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는 살아있다 - 그 어둠과 빛의 역사 역사도서관 교양 8
장 베르동 지음, 최애리 옮김 / 길(도서출판)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대해 뭔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닥치고 읽어야 하는 거다. 전공 지식을 대중 대상으로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능력을 가진 장 베르동 선생님과 좋은 중세사, 여성사를 많이 소개해주신 최애리 선생님이라니, 환상의 콤비가 낸 책 아닌가.

 

비슷한 중세 문화사, 생활사 책과 비교해 보자면 이 책은 로베르 들로르의 <서양 중세의 삶과 생활>과 비슷하게 프랑스 지역 중세사이지만 서술이 훨씬 부드럽고 재미있다. 흐르스트 푸어만의 <중세로의 초대>처럼 중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해를 돕는 서술이 많지만 유명인보다 일반 대중에 관한 서술 위주이다. 개성이 뚜렷하다. '그 어둠과 빛의 역사'라는 책의 부제처럼,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세에 대한 편견이나 과도하게 갖는 낭만을 제거해주는 목적을 시종여일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초야권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명쾌히 무시해 주시는 등.

 

책은 중세인의 삶의 터전인 숲과 도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이 부분은 독일 지역을 다룬 다른 중세사와 비슷하다. 이어서 2,3,4장은 식생활, 질병, 위생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부분은 기근 시에 인육을 먹었다는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꽤 많다. 4,5,6장은 일반적 중세사에서 귀족, 성직자, 농민을 소개하는 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저자는 각 장의 제목을 '교회, 약자들, 강자들'이라고 붙였다. 그러니까 도시 길드의 수공업자나 사업가들에 대한 내용이라도 약자들 편에 한번, 강자들 편에 한 번 서술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구성, 참 흥미롭다. 더욱 재미있는 부분은 7장 여성과 8장 폭력  부분이다. 중세의 여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서술을 읽고 있노라면 과연 중세 이야기인지 아님 21세기 지금 이야기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여튼 저자는 10장 오락으로 가서 책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세상에 이런 일이'시청하듯 흥미롭게 책장을 넘겼지만, 마음이 편치않다. 저자가 각 장을 거쳐 오면서 조금씩 독자에게 던진 질문의 무게에 치여버린 기분이다.

 

그렇다, 당했다!

왜냐고? 이 책을 읽고 나면, 과연 중세가 단일한 '암흑기'라고 볼 수 있는지. 16세기 인문주의자, 17세기 계몽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중세 암흑기'라는 명칭이 과연 정당한지.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과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인지. 약자에 대한 온갖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인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시공간, 집단의 잣대로 타자를 재단하는 것이 얼마다 부당한지,,, 이런 고민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너무 널리 퍼져 있는 황당무계한 속설부터 정리해 보자. 즉 중세 교회는 여성에게는 불멸의 영혼이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인데, 19세기 반 교권주의자들이 즐겨 하던 이런 설은 단지 그레구아르 드 투르의 <프랑크족의 역사>중 한 대목을 잘못 해석한 데서 나온 것일 뿐이다. (중략) 그렇다 하더라도 수많은 중세 문헌이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략) 따라서 여성에 대한 불신과 남성의 우월감이 생겨났다.

- 본문 218~ 219쪽.

 

여튼, 저자는 이런 식으로 중세의 '빛과 어둠'에 대한 편견을 다 서술하고 계시다. 소설처럼 재미있고도 유익한 책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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