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기괴 명화
나카노 미요코 지음, 김정복 옮김 / 두성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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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나카노 미요코의 다른 저서인<서유기의 비밀 :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을 읽어가면서 여러번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얼마나 쟝르 파괴, 크로스오버로 공부하고 읽으면 이런 것까지 보고 쓸 수 있는 것일까? 검색해보니 저자는 서유기 전문가이자 중국 도상학 전문가로 인정받는 대가였다. 그 방면으로 총 30여 종의 저서가 있는데 국내 번역 소개된 책은 단 두 권이다. 이미 한 권은 읽었으니 다음 책을 고르기 위한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책 내용은 소개하거나 요약할 방법이 없다. 저자는 동서양의 그로테스크한 그림들을 놓고 관련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선 전체 그림을 소개하고 자신이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을 확대한 그림을 또 제시한다. 손오공 캐릭터에 영향을 끼친 인도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원숭이 장군 하누만이 타이 방콕 왓 프라께우 사원 벽화에 어떻게 그려졌는지, 힌두교 창세 신화인 <유해교반도>가 20세기 현대 회화에 어떻게 재해석 되어 그려졌는지, 사람과 온갖 요괴의 목이 열매로 열리는 나무의 그림과 그 해석,,, 등등 동양 신화에 해박한 저자의 장기자랑이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내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의 목소리는 내비게이션처럼 날 그로테스크하지만 매력 넘치는 세계로 안내하고, 신화와 전설, 종교와 상상과 현실의 박학/잡학 다식 박람강기의 세계를 접한 나는 문화적 충격에 빠졌다.

 

기가 막히게 세밀한 묘사력 때문에 아기 머리가 식물에 열매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너무도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지금 무심결에 '그로테스크'라고 썼습니다. 보통 '흉하다''기이하다''이상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이 말은 원래 식물에 인간이나 동물을 곁들인 장식무늬를 듯합니다.

- 본문 72쪽에서 인용. 카를로 크리벨리가 1482년에 그린 <카메리노의 세폭 제단화> 설명 부분.

 

일본 역사 학자들의 특징일까, 자신의 전공 분야를 세세하고 깊이있게 전문 서적으로 쓰면서도 다른 분야와 연결해 자신이 공부하다가 알아낸 곁다리 지식을 흥미로운 대중서적으로 풀어내는 이러한 능력은? 무슬림의 예배용 양탄자의 문양을 보고 이슬람 건축 양식을 말하다가 하늘을 나는 양탄자 전설로 날아가는 이런 아스트랄함이라니! 아, 사부님, 저를 제자로 거두어 주시옵소서, 하고 무조건 들이대고 싶어지누나!

 

결론적으로, 책 내용 자체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책을 쓰는 자세와 세상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  관찰의 일상화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요긴하게 써 먹을 참고자료 서적 목록을 얻어내어 기뻤다. 물론, 원서여서 좀 덜 기뻤다.

 

이 책의 그림과 관련한 배경 지식이 많은 분들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신화 전설이나 미술사에 좀 약하신 분들은 또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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