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3 대산세계문학총서 23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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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권, 드디어 사오정까지 합류하여 라인업이 완성된다. 삼장, 손오공, 저팔계(저오능), 사오정, 백마(용마삼태자). 이들은 각각 자신의 사명을 위해, 업을 풀기 위해 머나먼 천축국으로 떠난다. 이제야 발단이 끝나고 전개가 시작되는 셈이다. 손오공은 길을 헤쳐 나가고 저팔계는 짐을 짊어지며 사오정은 말고삐를 잡는다. 백마는 삼장을 태운다. 삼장은,,,, 걍 존재한다. 중국 고전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주인공 같지 않은 유약한 주인공(유비나 송강, 가보옥) 캐릭터의 특징을 가장 극대화시켜 구현하고 있는 인물같다.

 

3권의 큰 흐름은 황풍괴를 제압하고, 네 모녀의 유혹을 이겨내고, 인삼과를 훔쳐 먹고, 요괴에 농락당한 삼장이 손오공을 쫓아내는 이야기. 전체적으로 보아 큰 활약을 보이지 않던 용마가 미모의 시녀로 변신해 검무를 추기도 하는 등, 다른 편에서 못 볼 활약을 보여 준다. 이렇게 많은 재능을 그동안 어떻게 숨겨두고 말 노릇만 묵묵히 했나 싶다.

 

나는 어릴적부터 <서유기>에 나오는 요괴와의 싸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궁금했다. 앞서 <현장 서유기>를 읽으면서 요괴와의 대결이 경전 토론 배틀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은 처음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막, 고열, 모랫바람 등등 여행길에 겪게되는 자연적 고난, 재해였던 것 같다. 이번 3권에서 황풍대왕의 바람(29쪽) 묘사를 보니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다. 이렇게 힘든 여행길, 왜 근두운을 타고 쉽게 가지 않고 이들은 사서 생고생하는 것일까? 그 답이 되는 "사부님은 범태 육골이라 무겁기가 태산 같아서, 내 구름 가지고는  사부님을 모셔갈 수 없소."  "태산을 옮겨 보내기는 겨자씨보다 더 가볍지만 인간을 데리고 홍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라는 대화가 이번 3권의 62쪽에 나온다. 현장이 인간, 죄업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 육체의 물리적 무게, 라기보다는 영혼의 죄업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는 것. 그래도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우리 인간에게도 구원의 길은 있다. "다만 우리 사부님은 이역 만리 궁벽한 땅을 고생해가며 두루 편력하시지 않고서는 고해를 초탈하실 수가  없단 말일세.  " 아아, 백마 탄 왕자 현장이 싸돌아다니는 것에는 이런 슬픈 이유가 있었다!

 

또 궁금한 것은, 소설에 계속해서 보이는 도교 외단술(신선의 불로장생 선약을 만드는 방법)의 서술이다. 이번 3권도 55쪽을 보면 "우선은 영아와 차녀를 거두고 다음에는 목모(木와 금공(金公)을 내놓았다"라는 서술이 있다. 역자 주를 보니 목모는 도교 내단술 용어로 수은을 의미한다고 한다. 수은은 해(亥)를 낳는데, 해는 돼지이므로 목모는 저팔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풀어가면 금공은 납, 납은 경을  낳는다. 경신(庚申)은 금, 신(申)은 원숭이이므로 손오공이라고 한다. 그럼 손오공과 저팔계의 티격태격이 다 납이 수은을 만나 황금으로 변하는 과정을 의미한 것일까? 고된 취경길 이후 죄업을 씻고 영혼이 성장하는 것을 황금이 되는 것으로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소설을 빌어 도교 연금술의 비법을 서술한 것일까? 이거 서유기 코드인가? (이 부분은 아무래도 나카노 미요코의 <도와 연단술의 심벌리즘 : 서유기의 비밀>을 읽어봐야 해결될 것 같다.)

 

하지만 3권 최고의 상상력은 인삼과 부분이다. 나는 어릴 적에 <서유기>이야기를 읽고 인삼과 이야기에 매혹당했다. 중국의 인삼과 아기가 자라서 조선에 와서 전설의 고향 출연,내 다리 내놔, 하며 쫒아오는 산삼귀신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상상도 했다.

 

손행자는 나무 밑에 기대어 서서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과연 남향으로 벌어진 나무 가장귀 위에 인삼과 한 개가 드러나 보이는데, 정말 갓난아기와 똑같이 생겼다. 꼬리 부분에는 꼭지가 있어 가지에 매달려 있고 손발을 마구 휘저으면서 끄덕끄덕 고갯짓도 할뿐더러, 바람결이 스쳐가는 대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소리를 내기까지 한다.

- 본문 155쪽에서 인용

 

116쪽에 달린 역자 주에 따르면, 인삼과는 먹으면 불로장생하는 사람형태의 신비스런 영약이란다. 그런데 도교에서는 이런 사람 형태의 영약이 또 있다고 한다. <포박자> 선약 편에는 동물처럼 움직이는 '육지'와 나무뿌리에 달린 '인형복령'이 등장한다고. <선술비고>에 양정이라는 사람이 물을 길러 샘에 가다가 아주 깔끔하고 새햐얀 어린애 하나가 샘터에서 놀고 있기에 하도 귀여워 집에 데려갔는데, 집에 당도하고 보니 어린애는 마치 나무뿌리처럼 빳빳하게 굳어져서 인형복령이라는 것을 알고 먹었더니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그런데 아기 형태의 영약, 도교 연단술에서 납을 의미하는 '영아(嬰'의 다른 버전 이야기 아닐까? 혹시 이거 이거,,, 아이 유괴와 식인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 아님?하는 지극히 껌정다운 생각도 드는데? 서양의 맨드레이크(만드라골라)와 우리나라 동자삼 전설은 또 어떻게 연결되는 거지? 흠. 더 파 보리라! 껌오정의 취경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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