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학의 파노라마 2 - 나관중에서 루쉰까지 문학의 광장 19
이나미 리쓰코 외 지음, 이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중국 문학과 역사를 접목한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일진광풍에 휘말려 일단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서유기, 봉신연의, 삼국지, 수호전, 홍루몽, 요재지이, 금병매 등의 명청 시대 고전들과 중국 근대를 치열히 살고 쓴 루신, 바진, 장아이링, 모옌, 리앙에 대한 짧은 연구가 담겨 있는 일종의 문학사이다. 본격적 공부 들어가기 위해 저쪽 언덕으로 돌진하기 직전의 징검다리로 삼아 읽었다.

 

책 내용은, 전공 전문가들이 그동안의 연구내용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초보자가 읽어도 일목요연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다양한 시각적 자료와 관련 읽을 거리, 박스 기사 등등,,, 나같이 잡식성인 독자에게 딱 좋은 책이다. 국문학을 공부하면서 춘향전이 옥단춘전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구운몽이 홍루몽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금오신화가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등등의 학설을 접하면서 흘려 들었던 중국 문학의 장대한 이야기 소개를 이렇게 접하니 가슴이 벅차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든가 가장 훌륭한 문학을 가졌다거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 중국 문명에 대한 찬사를 듣거나 읽을 때면, 단지 그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물이 운좋게 현재까지 남아있기에 과대평가를 받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런데 이 책으로 중국 문학에 대해 아주 가볍고 얇게 접했건만, 자연스럽게 중국의 이야기 전통의 대단함에 대해 아주 자연스럽게 감탄하게 되어버렸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공부해 알게되면 얼마나 반해버릴지 두려울 정도이다.

 

예를 들어 삼국지의 유비의 경우, 중심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개성이 없고 밋밋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중국 이야기 세계에는 삼국지의 유비나 수호전의 송강, 서유기의 현장법사처럼 다른 인물에 비해 개성이 없기에 오히려 다른 인물들의 개성을 살려주어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을 중심 인물로 설정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 부분! 정말 체계적으로 전체를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내가 무식해서 용감한 비판을 해 댈수 있는지 반성까지 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전문가의 도움은 늘 필요하다. 허접한 비판은 나중에. 일단 읽고 배우자는 생각을 겸손히 해 본다.

 

게다가 그 시대의 맥락에서 문학을 읽는다는 것의 중요성, 배경을 제대로 공부하고 읽었을 경우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보일지에 대한 설레임까지,,, 문학도 아니고 문학에 대한 소개책인데도 나는 손에 땀을 쥐고 한 편의 영화처럼 정신없이 몰두하여 이 책을 행복하게 읽었다.

 

육조 시대의 지괴(志怪)는 짤막하고 많은 이야기로 구성된 책의 총칭이다. 거기서는 개, 쥐, 돼지, 호랑이, 학, 지렁이, 잡초 등 매우 다양한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가공할 만한 유혹자로 등장한다. 후세에 이런 이야기의 주역인 여우의 활약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사건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1 다른 세계의 존재가 접근하여 인간을 유혹한다. 2 결합한다. 3 정체가 드러나고 다른 세계의 존재가 떠나거나 또는 살해된다.

지괴에 나오는 유혹자는 우아한 자태도 교묘한 말솜씨도 필요없다. 인간은 저항도 못 하고 유혹당하며, 때로는 발광하고 목숨을 잃는다. 당시 지괴는 역사서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는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에게 습격을 받은 피해의 기록이었던 것이다.

- 본문 130-131쪽에서 인용

 

위 인용부분의 마지막 두 문장! 나는 책에 줄 쳐놓고 "대박!"이라고 써 놓았다. 문학과 역사가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아놔, 대박!

 

이 시리즈의 원서는 일본 아사히신문사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발행한 문예주간지 <世界の文學>이라고 한다.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700여명의 저자가 집필해 20권의 단행본 책을 만들었다고 하니, 일본 연구자들의 시선이란 부분에 주의해서 볼만한 능력만 되면 이 시리즈를 통해 세계문학사에 접해 보는 것도 나같은 생초보자들에게는 괜찮을듯하다.

 

*** 사소한 지적

 

184쪽. <마오쩌둥과 홍루몽>이란 부분에서 제목 아래 대뜸 "홍루몽 제 82회에서 임대옥이 가보옥의 실질적인 측실인 공인을 향해 '대개 가정 내의 일은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지 않으면, 서풍이 동풍을 압도하는 법입니다'라고 했던 말에서 유래한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무슨 말의 유래에 대한 설명인지 그 말이 나와있지 않다.

=> 내가 보기에는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는 마오쩌둥의 연설 부분을 먼저 언급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번역하면서 빠졌는지, 원래 일본책의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 확실히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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