의 사탕무, 초승달과 페이스트리, 루이14세와 완두콩, 루소의 음식에 대한 계몽주의식 접근법, 카페에서의 혁명, 빵의 평등, 감자와 기근, 나폴레옹의 다섯번째 크레프, 혁명 연회, 철도와 굴, 녹색요정 압생트, 땅콩의 비애, 군인반란과 웃는소 치즈, 사회주의자의 바게트, 레지스탕스와 키르 칵테일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프랑스 역사의 현재시점에 와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 현대를 오가며 음식에 대한 추이를 환원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대순으로 역사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특정음식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역사를 좀 아는 사람이 읽으면 야사를 읽는 듯한 신선함이 있었고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역사를 좀더 편하고 쉽게 접근하게 할 수 있는 서술이라서 부담없이 읽히는 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