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나이든다는 것 - 민담, 전설, 신화로 들려주는 나이듦의 여섯 가지 여정
앤 G. 토머스 지음, 박은영 옮김 / 열대림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자로 나이들어 성장하는 것에 대해 이 책은 신화, 전설, 민담을 통해 접근한다. 융의 분석심리학이 바탕이다. 설화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사인 저자 자신이 경험한 여러 사례들도 같이 다룬다.

 

20대때부터 친척이나 선배 언니뻘 되는 분들이 40세를 넘어가면서 이상하게 변하고 - 심지어 망가져가는 이유가 참 궁금했다. 남편과 아이에만 매달려 자신을 잃었다며 한탄하던 언니들이, 자녀 성장 후 본격적으로 자기 삶을 즐기기는커녕 자식(특히 며느리)을 괴롭히며 더욱 집착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리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남편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모를 가꾸는 것도 웃겼다. 왜 원래 공주였던 이들이 나이가 먹으며 계모 마녀 왕비가 되어버린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얻고저 이 책을 골라 읽었다.

 

내향적인 여자들은 육체적으로나 내적인 방식으로 이 억압의 효과를 더 쉽게 경험한다. 이런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를 방기하고, 남편이나 자녀들이나 또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맞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인생에서 커다란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고유한 자아의 측면들을 희생했거나 잡아먹혀 온 것이다.

결국 내향적인 여자는 질병이나 기력 고갈의 무게에 눌려 무너져 버릴 수 있다. 그들은 지나치게 스스로 내적 마녀-를 통제한 나머지 고역에 대해 충분히 방어할 수 없는 지점까지 스스로를 마모시켜 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것이 이 무시무시한 에너지에게 게걸스럽게 잠아 먹히는 내향적 여자들의 특징이다.

반면에 외향적인 여자들은 이 마녀, 즉 다크 페미닌의 인격화된 존재를 발견하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힌다. 외향적인 여자는 남을 통제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고,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

- 208쪽에서 인용

 

나이듦의 또 다른 과업 중 하나는 스스로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노년 여성들은 정서적 흉터를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에 다친 이후 내내 껴안고 있다가 무의식으로 묻어 버렸던 상처들이 치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들 중 많은 수가 마더링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법은 전혀 익히지 못했다. 우리는 수 세대 동안 여자가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잘못된 관념을 지니고 살아왔다. 이기적이라고 하는 이 관념은 여자들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치며, 건강하게 나이드는 일에 대한 준비를 지극히 제한해 왔다. 여자들이 자신의 필요를 무시해 버리면 스스로의 엄마 노릇을 할 수 없기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는 무기력해져 버린다.

- 246쪽에서 인용

 

유년기의 박탈감에서 비롯된 상처는 치유될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여자는 자신이 상상하는, 다른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받았던 것 같은 완전한 사랑을 갈망한다. 여기에는 좋은 엄마란 무조건사랑해 주고 내주는 사람이라는 판타지가 깃들여 있다.

- 247쪽에서 인용

 

우리는 상처 입은 경험이 퍼스낼리티에 미친 효과를 모른 채 틀에 박힌 행동을 하곤 한다.

- 251쪽에서 인용

 

그러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깨닫는 것만으로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또 아니다. 해법은 행동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할 줄 아는 것이다. 내적으로 무엇이 진행되는지 인식할 줄 아는 사람만이 틀을 깨고 행동의 패턴을 바꿀 수 있다.

- 252쪽에서 인용

 

내가 막연히 느꼈던 문제점과 그 원인들을 전공자의 제대로된 문장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여성 영웅의 탄생>과 더불어, 만족스런 독서 경험을 했다. 미국 여성들도 엄마와 딸의 관계에대해 이렇게나 고민을 많이 하다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인간 성장의 기본 과업과 문제 패턴은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내 고민이 시시해졌다.

 

설화와 피상담자의 예, 가상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와 저자 자신의 경험과 각성이 종횡으로 얽혀서 좀 읽기 산만하다. 게다가 예로 든 설화들이 익숙하지 않아 이 책의 장점이 깊이 와닿지 않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이들어가면서 성장을 고민하는 내 또래 다른 여성 친구분들께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적으로 무엇이 진행되는지 인식할 줄 아는 사람만이 틀을 깨고 행동의 패턴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 명심 또 명심하고 계속 읽고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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