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특별판 세트 - 전5권 - 햄릿 + 리어왕 + 오셀로 + 맥베스 + 4대 비극의 탄생과 숨겨진 의미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석주 외 옮김, 스탠리 웰스 외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검색하다가 이 상품으로 골라서 주문했다. 펭귄클래식에서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을 기념해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의 오리지널 펭귄북스 디자인으로 특별판을 출간했다고 하기에. 특히 펭귄클래식 판본은 영국 국립 극장에서 사용하고 추천하는 판본이라고 하기에. 셰익스피어가 작품의 출간에 관여하지 않은 탓에 기준 판본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 읽기에서 판본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기에. 그런데 단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것을 '세계 4대 비극'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이 모든 것이 다 호들갑이고 장삿속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튼, 싸고 가볍고 내용이 충실해서 추천할만 하다. 게다가 이 구성에는 영국의 학자들이 쓴 <4대 비극의 탄생과 숨겨진 의미>이란 책이 보너스로 껴 있다. 이 점이 매력적이어서 이 세트를 구입했다만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의 역사와 연극할 때 연출가들의 해석 차이 위주의 논문들이 모여 있어서, 역사적 배경이 궁금했던 내겐 조금 아쉬웠다. 책의 문제는 아니고, 내 독서 목적의 차이이니 구입하시려는 분은 이 부분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  

 

아,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없다. 그건 4대 비극은 물론, 비극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주인공이 죽거나 슬프게 끝난다고 비극인 것은 아니다. 18세기까지 서양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따르면 비극의 주인공은 상당한 지위에 있으며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 죽는 결말이어서가 아니라 운명이나 잘못된 성격과 상황 판단 때문에 파멸하는 고귀한 인물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어야 비극이다. 이때 주인공이 고귀한 신분에 있어야하는 이유는 인간이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에게 쉽게 매료되어 감정이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이런 전통적인 서양 비극의 정의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햄릿은 너무 고민하고 결단하지 않아서, 오셀로는 너무 쉽게 결행하여 파멸한다. 리어왕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왕국을 분할해버려서, 맥베스는 너무 미래를 내다보고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미리 행동하여 파멸한다.

 

하지만, 이런 인물 표현에 대한 해석보다 이 세트는 '희곡'의 기능 자체에 집중한다. 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연극대본을 써서 올렸다. 당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결국 그가 보여준 것은 자신이 살던 시대다. 연극이란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하든 관객 앞에서 상연될 때는 항상 현재형이기 때문이다. 이 책 세트에 추가된 보너스 책과, 각 책의 마지막에 붙은 해설은 이렇듯 철저히 '연극 상연을 위한 대본'이라는 기본 입장에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해설하고 있어서 좋았다. 각주도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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