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8 대산세계문학총서 28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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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태세 마왕은 늑대 괴물이었다. 이번에도 관음보살이 제압한다. 이어 손오공 일행은 반사동에서는 일곱 미녀 요괴와 황화관 도사를, 사타동에서는 늙은 마귀를 물리친다. 비구국에서는 희생당할뻔한 천 명의 아이들을 구해준다. 원양을 기르고자 배필을 구하려 하는 색녀가 삼장을 납치해가자 구하러 가는 것으로 8권이 끝난다.

 

사실 제천대성은 하늘도 겁낼 만큼 무서운 영웅호걸이기는 하지만, 당나라 스님을 따르게 되면서부터 속이 많이 트였다. 그는 요사스런 마귀가 슬픈 목소리로 애걸복걸 빌어가며 자기를 떠받드는 것을 보니, 차마 더 이상 괴롭히고 싶은 생각이 줄어들고 착한 마음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용서해주기로 마음먹고 이렇게 다짐을 받았다.

"요괴야 내가 네놈을 용서해주면, 어떻게 우리 사부님을 모시고 이 산을 넘어가게 해드릴 작정이냐?"

- 207쪽에서 인용

 

위의 인용문단에서 볼 수 있듯, 7권에 이어 손오공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리고 손오공이 부처와 보살의 힘을 빌리는 대목이 점점 빈번해진다. 아아, 이렇게 주제의식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은, 이제 여정의 끝이 보이기 때문인 건가.

 

환상소설이지만 은근 원전 <대당서역기>를 반영한 대목이 곳곳에 보인다. 삼장이 방문하는 나라의 국왕에게 자기 소개하는 대목에서 '대당나라(299쪽)'를 말하는 것을 보니 실제로 현장이 천축국에서 고국을 '마하지나'라고 소개한 것이 생각났다. 또 여정에서 뒤로 갈수록 서역인의 외모를 한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것도 사실적이다.

 

아참, 8권이나 읽어서야 발견한 사실이 있다. 황화관 도사인 백안마군은 차에 독이 들은 대추를 넣어 손오공 일행을 죽이려 든다. 알고보니 그는 겨드랑이 양 쪽에 1천 개의 눈알이 달린 다목괴, 지네정령이었다. 여기서 잠깐, 독지네니까 독을 사용하는 거 아닌가? 어이쿠, 지금까지 읽어오면서 요괴의 본모습과 살생시 사용하는 방법이나 무기를 연관지어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1권으로 돌아가서 읽을 수도 없고. 아, 아쉽다.

 

해골바가지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뼈다귀는 숲을 이루었다.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담요를 짰는가 하면, 벗겨낸 가죽과 살덩어리는 썩어 문드러져 시궁창에 수렁이 되었다.

- 167쪽에서 인용

 

위는 요괴 소굴을 묘사한 대목이다. 아우슈비츠의 머리카락 담요가 생각났다. 아놔, 요괴가 환상소설에나 있으면 좋으련만. 이건 너무 사실적이잖아.

 

갑자기 우울해지니, 한 문단 더 인용한다.

 

"저 당나라 화상은 동신(童身)으로 수행을 쌓은 놈이라, 그 몸에서 원양(元陽)이 한방울도 빠져나가지 않았으니, 저놈을 잡아서 나하고 몸을 섞기만 하면 태을금선이 되는 것즘 문제가 안 될 터인데, 뜻밖에도 저 밉살맞은 원숭이 녀석이 내 술책을 꿰뚫어 보고 화상을 구해 갈 줄이야! "

- 359쪽에서 인용

 

뭐 중요하지는 않지만, '원양'의 뜻에 관심가지시는 친구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그런데 삼장은 등신 아니고 동신임. 걍, 학구적 의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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