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9 - 대산세계문학총서 029 대산세계문학총서 29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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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에 이르러, 취경 일행은 이제 천축국 변방에 이른다. 부처님이 계신 서천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요괴는 우굴거린다. 손오공은 매우 침착해져서 점점 함부로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앞의 8권에서 구해준 여자는 요괴의 본성을 드러내고 삼장을 납치한다. 알고보니 탁탑이천왕과 나타태자를 아버지와 오라버니로 섬기고 있는 쥐 요정이었다.  이렇게 부처님이나 보살, 천상 존재들과 관련이 있는 요괴들은 한편으로 보면 중앙 권력자들과 사적 관계로 결탁해 부정을 저지르는 지방 지배자들인 것도 같다. 손오공이 요괴와의 관계를 들이대며 추궁하자 쩔쩔매는 신적 존재들을 보라. 

 

손행자는 고래고래 악을 썼으나, 요괴는 아예 못 들은 척 달아나기에 바쁘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뒤쫓겨 거의 따라잡힐 지경에 처하자, 그녀는 왼발에 신고 있던 꽃신 한 짝을 벗어들더니 선기 한 모금 불어넣고 주어를 외우면서 외마디 호통을 쳤다.

변해라!“

주술에 걸린 꽃신 한 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요괴의 모습으로 둔갑하더니 여전히 두자루 칼로 쌍검무를 추어가며 손행자에게 맞서 싸우고, 그녀 자신은 번득하는 찰나에 일진청풍으로 화하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 본문 44쪽에서 인용

 

 

이어 멸법국왕을 삭발해 개심하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유머러스하게 서술된다. 역시 리디큘러스 마법은 폭력보다 세다. 이제 인도로 들어 섰다. 이곳은 천축 변방에 속한 외곽 고을로서, 지명을 봉선군이라 부르오. (232)’  봉선군에 온 손오공 일행은 하늘을 모독하여 가뭄이 든 봉선군이 죄업을 뉘우칠 방도를 알려준다. 이 부분에서 가뭄과 기근을 겪는 백성들의 고통을 묘사한 대목을 자세히 읽었다. 아무리 인도 변방이 공간적 배경이라해도, 분명 이는 명말 사회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백성은 그나마 여축해놓은 식량으로 간신히 살아갈 수 있으되, 빈궁한 백성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어렵다. 좁쌀 한 말에 백 금의 값어치요, 땔나무 한 단에 닷 냥 값이나 주어야 살 수 있다. 열 살짜리 계집아이를 쌀 석 되와 맞바꾸며, 다섯 살짜리 사내아이는 아무나 데려가는 대로 맡겨두는 실정이다. 성내 백성들은 국법이 두려워 죄를 저지르지 못하고 의복과 물건을 전당포에 잡혀 겨우 목숨을 부지하나, 시골에서는 관청의 위엄을 능멸하고 노략질을 하거나 심지어는 사람을 잡아먹으며 연명하고 있다.

- 본문 23쪽에서 인용

 

일행은 천축국 옥화현에 이른다. 삼장은 법회를 열고,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옥화친왕 세 왕자를 각각 제자로 받아들여 무예를 가르친다.  그 과정에서 손오공들의 병기를 훔쳐간 호구동 사자 요괴들을 퇴치한다. 역시 확실히 인도로 들어왔구나. 사자가 등장하니 말이다.  각 여정에서 등장하는 요괴들은 확실히 각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이나 자연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 10권 남았다. 100장으로 구성된 장회소설인 <서유기>는 장터에서 구연되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각 회의 마지막은 다음 회를 안내하는 문장으로 끝난다. '과연 이번에 나아가는 길에 또 어떤 우여곡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다음 회에서 풀어보기로 하자. (125쪽)'는 식으로. 자, 이제 마지막 10권에선 또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마지막 책을 집어들기가 아쉬우면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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