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살아가자는 말을 너무 길게 한 것 같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떠나보낼 예정인 상태를 너무 오랫동안 지속한 나머지 그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살던 시절은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나 매 순간 곁의 누군가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마음이 퍽 지칠 때면 나는 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타인을 본다.
우주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주를 떠올릴 때마다 고요한 그곳에 홀로 시끄럽게 돌고 있는 지구가 좋았다. 밖은 저토록 조용한데 이 안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지나치게 피곤하고, 지나치게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평생 좋아하는 노래만 듣다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우주의 시간으로 내 삶은 노래 한 곡 같아서, 한 곡 정도면 내내 행복해도 될 것 같아서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나는 불안으로 꽉 찬 나를, 나만 한 크기가 아니라 좁쌀만 한 크기로 만들고 싶어서 우주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2년 동안 청탁 받은 소설들을 모으고 모아 한 권의 소설집으로 엮으며, 한 단어를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싶었다. 분명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소설이 다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게 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서 읽고 나면 지치는 책이 될까 봐 두렵다. 여전히.
하지만 사랑하고 싶어 소설을 읽고, 삶을 알고 싶어 소설을 읽듯 가끔은 더 지치고 싶어 소설을 읽는,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으리라 믿으며 두 번째 소실집을 이렇게 엮어 당신께 보낸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길게 한 것 같지만. (p. 417~428)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