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7 대산세계문학총서 27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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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7권에도 연이어 만만찮은 요괴들과 대적한다. 파초선을 가진 우마왕과 나찰녀 부부와 싸우고, 재새국 금광사의 보물을 훔쳐간 도둑요괴를 물리치고 보물을 찾아주어 스님들의 누명을 벗겨준다. 나무요정의 초대에 응해 시를 읊다가 얼떨결에 장가갈뻔한 삼장을 구해내고 가짜 소뇌음사의 황미대왕의 황금바라에서 가까스로 탈출하기도 한다. 의원 흉내를 내서 주자국 국왕의 병을 고치고, 새태세 마왕에게 잡혀간 금성궁을 구하러 간다.

 

이번 7권을 다 읽고나니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요괴를 무찌르는 패턴에 변화가 생긴 것이 느껴진다. 손오공은 전에 비해 진중해졌다. 무지막지하게 요괴만 보면 날뛰지 않는다. 전에는 꼭 필요하지 않은 살상도 저지르고 위협 당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폭력적 본성을 억누르는 편이다. 그래서 삼장이 손오공의 머리를 옭죄는 긴고아주 주문을 외우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요괴들은 전에 등장하던 요괴들보다 강력해진다. 겸손해진 손오공은 자신 능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부처님 힘을 빌리러 간다. 우마왕은 금강보살이, 황미대왕은 미륵보살이 도와 퇴치한다. 뭐랄까, 점점 주제에 다가가는 느낌이 온다.

 

우마왕과 손오공이 변신술법 재간을 겨누는 장면이 재미있다. 우마왕이 황새로 변해 도망가자 손오공은 보라매로 변해 황새를 잡는다.  우마왕이 사향노루로 변해 도망가자 손오공은 호랑이로 변해 잡는다,,, 이런 식의 변신 대결이 이어지는데, 오, 이 장면 익숙하다! 이거 <동국이상국집>에서 유화에게 청혼한 해모수를 하백이 시험하는 장면과 같다. 하백이 꿩으로 변해 달아나면 해모수는 매로 변해 잡고, 하백이 사슴이 되어 달아나면 해모수는 이리로 변해 잡는,,,, 그 장면이다. 또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강의 신 아켈로오스를 다스리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외, 많다. 이런 화소는 무엇인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서유기>는 원전격인 현장의 <대당서역기>가 씌여진 당태종 시절과, 오승은의 세덕당본 서유기가 출판된 명말기의 배경을 다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그런데, 1권에서도 등장했던 당나라 승상 위징이 경하 용왕의 처형과 관련, 계속 나온다.

 

"법사, 그 현명한 신하는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이오?"

"바로 우리 임금 아래 있는 승상으로서 성씨는 위이며 이름은 외자로 징이라 하옵니다. 그는 천문 지리를 꿰뚫어 통달하고 음양을 파별할 줄 아는 안방입국의 위대한 재상이옵니다. "

- 본문 267쪽에서 인용

 

위징,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7세기 당나라 승상인데 16세기 이후까지 이렇게 대중 소설에 등장하는가? 이점이 궁금한데,,,, 당 역사, 당태종, 위징, 정관정요,,, 등등을 파봐야 하나? 아, 이거 서유기 읽기 시작했다가 끝이 없네. 후~ (먼산 보고 한숨)

 

 참, 그리고 내게는 이런 복선 너무 웃기다. 새테세란 요괴가 주자국 국왕이 총애하는 금성궁 마마를 납치, 3년동안 부부로 지낸다. 이에 주자국 국왕이 병이 난 것이다. 손오공은 당연히 요괴를 물리치고 금성궁을 주자국 국왕 품에 돌려 주겠지. 그런데, 서유기를 즐기던 당시 사람들은 금성궁이 요괴의 육체적 사랑을 받았다면 손오공이 구해와도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했다보다. 아무리 그녀에게 잘못이 없어도 육체적 순결을 잃은 여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껄끄러우니까 말이다.

 

"재작년에 금성 황후를 잡아왔을 때 어디서 왔는지 신선 한 분이 나타나서 오채선의 한 벌을 바쳐 금성 황후에게 입혔지 뭐냐. 그 옷을 입자마자, 황후의 몸뚱이에 온통 바늘같은 가시가 돋아 나와, 우리 대왕님은 감히 손을 대지도 못하시고 어루만져보시지도 못하게 된 거야 어쩌다가 한번 잘못해서 건드렸다가 손바닥이 아프다고 펄펄 뛰셨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어. 그때부터 대왕님은 지금까지 황후의 몸을 건드려보지도 못하시고, 잠자리 한번 같이해보지도 못하셨단 말이다. "

-본문 335쪽에서 인용

 

그래서, 위의 인용 부분처럼 웃긴 설정이 있단다. 푸하하, 가엾은 새태세 대왕, 찌질한 당시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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