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과 시민 창해ABC북 1
마리 클로드 쇼도느레 / 창해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프랑스의 문화 정책에 대해 엄청난 헛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책을 읽고 깜짝 놀랐다. 프랑스 통사 한 권만 제대로 맥을 잡아 읽어도, 프랑스 문화 정책의 기틀은 '공화국의 가치' 수호며 그 '공화국의 가치'란 프랑스 혁명으로 시작되어 제 3공화국 때 거의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텐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었다. 그래서 혹시 내 기억이 틀렸나 싶어 이 책을 다시 펼쳐 들어 읽었다.

 

 

이 책은 프랑스 근현대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통사식 구성은 아니다. 이 시기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를 설정해서 그 위주로 관련 역사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각 조각 조각 퍼즐이 모여 전체 프랑스 공화국과 시민의 모습이 완성되는 형식이다. 얇은 책이지만 기본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엄청 두꺼운 책 못지않게 독파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프랑스란 나라가 어떻게 지금의 공화국 형태가 되었는가,를 보여준다는 확실한 목적으로 집필된 책이기에 프랑스 근현대사 기본 지식 갖추고 있는 독자분이 다른 책 읽다가 의아한 항목만 빨리 찾아 보기에는 매우 유용하다. 전체적으로 프랑스 혁명기와 3공화국 시기에 중점을 둬서 서술한다. 깨알같은 글씨에 많은 내용을 집어 넣었다. 도판도 작게 많이 들어가 있다.

 

원제는 <l'ABC daire République et du Citoyen>이다. 아베쎄 순서로 편집된 책을 번역본으로 국내에서 내면서 가나다 순으로 재배열했다. 그래서 연도 순과 아무 상관없이 내용이 등장한다. 앞에서부터 읽으면, 제4공화국 - 제3공화국 - 제5공화국 - 제2공화국 - 제1공화국 순으로 공화국 역사를 읽어야 한다는 말. 뭐 이 정도가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장점이 훨씬 많은 책이다. 예를 들자면,

 

오늘날 마리안은 프랑스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그러나 거기에 브리지드 바르도에서 카트린 드뇌브에 이르기까지 여자 스타들의 얼굴을 덧붙임으로써 공화국의 상징은 변질되었고, 나아가 그 의의를 상실했다. MCC

- 62쪽에서 인용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에서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앞서 나갔던 프랑스는 여성에게 선거권을 확대하는 일에는 뒤떨어졌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이민자들에게 선거권을 확대하는 일에 뒤떨어져 있다. JYM

- 66쪽에서 인용

 

인용문 마지막의 MCC는 '마리 클로드 쇼도느레', JYM는 '장 이브 몰리에'라는 필자 이름 약자다. 이 책은 네 명의 필자가 항목을 나누어 집필하고 마지막에 약자로 필자 이름을 밝힌다. 그래서 각 필자 별로 관심 분야와 개성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네 명 중 두 명은 여성, 두 명은 남성이다. 전체적으로 여성 참정권 획득 부분이나 알제리 독립 전쟁 등등 눈여겨 볼 항목만 봐도 서술하는 시각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명쾌하다. (책 많이 읽은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필자에 따라 역사 서술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역사책이라고 다 사실만 써 놓는 게 아닌데.  )

 

현재 절판이지만 이쪽에 관심 많은 분이라면 도서관에서 대출해 한번 읽어 보시길. 중고서점 검색해서 구입해 읽는 것도 추천한다. 책장에 갖추어 놓고 두고두고 찾아 보기 좋은 책이므로. 비록 시라크 대통령 시절에서 서술이 끝나고 사르코지와 올랑드는 없지만, 어차피 5공화국이란 정체가 바뀌지는 않았으니까 큰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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